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 출신입니다만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인호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가와무라 겐키라는 인물이 궁금했다. 마침 그가 쓴 책이 나왔다. 제목도 특이하다. 우리 사회의 현실을 반영한 제목이다. 신문 학부를 나온 그가 문과생으로서 문과가 나갈 길이 무엇인지 고민한 끝에 나온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궁금증은 그의 작품의 시작이다. <전차남>을 비롯 다수의 영화제작자로,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을 쓴 소설가이기도 하다.  


그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하는 것을 즐겨 한다. 호기심은 그를 새로운 일로 이끈다. 그리고 궁금한 점들은 직접 사람을 만나 답을 찾는다. <억남>은 진정한 행복은 무엇인지 답을 찾는 과정에서 나온 작품이다. 


이 번에 내놓은 <문과 출신입니다만>은 2년여 동안 이과인들을 만나 묻고 답한 인생 책이다. 이 책에 앞서 그는 이미 12명의 인물을 만나 일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을 쓴 경력이 있다. 제목은 <일>. 


이 번 책은 일본의 사회와 문화를 관통하는 사람들 15인을 만나 이과생으로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묻고 그들이 향하는 지점이 무엇인지 알아내고자 했다. 책 속에는 시작은 다르지만 그 끝은 결국 같다. 문과나 이과나 가는 길은 다르지만 목표는 같다는 결론을 얻어낸다. 문과라서 죄송할 것도 기죽을 것도 없다는 것이다. 


두 과의 차이는 무엇인가 하는 호기심의 시작이 이 책의 시작이고 결국 길은 다르지만 도착점은 같다는 결론을 보여준다. 다양한 직업군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삶의 관점과 일을 대하는 태도를 통해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요즘 세상은 정보와 유행이 인간을 좌지우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전형적인 사례로 '휴대전화는 스마트폰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 등이 있지요. 그러한 생각 때문인지 점점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고정관념이라 불리는 알껍데기를 깨부수지 못하면 인간은 미래를 향해 변화해나갈 수 없습니다. 그 알껍데기를 스스로 부수든 남이 부숴 주든 해야 합니다."-170쪽 중


'당연한 것은 없다, 의심해야 한다'는 부분도 새삼 새롭게 느껴진다. 의심은 새로운 창조의 시작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만난 인물들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듣는 것,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경험하는 것에 견줄 것이 없음을 느끼게 한다. 우리가 갖고 있는 감각을 우리는 살려야 한다. 


"곤충 채집을 할 때도 어떤 곤충을 찾다 보면 꼭 그와 비슷한 신종 곤충을 발견하곤 합니다. 내가 기존에 가졌던 생각, 즉 상식은 반드시 무너진다는 점이 참으로 유쾌하더군요. 세상일이 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다는 사실을 배우면 인생이 편해집니다. 다들 뭐든지 자기 뜻대로 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으니 짜증을 내는 거지요."-23쪽 중


해부학자, 작가, 곤충연구가이며 도쿄대 명예교수인 요로 다케시의 말이다. 


늘 새로운 일을 추구하는 사람들, 원칙에 충실하기보다는 불합리한 것에 도전하며, 정해진 규칙에 따라 살기보다는 자신이 이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일에 더 집중하는 사람은 어떤가. 남의 말을 듣고 일하는 사람보다는 제멋대로 하는 사람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런 사람을 받아들이는 기업의 회장이 있다면. 그리고 그가 성공을 이룬 사람이라면. 


인공지능과 딥러닝의 발전 상황 등 현재 각광받는 기술과 산업분야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작가의 간결한 요약 덕분에 다양한 인물을 통해 삶에 지배당하지 않고 살아가는 길이 무엇인지, 인간의 즐거움을 창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끌어내는 각자의 방법을 포함하여 사람들이 환호하고 좋아하는 콘텐츠와 서비스의 비결은 무엇인지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결국에는 개인이 시행착오를 반복해야 발전할 수 있습니다. 실패할 때마다 고민을 거듭하고 스스로 땀 흘리며 일해야만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릅니다. 그런 부분을 외주로 맡겨 버리면 정작 자기 자신은 경험을 쌓지 못하니 남는 것이 없습니다. 역시 과정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186쪽 중


위 말은 로봇 제작자 다카하시 도모타카의 말이다.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말이다. 직접 경험도 해봤다. 시간을 줄인다고 큰 돈을 들여 외주 개발을 했지만 결국 서비스는 무너지고 말았다. 외주는 시간을 단축하지만 결국 발목 잡히는 일일뿐이다. 더 발전할 수 없다. 사람을 움직이게 하지 못한다. 핵심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스스로 창조적인 인간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단순한 수동적인 수용자가 아니라 능동적인 생산자로서의 위치를 만들 때 사람들은 기업이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와 콘텐츠에  반응하고 환호한다. 사람의 마음은 건드리는 일이 아직 남아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을 어떻게 만들어 줄 것인가 끊임없이 고민한 사람들이 이루어낸 결과를 부러워하다 인생 끝낼 이유가 없다. 내 것을 찾는 일에도 시간을 보태보자. 


잘 되는 사람은 역시 처음부터 그림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책들 살 것도 많지만 막힌 생각에 답답하다면 한 번 읽어 볼 것을 권한다. 작은 세상에 갇혀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로봇의 시대, 기계와 제조업의 시대를 희망하는 일본이 경쟁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엿보여 살짝 배가 아프기도 하지만 그건 덮어두자. 배우고 익힐 것들이 있다면. 


요로 다케시, 해부학자, 작가, 곤충연구가

카와카미 노부오, 카도카와 대표이사 사장, 도완고 대표이사 회장

사토 마사히코, 도쿄 예술대 대학원 영상연구과 교수

미야모토 시게루, 닌텐도 전무이사 크리에이티브 펠로

마나베 다이토, 미디어 아티스트(드론)

마쓰오 유타카, 도쿄대 대학원 준교수, 인공지능 연구 선구자

이즈모 미쓰루, 유글레나 대표이사 사장(연두 벌레)

아마노 아쓰시, 준텐도대학 심장혈관외과 교수

다카하시 도모타카, 로봇 제작자

니시우치 히로무, 통계전문가

마스다 준, 라인 이사, 최고전략 마케팅 책임자

나카무라 유고, 인터페이스 디자이너

와카타 고이치, 일본 우주항공 연구개발기구 우주비행사

무라야마 히토시, 이론물리학자

이토 조이치, 메사추세츠공과대학 미디어랩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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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2017-03-21 0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인 이사, 도완고도 유명한 게임인데.. 꽤 흥미롭네요. 문송이라는 풍조에 좋은 시각전환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