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토버리스트 모중석 스릴러 클럽 37
제프리 디버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거꾸로 가는 롤러코스터, 짜릿할까? or 멀미날까? - 옥토버 리스트 _ 스토리매니악


스릴러 소설이라고 하면 기대되는 기본적인 구조들이 있다. 보통은 시간순으로 전개되며 반전을 극대화 하거나, 중간중간 시간을 왔다갔다 하며 긴장감을 높이기도 한다. 때로는 공간적인 것과 시간적인 것을 섞어 혼란스러운 긴장을 엮어내기도 한다. 어떤 방식이든 기본적으로 사건의 발단에서 반전의 순간을 거쳐 결론으로 이어진다는 구조는 비슷하다. 이런 구성이 정답은 아니지만, 스릴러 소설의 재미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구성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구성을 홱 뒤집은 소설이 있었으니, '스릴러 소설에서도 역순서사가 가능할까?' 라는 궁금증에서 출발한 것이 이 소설이다.


작가는 시간의 순서를 뒤집는 독특한 구조의 소설을 완성했다. 금요일에서 일요일까지 3일간의 시간이 등장하는데,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일요일부터 이야기를 시작하여 금요일의 이야기로 끝나는 구성이다. 시간을 왔다갔다 하는 것도 아니고 끝의 결말부터 시작점까지 완전히 역순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다. 스토리가 거꾸로 흐르는 것인데, 결말을 기준으로 앞의 사건 앞의 전개를 더듬어 간다는 구성은 상당히 독특하다.


아이가 유괴되고, 유괴범에게 거액의 몸값과 존재조차 모호한 옥토버 리스트를 전달해야 하는 3일간의 상황이 이 소설의 줄거리다. 딸을 되찾으려는 주인공의 사투와 이에 얽힌 인물들의 행동과 동선을 역추적해 간다.


이런 이야기의 구성이 독특한 구조임은 인정한다. 하지만, 이야기 자체에 매력이 없다. 유괴범과 이에 얽힌 인물들, 딸을 구하려는 주인공 등, 이야기만 놓고 보았을 때는 특별한 재미를 느끼기 힘들었다. 이야기보다는, 반전을 제시하고 그 반전을 이루게 된 전개를 제시하며 궁금증을 불러 일으켜 재미를 만드는 소설이다. 즉, 구조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야기 자체에서 재미를 느끼기 힘들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무엇보다 옥토버 리스트에 대한 설정이 너무 약해 보인다. 이도저도 아닌, 그 진실에 대해 알았을 때의 허탈함이 맥을 탁풀리게 만들었다.


독특한 구성도 모두에게 재미를 주기는 힘들 듯 하다. 결론이 나오고 반전이 나온 상태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그 이면에 숨은 진실은 무엇인가를 알아가는 과정은, 누군가에게는 호기심을 불러 일으켜 또 다른 의미의 반전의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나는 반전이 일어난 사실 확인에 지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 이런 거였구나, 이런 이유였구나' 를 알게 되는 과정은 있었지만, 그것이 뇌를 띵~ 울릴만큼 강렬하지는 않았다. 현재 앞에 놓여있는 사실은 무엇이었을까? 이런 일이 일어난 원인과 전개는 무엇이었을까를 궁금케 하는 매력은 있었지만, 그것이 소설의 전체 재미를 확 올려줄 만큼은 아니었다.


역순서사에서 오는 단점들이 다른 관점에서 보면 장점이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는 읽는 이의 취향에 따라 180도 달라질 문제로 보인다. 하나 흥미로운 점은, 저자도 언급했듯, 이 책을 앞에서 뒤가 아닌 뒤에서 앞으로 읽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아직 뒤에서 앞으로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결론이 약하다는 점만 살짝 미뤄놓고 보면, 오히려 뒤에서 앞으로 읽는 것이 더 재미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든다.


나름의 한계를 안고 있음과 동시에 나름의 결과물도 만들어낸 소설로 보인다. 역순서사를 하면서도 이 정도의 완성도를 만들어냈다는 것은 리스펙을 날릴만 하다. 이야기의 완성도가 좀 더 높았으면 하는 아쉬움은 크게 남지만 말이다. 여러모로 흥미롭지만, 여러모로 혼란스러운 소설이기도 하다. 저자는 "전형적인 제프리 디버 스타일의 롤러코스터 소설이라 생각해 주세요. 차이가 있다면, 이번에는 여러분이 탄 롤러코스터가 거꾸로 달려간다는 것뿐입니다." 라고 말했다. 거꾸로 가는 롤러코스터를 탄 이들이, 더 짜릿함을 느낄지 아니면 괜한 멀미만 느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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