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의자 - 승자가 지워버린 이름
김문주 지음 / 마음서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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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 어둠이 검은 기운을 세우고 밀려왔다. 구름이 달을 가리자 별빛에 날이 섰다. 벌레들의 울음소리가 애를 태웠다. 그것은 한 계절을 살고 갈 운명들의 몸부림이었다."


부여에 대해서 내가 알고 있는 게  어디까지인가? 인문학을 노래하고 많은 강연들이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정작 우리는 우리 역사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가. 


저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는 승자의 기록으로 보고 우리가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의문을 제기했다. 그 의문의 시작으로 쓴 것이 부여의자. 마지막 순간까지도 나라의 백성을 생각하며 쓰러진 의자왕을 그렸다. 배신과 모함이 도는 공간에서도 나라의 운명을 책임진 의자왕은 흔들리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알려진 부여 의자왕의 이야기와 소설 속 의자왕의 이야기를 비교해봐도 좋겠다. 소설로 봐야 할 부분과 의문을 가져 봐야 할 지점은 또 어떤지도. 다만 심각하지 않게.


1995년 한 신문사의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으로 직업적인 소설가의 길을 걷는 저자가 선보인 부여의자를 통해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시대의 이야기는 후대에 또 어떻게 기록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소시민으로서 현 정부의 업적은 어떻게 평가받게 되는지도 말이다. 


1400년 전의 백제를 떠올리며 글을 이어 의자왕 이야기를 끝낸 저자의 열정 덕분에 우리는 그냥 묻고 갈 역사의 흔적을 다시 들춰 꺼내볼 수 있게 된 듯하다. 


실제 개백이 남긴 말인가 싶지만 소설 속 계백의 말이 남는다. 가고 싶지 않은 길이지만 가야 할 길이 있다는 것이다. 옳고 그름에 목숨을 거는 게 어리석지만 목숨을 내놓는 일에 주저하지 말아야 할  때가 있다고 한다. 백제의 미래를 위해서...


"옳고 그름을 따져 목숨을 내놓는 일에 주저하지 말라. 세상의 올바른 이치에 목숨을 내놓는 일에 주저하지 말라. 가고 싶지 않을 때도 있는 길이지만, 지금은 백제의 미래를 위해 마땅히 가야 할 길이다."


부여의자는 더운 여름날 밤, 백제의 역사를 다시 한 번 돌아 돌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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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굿 - 출간 30주년 스페셜 에디션
김초혜 지음 / 마음서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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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르고 베어도

잊힐 리야 없을

그대 향한

나의 마음

어둠인 듯 감추었다가

흔들림 없이 

크게 빛내이고 싶다.

내게

-'사랑굿 6' 중 일부 발췌


사람으로 세상 와서 사랑한 번 못하고 떠나는 인생은 슬프다. 사랑을 하며 상처를 받고 상처는 주는 일은 가슴 아픈 일이다.


떠난 사랑인데도 그 사람 때문에 가슴이 탄다. 그러면서도 떠난 사랑이 잘 되길 바라는 그건 무슨 사랑일까?


혼자 한 사랑, 사랑의 길이 끊어진 사랑, 사랑으로 가슴 아팠고 사랑으로 가슴 뜨거운 시간을 떠오르게 하는 사랑굿. 


오늘도 사랑 찾아 가슴 태우는 이들을 위한 위로와 격려의 사랑굿이다. 과거의 사랑, 진행 중인 사랑과 아직 도착하지 않은 사랑을 떠올릴 수 있다면 우리는 아직 뜨거운 사람이다.


설렘 없는 인생은 마른 나무 가지다. 다시 설레 볼 일이 없는 사람도 사랑굿으로 흔들려 보자. 어디를 펼쳐도 사랑 이야기다. 사랑은 우리 인생이다. 내 삶의 상처와 기쁨과 슬픔과 아픔이 굴곡을 이루는 게 인생이다. 그 울림 속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사랑 하나로 버티는 날들이 있었고 사랑으로 무너지는 날들이 있었다. 


