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의 역습 - 당신이 몰랐던 우유에 관한 거짓말 그리고 선전
티에리 수카르 지음, 김성희 옮김 / 알마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결론부터 말하자면 참 무서운 책이다.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아니 틀림없이 나를 건강하게 만들어 줄 거라고 굳게 믿었던  그 어떤 것에 대한 믿음이 깨져버린다는 건 정말이지 생각하기 싫은 일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그런 이유때문에 이 책은 나를 비참하게 만든다. "당신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양의 우유를 마셨습니까? 만약 당신이 지금까지 하루 석 잔 정도의 우유를 꾸준하게 마셔왔다면 당신은 이미 망가져 가고 있을 것입니다. 아플 준비는 다 끝내셨습니까? 지금부터 당신이 마신 우유가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말씀드릴 것입니다. 단 기절하지는 말아주십시오".. 강의는 시작되었고 그 강의를 듣고 있는 동안 할 수만 있다면 살면서 마셨던 우유 모두를 토해내고 싶어졌다. 물론 악의적인 생각으로 이런 내용의 책을 낸 건 아니었겠지만 충분히 악의적인 뉘앙스를 풍긴다. 책을 읽는 도중 나는 실제로 냉장고의 우유를 모두 싱크대에 쏟아 부어버렸다. 그리고 내 아이를 바라보았다. 싫다고 할 때 억지로라도 마시게 했던 그 순간들이 떠올라 눈물이 났다. 우유! 지독히도 철저하게 가려진 그 가면속의 얼굴앞에서..

나처럼 아줌마 소리를 들어야 하는 여자들이라면 칼슘 보충제에 대한 이야기에 귀를 열게 된다.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 폐경이나 골다공증이라는 말들이 주변에 난무하는 까닭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면 칼슘섭취를 늘린다고 골다공증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단순히 '유제품 소비를 장려하기 위해' 낙농업계와 제약업계가 손을 잡았다는 말은 정말 충격이었다. 마치 유제품을 먹지 않으면 골다공증으로부터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거라고 말하던 수많은 광고와, 젊었을 때 우유를 먹지 않으면 훗날 후회할 일 밖에는 남지 않을 것이라고 학회와 연구소도 모자라 정부까지 나서서 캠페인을 벌였다면 믿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래서일까? 칼슘 보충으로 골밀도가 증가되어 유지되지는 않았다는 연구 결과를 보여주는 저자의 말은 비장하기까지 하다.  그러면서 저자는 또 다시 묻고 있다. 유제품을 많이 먹으면 골절을 적게 당할까? 그 질문의 답은 그렇지 않다! 이다. 현재 유제품을 많이 먹으며 칼슘 섭취량이 많은 서구적 생활 방식을 하는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오히려 골절이 드물게 발생한다는 말이다. 유제품 소비 세계기록과 대퇴골 경부 골절 세계기록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스웨덴의 예를 보면서 실소를 금할 수가 없었다. 우유소비가 적은 중국만 해도 대퇴골 경부 골절 빈도가 세계에서 가장 낮다고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우리는 왜 그렇게 우유를 마셔야 했을까? 지금까지 허울좋은 우유의 장단에 놀아난 꼴이 되고 말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한마디로 우유나 유제품이 골다공증 예방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는 말이다. 우유가 뼈를 튼튼하게 만들어준다는 근거는 없단다. 오히려 유제품을 더 많이 섭취하는 여성이 유방암이나 골다공증에 더 많이 걸린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우유를 먹으면 설사한다는 사람이 참 많다. 그런 까닭에 나 역시도 우유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 이유가 락토오스라는 젖당을 소화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건 이제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나만 그런가? 나는 왜 그렇지? 했었던 의문점을 풀어주는 대목이 있다. 모든 포유류는 새끼일 때 어미젖을 소화시킬 수 있는 락타아제라는 효소를 만들어내고, 락토오스를 인체가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갈락토스와 글루코스로 변화시켜준다고 한다. 그런데 대부분 유아기를 지나면 그 락타아제의 활동이 줄어들어 성장하고 나면 90퍼센트나 감소한다고 하니 성장한 포유류가 우유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얘기다. 쉽게 말해 병이 아니라는 말일게다. 습관하고는 아무런 상관도 없을 뿐더러 많이 마신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책에서 말하고 있는 락토오스의 영향은 정말이지 대단하다. 두통, 집중력 저하, 기억력 장애, 극심한 피로, 근육과 관절의 통증, 알레르기 반응등..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일단은 저렇게 놀랍도록 부정적인 얼굴을 숨기고 있는 우유나 유제품의 감언이설에 더 이상은 속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단순히 눈앞에서 우유만을 없앤다고 될 일은 아닐 것이다. 아이스크림이나 요구르트같은 유제품들처럼 락토오스가 숨어있는 곳이 많다는 것을 잊지말아야 할 것이다.

