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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와인버그의 세상을 설명하는 과학
스티븐 와인버그 지음, 이강환 옮김 / 시공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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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한 과학의 역사, 세상을 설명하다 - 스티븐 와인버그의 세상을 설명하는 과학 _ 스토리매니악


세상을 이해하는 관점은 여러가지다. 과학적 학문의 영역에서 바라볼 수도 있고, 종교적인 관점에서 볼 수도 있다. 또는 문화적으로 문학적으로 철학적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이처럼 이해의 다양한 관점이 존재하지만, 그 중에서도 과학적 접근은 지금의 세상을 가장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관점을 제시해준다.


나는 그다지 세상을 이해하고픈 생각이 없는 사람이다. 세상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그 합리적 근거가 어떻게 쌓여 지금에 이르렀는지, 아직 발견하지 못한 세상의 비밀은 무엇인지, 이러한 것들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것에는 정말이지 관심 없다. 새로운 관점과 합리적인 추론들이 증명될 때, '아, 그렇구나' 짧게 감탄하고 말 뿐..


이런 내 관심 부족은 학자들의 탓도 있다. 그들은 세상에 대한 여러 사실을 우리가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한다. 이런 내용이 즐거운 이들도 있겠지만, 내게는 흥미를 뚝뚝 떨어뜨리는 방식일 뿐이었다. 그러나, 이 책은 이런 기조와는 다른 방식을 통해 과학으로 이루어진 세상을 설명한다. 저자는 '어떻게 알게 되었는가' 가 아닌, "우리가 어떻게 지금의 방식대로 세상을 이해하게 되었는지" 에 초점을 맞춘다.


이는 과학의 역사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자세를 갖게 하는 것이 아니라, '왜? 어떻게?' 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때문에 좀 더 능동적으로 그간의 과학이 어떤 추론과 증명, 비판과 수정을 통해 발전해 왔는지, 지금의 우리는 지금의 과학을 어떻게 믿고 이해하게 되었는지 큰 그림으로 이해하게 된다. 저자는 물리학의 본질에 대한 자신만의 관점을 설명하고, 과학이 인류의 역사를 만들어온 종교, 기술, 수학, 미학 등과 어떤 관계를 유지해 왔는지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이러한 과정을 단순한 역사적 사실만을 나열하는 것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즉, 과거의 시선에서 그 당시의 과학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시선에서 과거의 과학을 바라본다. 현대 과학자의 시선으로, 저 멀리 그리스 물리학에서부터 과학 혁명의 시대에 이르기까지의 과학을 세세히 들여다 보며, 과거의 과학이 가졌던 문제와 오류들을 짚어보고, 지금의 과학에서 본 그 때의 과학들이 어떤 의미였는지를 짚어보고 있다. 언뜻 어려운면서도, 또 묘하게 이해가 되는 이러한 과정들은, 그간 과학서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시원함을 가져다 준다.


과거의 과학이 지금의 과학에 비해 비과학적이었다, 오류 투성이였다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과학의 역사에 어떤 일들이 있었고, 어떤 과정을 거쳤으며, 그런 과정들이 얼마나 어려운 일들이었는지, 그런 과정의 산물인 현대 과학이 얼마나 소중한 가를 느낄 수 있다. 과학은 모르는 것에 대해 추측하고 이를 증명하며, 증명한 것을 비판적으로 보며 발전시키고, 때로는 이를 뒤엎는 혁명이 뒤섞여 이루어진다. 이런 과정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결과적인 것에만 집중해 과학을 바라본다면, 당연히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학문 그 자체로 남고 말 것이다.


