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더브레 저택의 유령
루스 웨어 지음, 이미정 옮김 / 하빌리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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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떨어져 외진 곳에 멋진 저택이 있다. 주변은 조용하고 경치도 좋으니 찾아가는 사람 발걸음이 꽤나 가벼웠을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저택이 최첨단의 시설을 갖춘 곳이었다. 앱을 작동시켜 모든 것을 조정할 수 있는 저택의 내부는 그야말로 고급스러움 그 자체였다. 말 한마디로 커텐을 열고 닫을 수 있으며, 하나의 버튼만을 눌러 자신이 필요로 하는 곳을, 혹은 제어해야만 하는 곳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욕실의 물온도도, 전등의 밝기도 모든 것을 그렇게 아주 짧고 간단한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곳... 그야말로 대단한 곳으로 여겨졌다. 그런 집에서 살 수 있다면 지금 살고 있는 런던의 작고 좁은 아파트쯤은 미련없이 버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마침 그 집에서는 아이돌보미를 구하고 있다! 게다가 보수도 감히 상상할 수 없을만큼 많다. 어떻게 그런 유혹을 뿌리칠 수 있단 말인가.

로완은 면접을 보고 나오던 날 그 집의 딸아이가 자신에게 속삭였던 그 한마디를 잊을 수 없었다. 유령들이 싫어할 거예요... 그럼에도 로완은 그 집을 선택했고 아이돌보미로 들어가던 다음날부터 세아이의 보모가 되었다. 아니 기숙사에 있다는 아이까지 합하면 모두가 넷이다.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중요한 것은 그 최첨단 시설이 과연 로완의 생활속에서 얼마나 이롭게 작동할 것인가, 였으니. 개인적으로 최첨단 시설보다는 아나로그적인 삶을 지향하는 쪽이다보니 책속에 등장하는 그 저택에 그다지 마음이 열리지는 않았다. 도심을 벗어난 곳에 굳이 저렇게 집을 꾸며야했을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는 말이다. 결국 그런 마음에 반응이라도 하듯이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로완의 일상이 꼬이기 시작한다. 아이들도, 최첨단이 주는 이로움도 무엇하나 로완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니.

이야기의 형식은 편지글이다. 로완이 어느 변호사에게 자신의 변호를 맡아달라고 편지를 쓰고 있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의 시작과 끝을 편지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헤더브레 저택으로 가게 된 사연부터 지금 자신이 이 곳 감옥에 갇히게 된 사연까지 덤덤하지만 절실하게. 감옥안에서 당신의 이름을 들었노라고 말하면서. 당신이라면 자신의 말을 들어주고 믿어줄 것 같아서 편지를 쓴다고. 그 아이는 자신이 죽이지 않았다고. 그 아이라고? 로완이 돌봐주기로 약속했던 네 아이중에 둘째아이가 죽었다. 그 아이는 로완의 방 창문에서 떨어진채로 발견되었다. 유령이 싫어할 거예요... 라고 말했던 아이, 왜 죽었을까? 그 아이를 정말 로완이 죽인 것일까? 구구절절한 편지를 받은 변호사는 로완의 변호를 하게 될까? 단순한 편지글 형식으로 스릴러와 추리소설의 맛을 적절하게 섞을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흡입력이 무척이나 강한 작품이다. 무슨 마법에라도 걸린 것처럼 거침없이 책장을 넘기게 된다. 이채롭게 느껴지는 줄거리도 아니고 씨줄 날줄 복잡하게 꼬인 것도 아닌데 왠지 긴장하게 되는 쫄깃함까지 있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다는 말을 이해하기에 충분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결말이 보이기 시작하면서부터 묘한 감정에 사로잡히게 된다. 화가 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사람은 사람끼리의 믿음과 서로에게 보여주는 관심, 그리고 서로를 향한 배려를 잊지 않아야 한다는 걸 새삼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돈이 많다고해서, 최첨단의 시설을 누리며 산다고해서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헤더브레 저택의 유령은 누구였을까?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다. 헤더브레 저택의 유령이 누구였는지를.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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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 아트 - 취향을 담은 감성 종이접기
넬리아나 반 덴 바드.케네스 비넨보스 지음, 장슬기 옮김 / 스타일조선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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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코로나로 인해 원치않게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게 되었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지나면 괜찮아지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그 생활을 즐기면 되겠지 했지만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좋아하는 책을 앍으면서도 이게 아닌데 싶은 마음에 결국 집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뜨게질도 해보고 그림도 그려보고... 뭐 새로운 걸 한번 배워볼까 하는 마음으로 찾아헤매던 차에 이 책이 눈에 띄었다. 예전부터 손으로 꼼지락거리며 뭔가를 만드는 데 취미가 있었던지라 망설임없이 손을 뻗었다. 취향을 담은 감성 종이접기라~ 솔직히 말해 종이접기를 한번도 안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취향을 담았다는 말이 시선을 끌었다. 대충 훑어만 봐도 예술작품으로 보인다는 말이다. 종이 하나만으로도 저렇게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게 놀랍기도 했고. 까짓거 한번 해보지, 하는 마음으로 겁없이 덤볐다.


