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파서블 포트리스
제이슨 르쿨락 지음, 박산호 옮김 / 박하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이  나이에 무슨 열네 살짜리 아이들의 성장 소설을 읽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여름인데 그래도 묵직한 소설 한 권은 읽어야지 하는데 뭘 고르지. 새로운 이야기로 장면이 전환되는 곳에 어디선가 본듯한 코드가 들어있다. '야, 이거 뭐야, 뭐지'. 호기심은 거기서 시작됐다. 뭐가 될 건가, 뭐가 출력될 건가.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이야기가 흥미롭다. 



아이들의 모의가 과연 성공할지 아니면 말 그대로 그냥 '폭망'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소설의 맛이 그런 게 아닌가. 처음에는 언제 읽냐 싶다가도 다음 장을 안 읽으면 못 배기는 그런 거 말이다. 


임파서블 포트리스가 그렇게 다가왔다. 두근두근하는 마음이 나는 언제나 있었나? 플레이보이를 장식한 배우의 사진을 보고 그 책을 손에 쥐고야 말겠다는 아이들의 모의는 결국 대형사고를 만들고 말았다. 


나의 열네 살은 재미없었던 기억이다. 학교와 집을 오고는 데 바빴다. 그래도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정류장 앞에 있던 오락실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어서 들어와,라는 듯 '푱푱' 거리는 기계음의 유혹을 벗어나지 못했다. 


아픈 일들은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 슬픔과 불행은 인생 성장의 동반자다. 매일 좋은 일만 있다면 삶의 즐거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까. 좋지 않은 일과 나쁜 일들이 교차되며 일어나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즐겁고 기쁜 일도 있어 인생은 살 만한 것이 아닌가. 



어른들의 눈으로 아이들의 세상을 보면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많다. 그러나 아이들의 눈으로 본 세상은 해야 할 것들만 가득한 것이다. 해보고 싶은 것들뿐이다. 어른들의 세상으로 들어가 보고 싶은 것이다. 아이들은 몸이 작을 뿐이지 생각이 작은 게 아니다. 


아이들은 플레이보이를 손에 넣기 위해 건물 침입 계획까지 세우고는 비밀번호를 알아내기 위한 몸부림을 시작하는데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진다. 게임을 개발해서 대회에 출품하는 과제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호기심, 궁금함을 대변하는 것이 '비밀번호'가 아닌가. 어른의 세계로 들어가는 비밀번호. 




빌리, 알프와 클라크, 때로는 진지하고 때로는 엉뚱한 아이들의 모험은 독자들의 과거로 떠나는 추억 여행이다. 


이 책의 작가 제이슨 르쿨락은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어릴 적 기억을 노트에 기록하며 만든 이 책의 생생함, 당시의 음악과 컴퓨터 역사와 같은 내용은 바로 그러한 연유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번역 내용도 좋다. 아이들의 시각에 맞는 번역이 눈에 띈다.  


인생은 궁금한 것 없이 살아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사는 것이다. 설령 그것이 마우리츠 에셔의 그림처럼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일일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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