오래전 100만 독자를 만났던 김초혜 시인의 사랑 연작시 사랑굿이 2018년 7월, 마음서재를 통해 30주년 특별판으로 다시 등장을 했다. 세월 탓으로 돌릴까, 틈 없는 사회생활이라고 말할까? 사랑굿 한 줄 한 줄은 둔탁해진 감정을 흔들어 놓을 것이다. 


내게 있는 

조그만 눈

남의 

어리석음은 깨우며

이 마음은

지키지 못하는

덧없음이네


인과의 그물에 얽혀

그대 벗어날 곳 찾아

절름거려도

잠긴 마음

풀리지 않고


진실을 꾸며도

거짓을 꾸며도

백년 살 것이 아닌데

한 사람

따뜻이 하기

어찌 그리 힘드오


-사랑굿 105


이렇게 모두 183개의 사랑굿, 사랑을 둘러싼 수많은 감정들을 쏟아내고 다시 섞이고 하나로 뭉쳤다가 다시 흩어지는 몽골 초원의 바람 같은 문장들이 귓가를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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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파서블 포트리스
제이슨 르쿨락 지음, 박산호 옮김 / 박하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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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나이에 무슨 열네 살짜리 아이들의 성장 소설을 읽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여름인데 그래도 묵직한 소설 한 권은 읽어야지 하는데 뭘 고르지. 새로운 이야기로 장면이 전환되는 곳에 어디선가 본듯한 코드가 들어있다. '야, 이거 뭐야, 뭐지'. 호기심은 거기서 시작됐다. 뭐가 될 건가, 뭐가 출력될 건가.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이야기가 흥미롭다. 



아이들의 모의가 과연 성공할지 아니면 말 그대로 그냥 '폭망'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소설의 맛이 그런 게 아닌가. 처음에는 언제 읽냐 싶다가도 다음 장을 안 읽으면 못 배기는 그런 거 말이다. 


임파서블 포트리스가 그렇게 다가왔다. 두근두근하는 마음이 나는 언제나 있었나? 플레이보이를 장식한 배우의 사진을 보고 그 책을 손에 쥐고야 말겠다는 아이들의 모의는 결국 대형사고를 만들고 말았다. 


나의 열네 살은 재미없었던 기억이다. 학교와 집을 오고는 데 바빴다. 그래도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정류장 앞에 있던 오락실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어서 들어와,라는 듯 '푱푱' 거리는 기계음의 유혹을 벗어나지 못했다. 


아픈 일들은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 슬픔과 불행은 인생 성장의 동반자다. 매일 좋은 일만 있다면 삶의 즐거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까. 좋지 않은 일과 나쁜 일들이 교차되며 일어나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즐겁고 기쁜 일도 있어 인생은 살 만한 것이 아닌가. 



어른들의 눈으로 아이들의 세상을 보면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많다. 그러나 아이들의 눈으로 본 세상은 해야 할 것들만 가득한 것이다. 해보고 싶은 것들뿐이다. 어른들의 세상으로 들어가 보고 싶은 것이다. 아이들은 몸이 작을 뿐이지 생각이 작은 게 아니다. 


아이들은 플레이보이를 손에 넣기 위해 건물 침입 계획까지 세우고는 비밀번호를 알아내기 위한 몸부림을 시작하는데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진다. 게임을 개발해서 대회에 출품하는 과제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호기심, 궁금함을 대변하는 것이 '비밀번호'가 아닌가. 어른의 세계로 들어가는 비밀번호. 




빌리, 알프와 클라크, 때로는 진지하고 때로는 엉뚱한 아이들의 모험은 독자들의 과거로 떠나는 추억 여행이다. 


이 책의 작가 제이슨 르쿨락은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어릴 적 기억을 노트에 기록하며 만든 이 책의 생생함, 당시의 음악과 컴퓨터 역사와 같은 내용은 바로 그러한 연유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번역 내용도 좋다. 아이들의 시각에 맞는 번역이 눈에 띈다.  


인생은 궁금한 것 없이 살아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사는 것이다. 설령 그것이 마우리츠 에셔의 그림처럼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일일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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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기는 힘 - 그들은 어떻게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는가
이지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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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에서 이기는 사람들의 이유는 어디에 있는 걸까. 이기고 지는 것이 우리의 삶이고 경영 일선의 일이기는 하지만 이기는 사람은 지는 것을 억울해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쟁의 영웅, 시대의 영웅은 어떻게 탄생을 하는 걸까. 결국 그들의 즉각적인 결단력에 있는 것은 아닐까. 지는 것에서 이기는 기회를 찾는 게 아닐까.


