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가 사는 집
김상현 외 지음, 전홍식 옮김, SF&판타지 도서관 / 작은책방(해든아침)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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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과 과학의 세계 - 조커가 사는 집 _ 스토리매니악


소설이라는 장르는 상상력의 세계다. 분류되는 세부 장르에 따라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 작가의 상상력이 관여하는 세계다. 허구와 현실을 넘나드는 상상력의 깊이가 특히 중요한 장르가 있는데, 바로 공상과학소설이라 불리는 SF 소설이다. 장르의 이름에도 나타나 있듯, 원어는 과학 소설을 말하지만 통칭하여 과학적 내용과 공상적 줄거리가 있는 소설을 나타낸다. 그만큼 작가가 상상력을 발휘하여 구축해야 하는 세계가 중요한 장르다.


보통 SF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미래의 고도로 발달한 과학문명이 존재하는 세계다. 때로는 우주가 배경이 되기도 하고 외계인이 등장하기도 하고, 가상현실의 공간에 지배당하는 지구를 그리기도 한다. 이런 이미지는 꽤 굳어진 것이어서 SF 하면 으레 스펙터클한 세계를 생각하기 마련이다.


이런 생각을 조금은 깨야 할 듯 싶다. 이 책 SF 소설 단편집 <조커가 사는 집>은 큰 볼륨을 가진 상상력의 세계를 그리기 보다는, 우리와 친숙한 공간에 더 가깝다. 마치 지금의 현대인이 사는 공간에 가상현실 혹은 발달한 과학을 살짝 떨어뜨린 느낌이다. 현재의 우리 삶의 모습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그 세세한 부분은 고도의 과학기술이 침범한 상태, 혹은 암울한 디스토피아적 색채를 드리운 모습이다.


나는 국내 작가들의 SF 소설을 볼 대, 두 가지를 중점적으로 본다. 하나는 이야기의 구성력이고, 다른 하나는 세계를 그리는 상상력이다. 아무래도 SF 소설 장르가 발달한 외국과는 달리, 국내의 협소한 SF 시장에서 활동하는 국내 작가들은 이 두 가지가 아쉬운 경우가 많다.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드는 구성력이 약하거나, 작가가 그리는 상상력의 깊이가 너무 얕은 경우, 이 두 경우 모두 이야기에 흥미를 떨어뜨리고 아쉬움을 갖게 만드는 요소다.


상상력의 세계를 볼륨있게 그리지 못하고 살짝 가상현실만 믹스한 느낌의 소설, 물 흐르듯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술만 되어 있는 듯한 느낌의 소설도 있었다. 말하고자 하는 소재와 주제의 기발함은 있으나, 구성력과 상상력이 부족한 경우였다.


하지만, 어떤 소설들은 그 깊이는 다를지 모르나 이 둘을 잡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아, 이런 느낌으로 SF 소설이 만들어질 수도 있구나' 하는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소설이었다. 현재의 세계를 살짝 비틀거나, 상상의 공간을 한정해 놓아도 충분히 구성력과 상상력을 잡을 수 있는 소설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확실히 어필해 주었다.


인상적인 점은 이러한 점을 가진 소설을 이 소설집에서 꽤 발견했다는 점이다. 각기 색채도 다르고 다루고 있는 소재나 주제도 다른 이야기들이라, 지루하지 않게 하나하나 맛 보는 재미가 있었다. SF 소설은 호흡이 길고 볼륨이 큰 장편소설도 좋지만, 이야기가 함축되어 있는 단편도 상당히 좋다. 개인적으로 후자를 더 선호하는 편인데, 이 소설집에 실린 것처럼 다양함이 존재하는 소설집을 더 찾아 읽어보고 싶어진다.


이 소설집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더 많은 소설집으로 우리 작가들의 SF 소설을 만나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국내 작가들의 SF 소설로 더 다양한 SF 세계를 맛 보고 싶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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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집
기시 유스케 지음 / 창해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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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라 하기엔 뭔가 아쉬운 - 검은 집 _ 스토리매니악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는 사람이다. 지금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흉악한 범죄, 끔찍한 살인은 물론이고, 사람간의 관계에 있어서의 잔혹함, 정체를 알 수 없는 분노 등도 이를 증명한다. 보통 알 수 없는 존재, 생각지도 못한 존재들에 대해 공포를 느낀다고들 하지만, 현대에 있어서는 눈 앞에 뻔히 보이는 존재, 똑같은 사람의 형체를 하고 있는 존재, 갑작스레 돌변하며 끈질긴 고통을 가해오는 존재가 가장 큰 공포의 대상이다.