일단 종이 한장만으로 할 수 있는 걸 찾았다. 책 뒷부분에 전체도면을 복사해서 쓸 수 있도록 배려한 부분이 있어서 작은 것부터 하나 만들어보기로 했다. 지은이가 이야기하듯 종이학 정도는 기본으로 접어봤기에 거뜬하게 해낼 줄 알았다. 그런데 왠걸! 작품마다 난이도가 설정되어 있었는데 그걸 무시했으니 당연히 실패다. 대표적이라는 작품을 보면 펜던트 조명, 엉겅퀴 조명, 나방 전등갓 등이지만 모두 난이도가 높은 작품들이다. 다른 작품으로 다시 도전! 이것저것 준비하지 않고 종이 하나로 할 수 있다는 것이 페이퍼 아트의 장점이라면 장점일 터다. 만들기를 시작하면서 아쉽게 느꼈던 점은 설명이 너무 포괄적이라는 거였다. 초보자들이 하기에는 너무 어렵게 설명이 되어있다. 하나씩 접어보아도 다음번 접기에 대한 설명이 자세하게 나와 있지 않아서 예시에서 보여주는 그림이 어떻게해서 나온 것인지를 이해하기엔 역부족이었다는 말이다. 이렇게도 접어보고 저렇게도 접어보면서 겨우 하나씩 이해를 해야 한다면, 한번 해볼까? 하는 호기심으로 덤빈 사람이라면 아마도 바로 손을 놓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궁금한 마음에 저자의 이력을 한번 읽어보았다. 공동저자라고 두사람의 이름이 나온다. 두사람 모두 예술과는 무관한 건축학과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는 말이 보인다. 누군가에게 이런 작품을 선물받았던 것이 계기가 되었던 모양이다. 2010년부터 종이로 만드는 전등갓을 디자인하고 만들었다고 하니 자신들만의 작업실을 갖고 있다는 건 당연한 일일게다. 사진으로만 봐도 그들의 작품이 독특하게 느껴진다. 책과 더불어 실물크기 도면이 함께 왔다. 앞뒤로 도면이 그려져 있어서 종이접기에 소질이 있거나 자기만의 작품을 소유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것저것 만들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만약 초보자라면 자세하게 설명이 되어있는 종이접기 책으로 한번 시도를 해 본 후에 도전하는 게 나을 듯 하다. 참고해야 할 것은 종이접기라고는 하지만 일반적인 종이가 아니라는 점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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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작하는 부동산 상식 공부 - 대한민국 부동산 왕초보를 위한 실생활 부동산 상식
황태연.김제민 지음 / 미래지식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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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상식 공부라는 말이 시선을 끌었다. 집값을 잡겠다고, 집없는 서민을 위해 정책을 바꿔보겠다고 손만 대면 빵빵 터뜨리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이렇게나 시끄러울 때 어쩌면 이미 늦어버린 부동산 공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지만... 뭐, 어차피 복부인을 할 것도 아니고 큰 돈이 있어서 부동산으로 돈을 벌어보겠다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펼친다. 옛말에 거적때기같은 집이라도 내 집이 있으면 좋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집없는 서러움이 크다는 뜻일 게다. 지금의 젊은이들은 결혼할 때 그 막막함을 느끼는 듯 하다. 튼튼한 기반이 되어줄 수 있는 정도의 집에서 출발할 수 있다면 그것처럼 좋은 일도 없겠으나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니 답답할 뿐이다. 그런 사람들을 위한 정책이라고 내놓은 것들이 오히려 올가미가 되어 더욱 더 옥죄고 있는 현실의 부동산 정책을 보면 한심하기까지 하다. 얼마전 결혼한 조카가 행복주택을 이야기했었는데 이 책을 보고서야 행복주택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게 되었다. 책의 목록만 보더라도 부동산에 관한 일반 상식을 배우기에는 딱 좋다. '부린이'라는 말이 보인다. 부동산에 관해서는 아직 어린이라는 뜻이란다. 주위를 둘러보면 생각보다 '부린이'가 많아 보인다. 그들이라고해서 부동산에 관심이 없겠는가만 어차피 돈이 돈을 버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 까닭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오래전 지인의 추천으로 경,공매를 공부한 적이 있었다. 가지고 있는 돈이 있건 없건 부동산에 관해 알아두면 나쁠 건 없겠다 싶어 몇 개월을 매달려 공부했었는데 낯선 용어들 때문인지 영 흥미가 생기지 않아 수업시간마다 머리가 아팠었다. 이런 저런 과정을 겪으며 법원도 가보고 지방으로 땅도 보러 다녔었지만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덕분에 눈만 높아지고 말았다는 우스운 결론으로 끝나버렸지만. 역세권이니 학세권이니 하더니 이제는 또 숲세권을 이야기한다. 도대체 사람들의 그 끝없는 욕심을 채우기 위해 무엇이 더 필요한 것일까?


