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처럼 여행하기
전규태 지음 / 열림원 / 201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삼 개월 시한부 인생의 췌장암 선고를 받고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죽음을 극복한 이야기'

 

신문에 이 분의 기사가 났을 때부터 이 책이 궁금했는데 마침 도서관 신간도서로 구입하게 되었다. 기다렸다.

 

'역경을 극복'한 분의 글은 역시 한 문장 한 문장이 울림이 컸다. 강약으로 말한다면 책의 순서는 강-강 -약강-약으로 흘러 뒤로 갈수록 호흡이 차분해지고 관조적으로 흘렀지만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쓰여졌다는 것만은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을 소장하지는 않을 터, 인상적인 부분을 옮겨본다.

 

'풍경'을 위해 인간이란 존재는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 인간이 무용지물인 것이 풍경인 듯하다. 알프스와 같은 초월적인 풍경은 특히 그러하다. 인간은 아무래도 좋은 그런 풍경. 순수와 적요는 우리에게 그만큼 요원한 것일까.

 

지난 주 강원도 산골에서 마주한 보름 전야의 교교한 달빛. 달을 보고 소원을 빈다는 행위가 무의미하고 쓸데없는 일로 보였다. 위 글을 읽고서야 그 기분이 어떤 것이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풍경 앞에서 인간은 그냥 무용지물이라는 것. 깊은 산 속의 달빛은 이미 이 세상 것이 아니었다. 초월적인 어떤 것이었다. 인간은 아무래도 좋았고 아무것도 아니었다.

 

혼자 여행할 때면 자기 모습을 '유체 이탈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또 하나의 눈'을 갖게 된다.

 

삶이 멜로디라면 사랑은 리듬이며, 죽음은 축제를 위한 취주악이다.

 

알 듯 모를 듯한 표현이다.

 

여행이란 스스로를 안전한 일상생활에서 긴장감이 흐르는 이질적인 세계로, 편리한 환경에서 불편한 환경으로, 호사스럽거나 넉넉한 생활에서 가난하고 모자라는 생활로 끌어내는, 끌어내리는 일이다.

 

고독은 혼자 있을 때보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그 사이에 있다. 고독은 '사이'에 있으므로 공간과도 같은 것이다.

 

들판은 그의 서재, 자연은 그의 책이라네.      - 레오나르드 블룸필드

 

좌선(坐禪)보다 행선(行禪)이 더 깊다.         -틱낫한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nine 2015-10-02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최근에 읽은 책에 `나에게 여행은 영혼의 비상식량이다` 라는 구절이 있더군요. `여행은 어떤 건강보험보다 확실한 마음의 보험이다`, `나에게 여행이란 내 안의 가장 밝은 빛을 꺼내 세상을 비춰볼 수 있는 힘을 회복하는 일이다` 라는 구절도 있고요. 좌선보다 행선이 더 깊다라는 글을 보니 생각이 났습니다.
인용해주신 문장이 다 주옥같네요.

nama 2015-10-03 07:22   좋아요 0 | URL
읽으신 책이 어떤 책인가요? `영혼의 비상식량`...멋진 표현이네요.
 
11년, 걸어서 지구 한 바퀴
장 벨리보 지음, 이희정 옮김 / 솔빛길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2000년 8월 18일 출발. 2011년 10월 16일 귀가. 

 

'11년 2개월. 7만 5543km, 신발 54켤레... 이 책은 한 미련한 여행자의 이야기다.'

 

여행을 떠날 때 지구에 60억 명이 살고 있었다.   집에 돌아갈 때는 10억 명이 늘어 있었다. ( 277쪽 )

 

여름 한철 무더위와 열대야에 궁시렁거리며 이 책을 읽자니 내 자신이 너무나 초라하고 보잘것 없어 보인다. 한낱 미물에 불과한 작은 벌레 같은 기분마저 든다.