부모들이 좋다는 건 사실 전부 다 나쁘다. 햇빛, 우유, 육류, 대학 - 우디 앨런의 말이라고 써있던 문장을 보면서 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하루빨리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거였다. 아이들의 영양을 보충해주기보다는 우유 생산업자들에게 시장을 제공해야 하는 경제적 필요성을 더 크게 보았던 탓에 아이들에게 우유 급식이 시작되었다는 말은 자식을 둔 엄마 입장에서 듣기에 기분좋은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말을 인정해야만 했다. 사실 우유뿐만이 아니라 시장경제의 원칙이 그런 원리를 무시하고는 형성되지 못할거라는 생각마져도 들었다. 더구나 우유가 우리가 알고 있듯이 완전식품이 아니었다는 말에는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사실 난 식료품에 대한 루머들을 잘 믿지 않는 편이다. 오래전 유지파동이 일어났을 때도 거리낌없이 라면을 먹었고 조류독감 때문에 온 세상이 시끄러울 때도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닭고기를 먹었다. 그런데 이번 우유에 대한 사실에 대해서는 다시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소화도 잘 되지 않고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우리 식구들은 많이 먹지 못했다는 사실이 지금에 와선 오히려 위안삼아야 될 일로 여겨지니 이 무슨 일인지...

'우유의 복음' 이라는 말이 재미있다. 그 우유의 복음을 전파하는 자들을 일러 저자는 침략자들이라는 말을 거침없이 쓰고 있다. 설탕이나 정제된 곡류 그리고 유제품에 대한 잘못된 진실을 파헤치기까지 그가 안고 있었을 심리적 부담이나 외적인 압력, 내적 갈등이 얼마나 컸을지는 미루어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는 호칭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칼슘은 아무리 많이 먹어도 지나치지 않다고 믿게 만들었을까? 물론 지금은 칼슘은 많이 먹어도 필요한 만큼만 흡수된다고 하는 이론이 많이 들려오기는 한다. '우유로비'가 있었기에 유제품이 단독으로 하나의 식품군을 갖게 되었다는 말은 우스운 논리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그 뒤에 도사리고 있는 정책이라는 무서운 실세를 모른척 할 수가 없으니 힘없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움츠러들 수 밖에 없다. 무언가에 길들여진다는 말처럼 무서운 말도 없을 것이다. 습관처럼 몸이 기억해버려 아무런 생각없이 움직인다는 것은 정말 무서운 일일테다. 그렇다고 지금부터 거리로 나가 이제부터는 우유를 먹지 맙시다, 라고 소리친다면 사람들은 미쳤다고 할 것이다. 책 한권만으로 우유가 좋다 나쁘다를 평가하기엔 어렵다. 내가 무슨 과학자도 아니고 영양학을 논할 수 있는 그런 사람도 아니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순간적인 분노에 사로잡힐 때가 많았다. 어쩌자고 인류는 스스로가 자멸의 길로 가고 있는지... 모든 것들이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존재한다면 이 세상은 정말이지 최악의 상태가 되어버리지는 않을까? 생뚱맞게도 우유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아주 조금씩만 상대방을 걱정해주며 살아가는 세상을 그려보게 된다.

