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에 구매한 이 책. 여행기치고 꽤나 재미없는 책이어서 읽으면서도 은근 짜증이 났던 책이었는데, 이 책을 다시 읽었다. 한번 흘러간 사랑을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법, 처럼 나는 한번 읽은 책은 여간해서 다시 읽지 않는다. 이미 읽은 책을 다시 읽는데 마치 새 책을 읽는 것처럼 아주 낯설게 다가올 때, 그럴 때 나 자신에게 화가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구미를 당기는 책들이 내 간택을 열망하고 있기에.

 

내 분명 미얀마에 관한 책을 두어 권 읽고 '서재 태그'에 이름을 남겼는데 'more'속에 얌전히 숨어 있을 줄이야. 서재 태그에 다시 얼굴을 내밀게 할 겸 당분간은 미얀마에 관한 책을 읽으리라. 실은 미얀마 여행을 계획중이다. 내 삶의 희망이 무엇이던가. 힘들게 돈 버는 이유는 무엇이던가. 우선 놀고봐야지. 딸내미 재수에 들어가기 전 일단 좀 놀려줘야지. 모두 먹자고 하는 일. 푸념처럼 던지는 말에 진실이 들어있는 법. 나는 먹는 데는 별 관심이 없으니 이렇게 바꿔본다. 모두 놀자고 하는 일. 

 

이런 목적으로 이 책을 다시 읽으니 조금씩 눈에 들어온다. 처음 읽었을 때 지루했던 내용들이 좀 덜 지루하게 다가온다. 미얀마는 불심 가득한 사람들이 사는 나라...이 책의 주제는 이거였다.

 

독서도 역시 동기부여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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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만 있으면 떠날 수 있는 세계여행, 여행교의 간증집회 '탁PD의 여행수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의 멘트로 시작되는 대화체 여행담을 귀가 아닌 눈으로 읽고 있다. 재밌다. 키득키득 웃다가 '남미에 가야 할 이유'같은 게 떠올랐다. 다음 부분에서.

 

그런데 팟캐스트가 뭐지? 대강 알겠다. 그러나 책이 더 좋다.

 

김한민: 그래서 그날 신고식을 치른 이후론 피하지 않게 됐어요. 특히 뭐가 바뀌었냐면, '나는 춤을 못춘다'는 생각을 이젠 안 해요. 근데 만약 한국에서 다시 비슷한 상황이 온다면.., 한국은 뭘 하더라도 내가 못하나 잘하나를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페루는 전혀 그런 게 없어요.

 

탁재형: 한국에선 자꾸 자기검열을 하게 되잖아요.

 

 

김한민: ...그것도 남미가 준 지혜인데, 춤도 그렇고 뭐든 다 헐렁해지는 것 같아요. 근데 이건 '인생 뭐 있어?'랑은 달라요. '뭐 그리 잘할 필요 있나? 재밌게 하면 되지' 이런 걸 많이 가르쳐준 것 같아요.

 

참 재밌고 유쾌한 이 책을 이렇게 재미없게 쓰고 있자니 저자분들께 죄송한 마음이 든다. '자기검열'이라는 단어에 꽂혀서리...이 딱딱한 마음도 자기검열의 과정인가, 부작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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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되었건 딸아이 수능이 끝나니 좀 살 것 같다. 모처럼 아이 데리고 바람을 쐬고 왔다.

영흥도라고...집에서 약 42Km거리로 시화방조제-선재도-영흥도로 이어지는데 '도'자가 붙으니 섬은 섬이되 모두 다리로 연결된다. 해마다 늦여름이면 선재도로 포도를 사러 가기도 했는데 바로 윗동네에 골프장이 들어서는 바람에 발길을 끊었다. 넘쳐나는 게 도처에 골프장이건만 바닷바람마저 쐬고 싶다 이건가...

 

 

12.7km 에 이르는 시화방조제(안산시 단원구 소재) 중간쯤에 있는 T-light 휴게소 뒷편으로 멀리 우리집이 보일 듯~~

 

 

 새로 생긴 전망대. 25층까지 승강기가 올라가는데 43초가 걸린다. 무료라서 줄을 서서 기다렸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시화방조제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사람이 꼬물꼬물 움직이는 개미처럼 보인다.