 

무모함과 배짱으로 똘똘 뭉친 사람의 거침없는 도보여행일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배가 고프고 무릎이 아픈데 미친놈처럼 달리고 있었다. 그냥 비행기를 타기만 하면 내일이라도 뤼스와 함께 집에 있을 텐데. 하지만 이내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집에 돌아가면 다시 일하러 가야 한다. 그 생각을 잠깐 하는 것만으로도 고문을 당하는 것처럼 괴로웠다. 고통에는 고통으로 맞서라는 말처럼 나는 차라리 계속 가는 걸 택하겠다.   (31쪽)

 

'집에 돌아가면 다시 일하러 가야 한다.' 이 말이 내내 가슴에 와닿았다. 직장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설 때, 하기 싫은 일을 하고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을 상대해야 할 때, 의무의 양이 권리의 양을 앞설 때,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싶을 때....한번쯤은 꿈을 꾼다. 지금 당장 모든 걸 버리고 길을 떠나고 싶다고. 그러나 어김없이 발걸음은 집에서 직장으로, 직장에서 집으로 향한다. 주말을 기다리며, 휴가를 기대하며 방황하는 마음을 붙잡아 놓는다. 이게 일상이다. 그런데 이런 일상을 과감하게 벗어나 전세계를 걸어서 여행했다니...감탄사 밖에 안 나온다.

 

그러나 도보여행은 절대 만만하지 않아 지은이는 도중하차를 생각하는데...

다음 날 뤼스에게 내 결심을 알리는 긴 메일을 보냈다. 나는 돌아갈 거야. 쉬고 싶어. 뤼스의 답 메일은 일주일 후에 도착했다....

"사랑해. 돌아오고 싶으면 그렇게 해. 나는 여기에 있을게. 하지만 너무 서둘러서 결정을 내리진 마. 당신이 돌아오면 지난 4년은 그냥 잃어버린 게 되어버리니까. 당신 꿈은 끝날 거고. 다시는 돌이키지 못할 거야."  (130) 

 

동반자 역시 놀랍다. 세상엔 놀라운 사람도 많다.

 

도보여행을 통해 지은이는 더욱 인간적인 깊이를 더해가는데...

내가 그녀(뤼스)의 세상을 떠난 지 4년이 넘었다. 지배와 풍요로움, 효율성과 성과 위주의 세상. 서구 사람들은 내게서 무엇을 볼까? 4년 동안 남반구의 일상에 녹아들면서 내 마음 속에는 쓰라림이 가득 찼다. 남아메리카 농민들의 분노를 함께 나누었고, 버림받은 검은 아프리카 사람들을 보며 마음 아팠고, 옛 식민지 사람들의 좌절감을 이해했다. 예전에 품었던 선입견은 사라졌고 백인이 악행을 너무 많이 저지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이 모든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167)

 

왜 이른바 가난한 나라에서 자살률이 낮은 걸까? 세계 어느 곳보다 가난한 나라에서 아이들의 웃음을 더 많이 볼 수 있었던 건 왜일까? 모든 것을 잃었을 때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진정한 부란 무엇일까?   (182)

 

아들과 나누는 대화는 마치 무슨 영화 대사 같은데...

"토마 에릭, 우리는 자유로워. 자유가 뭔지 잘 봐. 다들 자유를 말하지만, 나는 자유를 몸소 체험하며 살고 있단다, 알겠니?"

  토마 에릭은 내 말을 알아들었다. 그리고 나는 그 애기 배워나갈 것이라고 읻었다. 아버지로서 물려줄 재산은 없어도 다른 사람들에게 열린 삶, 미래에 대한 계획 없이 오로지 현재에만 집중하는 삶이라는 독특한 경험을 아들과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게 행복했다. 아들의 대학 공부가 거의 다 끝나서 학생으로서 마음 편히 지내던 생활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애는 벌써 은근히 스트레스를 느끼는 것 같았지만 나는 걱정하지 않았다. 다른 길도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을 그 애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189)

 

괴리감이라고 해야 하나. 내가 발 딛고 있는 좁은 세계를 벗어나 넓은 세계를 두루 돌아다녀보면 저와 같은 믿음을 갖게 될까. '...나는 걱정하지 않았다.' 나는 오늘도 자식 걱정에 마음 한쪽이 무겁기만 한데.