일단 책을 훑어보면 이렇다. 가장 먼저 부동산 기초 상식을 배운다. 집을 사고 팔때 필수적으로 확인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부터. 현재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도 알아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라고 한다. 자녀를 키우며 바쁘게 살다 노후준비를 하지 못했다면 주택연금이나 농지 연금으로 노후 준비를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실제로 집을 계약할 때 필요한 것들을 배운다. 가계약을 할 때 주의할 점이라거나 집을 계약할 때는 반드시 집주인의 얼굴을 보고 계약하라는 것, 근저당권과 저당권에 대해, 집주인이 보증금을 주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내용증명의 허와 실까지 꼭 필요한 부동산 정보를 배울 수 있다. 세입자와 집주인이 자주 언성을 높이는 집수리에 관한 것을 살펴보자면 일단 크게 고쳐야 할 부분은 집주인의 몫이지만 소모적인 것들은 세입자가 고쳐야 한다. 일반적으로 전세는 세입자가, 월세는 집주인이 고치는 것이라고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는 말이다. 예를 들자면 하수도나 변기에 이상이 생기면 그것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세입자가 고쳐야 한다는 말이다. 크게 6장의 주제로 나누어져 있지만 어느 장부터 시작해도 괜찮다. 아울러 2020년 정부의 바뀐 부동산 세법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알려주고 있다. 소소한 것부터 오피스텔 임대라거나 상가의 권리금, 펜션 사업, 아파텔과 같은 부동산을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여러 방법까지 망라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재건축에 대해 알고 싶었던지라 많은 도움이 되었다. 꼼꼼하게 한번 더 읽어봐야지 한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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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무기가 될 때 - 무너지지 않는 멘탈을 소유하는 8가지 방법
스티븐 클레미치.마라 클레미치 지음, 이영래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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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마음에 달렸다, 라는 말은 사실이다.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 가는 본인의 선택이며 또한 본인의 몫이다. 현재의 삶 역시 누가 나에게 그렇게 살라고해서 사는 건 아닐테니까. 이 책은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렸다,는 전제로 시작한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은 우리의 마음이 정한 것이라고. 그러니 자신의 마음 상태를 잘 알면 후회할 행동 따윈 하지 않을거라고. 하지만 우리는 잘 안다. 내 것인데도 내 맘대로 되지 않는게 있다는 걸. 그렇기 때문에 흔들리지 않는 굳건함을 배우기 위해 이런 책을 보고 또 보는 것인지도 모른다. 단 한줄의 글귀때문에 이 책에 손을 뻗었다. 지금의 내 마음이 어떤지 알고 싶다면... 하지만 설마, 했던 마음으로 끝나버렸다. 자신의 마음을 좀 더 알고 싶어하는 사람을 향한 책은 수도 없이 많다. 심리학... 참 어렵고도 복잡한 세계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책을 읽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정신을 유지하는 사람이 있을까? 책의 말처럼 매일 매일 최고의 마음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있다면 한번 만나보고 싶다.


