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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ㅣ 북로드 세계문학 컬렉션
프란츠 카프카 지음, 북트랜스 옮김 / 북로드 / 2014년 5월
평점 :
카프카가 보는 '인간'이란 존재 - 변신 _ 스토리매니악
얼마만인가 싶다. 카프카의 '변신'을 꽤 오래 전에 읽었다. 유명 고전이기도 했지만, 사람이 벌레로 변한다는 충격적인(?) 발상이 끌렸던 작품이다. 이 작품을 읽고 한 동안 카프카의 글에 빠졌었는데, 그 감흥이 오래 되어 무뎌졌는데, 이번에 다시 그 기분을 살릴 수 있었다.
이 책에는 표제작 '변신'을 비롯하여 '판결', '시골의사', '굴'의 총 4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수록된 작품들이 카프카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다. 카프카의 공상적 내용과 사실적 문체, 서술된 사실의 부자연성, 서술 방법의 자연성 등 카프카 문학의 기본 구조가 되는 것을 이 작품들에서 잘 찾아 볼 수 있다.
카프카를 이해하는데 있어 '소외'라는 단어를 빼놓을 수 없다. 인간은 소외된 존재라는 주제를 잘 파고든 작품이 그 유명한 '변신'이다. 실존주의 소설이며 객관적, 사실적인 이 소설은, 벌레로 변한 주인공을 통해 인간의 고독과 인간 실존의 허무를 다루고 있다. 변신을 보면 재미난 점이 참 많다. 우선 작가는 벌레라는 실체를 통해 인간과의 소통이 단절된 소외 상황을 암시하고 있다. 또한 주인공 그레고리가 생활비를 버는 동안은 그에게 감사하던 것이 그가 벌레로 변해 생활 능력을 잃자, 그의 존재 자체가 문제시 되고, 이를 통해 사회적 가정적 역할에 대한 의문 또한 제시된다. 즉, 존재와 의식이라는 문제로 압축되는 이야기는 말 그대로 현실의 소외 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내내 서늘했는데, 이는 작가의 문체가 너무나 냉담하다는데 있다. 이것이 소외라는 문제에 대한 작가의 시선을 더욱 빛나 보이게 한다.
'판결' 또한 변신과 비슷한 맥락의 주제를 이야기한다. 판결은 특히 아버지와의 갈등을 다룬 작품이다. 카프카는 아버지에 대한 공포심을 안고 자랐는데, 이것은 그의 작품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두려움과 존경의 대상이었던 아버지와의 불편한 관계는 독일어를 쓰는 유대인으로서의 불안정감과 함께, 소외와 이중의식이란 카프카의 작품주제에 대한 뿌리를 형성하고 있다. 이 작품은 그런 카프카의 심리상태와 존재의식에 대한 상징이 가득하다. 작품 속의 게오르크가 늙은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려 대항하는 모습에서 작가 자신이 아버지에 대항하고자 그리고 그 공포의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이 여실히 느껴졌다.
'시골의사'는 좀 난해하다. 우선 현실과 비현실이 뒤섞이는 전개가 그렇다. 맥락을 자칫 놓치면 이야기의 핵심을 놓치기 쉽다. 이 글은 예전에 읽었을 땐 잘 몰랐는데, 요즘에 읽으니 그 다가오는 바가 많이 틀리다. 이야기는 안정된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이 사회적 책임을 벗어나 욕망을 따르려는 충동에 사로잡힌 현실을 이야기하는데, 나이가 들어 안정된 삶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다 보니, 이야기 속의 상징들이 의미하는 바를 좀 더 이해하게 된다.
'굴'은 이번에 처음 읽은 작품인데, 참 인간이라는 생물을 잘 관찰했다는 느낌이 드는 단편이다. 동물이 자신의 집을 더욱 안전한 공간으로 만들려 할 수록 그 공간에 집착하여 근심과 불안에 떠는 이야기인데, 이는 인간의 숙명 자체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라는 단어를 대입해보면 딱 우리의 모습과 같다. 끝없는 불안, 여기저기서 시달리는 삶, 이런 것들에 희생당하면서도 지키려 하는 그 무엇... 카프카라는 작가가 인간의 삶을 얼마나 철저히 분해하고 분석했나를 볼 수 있는 단편이었다.
작가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때로는 우울해지기도 한다. 소설 속의 인물이 또는 동물이 또는 벌레가, 나 자신의 모습과 비슷해 보이기 때문이다. 현실에 아등바등 버둥거리고, 원하는 것을 얻고자 그만큼 무언가를 희생하고, 결국엔 나 혼자가 된 듯한 소외감을 느끼는, 현대인의 모습 그대로의 내 모습 말이다. 현실에 힘든 이들에겐 카프카의 작품을 꼭 읽어 보라 권하고 싶다. 이 책의 단편들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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