 

11년은 고사하고 한 1년, 미친듯이 걷다보면 콩알만 한 자유와 깊이가 생겨날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nine 2015-08-09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한달이라도요. 아직 건강할때 해야할 일이 많더라고요. 또, 그때까지는 건강을 사수해야한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런데 아마도 이런 계획을 실행하는데는 건강도 건강이지만 비움에 대한 용기, 현실에서 비껴날 있는 내공 등도 필요할 것 같아요. 보통 사람으로선 어려울 거라는 얘기지요.

nama 2015-08-10 06:31   좋아요 0 | URL
`건강을 사수해야 한다` 공감하면서도 왠지 비장해지네요. 제 몸도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하지만 한계를 받아들인다는 게 쉽지만은 않지요.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병원에서 죽느니 길에서 죽는 게 낫다고요. 내공이 필요할 지 용기가 필요할지 두고봐야 알겠지요.
 

 

 

 

 

 

 

 

 

 

 

 

 

 

여행가 김남희의 여행기가 마음에 드는 이유.

1. 자기 자신에 대해 말할 때 자의식 과잉에 매몰되거나 감상적으로 흐르지 않는다.

2. 혼자 하는 여행이지만 늘 여행자와 교류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치 독자가 낯선 여행자와 대화를 나눈 듯 생동감이 있다.

3.  타인에 대한 열린 마음과 배려가 몸에 배어있는 듯하다.

4. 여행기 속 사진이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다.

5. 강약을 잘 조절한다. 말하고 싶은, 강조하고 싶은 내용에 방점을 잘 찍는다.

 

한마디로 균형 감각을 잃지 않는다. 진정한 프로라는 생각이 든다.

이 중에서 나는 특히 2번 항목을 좋아하는데 현지에서 여행자와 만나 이야기를 주고 받는 게 사실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눈싸움을 주도한 부부 롤런드와 에바는 독일에서 온 경찰과 선생님. 독일의 공무원은 4년마다 안식년을 쓸 수 있다. 3년간 급여의 75퍼센트만 받고 일한 후, 4년째 해에는 쉬면서 그동안 모아둔 나머지 급여 75펴센트를 받을 수 있다. 그 제도를 이용해 이 부부는 4년마다 1년씩 여행을 다닌다.

 

이런 정보(?)를 김남희 특유의 차분한 문장으로 또박또박 써내려간다. 읽다보면 현장감이 느껴진다. 살아있는 독서라고나 할까.

 

그나저나 독일 사람들은 참으로 현명하기도 하지. 제대로 놀 줄 아는 사람들이다. 말 그대로 선진국의 모델을 보는 것 같다. 한없이 부럽다. 안식년이라...나는 16~17년만에, 담임에서 벗어나는 조건으로 도서관일을 맡았는데, 사서 없는 도서관일이 어디 만만한가. 드디어 손목터널증후군이라는 병명을 확실하게 획득하는 영광아닌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는 말씀.

 

 

뭐야. 왜 이렇게 흘렀나. 김남희 좋아한다고 하다가 삼천포로 빠진 꼴이 되었네. 흠, 손목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름에 가게 될 오키나와, 이런 저런 책을 살펴보는 중이다. 기껏 4박 5일이나 5박 6일로 다녀올 곳이라 책도 가벼운 여행기나 읽으려고 했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책들.

 

 

 자동차를 빌리지 않고 대중교통만으로 여행했다는 대목에 끌려 읽어보니, 그대로 따라해도 될 성싶다. 어차피 우리(친구 포함) 또한 뚜벅이 여행을 하게 될 테니까.

뚜벅이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 겸 여행기로 적절한 책이다.