사람에 대한 공초를 잘 파헤친 작품이 이 책 <검은 집>이다. 일본 호러 대상을 수상하며 출간 직후 많은 인기와 함께 상당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작품이기도 하다. 보험회사에 근무하는 주인공이 보험 사기극에 휘말리면서 겪게 되는 사건을 다루고 있는 이야기다. 이야기 자체는 단순하지만, 보험 사기극이라는 사회 문제, 배덕증후군이라는 심리학적 이론, 곳곳에 등장하는 곤충학적 지식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소설이다.


하지만, 기대했던 공포감에는 미치지 못하는 소설이었다. 검은 집이라는 뭔가 나올 것 같은 불길함을 가진 설정, 압박해 오는 악인의 비정상적인 행동들, 끔찍한 살해 장면 등의 묘사 등이 있었지만, 문장이 훅 밀고 오는 두려움 가득한 공포감이 느껴질 정도는 아니었다. 결말 부분에 이르러 끔찍한 살인으로 조여오는 긴장감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호러 소설이라 부르기에는 내게 너무 무른 정도였다.


장르의 분류 또한 모호하다. 호러소설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명확히 그 색채를 띄지는 못한다. 내가 읽기엔, 적어도 내 기준엔, 이 소설은 어느 정도의 미스터리적인 구성과, 어느 정도의 스릴러적인 전개, 어느 정도의 끔찍함이 섞인 공포가, 상당히 균형을 이루며 분포해 있다. 좋게 얘기하면 균형을 잡으며 각각의 장점을 모두 취했다 하겠지만, 나쁘게 말하면 그 어느쪽도 아닌 조금은 싱거운 스타일의 소설이라 말할 수 있다.


이야기에서 좋았던 부분은 단열 결말에 이르는 과정과 그 묘사들이다. 이 부분에서도 스릴러, 미스터리, 공포의 향기가 모두 섞여 있지만, 확연히 공포에 치우쳐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사건의 발단이자 결말인 장소에서, 끔찍한 살인의 실체를 마주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소름이 돋을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박력이 있다.


이야기 자체가 재미 없지는 않다. 오히려 꽤 재미나게 읽은 책이다. 특히 결말에 이르는 박력은 인기의 이유를 말해주는 듯 했다. 그러나, 책에 가졌던 기대감에 비해서는 조금 아쉬운감을 지우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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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인형 모중석 스릴러 클럽 23
제프리 디버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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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하라, 어떤 단서도 놓치지 않도록... - 잠자는 인형 _ 스토리매니악


'제프리 디버' 가 이 시대를 대표하는 스토리텔러 중 한 사람이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의 대표작인 <링컨 라임 시리즈>를 비롯한 다양한 작품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으며, 그의 작품이라면 우선 기대 점수가 팍팍 매겨진다. 작가의 특기인 절묘한 반전, 현란한 전개와 읽는 재미를 더하는 속도감 까지, 그의 스릴러에서 풍기는 재미로 인해 늘 기대를 갖게 만든다.


이 작품 <잠자는 인형> 또한 그런 기대를 한껏 안고 읽게 되었다. 컬트 범죄를 중심 소재로 다루는 작품인데, '맨슨의 아들' 이라 불리는 인물이 탈옥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희대의 컬트 범죄자와 심문과 동작학 전문가 '캐트린 댄스' 의 대결이 중심 구도를 이루는 소설이다.


초반에는 이야기의 베이스를 만들기 위해 상당히 애를 쓴 흔적이 역력하다. 속도감은 있지만 아무래도 긴장감은 떨어지는데, 이는 이 작품이 '캐트린 댄스' 를 앞세운 첫번째 시리즈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새로운 시리즈를 시작하려면 인물에 대한 배경이나 성격을 제대로 잡아 놓고 들어가야 하는데, 이를 위한 베이스 작업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모양새다.


이 부분만 잘 벗어나면 이야기 자체는 스릴러의 재미를 함껏 맛 볼 수 있는 구성을 지닌다. 공포감을 유발시키는 범죄좌와 이를 뒤쫓는 형사들, 이어지는 추가 희생자와 쫓고 쫓기는 추격전들, 희대의 범죄자를 잡기 위해 동원되는 다양한 수사방법들까지, 스리럴물이 줄 수 있는 재미들을 한 껏 응축한 모양새다.


이 작품에서는 특히 사람 심리에 대한 묘사와 이를 이용한 소재들이 눈길을 끈다. 탈옥한 범죄자 '다니엘 펠' 이 컬트 그룹의 리더였고, 그는 사람을 통제하고 이용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묘사된다. 주인공인 이런 펠의 심리와 행동을 분석하고 이를 위해 그의 예전 패밀리를 이용하는 등, 사람의 심리상태를 위한 다양한 도구들과 행동들이 잘 활용되고 있다. 이야기 속에 이런 내용들이 잘 녹아 있는데, 뭔가 늪에 발을 담근 듯 이야기로 빨아들이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야기를 읽으며 주인공의 분석으로 펠을 보게 되고, 그런 펠이 어떤 행동을 할까 왜 이런 행동을 할까 생각해 보는 재미는 여타 소설들과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해준다.