 

 

 전망대 유리에 붙어 있는 스티커. 멀리 보이는 게 송도신도시이니까 여기서 우리집이 보이진 않겠다.

 

 

 우리 엄마 고향이 황해도 옹진인데, 여기는 경기도 옹진. 선재도 가는 다리.

 

 

선재도 지나기가 무섭게 영흥도로 이어지는 다리가 나온다.

 

 

서해안고속도로의 서해대교 혹은 인천공항으로 가는 인천대교를 떠올리게 하는 영흥대교

 

 

드디어 영흥도. 십리포해수욕장 가는 길에 있는 음식점(칼국수와 만두가 유명함) 앞에서 한 컷. 만두 2인분, 칼국수 2인분을 배불리 먹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24,000원.

 

 

이번에는 거꾸로 영흥도-선재도-대부도로 나오는데 대부도에 있는 유유유유명한 옥수수빵집. 번호표를 받고 15분을 기다린다. 저기 쌓여 있는 박스가 금방 동이 난다.

 

 

유기농과는 거리가 있어보이지만 맛있다. 실제 색깔보다 흐리게 나왔다. 노오란색인데...

 

 

 

새벽 3시 쯤 눈이 떠졌다. 평일이라면 억지로라도 다시 잠을 청하겠지만 휴일이라서 책을 집어들고 화장실 변기뚜껑에 앉아 읽기 시작했다. 식구들을 깨우면 안 되니까.

 

'세계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부제처럼 이 세계는 아무래도 누군가의 조종에 의해 작동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전 인류의 노예화'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들이 설득력이 있다.

 

이런 책을 읽는다는 것은 괴로움을 자초하는 일이기도 하다. 막연한 행복감에 찬물을 끼얹고 모호한 불안감을 조장한다. 세상 돌아가는 내막을 제대로 알고 싶기도 하고 모른 채 넘어가고 싶기도 하다. 가뜩이나 심란한 마음을 더욱 심란하게 한다.

 

이래저래 세상이 온통 회색으로 보이는 11월 마지막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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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30 2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1-30 2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01 0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에는 꼼꼼하게 읽게 되는 책과 대충 읽게 되는 책이 있다. 한 줄로 요약하면 되는 말을 엇비슷한 표현과 반복되는 말로 길게 늘려 설명하는 대학교수들의 강의를 듣는 일은 지루하고 곤욕스러울 따름인데, 이 책이 그렇다. 말이 너무 많아서 대충 넘겼는데 다음 표가 눈에 들어왔다.

 

 자국에 있는 것  해외여행을 하는 것
 일이다  놀이이다
 강제적이다  자발적이다
 엄정하다  너그럽다
 형식적이다  비형식적이다
 주의를 기울인다  긴장을 푼다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꼭 해야 할 일이 없다
 정확하게 시간을 엄수해야 한다  시간 엄수가 엄격하지 않아도 된다
 타인 본위다  자기 본위다
 당연시한다  당연시하지 않는다
 위험을 회피한다  위험을 감수한다
 같은 상태에 머물 수 있다  삶을 바꿔 놓을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
 지루하다  흥미진진하다
 세속적인 것과 비슷하다  성스러운 것과 비슷하다

 

넬슨 그래번(Nelso Graburn)이라는 인류학자의 생각이라고 하는데 새삼 새로운 것은 없다. 나도 이렇게 생각해왔으니까.

 

그러나 이어지는 다음 글을 읽어보면,

 

(p.132)...관광에 대한 많은 연구가 관광이 문턱성을 가졌다는 걸 보여 주었다. 우선 관광을 할 때는 서로 성이 아닌 이름을 부르는 것이 입증하듯이 격식을 차리지 않는 경우가 늘어난다. 또 술을 과하게 마신다. 더 솔직한 사회적 행동을 하며, 때로는 고국에서 하는 "정상적인" 행동과 정반대로 굴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사람들은 이런 일시 휴지상태에서 스트레스를 주는 삶의 모순에서 벗어나며, 그런 면에서 이런 상태는 사회의 현상 유지를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 사람들이 활력을 되찾고 돌아와서 자신을 소외시키는 따분한 업무로 복귀할 준비가 되기 때문이다. 현 상황에 도전하거나 변화를 가져오려는 대신에 말이다.