이 책은 자신의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여덟 가지의 행동 유형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 스티븐 클레미치와 마라 클레미치는 부부이면서 리더십 컨설턴트이자 강연가이며, 임상 심리학과 신경 심리학을 전공한 상담 심리학자라고 한다. 부부가 함께 '선 위의 마음'을 발견하고 이를 토대로 '마음유형분석' 모델을 개발했다고 나온다. 이 책은 아마도 그 '마음유형분석'에 따른 연구 결과를 옮긴 듯 하다. 따라서 이 책을 제대로 알고자 한다면 그들이 말하는대로 자신의 마음이 어떤 유형인지를 먼저 알아야 하지만 아쉽게도 이 책에서는 그것을 할 수가 없다. 하지만 현재의 내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했다해도 마음을 어찌 움직여야 하는지는 배울 수 있다. 또한 어떻게 해야 마음을 강화시킬 수 있는지도. 책을 읽는 내내 마치 어떤 사람이 제출한 연구 과제를 읽는 기분이었다.


우리 마음속에는 두마리의 늑대가 있대. 그런데 그 마음의 주인이 나쁜 늑대에게 먹이를 많이 주면 나쁜 사람이 되고 착한 늑대에게 먹이를 많이 주면 착한 사람이 된대... 아주 오래전부터 들어왔던 이야기다. 마음속에 선이 있다는 말을 들으면서 생각난 이야기다. 결국 선위의 마음은 착함이고, 선 아래의 마음은 악함이다. 착함은 남을 향한 배려이며 사랑이기도 하다. 조금이라도 마음에 거리낌이 있다면 그것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라는 말이 있지만 우리는 종종 그 꺼림칙함을 외면한다. 그만큼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란 말일 터다. 그럼에도 우리의 마음을 선위로 끌어올리는 훈련을 해야 한다는 게 이 책의 요점이 아닐까 싶다. 멈추고, 숨을 쉬고,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말에서도 이 말을 떠올리게 된다. 3초 먼저 생각하기. 화가 났을 때도 그렇지만 우리가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하기 전에 3초만 먼저 생각한다면 후회할 일이 적어진다는 말로 오래전부터 수없이 들어왔던 말이다.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이기심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는 이타심을 더 많이 가지면 된다는 건, 옛날이나 지금이나 동양이나 서양이나 모두에게 진리다. 관계를 형성할 때조차 그 말은 유효하다. 모든 관계속에서 자신이 인정받길 바라는만큼 남을 먼저 인정해줄 때 관계맺음은 끈끈해지고 질겨진다. 간단한 걸 너무 복잡하게 돌아온 느낌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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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에
수잰 레드펀 지음, 김마림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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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평소라면 하지 않을 일들을 한다.(-355쪽)

