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본다 미드나잇 스릴러
클레어 맥킨토시 지음, 공민희 옮김 / 나무의철학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익명의 시선 - 나는 너를 본다 _ 스토리매니악


기술의 발전에 의한 사생활 노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곳곳에 자리잡은 CCTV 가 내 모습을 감시하고, 도처에 뿌려진 내 개인정보들이 익명의 대상으로 누군가에게 사용되어진다. 공공장소에 설치된 카메라로 사람의 안면 인식을 하고 이것이 인공지능에 연결되는 지경이니 더 말해 무엇하랴.


'Enemt of The State' 의 변호사 '딘' 이 보여준 감시 사회의 단면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안전, 보호라는 명목하에 행해지는 공적기관의 개인 감시, 사생활 침해는 그 이면에 숨은 악용 가능성 때문에 더 섬뜩하다. 하물며 범죄자에 의한 내가 알지 못하는 감시의 공포는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다. 이 익명의 시선으로부터의 공포가 이 소설의 베이스다.


어느 날 신문의 광고란에서 자신의 사진을 보게 된다면 어떨까? 그것도 내가 모르는 사진이... 이 소설의 주인공이 바로 이런 상황에 맞닥뜨렸다. 이에 더해 그 광고란에 실린 이들이 하나씩 범죄로 희생되어 간다면? 다른 날짜의 광고에 실린 여성들이 살해 당하거나 집에 침입한 흔적을 발견하는 등의 범죄에 연루된 사실은 주인공을 두려움에 떨게 만든다. 누군가 줄곧 자신을 지켜보는 듯한 압박감과 공포는 현대사회의 일상에 함몰되어 무신경해진 이들에게도 똑같이 행해질 수 있는 공포의 모습이다.


자신의 일상과 행동 경로가 누군가에게 알려지고 있다는 공포는 소설 속의 주인공이 느끼는 공포를 매개로 내게도 전해진다. 나도 같은 상황이라면? 지금의 사회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 생각이 다다르면 소설속의 공포가 생생해진다. 범죄의 표적이 된 주인공과 그 범죄의 원흉을 찾으려는 경찰의 시선을 교차하면서, 더 이상 보장받지 못하게 된 사생활과 신변에 대한 위협이 판치는 현대의 일상에 도사리고 있는 불안들을 작가는 유려하게 펼쳐놓고 있다.


스릴러 소설에는 이야기의 흐름속에 공백이 충분해 상상력으로 채워가며 빨리 읽히는 소설이 있는가 하면, 탄탄한 구조 속에 독자를 몰아넣고 심리적으로 더욱 압박해 가며 뻑뻑하게 읽히는 소설이 있다. 단연코 후자의 냄새가 나는 이 소설은 스릴러 소설이 가진 심리적 즐거움을 여성 인물의 두려움과 공포심, 그 이면에 담긴 현대인의 불안을 통해 잘 드러내고 있다.


그늘에 숨은 익명의 시선이 불안이라는 날카로운 창으로 내 등 뒤를 찌를 때에 느끼는 공포감은 스릴러라는 장르에서 한층 빛을 발하는 듯 하다. 거기에 그 범죄의 대상이 익명의 폭력에 더욱 노출되어 있는 여성이라는 점에서 두려움의 무게감이 더욱 느껴진다. 언뜻 단순하면서도 진부할 수 있는 소재를 현대인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형태의 공포를 통해 드러냄으로써 비범한 이야기로 탈바꿈된 느낌이다.


책을 덮고 나면 한층 움츠러들었던 신체가 안도하며 이완하는 느낌을 받는다. 스릴러가 주는 쾌감이자 저자가 선사하는 두려움의 즐거움이다. 스릴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즐겨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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