 

따끔한 말이다. 여행이 결국은 사회의 현상 유지를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는 말이. 현상 유지 강화에 기여하는 또 다른 것이 있다면, 이런 것도 포함하지 않을까. 이를테면 각종 건강정보를 제공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나 먹거리 프로그램. 오로지 내 몸에 신경을 쏟다보면 각종 사회 현상은 부차적인 문제로 밀려날 터이니까.

 

이 책에 푹 빠지기에 나는 이미 영악한 여행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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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되지도 않는 이런저런 일로 마음과 몸이 무겁더니 드디어 오늘 아침에 속이 뒤집어졌다. 토사곽란이란 단어를 몸소 실천했다. 아직도 목이 컬컬하다. 신물까지 쏟았으니.

 

걱정하고 고민해서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일이라면 모를까 그렇지않다면 그냥 가만히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걱정거리와는 거리를 둔 그런 마음으로 지내왔다고 생각했는데 가끔 그 문제가 가족일 경우에는 이런 거리두기가 잘 되지 않을 때가 있다. 불가항력이랄까.

 

한바탕 속을 다 비우고, 오후 들어서야 겨우 책을 집어들었다.

 

 

 

 

 

 

 

 

 

 

 

 

 

 

몽골병에 걸린 소설가가 쓴 책이다. 몽골에 대한 애정이 물씬물씬 드러나서 나도 덩달아 몽골에 빠져든 기분이 들었다. 거리에서 몽골 사람만 만나도 반갑다는 작가, 나 역시 거리에서 인도사람만 봐도 반갑던 때가 있었다.

 

몽골에 다녀온 친구들이 하는 얘기로 몽골에는 볼 게 없단다. 저 푸른 초원만이 펼쳐졌노라고도 한다. 그러나 지은이는 '아무 것도 없는 것을 보러' 가기 위해 몽골에 간다고 한다.

 

p.27....사방 300킬로미터 반경의 불모지를 지나게 된다. 풀 한 포기, 양 한 마리, 게르 한 채 없이 막막하니 펼쳐진 붉은 황야에 서면 비로소 세상에 혼자 선다는 가슴 먹먹한 느낌과 만나게 된다. 떼를 써서라도 차를 버리고 그 불모지를 걸어 보기 바란다. 여태껏 가족과 친구와 직장 상사와 싸가지 없는 인간들 틈에 끼어 헐떡거리던 자신을 건져내어 자신의 본연과 만나게 될 것이다. 고비는 막막하니 비어 있으면서도 오감을 충만하게 한다. 텅 빈 충만감. 그것이 고비를 걷는 나그네의 보법이다.

 

'텅 빈 충만감'...나는 안다, 이게 무엇을 뜻하는 지. 인도 라다크에서 아주 조금 맛을 봤다. 허허벌판,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높디 높은 산자락이 내뿜는 허허로움과 지구 태초의 모습, 사면팔방이 뻥 뚫린 광막한 고원지대, 아슬아슬한 천길 낭떠러지 위의 도로를 달리는 긴장감...몽골에 대해서 읽고 있었지만 나는 히말라야를 걷고 있었다.

 

몽골. 언젠가는 가보게 되겠지. 특히 고비사막. 고비고비 노래를 부르다보면 가게 되겠지. 몽골에 가게 되면 꼭 이 책을 다시 읽고 가리. '몽골로 가는 39가지 이야기'라는 부제처럼 기왕이면 다양한 몽골을 경험해야지. 말도 지치도록 타보고.

 

p.177 몽골에는 말에 관한 말이 많다.  말은 타 봐야 알고, 사람은 사귀어 봐야 안다. 종에게는 주인이 많고, 지친 말에게는 채찍이 많다. 밥 먹으러 갈 때는 준마처럼 날쌔더니, 일하러 갈 때는 가로놓인 돌처럼 무겁다. 좋은 말은 보조를 맞추고, 된 사람은 말(言)을 지킨다. 우는 말이 있으면 차는 말도 있다.

 

여행 대신 그냥 읽어도 매우 재밌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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