정말 그럴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평소에는 숨겨왔거나 몰랐던 자신의 본 모습이 그런 상황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지는 것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자신을 가려줄 장막이 걷히고나면 어쩔 수 없이 내면의 모습을 드러낼 수 밖에 없는 게 인간의 속성이라고 보는 까닭이다. 오죽하면 힘든 일을 겪어봐야 진정한 친구를 알 수 있다는 말이 생겼을까? 이 소설의 탄생배경이 시선을 끌었다. 실제로 어린 시절에 있었던 일의 기억이 동기가 되었다고 한다. 소설이지만 소설같지 않은 주제가 추운 날씨처럼 살갗을 파고 든다. 뭔가 아릿한 감정을 불러오기도 한다. 그리고 묻는다. 당신이라면, 만약에 당신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겠느냐고. 평소에는 한가족처럼 지냈던 두 가족이 겨울 스키 캠핑을 떠난다. 그리고 얼어붙은 도로는 그들을 참혹한 상황에 처하게 만든다. 교통사고로 인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 '핀'이 그자리에서 즉사를 하고 운전을 했던 아버지는 중상을 입게 된다. 열명의 인간과 한마리의 개... 날씨는 급격히 추워지고 모든 것을 얼려버릴 듯한 추위를 막을 만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휴대폰조차 터지지 않는다.


죽은 '핀'의 입을 통해 이야기는 진행된다. 가장 먼저 구조요청을 하러 가겠다고 나섰던 사람은 언니의 남자친구였다. 냉철한 성격의 엄마는 모두 모여서 구조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하지만 언니마저 남자친구를 따라 나선다. 하루를 그렇게 보내고 엄마가 결국 카일과 함께 구조요청을 하기 위해 떠난다. 그들은 과연 어둡고 추운 숲을 벗어나 구조요청을 할 수 있을까? 이제 남은 사람은 다시 찾아올 밤을 또 어떻게 보내야 할까? 아버지는 희미한 입김만으로 자신이 아직 살아있음을 알리고 혹한의 추위를 생각치못한 '모'의 옷차림으로는 그 밤을 견뎌낼 수 없을 것 같다. 그런 절박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생각에 빠진다. 자신이 갖지 못한 것들, 자신에게 따스함을 전해줄 수 있는 한켤레의 장갑과 어그 부츠를 향한... 그리고 벌어지는 일들은 책을 읽는 독자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과연 당신이라면 이럴 때 어떤 선택을 하겠느냐고. 절박한 상황속에서 사람들은 과연 타인에 대한 배려를 생각할 수 있을까? 도덕적이며 윤리적인 양심에 자신을 맡길 수 있을까? 나보다 힘겨워보이는 상대를 위해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어 줄 수 있을까? 따지고 보면 겨우 하룻밤뿐이었는데도.


삶은 순간순간의 크고 작은 선택으로 이루어진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살아갈 정신적 삶의 안위가 결정된다. 그 선택의 순간은 언제든지 올 수 있다. 또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삶은 길게 지속되고, 부끄러운 기억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을 만회할 '다음'이란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다.(옮긴이의 말)

이 소설은 절박했던 순간보다 구조되고 나서야 알게 되는 자신의 모습에 힘겨워하는 심리를 더 많이 보여주고 있다. 그 순간에 자신이 했던 선택으로 인해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버린 두 가족의 모습속에서 차마 비난할 수 없는 어떤 것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사고 이전부터 곪아있던 가족이라는 의미를 다시한번 더 생각하게 만든다. 죽을지도 모를 상황속에서 나의 가족보다 먼저 남의 가족을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지만 작가는 친구 엄마의 입을 빌려서 누군가가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 하기도 한다. 똑같은 상황에 처했었는데 어째서 내 딸의 손가락과 발가락은 얼었는데 당신의 딸은 멀쩡한지 나는 그게 궁금하네요... '핀'의 이모를 향한 '모' 엄마의 원망 섞인 목소리는 가슴 한쪽을 송곳으로 찌르듯 저릿한 아픔이 느껴지게 한다. 특별하진 않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주제,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볼 수 있는 주제를 담고 있다. 이 책은.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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