시로밤바 - 1915 유가시마
이노우에 야스시 지음, 나지윤 옮김 / 학고재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서정적이지만 흡입력 있는 성장 소설 - 시로밤바 _ 스토리매니악


어린 시절의 기억만큼 소중한 것이 있을까? 비록 나이가 들며 하나 둘 소중한 추억들을 잊어버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끈질기게 살아남은 기억들은 내 인생을 더 풍요롭게 해준다. 늘 추억하고 싶고, 늘 회상하며 웃음짓고 싶지만, 삶이 어디 그런 여유를 주던가? 삶에 치이다 보면 좋은 기억들을 떠올릴 틈이 없다. 그렇게 하나 둘 기억은 시간 속에 또 잊혀져 가고 말이다.

 

때문에 가끔 어린 시절을 다룬 성장 소설을 읽을 때면, 나의 소중한 어릴 적 추억들이 오버랩 되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그 소설의 분위기가 내 어릴 적 환경들과 닮아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이 소설 <시로밤바>가 내겐 그런 소설이다. 어릴 적 기억들을 떠올리게 해주고, 조금이나마 그때의 시간 속으로 빠져들게 해준다.

 

이즈 반도에서도 시골인 유가시마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한 소년의 이야기다. 그 소년의 시선으로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과 그 마을에 사는 친척들과 이웃들,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유가시마의 소년 '고사쿠' 는 다섯 살 때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살고 있다. 고향 마을인 유가시마에서 그를 돌보는 것은 증조외할아버지의 첩이었던 할머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관계지만, 할머니는 소년을 지극 정성으로 돌보고, 고사쿠는 그런 할머니를 잘 따른다.

 

이야기는 솔직히 말해 기본적인 설정 위에 이루어져 있어 심심하기까지 하다. 좋게 말하면 담백하고 심플한 설정이다. 설정이나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그다지 특별할 것 없다. 여느 시골 소년이 경험했을 법한, 여느 시골 마을에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다. 이처럼 심심한 이야기 같은데, 읽기 시작하면 정말 무섭게 술술 잘 읽힌다. 참 묘한 소설이다.

 

그 이유가 뭘까를 생각해보면 아주 단순한 답이 나온다. 작가가 그리고 있는 이야기의 분위기가 어딘지 모르게 어릴 적 기억들을 상기시키고, 자연스레 이야기에 동화되게 만들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고사쿠와 같은 장난을 하고 있는 나를 보고, 어느 샌가 내가 살던 마을에서도 있었던 일들을 소설에서 보게 된다.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나 상당히 다르지만, 시공간을 초월하는 그 무언가의 공감의 힘이 작용하는 듯싶다.

 

다이쇼 시대의 가난하고 서구화 되지 않았던 일본 시골의 풍경, 사춘기를 향해 가는 고사쿠의 여러 혼란스런 감정들 또한 이 소설을 즐기는 포인트다. 우리와는 그 문화가 다르긴 하지만, 현대화 되지 않았던 여느 마을에서나 볼 수 있었던 사람들간의 부딪힘과 공동체로써의 관계들, 그런 공동체 안에서 한참 커가는 아이들이 느끼는 혼란과 얽히고 설키는 어린 소년이 느끼는 감정들이 담백하게 그려져 있다. 어떤 필터 없이 소년의 감정이 그대로 전해오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이 소설이 갖고 있는 큰 장점 중 하나다.

 

이 소설은 작가 자신이 시골마을에서 할머니와 생활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소재로 한 것이라 한다. 그만큼 작가 자신의 감수성이 잘 녹아 있고,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농촌의 풍경을 통한 서정적인 감정이 넘쳐 흐르고, 한 소년의 성장을 통해 느껴지는 감정의 소용돌이들이 생생히 살아 있다.

 

서정적이면서도 흡입력 있게 이야기를 끌고 간다. 이런 스타일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이 소설도 재미있게 읽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돌이켜 보고 싶은 이들에게, 꼭 권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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