때문에 저자가 또 다른 관점에서 보여주는 고대 과학의 새로운 모습, 과학 역사의 새로운 모습은 흥미롭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과학은 변할 수 밖에 없음을 알고, 여러 변혁의 과정들이 있었음을 알게 되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없는 것 같다. 과학은 완벽하지 않다. 지금은 진리처럼 받아들여지는 과학 이론도 언젠가는 오류로 판명날 수도 있다. 과학은 지금도 변하고 있다. 그런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 지나온 과학의 역사를 되짚어 보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결과론적 관점이 아닌 저자가 제시한 새로운 관점을 유지하며 과학을 바라볼 때, 또 다른 모습의 과학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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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읽다 - 꽃의 인문학 ; 역사와 생태, 그 아름다움과 쓸모에 관하여
스티븐 부크먼 지음, 박인용 옮김 / 반니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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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넓고 깊은 꽃의 자연사 - 꽃을 읽다 _ 스토리매니악
늘 옆에 있으면서도 존재감이 가장 작은 것은 바로 자연이 아닐까? 잊고 살다 문득문득 눈에 띄어 그 아름다움에 감탄하거나 갑자기 자연 속에 던져지고 싶어 떠나기도 하니 말이다. 까마득한 시간을 인류와 함께 하면서 그 생명력을 유지하고 인류에 끝없는 이로움을 던져주는 자연의 속살을 상당히 모르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단지 내 마음을 평안케 하기 위한 대상물로써만 자연을 보거나 즐겼으니 말이다.
수많은 자연물 중에서도 인류에게 가장 화려한 기쁨을 주는 것이 꽃이다. 화려한 색깔과 향기, 아름다운 자태,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꽃들을 보면 인류는 취하곤 한다. 그래서 꽃은 그 먼 옛날부터 어떤 상징이 되거나 기념물이 되어왔고, 지금은 안마당에서 고이고이 키워가며 즐거움을 만끽하는 존재가 되곤 한다. 그 어떤 자연물 보다 인간과 친숙한 것이 바로 꽃일텐데, 이 꽃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물으면 대답이 망설여진다. 단지 꽃의 종류나 특징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 꽃이 가진 인류사적 자연사적 의미와 역사에 대해 말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의문을 해소해 줄만한 책이다. 꽃이 어떻게 생겨나고 번식을 하는지 부터, 인간이 그것들을 재배하고 판매하게 된 이야기, 식품으로써의 꽃이 사용되는 이야기, 더 나아가 꽃이 인간의 문화사에 침투하여 다양한 미술, 문학, 신화 등에 자리잡은 이야기와 과학의 발달로 꽃이 의료에 사용되는 이야기까지, 그야말로 꽃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다루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꽃에도 역사가 있어 그 역사를 주욱 훑어내려오는 느낌이다. 단지 자연의 대상으로 존재하던 것이 인간이라는 종을 만나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며 인류의 생존에 톡톡히 한 몫하고 있다는 대목에 이르면 단지 보고 즐기는 대상으로써의 꽃이 조금 달라 보이기까지 한다. 넓고도 깊게 인간의 역사와 맞닿아 있으면서도, 훌륭히 인간과의 공존을 이어오고 있는 꽃이 위대해 보이기도 한다.
저자는 꽃과 인간이 동반자 관계임을 특히 강조한다. 꽃과 사람은 생존하기 위해 서로를 필요로 하는 존재이며 서로를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존재라고 말이다. 인간이 생존의 위험에서 허덕일 때, 꽃이 많은 도움을 주었듯, 환경적 위기로 생명을 다하고 있는 꽃들을 이제 우리가 지켜줘야 함을 이야기한다. 책을 읽으며 가장 깊게 다가왔던 부분이기도 한데, 결국 저자는 꽃의 자연사를 이야기하면서 꽃이 인류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일깨우고, 이제 인류가 꽃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야기하려는 듯 했다.
많은 부분에 있어 꽃에 대한 인식이 한 번에 바뀌긴 힘들터이지만, 이제는 꽃을 좀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을듯 싶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꽃이 갖는 의미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우리 주위의 자연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되는 시작이 아닐까도 싶다. 단지 아름답기만 한 꽃이 아니라, 인간의 역사에 큰 의미를 갖는 자연물로써의 꽃을, 이 책을 통해 만나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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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움직이는 수학개념 100
라파엘 로젠 지음, 김성훈 옮김 / 반니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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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의 수학을 찾는 탐험 이야기 - 세상을 움직이는 수학 개념 100 _ 스토리매니악


애초에 수학을 즐기기에는 무리인 두뇌를 타고났다. 덕분에 일찌감치 흥미를 놓았고, 수학이 지닌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볼 겨를도 없었다. 성인이 되어 내 주변의 모든 세상이 수학 개념의 집합체인 것을 알고 놀라기도 했고, 새삼스레 수학의 가치에 대해 감탄한 적도 있다. 우리 주변은 알게 모르게 수학이 지배하고 있다. 다양한 자연현상은 물론이고, 입고 있는 옷과 지나다니는 자동차, 내가 쓰고 있는 물건 그리고 이 세상을 움직이는 시스템까지, 어디 한 곳 수학이 관여하지 않는 곳이 없다.


다만,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살 뿐이다. 솔직히 그 모든 걸 수학적인 개념으로 이해하고 그 가치를 곱씹고 사는 것만큼 답답한 일도 없을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드는 생각 중 하나는, 수학이 우리 주변을 지배하고 있다는 걸 인식하고 애써 생각할 필요는 없지만, 내 주변의 모든 수학 개념을 통해 수학이 가진 가치를 이해할 필요는 있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친근한 수학으로써 우리 현실의 구석구석 자리하고 있는 수학으로써, 수학의 존재를 재인식하게 된다면 숫자의 개념이 좀 더 쉬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저자는 수학이 지닌 가치를 쉽게 전달하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다. 빗방울에서 종소리에서 발견할 수 있는 수학의 새념들을 대중이 이해하기 쉽게 담아냈다. 책 속의 활자로만, 연구자들의 공식으로만 수학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현실의 모든 영역에서 우리 삶과 함께 수학이 호흡하고 있다는 것을 저자는 잘 보여주고 있다.


