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으로, 발리 BOOK + 내 손으로 NOTE 세트 - 전2권 (도서 + 노트) - 일러스트레이터 이다의 카메라 없는 핸드메이드 여행일기 내 손으로 시리즈
이다 지음 / NEWRUN(뉴런)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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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온갖 첨단과 스마트가 난무하고 세상을 이끌어가는 듯하지만, 어느 한 구석에선 지극히 소박하고 느린 것들이 사람들을 위로하고 그나마 숨통이 되어주기도 한다.

 

레디메이드한 세상에 진저리를 치며 스스로 집을 짓고, 재봉틀이나 뜨개질로 손수 옷을 해입고, 자급자족을 위해 작물을 직접 재배하는 느린 삶들이 세상의 한 축을 이루며 오히려 각광받는 그런 시절이 오지 않을까.(지금보다도 더.)

 

세상의 한쪽이 극으로 치달을수록 나머지 한쪽도 스스로의 균형을 위해 극으로 향하게 되지 않을까.

 

이 작은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이다. 

 

첫장부터 마지막장까지 손때가 묻어있는 듯한, 내 친구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한, 아주 원시적이고 소박한 책인데 의외로 마음을 촉촉히 적셔준다. 손글씨가 주는 사람냄새가 참 좋다. 늘 익숙한 폰트에서 해방되고, 때로 실제보다 뛰어난 착시를 안겨주는 카메라 사진에서도 해방되니 사람의 숨소리를 옆에서 듣고 서로 눈을 맞추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발리. 옛 전통적인 삶의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는 발리를 표현하는 방식으로는 이런 수공업적인 형식이 참으로 적절하지 싶다.

 

손가락만 까딱하면 온갖 정보를 쉽게 찾아낼 수 있는 세상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시콜콜한 정보가 아니라 내가 살아있고 숨 쉬고 있다는 현실감각이 아닐까. 지금과 같은 스마트한 세상이 심화될수록 이런 책이 더 극단으로 흘러서 지은이가 직접 손으로 쓰고 그린 책들(인쇄본이 아닌)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날이 오지 않을까도 싶다. 그때를 위해 지금부터라도 부지런히 그림을 그려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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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붙이자니 좀 그렇다.

 

 

 

 

 

 

 

 

 

 

 

 

 

 

 

위 두 책의 지은이에 대해.

▶이름:김남희/김준희

 

▶ 같은 점:

둘 다 1971년생.

미혼.

직장을 그만두고 여행길에 들어섦.

둘 다 자신이 '소심'하다고 주장함.

낯선 곳, 낯선 사람들과 잘 어울림.

 

▶ 다른 점:

여자/남자

유명한 여행가/ 알려지지 않은(내가 모르는) 여행가.

필력이 세련된 여행가/ 말과 글이 똑같을 것같은 투박한 필력의 여행가.

한 곳에 오래 머무는 정주형 여행가/ 매일 이동하는 유목형 여행가.(위의 책만 보면)

글이 꼼꼼하고 자신의 깊은 속을 우아하게 드러내는 사고형/언문일체의 투명성을 특징으로 하는 행동형.

 

 

<오래된 길, 우즈베키스탄을 걷다>는 알라딘중고서점 신촌점에서 구입했다. 기왕 세상에 나왔으니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면 좋으련만... 온 몸으로 여행했듯 온 몸으로 쓴 글일 텐데 세상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쓸쓸히 구석에서 폐지로 남는 것이 끝내 아깝다. 투박한 것은 투박한대로 좋은데, 세상은 예쁘고 반짝이는 것에 눈길을 주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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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헤미아 숲으로 - 숲의 작가 슈티프터와 함께 한 오스트리아 여행
정기호.권영경 지음 / 사람의무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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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조경학을 전공한 두 분의 여행기. 학자다운 꼼꼼함과 전문적인 식견은 인정하지만 문체가 밋밋하고 지루하여 산정을 오르는 기분으로 쉬엄 쉬엄 읽게됨. 오스트리아에 대한 일반 정보를 얻을까 했으나 그건 내 욕심과 착각. 몰입하지 못하는 건 내 문제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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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속의 샹그리라 - 이해선의 사진과 함께하는 오지 기행
이해선 글.사진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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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하지도 수다스럽지도 잘난 척 하지도 않는, 발로 꾹꾹 손으로 꾹꾹 눌러 쓴 여행기. 앞으로도 좋은 여행하시고 좋은 글 많이 쓰시길. 길 떠나지 못하는 자에게는 큰 위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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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국경을 넘을 권리가 있다 시 읽는 여행자
이승원 지음 / 홍익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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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5시 기상. 오후 12시 취침. 기상과 취침 사이에는 '일'이라는 게 있다.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일들이 빼곡하다. 수능이 다가올수록 얼굴이 하얗게 바래가는 딸아이를 보면 그래도 '나는 편하지.'하며 속으로 꼬리를 내린다. 빨리 수능이라도 끝나야지 좀 살 것 같다.

 

띵한 머리로 책을 읽을 수도 잠을 잘 수도 없는, 이미 출근은 했고, 시집 한 권 집어든다. 시 엮음집이다. 저자 소개란에 있는 한 구절이 눈에 들어온다. '박사학위 논문의 주제는 <20세기 초 조선인들의 해외 기행문>이었다.' 아, 내가 언젠가 국문학을 전공한다면 선조들의 해외 기행문에 대해 공부해야지, 하고 막연히 생각해왔는데 한 발 늦었구나, 하는 쓰라림.

 

피곤한 눈으로 책을 스캔하듯 뒤적거리다 한 페이지에 눈이 머문다.

 

 

                       이탈한 자가 문득

 

                                                            김 중 식

 

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

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대낮보다 찬란한 태양도 궤도를 이탈

하지 못한다 태양보다 냉철한 뭇별들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

므로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 뿐이다 집도 절도 죽도 밥

도 다 떨어져 빈 몸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보았다 단 한 번 궤

도를 이탈함으로써 두 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

캄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 그 똥, 짧지만, 그래도 획을 그을

수 있는, 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

 

 

 

 

'캄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이 되기는 두렵다. 그래서 이렇게 질기게 살아남고자 애쓰고 있는 것이다. '그깟' 자유, 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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