이야기의 스토리 자체가 특별하달 것은 없지만, 그 안에 농축되어 있는 재미는 다른 스릴러물과는 차별점을 지녔다고 보인다. 소설을 읽으면서 내내 심리적인 면에 휘둘린 부분이라던가, 화려한 액션이 동반되는 긴장감 보다는, 인물과 사건이 주는 긴장감이 훨씬 재미를 더하고 있다. 여기에 작가 특유의 반전의 반전을 세련되게 표현하는 부분들은 멋진 스릴러 한 편을 읽었구나 하는 감정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게 만든다.


스릴러물 자체를 좋아하는 이들은 물론이고, 심리적인 면이 강조된 스릴러물을 원하는 이들이라면 정말 재미나게 읽을만한 소설이다. 묘한 긴장감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읽으며 충분히 그 매력에 빠져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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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파운드의 슬픔
이시다 이라 지음, 권남희 옮김 / 예문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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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사랑의 감정이 스며들 때 - 1파운드의 슬픔 _ 스토리매니악

 

남녀간의 '사랑' 도 인스턴트화 되어가는 시대다. 빨리 붙고, 빨리 식고, 오늘과 다른 사랑을 하고, 뭐든 쉽고 빨라져 사랑이 주는 포근한 여운마져 느낄 새가 없을 정도다. 그런 시대에 사랑 이야기가 무슨 소용일까 싶지만, 아직, 그 사랑 이야기를 잔잔하면서도 힘 있게 그려내는 작가가 있는데, 바로 '이시다 이라' 라는 작가다.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4teen> 같이 성장소설 혹은 추리소설로 더 알려진 작가인데, 실상 이 작가의 소설은 커버하는 장르의 범위가 넓다. 특히 '연애소설' 에서도 상당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데, <잠 못 드는 진주>, <슬로 굿바이> 같은 작품이 이 범주에 속한다. 이 소설들을 보면, 여성의 심리 묘사를 어찌이리 세밀하게 그려냈을까, 사랑이라는 주제를 어찌 이리 유려하게 그려낼 수 있을까 감탄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작가의 연애소설을 상당히 좋아하는 편인데, 이번에 <1파운드의 슬픔>으로 다시 만났다. 이 작품은 작가가 한참 왕성하게 활동하던 때에 쓰여진 작품으로 알려져 있으며, 국내엔 이미 출간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절판이 되어 읽어 보지 못했던 작품인데, 이번에 재출간으로 만났다. 작가는 <슬로 굿바이>에 이어지는 연애 단편집으로 이 책을 소개하고 있는데, 삼십 대의 연애를 테마로 한 작품집이다.

 

이 소설집에는 다양한 형태의 사랑 이야기가 등장한다. 막 사랑을 시작하려는 커플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하고, 일과 연애에서 고민하는 인물이 그려지기도 하고, 먼 거리를 사이에 두고 애틋한 사량을 나누는 커플의 이야기가 펼쳐지기도 하며, 따스한 사랑에 목말라 하는 인물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20대의 열정적인 혹은 순식간에 불타오르는 사랑이 아니라, 더 공감이 가는 이야기들이다. 천천히, 사랑에 돌입하는 사람들의 설레임, 사랑에 막 빠져 든 후의 나른함, 조용히 흐르는 사랑의 감정들, 삼십 대의 사랑이기에 조금은 더 진중하고 아름다운 감정들이 펼쳐진다. 작가가 표현하는 이 부분이 참 좋은데, 사랑에 빠지기 시작한 사람들의 심리를 기가막히게 표현해낸다.

 

 앞으로는 꺄악하고 놀랄 일도 로맨틱한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나이만 먹어갈 뿐이죠. 기대 같은 것 하지 않는 편이 좋아요. 그러면 불안도 없어져요. “

 

유려하기 그지없는 문장들에 얹힌 소설 속 인물들의 감정은, 그야말로 부드럽게 가슴에 와 닿는다. 요란함이 없다. 이야기를 읽다보면 어느새 소설 속 인물들의 감정이 조용히 스며든다. 마치 그들의 사랑 감정에 전염되는 느낌이랄까?