늘 접해 왔던 사물이나 형태들에 몰랐던 수학적 개념이 있음을 보았을 때는 일종의 감탄이 흘러나오기도 하고, 수학이라는 것이 참 심오한 세계구나 새삼 놀라게 되기도 한다. 생각이 발전하면 인간의 세계가 모두 수학 공식으로 이루어진 것만 같고, 이는 누군가가 컴퓨터 프로그램을 짜듯 코드로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어느 소설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저자는 이런 내용들을 주위에서 날카롭게 포착해내 쉬운 언어로 풀어내 전하고 있다. 수많은 이야기 제재들을 선별하고 수학에 흥미를 느끼고 수학의 가치를 이해할 수 있도록 이를 잘 포장하여 대중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저자의 솜씨에 감탄하게 된다. 수학을 단지 공부로만 인식하는 학생시기에, 이 책을 한 번 읽게 한다면 학생들이 수학을 대하는 태도 자체가 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져 든다. 어쩌면 수학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학문이니까 말이다.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인문학을 공부하듯,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수학을 공부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 주변 세상에 숨어 있는 수학의 개념들을 매력적으로 설명한 이 책을 보며, 우리가 생각하던 시험 수단으로써 수학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시험의 통과 의례로, 강제적인 공부 수단으로써의 수학이 아니라, 우리 삶을 좀 더 이해하기 위해 방법으로써의 수학을 이 책을 통해 보게 되었다. 주위에 중고등학생의 학생들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선물하면 참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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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설계도, 게놈 - 23장에 담긴 인간의 자서전
매트 리들리 지음, 하영미.전성수.이동희 옮김 / 반니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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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서, 게놈을 이야기하다 - 생명 설계도, 게놈 _ 스토리매니악


벌써 꽤 지난 이야기인데, 인간 게놈의 해석이 모두 끝났다고 해서 전세계가 들썩 거린 일이 있었다. 인간이라는 생물의 비밀을 한꺼풀 들여다보는 이 과학적 성과는, 인류가 가진 질병과 유전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 것과 동시에, 유전자 조작이라는 윤리적 문제도 크게 대두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솔직히 비과학자의 입장에서 '그렇구나, 인간의 비밀이 하나 밝혀졌구나, 유전자의 세계가 열렸구나' 하는 정도지, 그 이상의 감흥은 없었다. 게놈 해석을 통해 불치병들이 고쳐지려나 하는 막연하 기대 정도?


그야말로 표피만 살짝 건드리는 식의 게놈에 대한 이야기는 이해할 길이 별로 없다. 게놈이라는 녀석이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지, 그것이 왜 중요한지, 게놈 해석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 알기는 참 어려웠다. 게놈에 대한 글을 좀 보려해도 뭐 그리 어려운 용어가 많고 이해되지 않는 문장이 많은지, 한 두장만에 나가떨어지기 일쑤였다. 이는 나만 느끼는 문제는 아니였을 것이다. 좀 더 쉬운 게놈에 대한 이야기, 우리 인간이 지닌 유전자에 대한 이해하기 쉬운 텍스트가 절실했다.


<생명 설계도, 게놈>은 그런 면에서 우리의 궁금증을 쉽고도 상세하게 해소시켜주는 책이다. 게놈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구성된 이 책은, 23개의 염색체마다 하나의 특징적 유전자를 선택해, 이 유전자의 발견 및 그 유전자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쉬운 문장으로 전달해준다. 마치 박물관을 가이드의 안내로 돌아보는 느낌이랄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풀어 이야기해주고, 지루해질만한 부분은 과감히 뛰어 넘으며, 흥미가질만한 부분은 다양한 비유와 과학자들의 성과를 통해 위트있게 전해준다.


책이 전하는 바는 과연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유전자라고 하는 것들이 어떻게 진화하고, 이것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생명체가 지닌 신비를 한꺼풀 벗겨내고 있다. 저자는 책에서 게놈을 '인류가 겪어온 중요한 사건을 기록한 자서전' 과 같다고 표현했다. 저자는 인류가 진화라는 과정을 통해 어떻게 지금의 유전자를 지니게 되었는지를 설명한다. 그 과정 속의 유전자가 지금의 인류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유전자 안에 담긴 수 많은 이야기들이 인류가 지내온 역사이자 지금의 인류를 만든 것이라 생각하면 일종의 경이감이 느껴진다. 알 수 없는 떨림이 조용히 일어나는 느낌이랄까?