 

 

 

 

 

 

 

 

 

어떤 분의 서평을 읽고 그럴 듯해 구매했는데....속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고현정을 찍은 사진이 볼 만한데, 그렇다면 고현정이 찍은 사진은 없다는 말씀이다. 그런 상황이라면 과연 글은 고현정이 직접 썼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의구심은 둘째치고 직접 썼건, 대필했건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배우가 뭐 대단한 직업이라고, 스타가 뭐 대단한 인물이라고, 그 얘기를 다 들어줘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이내 지루해져버렸다.

 

 

 

 

 

 

 

오키나와 사람들은 흔히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어떻게든 될 거야."

참 가슴 먹먹한 말이다. 온갖 시련을 다 겪고 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래도 살아 있으니 다행'이라는 안도가 깔린 표현이다.

 

이 책은 꼭 잡지를 보는 것 같다. 한 토막 한 토막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어느 쪽을 펼쳐도 적당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쉽게 만든 책처럼 보인다.

 

 

 

 

 

 

 

일본인이 쓴 책이다. 오키나와에 거주하는 '슬로우'형 일상을 추구하는 사람들과 그들이 운영하는 가게를 취재한 책이다. 요즘엔 제주도에도 이런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별로 궁금하지 않지만, 그래도 예쁜 책이긴 하다. 그들 삶이 부러워서, 시샘이 나서, 끝까지 알뜰하게는 못 읽었다.

 

 

 

 

 

 

 

 

 

역시 김남희의 책은 좋다. 오키나와편은 분량이 적은데도 불구하고 할 말은 다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짧은 글에 알찬 내용, 내가 좋아하는 글의 방식을 이 책에서, 아니 김남희에게서 본다.

 

 

 

 

 

 

 

 

 

 

 

 

 

 

 

 

 

 

 

 

 

 

우리집 서가에 흩어져 있던 책을 부랴부랴 찾아내서 읽었다. 이렇게 재밌는 책을 왜 썩혀두었는지 모르겠다.

 

"학교는 안 가도 좋아!"

"콜라와 캔 커피는 금지다!"

"국민연금은 낼 수 없어!"

"국민연금을 내야 한다면 난 국민을 관두겠어!"

"그자들이 집을 부순다면 나는 그 답으로 야스쿠니 신사에 불을 질러주지!"

 

이런 도발적인 발언들을 입에 달고 사는 과격분자 주인공. 처음에는 '일본에도 이런 사람이 있나?'싶어 의아했는데 이 사람이 오키나와 출신임이 떠오르는 순간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물론 고개를 끄덕이게 된 건 다음의 책을 읽고서였다.

 

 

 

 

 

연휴에 갈 데 없어 점심도 먹을 겸 놀러간 시립도서관에서 찾은 책이다. 약간 머리가 저려오는 책이다. 식곤증에 눈 피로에 겨우 몇 쪽 읽다가 나중에 읽을 셈으로 대출은 했는데 글쎄 얼마나 읽을 지는 의문이다. 내가 나를 아니까. 그런데 이 책, 처음부터 눈에 힘을 주게 한다. 베껴보면,

 

 

 

 

 

p.29 ...1945년 오끼나와전(1945.3.26~9.7)에서 오끼나와 인구의 4분의 1에서 3분의 1에 해당하는 12만 명이 죽었다.

p.33....2012년에도 오끼나와 본도 총면적의 약20%를 미군기지가 점령하고 있었다. 일본 전체 면적의 0.6%에 불과한 오끼나와현에 주일미군기지의 약 75%가 있는 것이다. 미군기지의 밀도가 본토에 비해 대략 500배나 높다는 의미다.

p.38....오끼나와인들은 자신들이 역사를 통해 군대가 사람들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진정한 안보는 이웃나라들과 가깝고 친밀하며 협력적인 유대를 형성하는 데 달려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한 안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아시아/태령양에서 미국의 권력을 보장하기 위해 고안된 오끼나와의 '전쟁준비'기능이 '평화 구축'기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룩셈부르크나 브뤼셀과 같은 역할을 아시아에서 담당하기에 매우 적합하다.

