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전경린의 네팔여행기. 10년 전 여행기를 읽는 건 철 지난 바닷가를 정처없이 거니는 것과 같다. 눈이 꽂히는대로 읽다가 마음이 머무는 곳을 찾아냈다.

 

<나는, 꼭 가지고 싶은 것은, 마음을 다해 가집니다.>

 

   경허 스님은 술을 좋아해서 즐겨 마셨다고 한다. 어느 날 술을 마시며 파전을 맛나게 먹었던 모양이다.

   그것을 보던 다른 스님이 은근히 나무라며 자신의 무심함을 자랑삼아 말했다.

"여보게 경허, 나는 파전이 있으면 먹고, 없으면 또 그만이라네. 자네는 어떤가?"

"나는 파전이 먹고 싶으면, 장에 가서 파씨를 구해다가 땅을 갈아서 씨를 뿌리고 한철을 키워서 파가 자라면 밀가루와 잘 버무려서 이렇게 맛나게 부쳐 먹는다네."

   그러자 스님은 경허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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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놓치고, 기차에서 내리다
이화열 지음, 폴 뮤즈 사진 / 현대문학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모처럼 도서관에 갔다가 집어든 책. 이 책 읽느라 집에서 들고간 두 권의 책은 끝내 거들떠보지도 못했다.

 

에필로그에 쓴 지은이의 말을 먼저 옮기면,

'삶에 대해서든, 디자인이나 글쓰기에서든 군더더기를 붙이거나 과장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여러번 떠올리곤 했다.' (268족)

 

지은이의 말 그대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잘 쓴 글에 오전 시간을 모두 바치고 돌아왔다. 다만 누군가의 지적처럼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거침없이 써내려간 게 좀 멋적긴하다. 프랑스에서 과연 출판할 수 있겠냐는 지적은 예리하면서도 적절한 지적이다. 그러나 글에서 느껴지는 세련됨과 품격은 부럽기까지 하다. 적재적소에 들어간 인용문은 때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그 중 몇 문장을 베껴왔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한 개인에게 일어나는 일 중 가장 예상치 못햇던 일이다.'- 트로츠키

(갑자기 손가락이 아파지면서 생수병뚜껑을 따는 일조차 버거워질 무렵 절절하게 이 말의 뜻을 깨닫게 된다.)

 

*'20년의 결혼생활이란 여자를 공공건물로 보이게 만든다.'

 '어떤 사람이 철저하게 어리석은 짓을 할 때는 언제나, 그것은 가장 고귀한 동기에서 나오는 법이다.'  - 오스카 와일드

(경험에서 우러나왔음에 틀림없는 말을 내뱉는 오스카 와일드, 이 양반의 글을 살펴봐야겠다.)

 

눈으로만 한번 스치고 지나가기에는 아까운 문장들을 눈에 힘을 주고 두세 번 읽고 또 읽었지만 이 또한 지나가고 사라져갈 말들일 뿐. 책을 덮으며 아쉬운 마음도 덮는다.

 

눈물이 핑 돌았던 부분을 베껴둔다.

 

p.195  "어쩌면 말이지 죽음은 삶에 부분적으로 이미 입력되어 있는 지도 몰라. 녀석(아들)이 죽은 1년 뒤, 내 동생이 자살했고, 아들의 죽음을 견디지 못한 아버지는 서류를 차곡차곡 정리해 놓고 물속에서 인생을 마감했어. 그에게는 남아 있는 자식이나 손자에 대한 배려보다 그의 고통이 더 컸던 거지. 그 이후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어. 내 인생은 다 내 것이 아니라는 것.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몫도 있다는 거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몫을 빼앗아갈 자격이 없다고."

 

 

갈피 갈피 사진 밑에 적혀 있는 문장에도 눈이 멎는다.

 

Miss the boat, get off the train, and change your life.

배를 놓치고, 기차에서 내린다. 그리하여 인생을 바꾼다.(인생에 그렇게 가능성이 많던가?)

There is a problem for every solution.

각각의 해답에는 문제가 존재한다.(보통은 문제 속에 해답이 있다고 말하지 않는가.)

 

내가 말하지

만약 뉴욕이 현명한 남자,

파리가 아양 떠는 여자,

베를린이 나쁜 삼촌이라면,

런던은 혼자 웅얼거리는 늙은 여인이야.

약간 귀머거리여서 자신의 멍청함에 더 이상 고통을 받지 않는...