 

'이시다 이라'  <1파운드의 슬픔>을 통해 보여주는 사랑 이야기의 힘은, 바로 '공감' 에 있지 않나 싶다. 삼십 대라면 생각해 보았음직한, 또 사랑에 막 빠져드는 시기에 느꼈던 감정들을 익히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작가가 전하는 사랑이야기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소설 속 인물들이 하는 고민과 그들이 '사랑이라는 주제에 대해 느끼고 있는 감정들 또한, 우리가 잘 아는 감정이고 고민이기에 더 깊은 공감을 만든다. 이야기에 몰입하고, 인물들에 감정이입이 되고, 그들의 사랑이야기에 촉촉이 젖어가는 이유가 바로 '공감'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작가가 만들어내는 연애 이야기, 그 안에서 느껴지는 공감의 힘이 상당했던 소설집이다. 감정에 빠져 페이지를 슬그머니 넘기게 된다. 슬슬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의 초입에, 포근한 사랑 이야기로 가슴 한 번 데워두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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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인 골드
앤 마리 오코너 지음, 조한나.이수진 옮김 / 영림카디널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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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가둬둔 아픈 가족사 - 우먼 인 골드 _ 스토리매니악

 

'역사' 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는, 정말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한 나라의 흥망성쇠, 나라간의 알력 다툼, 그 안에서 희생당한 수 많은 인간, 또 가족들까지, 정말 다 이야기하지 못할 정도의 수 많은 이야기들이 살아 숨 쉰다. 많은 역사학자, 작가들은 바로 이러한 이야기들을 찾아내어 되살려내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그런 이야기들을 꺼내어 보여줄 때, 나는 참 심장이 뛴다. 어쩌면 전혀 몰랐을 이야기를 이렇게 만나게 된다는 사실에 벅차오른달까?

 

또 하나의 어쩌면 알지 못한 채 평생을 지났을 이야기를 만났다. 바로 '구스타프 클림트' 와 그의 그림에 얽힌 역사라는 소용돌이 안에 갇혔던 이야기다. 실상은 내가 예술에 무지해서이기도 하지만, '클림트' 라는 화가와 그의 유명한 작품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이 작품에 얽힌 한 가족의 아픈 역사가 있었는지, 그들이 어떤 일들을 벌이고 있었는지 전혀 몰랐다.

 

이 책은 하나의 역사서 같다. 다만 큰 맥락에서의 역사서가 아니라, 한 예술가의, 또 한 가족의, 또 그들이 얽힌 치열한 명예 회복의 과정이 담긴 조금은 개인에 맞춘 역사서랄까? 하나의 초상화에 얽힌 실화를 큰 역사의 흐름 속에서 밝혀내는 이야기였다. 솔직히 이 책의 줄거리를 이쯤에서 옮겨 보고 싶었는데, 몇 줄의 문장으로 소개할 수 없을 만큼의 역사의 시간과 흐름을 이 책에서는 이야기하고 있다. '클림트'  '아델레' 가 살았던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예술과 관련 된 모습들,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이라는 그림이 어떻게 그려지게 되었는지에 대해, 나치와 오스트리아 정부에 의해 '마리아' 가문이 겪어야 했던 가슴 아픈 가족사와 그들이 명예회복을 하기까지의 과정이, 마치 하나의 역사책과도 같았다.

 

하지만, 이야기 자체는 역사책처럼 딱딱하지는 않다. 오히려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고 해도 될 만큼 유려하다. 한 예술품을 둘러싼 여러 이야기를 하면서, 서서히 이야기의 초점을 옮겨가는 과정은 이야기의 매력에 빠지기에 충분한 정도다.

 

이야기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분될 수 있는데, 각각에서 이야기하는 초점을 살짝 다른 점이 이채롭다. 어떤 사람은 클림트와 아델레의 사랑 이야기로 읽을 수도, 또는 초상화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로, 또는 전쟁에 짓밟힌 한 가족의 아픈 가족사로, 또는 그 가족이 명예회복을 위해 싸우는 이야기로도 읽을 수 있겠다 싶다. 어떤 부분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이 책을 정의하는 방식이 다를 것 같다.

 

나는 이 소설이 사랑 이야기를 한다기 보다는, 예술품을 둘러싼 한 가족의 아픈 가족사와 그 아픔을 씻어내고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싸우는 이야기로 들렸다. 그렇기에 그들이 싸우는 과정을 보는 동안, 또 이야기의 결말에 이르는 순간에 느꼈던 감동은 사랑의 애틋함 보다 컸다앞으로 클림트의 이 그림을 보면, 소설 속의 가족 이야기가 고스란히 재생될 것만 같은 느낌이다.

 

이 소설은 얼마 전 동명의 이름으로 개봉된 영화 때문에 더 유명해진 듯 하다. 다만, 그 영화의 이야기와 원작인 이 소설의 이야기는 초점이 살짝 다른 모양이다. 어느 쪽을 택하든 상관은 없겠지만, 원작이 주는 감동을 더 느껴 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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