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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왕관 베이커리, 빠리 빵집... 등 제과점도 대기업이 잠식하는 형국이다.
동네 빵집 또는 제과점은 악전고투의 현장이기 십상인데, 아무래도 경쟁력이 떨어지기 쉬운데...
위저드 베이커리란 소설은 온통 흥미진진한 요소로 가득하다.
그냥 빵집에서 벌어진 해프닝인가 하면, 정말 마법 이야기로 가득하고,
구병모란 신인 작가가 들려준 이야기는 매끈하고 산뜻한 문체를 이끌고 나가는 입담에 홀려, 음울한 사회 이야기를 마법적으로 탈피시켜 버린다.
거기 등장하는 무슨무슨 과자들은 마치 조앤 롤링의 9와 4분의 3 승강장 만큼이나 독자를 매혹되게 만든다.
온통 달콤하고 끈적하고 새콤한 재료들 안에 녹여넣은 종이 초콜릿 같은 부재료 안에는 온갖 사회적 문제점들이 반영되어 있다. 가정 해체, 청소년 소외, 도덕적 해이, 성적 문란을 감싸고 도는 이야기는 어찌 보면 새로울 것도 없다. 장화홍련이나 콩쥐, 흥부가 겪었던 고전적 사건들과 통하는 것이지 뭐, 별로 이시대만의 고민도 아닌 것이긴 하다. 다만, 신데렐라가 만난 요정의 '비비디바비디부~~'의 마법처럼 언술로 된 것이 아닌, 빵과 과자로 이루어진 매체가 색다른 면이다.
사소한 욕구들의 대립은 <갈등>을 낳고, 그 갈등이 집적되면 <욕망>이란 괴물이 탄생한다.
가정의 해체가 만들어낸 갈등들은 엄청난 욕망의 폭발로 드러나게 되는데...
이야기의 주연인 마법사 점장은 일견 질서를 유지하는 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변화를 주도하는 인물이다. 그 변화는 파괴를 포함하는 마음 돌리기 등의 '신화적 요소'로 가득하다. 그리스 신화에 가득한 질서와 변화의 이야기는 여기서 다시 창조된다.
파랑새로 상징되는 위안의 캐릭터는 이 소설에서 유일하게 원색적 색조를 가지는 희망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슈렉의 피오나 공주처럼 파랑새와 사람의 형상을 오고가지만, 파랑새의 존재는 강퍅하기 그지없는 점장과 주인공의 사이를 무릎의 연골처럼 보완해주는 역할을 한다.
하긴, 인간의 관계란 것이 연골이 마모되었을 때, 뜨겁고 아픈 류머티즘을 경험하게 되지 않는가.
마지막에 예스와 노의 경우를 두어, 작가는 자기가 가장 들려주고 싶어하는 이야기는
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타이밍이며, 그 타이밍에서 또한 가장 핵심적인 것은 <지금>이다.
이런 걸 쓰고자 한 게 아닌가 한다.
내가 달리는 길은 럽럽럽럽... 허나 그길은 온통 덫덫덫덫
피할수없는 함정은 마음의 겁겁겁겁... 마치 늪처럼 용기를 삼켜...
점점 난 작아져, 사라져가는 얼굴의 밝은 표정...
내 고백에 등 돌린 채 외면할까봐 자꾸 두려워
바늘같은 걱정을 베고서 오지 않는 잠을 청하고
꿈보다 더 생생한 네 생각 때문에 끝내 밤을 새워...
요즘 나온 휘성의 <불면증 Insomnia>이란 노래다.
삶은 온통 덫과 겁의 반복이 아닐까.
나를 삼키려는 늪과 그로 인한 불면과 잠을 청해야 하는 현실 사이의 부조화.
그렇지만... 온갖 부조화가 또한 어울려서 조화를 이루는... 삶의 부조리함.
사는 건, 순간순간... 쉽지 않다. 또 그게 사는 묘미다.
구병모란 작가의 앞날에 기대를 건다.(내 후배중에 구은모라고 있는데... 1986년에 내 돈 500원을 떼먹은 아이다. 혹기 구병모 언니가 아닐까? ㅋㅋ 구병모씨 혹시 은모가 언니면... 500원 갚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