-Adrian Anthony Gill

 

파리지엥이 된 지은이의 파리생활기를 나는 여행기로 읽는다,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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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기지 않겠지만 타이에서는 칵테일 새우의 껍질을 까기 위해 캄보디아나 라오스의 아이들을 인신매매하여 작업을 시킵니다. 믿기지 않는 일이지만 코트디부아르에선 우리가 먹는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 농장에서 20만 명의 아동노예 노동자가 일합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인도의 아쌈 지역에만 캐슈넛 가공공장에서 일하는 8세 남짓 아동노동자의 숫자가 10만 명에 이릅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5세부터 14세까지의 아동노동자의 숫자는 1억 2천5백만 명입니다. 무역이라는 이름으로, 비즈니스라는 이름으로 이런 일이 자행되고 있고 우리는 그것을 사 먹고 있고, 빈곤은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   (261쪽)

 

 

 

'미래는 그래서 마치 거울과 같습니다. 내가 가정하는 것이 그대로 거울에 비칩니다. 내가 타인을 믿을 수 없는 존재로 의심하고 불신하면 그대로 실현됩니다. 내가 세상을 즐거운 소풍으로 가정하고 기대하면 실제로도 즐거운 소풍이 됩니다. 내가 세상을 적대적으로 가정하고 공격하고 짜증내면 꼭 그렇게 되지요. 내가 세상을 편안하고 우호적으로 바라보면 그 가정은 그대로 실현됩니다. 연대와 협력으로 세상의 가난과 굶주림을 제거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정말로 그리 됩니다.'  (2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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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박 9일 동안 미얀마 여행을 마치고 오늘 오전에 돌아왔다. 돌아와서 제일 먼저 한 일은 라면 끓여먹기, 그 다음은 미얀아에서 사들인 선물 및 기념품 사진 찍기. 여행이 끝나 집에 돌아오면 뭔가 쓸쓸하고 착잡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빨래는 산더미처럼 쌓이고, 통장의 잔고는 눈에 띄게 줄어들어 긴축재정에 들어가고, 남는 건 사진 몇 장과 여행한 나라에 대한 약간의 지식, 그리고 피곤.

 

생각없이 마구 찍어댄 사진 중에 우선 선물 및 기념품 사진 먼저 올린다. 여행의 기분을 좀 더 끌기 위해서니 너무 미워하시지 말기를...

 

 

스테인레스 도시락. 왼쪽이 알아주는 브랜드고 오른쪽은 짝퉁인 듯.

 

 

대나무를 잘게 쪼갠 후 이어붙여서 만든 것에 옻칠을 해서 마감한 래커웨어라는 제품.

 

 

멜론 씨앗으로 만든 팔찌 및 열쇠고리. 1달러에 3~4개씩 한다.

 

 

탁발승의 표정이 매우 맑은데 실제 사원에 안치된 오리지널보다 더 멋지다.

 

 

입 큰 개구리

 

 

미얀마의 국민 음료 러펫예. 인도의 짜이보다 순하고 부드럽다. 이건 선물 받은 거.

 

 

미얀마 서민들이 사용하는 병따개. 만들어 쓰는 병따개라...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사원에 들어갈 때 무릎이 보이는 반바지를 입고 들어갈 수 없어서 구입한 미얀마 여성의 치마.

 

 

새벽 길거리에는 탁발에 나선 스님들이 많다. 절에 가만히 앉아서 대접 받는 분들이 아니다. 탁발 자체가 고행으로 보여 존경심이 절로 생긴다.

 

 

플라스틱끈으로 만든 장바구니로 서민들이 많이 사용한다. 매우 실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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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26 2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27 14: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5-01-27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렇게 생긴 도시락, 인도에도 있지 않나요? TV에서 본 기억이 나요. 저런 도시락을 자전거에 싣고 배달을 하더라고요.

nama 2015-01-27 18:46   좋아요 0 | URL
인도에도 있어요. 인도 여행 때 사올까 말까 망설이다가 못 사고 말았는데 이번에는 눈 딱 감고 사봤어요. 딱히 쓸 일은 없을 듯하지만...
 

 

 

 

 

 

 

 

 

 

 

 

 

 

 

p.16   여행지에서 나는 외로울 때 해나 달이나 한 점 불빛과도 친구가 될 수 있다.

 

     여행지에서 나는 해의 뜨고 짐 같은 가장 단순한 풍경에서도 위대한 지구의 운동 법칙을 느낀다.

 

p.71  그러다가 어느 날부터인가는 길을 찾을 때보다 길을 잃을 때 오히려 힘을 내게 되고, 두려움과 불안뿐만 아니라 희망도 극복하게 되고, 결국엔 나 자신을 위해서라면 차라리 아무것도 바라지 않게 되길 예감했던 것은 아닐까?

 

p.72  살아야 할 삶이 있다면 헛된 것은 없다고 믿었던 할머니는 일찍이 내 앙큼한 배신을 알고 계셨기에 나에게 이렇게 말하곤 하셨다. "쓸데없는 짓이란 없다." 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일주일 전에 나를 부르셨다. 그때 할머니의 유언도 "쓸데없는 짓이란 없다"였다.

 

p.99  "당신이 결코 두 번 보게 되지 않을 것을 사랑하시오."- 프랑스 철학자 바우디

 

p.114   인생이 여행에게 만약 '무엇을 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보느냐'를 배울 수만 있다면 우리는 훨씬 덜 과시적이고 덜 속물적이고 덜 불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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