생각해보니 가장 커다란 문제는 식생활이었다. 그것도 서구적으로 변해가는 식생활이! 식물성 단백질보다 동물성 단백질이 우리 몸에 해가 된다는 건 이미 알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우유의 단백질인 카제인 성분이 든 먹이를 먹은 쥐가 모두 죽거나 빈사상태였다는 결과를 보면서 나는 설마했었다. 단백질이 암을 유발하다니! 우유를 먹으면 키가 큰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것은 송아지의 성장을 돕기 위한 물질 IGF-1이라고 불리는 성장인자때문인데 그 성장인자가 아이들의 키를 키운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IGF-1이 우유를 통해 우리 몸속의 혈액속으로 들어가 키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세포를 더 빨리 증식시킨다는 것이었다. 암세포를 IGF-1에 노출시키면 누가 되었든 암세포가 빠르게 퍼져나간다는 사실을 우유를 만드는 낙농업계 사람들이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 사실을 은폐시키기에 급급했다!  전립선암과 고환암이 걱정된다면 남성들이여 우유나 치즈같은 유제품을 저멀리 던져버릴지어다! 책 속 내용에 의하면 우유나 치즈, 요구르트를 많이 먹었던 남성들이 그렇지 않은 남성들보다 70%나 더 많이 전립선암에 걸렸다는 연구보고가 있었다고 하니 하는 말이다. 또한 여성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유제품을 꾸준히 먹는 여성이 거의 먹지 않는 여성에 비해 난소암의 위험이 더 높았다고 한다. 요구르트 다이어트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오히려 그 다이어트 덕분에 체중이 2kg 가량 더 늘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유제품, 즉 요구르트는 우리의 몸을 날씬하게 해 주지 못한다고 한다.

칼슘의 실제 필요량은 생활습관에 따라 변한다고 한다. 칼슘 권장량이라는 것은 술책의 하나일 뿐이다. 정해진 권장량만큼 먹지 않으면 큰일날 것처럼 떠들어대는 사기였을 뿐이다. 실제적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칼슘 필요량이라는 것은 유제품을 먹지 않아도, 아주 조금만 먹는다 해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고 싱겁게 먹는 사람에게는 그 조금의 권장량조차도 의미가 없단다. 그러니 '칼슘불안'에서 벗어나라는 말을 끝으로 저자의 강의는 마무리 된다. 콩이나 양배추, 브로콜리 같은 채소에 들어 있는 칼슘은 소화도 잘되고 흡수율이 높으며, 버섯이나 적포도주같은 채소나 과일은 뼈의 파괴과정을 줄여준다고 하니 기억해 둘 말이다. 패스트푸드를 피하고 싱겁게 먹으면서 콩이나 덩이줄기작물, 토마토, 잎채소, 바나나, 생선을 많이 먹어준다면 우리 몸의 만성적인 산중독증을 중화시키고 골밀도를 유지시키는 칼륨을 충분히 얻을 수가 있다고 한다.  우리가 웰빙이라고 말하는, 그리고 건강식품이니 꼭 먹어야 한다는 녹색채소나 호두 따위의 견과류를 많이 먹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좋다고 하는 것들을 그대로 따라한다는 것이 힘들겠지만 이렇게 한권의 책을 통해서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쁜가에 대해 각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반은 성공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보여주었던 골다공증을 예방하기 위한 피라미드 식단의 가장 아래 1단의 식품을 소개하고 싶다. 하루 5가지~12가지를 먹는게 좋다고 하는 것들로 야채, 덩이줄기작물, 뿌리채소, 콩과 콩과식물, 생과일과 말린 과일등이다. 그러면 가장 윗쪽에 자리잡고 있어 일주일에 0~3회 어쩌다 먹는게 좋다고 나온 식품엔 무엇이 있을까? 흰빵, 콘푸레이크, 흰쌀밥, 감자, 사탕류, 제과제빵, 돼지고기 가공품 따위인데 자주 먹을 경우 소화계 암의 위험이 높아질 수도 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무서웠다. 하지만 이런 책이, 그야말로 불편한 진실과 마주설 수 있는 용기있는 책이 많이 나와준다면 참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본다. 우리를 혼돈속에 몰아넣는다해도 말이다. 혹시라도 우유나 유제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기 바란다. 믿고 싶지 않은 진실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적절한 대안을 찾은 다음에 우유를 밀어내라는 저자의 말을 기억하기 바란다. /아이비생각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종이달 2021-10-02 0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