 

 

 이 책은 솔직히, 반 만 읽고 팽개쳐두어서 이리저리 찾느라고 좀 헤맸다. 후쿠시마편만 읽고 오키나와는 '나랑 무슨 상관'이랴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읽어보니 그렇게나 눈에 들어오지 않던 오키나와편이 착착 안겨온다. 그래 관심이 중요하다. 관심에서 이해가 생기고, 이해에서 애정이 생기는 법이지.

 

 

 

 

 

 

이 책은 단호하다. 오키나와는 현대의 식민지라고. '오키나와에 대한 일본인의 무의식적인 식민지주의 실태를 아주 날카롭게 비판적으로 분석한' 노무라 고야의 <무의식의 식민지주의>를 인용하면서, '일본인은 오키나와를 차별하지 않으며 오키나와는 식민지가 아니'라고 얘기하는 본토 일본인들에게 '그러면 미군기지를 갖고 가라고 하면 그들이 어떻게 나올지를 묻는다.'

 

일본인: 오키나와 너무 좋아.

오키나와인: 그렇게 오키나와가 좋다면 기지 정도는 갖고 돌아갈 수 있겠지.

일본인:..........(권력적 침묵)

 

일본인: 오키나와와 연대하자!

오키나와인: 그렇다면 기지를 일본에 갖고 돌아가는 것이 최고의 연대죠.

일본인: .........(권력적 침묵)

 

일본인: 오키나와인도 우리와 같은 일본인입니다.

오키나와인: 그렇다면 왜 오키나와인을 스파이라며 죽였지? 왜 히로히토는 오키나와를 미국에 팔아넘겼어? 왜 류큐 왕국을 멸망시켰지? 왜 류큐어를 금지시켰나? 왜 오키나와인에게만 이토록 많은 기지를 떠넘겼나? 왜 차별하는가?

일본인:..........(권력적 침묵)

 

일본인:(독백) 침묵이야말로 나의 이익. 듣지 않는 거야말로 내 이익. 반응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나의 이익. 식민지란 그런 것. 원주민의 소리 따위 들을 필요가 없어! 결국 이런 것.

 

p.160 ....'오키나와인의 질문에 대해, 일본인은 침묵하면서 대답하지 않고 가만있기만 하면 식민자로서의 기득권익을 유지할 수 있다. 그것이 '권력적 침묵'이다.

 

'권력적 침묵'이라는 단어에 자꾸 눈이 간다. 밀양 송전탑도 떠오른다. 권력적 침묵에 동조하는 이상 송전탑은 해결되지 않을 터.

 

 

그러고보면 <남쪽으로 튀어>에서 주인공 이치로를 좀 유별난 불평분자로 설정해 놓은 것이 아쉽다. 동명의 영화를 보면 더 그렇다. 앞뒤 상황이나 배경 지식 없이 이 영화를 보면 그저 지루하기만 하다. 섬 개발을 둘러싼 갈등 장면이 나오는데, 책에서는 호텔 개발로, 영화에서는 양로원이 들어서는 것으로 설정했는데 이것 또한 한 발 비켜선 표현이리라고 본다. 실제상황은 미군기지 이전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인데 흠, 그렇게 설정하면 책이나 영화가 만들어지지 못하겠지. 그렇게나마 우회적으로 얘기하는 게 그나마 다행이지 싶다.

 

 

오키나와 여행...실행할 수 있겠지?


댓글(2)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nine 2015-05-25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가시기 전에 사전 조사를 철저히 하시는군요. 저도 그럴 것 같아요 만약에 어딜 가고자 한다면요.
오키나와도 일본 정치, 역사상 사연이 많은 곳인가봐요. 이것도 nama님 페이퍼 읽고 처음 알았습니다 ㅠㅠ

nama 2015-05-26 07:05   좋아요 0 | URL
여행가기 전에 이것저것 살펴보는 자체가 여행 떠난 기분을 느끼게 해요^^

우리나라가 일제강점기에 들어가기 전에 일본이 오키나와를 먼저 식민지로 만들었다고 하네요. 그 농축된 경험이 우리나라에서 더 강화되었다고나 할까요. 알고보면 오키나와도 무척이나 고달픈 땅입니다.
 

