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파운드의 슬픔
이시다 이라 지음, 권남희 옮김 / 예문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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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사랑의 감정이 스며들 때 - 1파운드의 슬픔 _ 스토리매니악

 

남녀간의 '사랑' 도 인스턴트화 되어가는 시대다. 빨리 붙고, 빨리 식고, 오늘과 다른 사랑을 하고, 뭐든 쉽고 빨라져 사랑이 주는 포근한 여운마져 느낄 새가 없을 정도다. 그런 시대에 사랑 이야기가 무슨 소용일까 싶지만, 아직, 그 사랑 이야기를 잔잔하면서도 힘 있게 그려내는 작가가 있는데, 바로 '이시다 이라' 라는 작가다.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4teen> 같이 성장소설 혹은 추리소설로 더 알려진 작가인데, 실상 이 작가의 소설은 커버하는 장르의 범위가 넓다. 특히 '연애소설' 에서도 상당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데, <잠 못 드는 진주>, <슬로 굿바이> 같은 작품이 이 범주에 속한다. 이 소설들을 보면, 여성의 심리 묘사를 어찌이리 세밀하게 그려냈을까, 사랑이라는 주제를 어찌 이리 유려하게 그려낼 수 있을까 감탄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작가의 연애소설을 상당히 좋아하는 편인데, 이번에 <1파운드의 슬픔>으로 다시 만났다. 이 작품은 작가가 한참 왕성하게 활동하던 때에 쓰여진 작품으로 알려져 있으며, 국내엔 이미 출간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절판이 되어 읽어 보지 못했던 작품인데, 이번에 재출간으로 만났다. 작가는 <슬로 굿바이>에 이어지는 연애 단편집으로 이 책을 소개하고 있는데, 삼십 대의 연애를 테마로 한 작품집이다.

 

이 소설집에는 다양한 형태의 사랑 이야기가 등장한다. 막 사랑을 시작하려는 커플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하고, 일과 연애에서 고민하는 인물이 그려지기도 하고, 먼 거리를 사이에 두고 애틋한 사량을 나누는 커플의 이야기가 펼쳐지기도 하며, 따스한 사랑에 목말라 하는 인물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20대의 열정적인 혹은 순식간에 불타오르는 사랑이 아니라, 더 공감이 가는 이야기들이다. 천천히, 사랑에 돌입하는 사람들의 설레임, 사랑에 막 빠져 든 후의 나른함, 조용히 흐르는 사랑의 감정들, 삼십 대의 사랑이기에 조금은 더 진중하고 아름다운 감정들이 펼쳐진다. 작가가 표현하는 이 부분이 참 좋은데, 사랑에 빠지기 시작한 사람들의 심리를 기가막히게 표현해낸다.

 

 앞으로는 꺄악하고 놀랄 일도 로맨틱한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나이만 먹어갈 뿐이죠. 기대 같은 것 하지 않는 편이 좋아요. 그러면 불안도 없어져요. “

 

유려하기 그지없는 문장들에 얹힌 소설 속 인물들의 감정은, 그야말로 부드럽게 가슴에 와 닿는다. 요란함이 없다. 이야기를 읽다보면 어느새 소설 속 인물들의 감정이 조용히 스며든다. 마치 그들의 사랑 감정에 전염되는 느낌이랄까?

 

'이시다 이라'  <1파운드의 슬픔>을 통해 보여주는 사랑 이야기의 힘은, 바로 '공감' 에 있지 않나 싶다. 삼십 대라면 생각해 보았음직한, 또 사랑에 막 빠져드는 시기에 느꼈던 감정들을 익히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작가가 전하는 사랑이야기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소설 속 인물들이 하는 고민과 그들이 '사랑이라는 주제에 대해 느끼고 있는 감정들 또한, 우리가 잘 아는 감정이고 고민이기에 더 깊은 공감을 만든다. 이야기에 몰입하고, 인물들에 감정이입이 되고, 그들의 사랑이야기에 촉촉이 젖어가는 이유가 바로 '공감'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작가가 만들어내는 연애 이야기, 그 안에서 느껴지는 공감의 힘이 상당했던 소설집이다. 감정에 빠져 페이지를 슬그머니 넘기게 된다. 슬슬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의 초입에, 포근한 사랑 이야기로 가슴 한 번 데워두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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