과학의 신비, 인체의 신비라는 말을 많이 들어봤지만, 그다지 감흥은 없었다. 오히려 이 책을 통해 유전자가 해낸 일들을 볼 때 더 격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이 작디 작은 유전자가 이 같은 엄청난 일을 하고, 그 작은 유전자를 통해 인간이라는 형체가 만들어졌다는 생각은 정말 아득하기만 하다.


책에 담긴 이야기는 우리가 가진 유전자에 대한 이야기지만,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아우르는 인류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쉽게 쓰인 문장으로 그 모든 이야기를 충분히 알아 들을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이 같이 재미난 역사책이 또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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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그 자체 - 40억년 전 어느 날의 우연
프랜시스 크릭 지음, 김명남 옮김, 이인식 해제 / 김영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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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 일으킨 기적 - 생명 그 자체 : 40억년 전 어느 날의 우연 _ 스토리매니악


나는 의외로 자연과학에 관심이 없는 편이다. 한 때는 이과계열이 나에게 잘 맞는다고 생각했던적도 있지만, 돌아보면 참 그쪽이랑은 안 맞았던 걸로 보인다. 커서도 크게 관심이 가지 않아, 이쪽 분야의 이야기는 내게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다. 특히 인류의 탄생과 관련한 생물학 분야는 정말 다가가기 힘든 분야였다.

 

이 책 <생명 그 자체 : 40억년 전 어느 날의 우연>도 어쩌면 내게 그런 분야의 책으로 분류되어 읽지 못했을 가능성이 많았다. 그러나, 이 책을 선택하고 읽게 된 이유는, 지구 생명의 기원과 탄생에 대한 색다른 관점을 소개하고 있어서였다. 물론 원서는 나온지도 오래 되었고(이 책의 원서는 1981년 출간되었다), 이쪽 분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그리 낯선 관점도 아닐 것이다. 순전히 문외한인 내 지식수준에서의 색다름이다.

 

내 관심을 끈, 이 책에서 말하는 관점은, '정향 범종설' 에 대한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한 말인데, 정향 범종설은 고도로 발달한 외계 생명체가 DNA를 담은 일종의 씨앗인 미생물을 지구로 보냈고, 그것이 진화를 거듭해 오늘날의 생명체가 되었다는 이론이다. 한마디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외계인의 후손이라는 거다.

 

재미난 발상이다. 그것도 1980년대에 이런 생각을 했다니 재미나기 그지없다. 지구 생명체의 기원은 그야말로 인류의 난제다. 어떻게 생명이 시작되었는지, 그 탄생의 비밀은 아직도 아득한 비밀 속에 갇혀있다. 혹자는 외계 생명체로부터의 기원이 허무맹랑하다고 생각할 수도, 비과학적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구 내에서 여러 환경이 복합적으로 맞아떨어져 생명체가 기원했다는 것도 시원스레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책을 보니 재미난 내용이 더 많이 보였다.

 

마치 소설가인가 싶을 정도의 상상력이 담겨 있다. 현대생물학의 초석을 다졌다는 'DNA 이중나선 구조' 를 발견한 학자인 저자가 이런 대단한 상상력을 발휘했다니 놀라울 뿐이다. 단지 상상력에 머무는 것만도 아니다. 상상력의 기틀을 세우고, 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해나가고 있다. 천문학, 화학, 생물학을 넘나들면서 기존의 학설들을 논하고 비판하며,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주장한다. 생명이 탄생하는 순간을 상상하게 하고, 마치 우주가 하나의 유기체로 생각되도록 저자는 이야기를 풀어간다.

 

솔직히 책의 내용이 내가 아는 지식의 수준을 넘는 것이 있어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다. , 그 내용들이 얼마만큼의 과학적 증명이 가능한 것인지, 지금의 과학계에서 얼마만큼 인정을 받고 있는 것인지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바를 통해 아직도 현대과학의 힘으로 입증하지 못한 우주 그리고 생명체에 대한 신비를 이해하는, 또 다른 시각을 갖게 되었다. 안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바깥에서 시작했을 수도 있다는 저자의 주장이 안과 밖을 모두 보는 시야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저자만의 독창적 사고와 이론이 나름의 논리로 이어지며 흥미를 끌어내는 책이다. 관련 지식이 있다면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듯 하다.내 경우 부족한 부분이 많아 몇몇 장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곳도 있고, 아예 건너뛰게 된 곳도 있다.

 

40억 년 전 어느 날, 우연으로 인해 지구에 심어진 씨앗이, 지금의 복잡다단한 지구를 만들었다는 상상을 하면 가슴이 벅차오르기도 한다. 상상력의 힘을 과학에 접목해 그 가능성의 기대를 한껏 부풀리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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