올해로 6회째 이어져오는 양평 산나물축제를 4회 때부터 다녔다. 작년에는 세월호참사로 축제가 취소되었지만 일부러 양평장날에 맞춰 다녀오기도 했다. 그러니까 횟수로 따지면 네 번 다녀온 셈이다.

그렇다고 이 산나물 축제에 뭐 깊은 뜻을 품었다거나 지대한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다보니 나이를 먹듯 그렇게 되었을 뿐이다. 흠, 나이를 이렇게도 먹는다.

 

분명 축제라서 이런저런 행사가 많은데 남편과 나는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기보다 오로지 나물만 사가지고 온다. 

 

그래도 오늘은 나물 구입하는 것 말고 두 가지를 더 했다. 행사장에서 생맥주 마시기와 주변 식당에서 밥먹기.시중에서 파는 kloud 보다 알콜도수가 높다는 kloud 생맥주는 예상보다 맛이 좋았다. 이른 아침부터 마시는 생맥주가 맛있기는 사실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목도 마르지 않고. 맥주를 마시는 조건으로는 썩 어울리는 상황이 아니다. 그런데도 맛있었다. 길 안내 엉터리로 한다고 타박을 주던 남편도 요순간만은 그리 밉지 않고...

 

자동차가 밀리기 전에 가야한다며 10시 30분 쯤에 점심을 먹었다. 분명 아침을 먹고 나왔고, 생맥주를 한 잔씩 들이켜서 식욕이 별로 당기지도 않았는데, 그래도 먹었다. 평소 직장 생활에 충실하다보니(?) 몸이 알아서 따라준다. 직장에서 먹는 점심밥은 맛으로 먹거나 배가 고파서 먹기보다 일종의 해치워야할 업무라고 할 수 있다. 제 때 먹지 않으면 일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밥 시간이 되면 그냥 먹는 것이다. 아침밥을 수저만 들면 먹듯 점심도 시간이 되면 먹어줘야 하는 것이다. 일로써.

 

그렇게 먹었는데....맛있다. 더덕무침, 된장찌개, 나물쌈, 나물반찬, 하나도 버릴 게 없다. 그래서 남편과 나는, 내년에는 아침밥을 굶고 오자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요렇게 이름표를 달아주니 저절로 눈길이 간다.

 

 

처음 보는 거.

 

 

맛이 궁금해서 찍고

 

 

반가워서 찍었다. 강원도 법수치에서 먹어본 적이 있는데 말 그대로 심심산중에 있어 만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궁금.

 

 

숲해설가가 옆에 있다면 좋았으련만...

 

 

 

 

 

가운데 하얀별은 박주가리 열매일 것이다.

 

 

양 옆에 있는 지네가 특이해서 한 컷!

 

 

목 축이는 새끼오리들. 사람이나 동물이나 물 흐려놓는 녀석이 꼭 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수이 2015-05-02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크크크 마지막 말씀_ 빵 터졌어요. 그나저나 오리들이 원래 저렇게 아름다운 녀석들이었던가요? 저는 식물에는 젬병이라서 ㅠㅠ 식물만 보면 그저 한없이 고개가 숙여져요. 그저 부럽습니다. 산나물들만 먹고 살라고 한다면 그보다 더 행복한 일도 없을 거 같아요.

nama 2015-05-02 19:30   좋아요 0 | URL
새끼오리를 본 적이 거의 없어서 처음에는 병아린줄 알았어요. 어린 것들은 모두 귀엽죠?
산나물 데치느냐고 솥으로 열 번 물을 끓여 겨우 마무리했답니다. 산나물이 저를 먹으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