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리의 이야기
존 버거 지음, 김현우 옮김 / 열화당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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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딱드리고 싶지 않은 곳이 있다. 부딪히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다. 피하고 싶은 장소가 있고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다. 거기가 싫고 그 사람이 싫다. 그래도 만나야하고 그래도 부딪혀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억지로 살아야 한다. 억지로 표정 지어야 한다. 우리 사는 세상에서 뭐 하나 제대로 즐겁게 기쁘게 원해서 하는 일들이 얼마나 될까. 자유를 얻기 위해 지금 당장의 삶은 월급이라는 감옥에 갖혀 하루를 보낸다. 집으로 돌아와 다시 또 같은 장소로 와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무엇을 위해, 왜 그러는 걸까. 최근 인문학이 유행이다. 인문학은 자유라고 하지만, 정작 인문학은 또 우리를 가두어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킹'은 개를 통해서 사람들의 일상, 특별한 사람들의 일상을 들춰 본다. 보고 싶지 않은, 혹은 말하고 싶지 않은 곳의 삶을 개를 통해서 인간 세상을 들여다본다. 존 버거의 글은 사진이다. 그의 문장은 사진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그가 이끌어가는 문장이 그렇다. 앞의 책 중에 그러한 것들이 잇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 책은 그렇다. 그가 써내려가는 글이 그렇다. 개가 인간과 대화를 하고 말을 알아듣고 행동한다. 관찰의 대상이 개가 아니라 사람이다. 개를 통해 그가 들려주고 보여주고 싶은 것들을 말한다.


잠시 후 그가 미쳤다고 생각했던 일이 부끄러워졌다. 생 발레리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파멸 후에 균형을 잡기 위해 나름의 광기를 필요로 한다. 그건 지팡이를 짚고 걷는 것과 비슷하다. 광기가 세번째 다리가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자신이 개라고 믿고 있다. 이곳에서는 아무도 진실을 모른다.  


그의 또 다른 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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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자기 거처를 뺏기면 누구든 비참해지는 법. <킹 : 거리의 이야기>
    from 책읽어쏭의 샤방샤방 이것저것 파헤치기 2014-08-22 00:04 
    황석영 작가가 쓴 소설 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떠오르네요. 책은 소년의 눈을 통해 쓰레기장 주변에 사는 최하층민의 모습을 묘사했습니다. 그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사건을 통해 작가는 문명 사회를 비판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가 모두에게 좋은 낙원이 아니라는 점을 작가는 소설을 통해 보여주었습니다. 에 나오는 주인공들도 사회하층민입니다. 아마 다음 세기에 올림픽이 열릴 수도 있는 한 장소에 하층민들은 자신들만의 거처를..
 
 
책읽어쏭 2014-08-22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개와 사람이 이야기하는 거 보면서 제가 잘못 읽었나 싶었는데, 글 쓰신 대로 해석할 수도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