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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병, 평화의 길을 열다
사토 다다오 지음, 설배환 옮김, 한홍구 해제 / 검둥소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표지는 단순하다. 스리랑카의 병사일까... 어느 소녀가 꽃다발 같은 것을 들고 웃고 있다. 모자로 봐선... 병사다. 아직 살아 있을까... 뒷표지에는 어떤 소녀의 뒷꼭지가 담겨있는데, 어깨엔 멜빵과 총같은 사물이 붙어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쉽다는 것이다.
쉬운데, 세상의 본질을 이처럼 꿰뚫고 있는 책은 드물다.
영화 평론가라는 직업때문일까? 하기야 같은 영화 평론가라도 진중권 평론은 대학 나온 나도 못알아먹을 구절이 많은데... 사토 다다오란 작가는 이 글의 독자를 중고생 정도로,
자기가 중3 정도의 나이에 소년병으로 참가했던 기억을 더듬어,
비슷한 나이의 아이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로 쉽게 적은 것 같다.
그의 세계사는 쉽고 정확하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는 명확한 잘잘못을 구별하는 입장에서 전개되기 때문에, 무미 건조한 것처럼 보이는 세계사 속에서 피가 철철 흐르는 모습을 감추는 따위의 거짓은 들어설 자리가 없다.
잘 한 것을 잘했다고 하고, 못한 것을 못했다고 하는 단순한 라인이 이야기의 기본이다.
일본뿐만 아니라, 소련과 중국도 <자기 중심적> 위치에서 전쟁을 펼쳤다.
전쟁이라면 세계의 <슈퍼맨>을 자처하는 우사(USA)도 늘 정의의 전쟁, 평화의 전쟁이란 말도 아닌 소릴 지껄인다. 자기 국민들에겐 늘 좋은 면만 호도하면서... 비열한 전쟁을 감추기 급급해왔다.
이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평화론>, <평화학>을 가르쳐야 한다.
지난 2월 졸업식장에서 나는 아이들에게 단 한 마디 했다.
절대로 전쟁터 나가서 사람 죽이지 마라...
아이들이 취직을 잘하는 일도 좋고, 좋은 대학 가는 것도 좋지만,
내가 가르친 아이들이 살인을 하는 경우는 없었으면... 하는 것이 내 20년의 선생 생활의 결론이었던 셈이다.
큰 나라가 작은 나라를 도와준다는 명분으로 전쟁에 참가하지만,
그렇게 멋대로 단정짓는 일은 쉽게 일어나지만, 결과는 아니올시다가 되고 만다.
그리고 일단, 외국에 많은 군대를 파견하게 되면, 그 군대를 철수시키는 일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또, 저자는 군산복합체 이야기도 자연스레 꺼낸다.
대기업 무기 장사꾼은 평화주의자를 억압할 듯 싶은 자들을 지원하고, 그래서 <미디어 모노폴리>도 지향한다. 방송법을 개악하여, 미디어가 자기를 지지하는 한가지 목소리만 내 주길 바라는 것.
소련이 미국과 끝없는 대립각을 세워,
일본의 태평양 전쟁처럼 3차대전이란 과오를 걱정하고 있던 저자에게,
다행히 그들에게는 자신들의 오류를 속속들이 드러내 보이고 수치를 감내하는 쪽을 선택하는 이성이 있었다...(131) 이렇게 평가한다.
국익 운운하면서 이라크에 파병한 노무현의 더러운 표정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요즘 용산 참사와 장자연 리스트 등, 정권에 불리한 요소때문에 노무현을 압박하고 있다. 노무현의 상징성은 분명 있지만... 그의 파병보다, 국익 운운한 것에 나는 증오에 가까운 불쾌를 느낀다.)
공업 선진국이 후진국 사람들에게 힘든 일, 단순 노동을 시키고, 차별하는 일은 미래 세계의 <전쟁의 도화선>이 될 거라고 저자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일이다.
그래서 백만이 넘는 이주 노동자를 거느린 대한민국 정부도, 이주 노동자들을 <외교부>가 돌보지 않고, 범죄 용의자처럼 <법무부>의 출입국사무소에서 관리한다.
여수에서 여러 명의 참사가 일어났는데... 정말 무서운 일이다.
동물들의 투쟁은 생존의 필요 범위를 거의 넘지 않으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동류가 싸우거나 죽이는 일은 하지 않는다.
아, 전쟁은 무섭고 두려운 일이다.
김정일이 김대중에게 한 말이 기억난다.
멀고 두려운 길을 오셨습니다. 환영합니다...
그 아름다운 길이... 평화의 시작이 되었던 길이... 다시 막혀버렸다.
나는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들이 두렵다.
애국심이 두렵고,
평화를 위한 우호의 스포츠가 아닌 스포츠 쇼비니즘이 두렵다.
<우리 나라>를 빙자한 외국인 탄압이 두렵고,
국익을 위해서라면... 베트남 전쟁과 이라크 전쟁에 젊은이를 보내는 이 나라가 두렵다.
정말, 남쪽으로 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