<혼 창 통>의 저자, 이지훈 교수의 두 번째 책이 나왔다. 그가 쓴 <결국 이기는 힘>은 우리 시대를 이끌고 있는 기업가들의 경영방식에서 이기는 힘의 요소를 끌어낸다. 기자로서 그는 수많은 기업의 현장을 이끄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공통적인 대답을 찾았다. 그 답을 담고 있는 것이 <결국 이기는 힘>이다.


<결국 이기는 힘>은 실패에서 살아남은 영웅들은 어떤 이유를 갖고 있는지 알아본다. 대학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신문사 기자로서 취재과정에서 많은 경영자들을 만나 그들으로부터 실패와 성공의 공통점을 찾았다. 


저자 이지훈은 경영의 기술과 직원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리더가 지녀야 할 책임의 크기에 따라 달라지는 성과를 보여준다. 그러한 기업과 경영자는 쉬운 길의 유혹에서 벗어나 옳은 길과 위험한 길을 거부하지 않는다. 도전하고 모험하지 않으면 기회도 없다. 실패할 기회도 없다. 리더의 덕목을 다 갖추기는 어렵다면 필수항목이라도 채워보자.


위험한 삶이 안전한 삶이다. 안전한 삶이 위험하다.

안전한 삶만을 추구하다가

뒤늦게 후회하는 사람을 많이 보았다.

안전만 추구하다가는 정반대의 결과,

즉 가장 위험한 순간이 닥친다.

지금 위험하게 살아야

미래가 덜 위험하다.


일을 하는 이유와 목적, 사명이 있는 삶은 그렇지 않은 삶과 결과가 다르다.

비교적 평범한 삶을 사는 나로서는 힘든 일을 뚫고 앞으로 나가는 게 사실 말처럼 쉽지 않다. 경영 손실을 불구하고 결단을 해야 하는 대표의 심정을 알 수 있을까. 간이 기본적으로 작은 인간이다. 두 개도 아니다.


"리더는 사람들을 행복하게도, 불행하게도 만들 수 있다. 리더인 당신이 사람의 힘으로 고객과 직원들을 행복하게 만든다면 그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리고 그 보람이 당신과 조직을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성숙시킨다. 세상은 도움을 필요로 한다. 신화에서 영웅들이 왜 보검을 차지하고도 다시 세상 속으로 내려오는지를 잘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239쪽 중


<결국 이기는 힘>은 조금 위험한 길로 가는 선택을 해야 미래가 보인다는 생각을 더 끌어 안을 수 있는 기회가 되어주었다. 이전과 다르게 열정에 모든 것을 기댈 수는 없다. 아이디어와 기획, 결국 콘텐츠가 살아 있어야 생명력을 보여주고 생생함을 전달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생함은 진심이다. 본인 의도와 다르게 겉과 속이 다늘 리더는 오래 갈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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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맹 - 자전적 이야기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백수린 옮김 / 한겨레출판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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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비슷하다,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모국어에 관한 부분에서 오는 혼란과 정체성에 대한 부분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줌파 라히리는 벵골 출신의 이민자 가정에서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다. 부모들이 쓰는 언어, 영어 그리고 자신이 사전을 두고 이탈리아어로 글을 쓰는 이야기를 담은 책도 쓴 바 있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그래도 작가로서 길을 걸어왔다면 <문맹>의 작가 아고라 크리스토프는 암울한 시대를 타고났다. 그녀의 어려운 처지는 책 속에서 살펴볼 수 있다. 다행히 안착을 했지만 자유를 잃어버린 세상에서 자유를 찾아 떠난 길은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문맹>에 실린 대표작이 '문맹'이다. 간결한 문장에서 슬픔이 잔뜩 묻어 있다. 그렇지만 독자들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자신의 삶을 들어줄 이들을 위해 그는 쓰는 일에 매달렸다. 


쓸 수 있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것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말이다. 우리가 늘 상 쓰는 말과 글이 어떤 의미인가를 생각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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