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남의 차 바퀴만
만지작거리던 홍서 옹
나이 팔십에 자가용 생기셨다
좌석은 하나
몸통만한 두 바퀴
침대 옆에 얌전히 접혀
주차된 자가용
장애인 화장실로 운전하는
무면허 대리기사 채 여사
니 아부지 늘그막에 호강한다며
말간 웃음 지으신다
왼 다리엔 통통한 부츠
오른 다리엔 하얀 스타킹
우아하게 다리펴신 홍서 옹
말간 웃음 지으신다
천천히 흐르는 물줄기
보글보글 가벼운 비누거품
해사해진 얼굴 위로
이슬 머금은 은잔디
공간의 바퀴가 돌면
집이었다 병원이었다
벽이었다 커튼이었다
햇살은 빗살이 되지만
당신 멋지다
몸통 닦아주는 손길에서
안 아파
웃음짓는 얼굴에서
따뜻한 물감 흘러나와
서로 마음에 그림을 그리신다
시간의 바퀴를
함께 돌려오신 당신들은
사랑한다 말을 할
필요가 없으셨다
* 2018.5.19. H백일장(글제: 마음 전하기), 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