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인 골드
앤 마리 오코너 지음, 조한나.이수진 옮김 / 영림카디널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역사가 가둬둔 아픈 가족사 - 우먼 인 골드 _ 스토리매니악

 

'역사' 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는, 정말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한 나라의 흥망성쇠, 나라간의 알력 다툼, 그 안에서 희생당한 수 많은 인간, 또 가족들까지, 정말 다 이야기하지 못할 정도의 수 많은 이야기들이 살아 숨 쉰다. 많은 역사학자, 작가들은 바로 이러한 이야기들을 찾아내어 되살려내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그런 이야기들을 꺼내어 보여줄 때, 나는 참 심장이 뛴다. 어쩌면 전혀 몰랐을 이야기를 이렇게 만나게 된다는 사실에 벅차오른달까?

 

또 하나의 어쩌면 알지 못한 채 평생을 지났을 이야기를 만났다. 바로 '구스타프 클림트' 와 그의 그림에 얽힌 역사라는 소용돌이 안에 갇혔던 이야기다. 실상은 내가 예술에 무지해서이기도 하지만, '클림트' 라는 화가와 그의 유명한 작품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이 작품에 얽힌 한 가족의 아픈 역사가 있었는지, 그들이 어떤 일들을 벌이고 있었는지 전혀 몰랐다.

 

이 책은 하나의 역사서 같다. 다만 큰 맥락에서의 역사서가 아니라, 한 예술가의, 또 한 가족의, 또 그들이 얽힌 치열한 명예 회복의 과정이 담긴 조금은 개인에 맞춘 역사서랄까? 하나의 초상화에 얽힌 실화를 큰 역사의 흐름 속에서 밝혀내는 이야기였다. 솔직히 이 책의 줄거리를 이쯤에서 옮겨 보고 싶었는데, 몇 줄의 문장으로 소개할 수 없을 만큼의 역사의 시간과 흐름을 이 책에서는 이야기하고 있다. '클림트'  '아델레' 가 살았던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예술과 관련 된 모습들,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이라는 그림이 어떻게 그려지게 되었는지에 대해, 나치와 오스트리아 정부에 의해 '마리아' 가문이 겪어야 했던 가슴 아픈 가족사와 그들이 명예회복을 하기까지의 과정이, 마치 하나의 역사책과도 같았다.

 

하지만, 이야기 자체는 역사책처럼 딱딱하지는 않다. 오히려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고 해도 될 만큼 유려하다. 한 예술품을 둘러싼 여러 이야기를 하면서, 서서히 이야기의 초점을 옮겨가는 과정은 이야기의 매력에 빠지기에 충분한 정도다.

 

이야기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분될 수 있는데, 각각에서 이야기하는 초점을 살짝 다른 점이 이채롭다. 어떤 사람은 클림트와 아델레의 사랑 이야기로 읽을 수도, 또는 초상화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로, 또는 전쟁에 짓밟힌 한 가족의 아픈 가족사로, 또는 그 가족이 명예회복을 위해 싸우는 이야기로도 읽을 수 있겠다 싶다. 어떤 부분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이 책을 정의하는 방식이 다를 것 같다.

 

나는 이 소설이 사랑 이야기를 한다기 보다는, 예술품을 둘러싼 한 가족의 아픈 가족사와 그 아픔을 씻어내고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싸우는 이야기로 들렸다. 그렇기에 그들이 싸우는 과정을 보는 동안, 또 이야기의 결말에 이르는 순간에 느꼈던 감동은 사랑의 애틋함 보다 컸다앞으로 클림트의 이 그림을 보면, 소설 속의 가족 이야기가 고스란히 재생될 것만 같은 느낌이다.

 

이 소설은 얼마 전 동명의 이름으로 개봉된 영화 때문에 더 유명해진 듯 하다. 다만, 그 영화의 이야기와 원작인 이 소설의 이야기는 초점이 살짝 다른 모양이다. 어느 쪽을 택하든 상관은 없겠지만, 원작이 주는 감동을 더 느껴 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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