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그리고 테오 - 반 고흐 형제 이야기
데보라 하일리그먼 지음,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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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빈센트 반 고흐 형제의 이야기다. 그의 작품은 딱히 제목이 무엇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웬만한 사람이라면 아, 이 그림! 할 것이다. 그만큼 색채감이 강렬하다. 하지만 당시의 미술계에서 그의 작품은 주목받지 못했다. 추상화라는 장르가 아직 태어나지 않았던 시기이기도 했지만 대중도 사진처럼 잘 그려진 풍경화나 인물화를 더 인정했던 시기이니 우리가 당대의 화가로 알고 있는 마네나 모네도 무시당하던 시절이었다. 자신의 귀를 잘랐다는 고흐의 자화상에 얽힌 일화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고갱과도 연관이 있는 일화다. 일전에 <달과 6펜스>를 다시 읽으면서 고갱에 관해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 참 많았다. 이 책을 통해 고흐라는 화가를 다시한번 들여다보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은 그의 작품세계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다. 처음에 이야기했듯이 동생 테오와의 편지를 통해 그의 삶을 들여다보고 있다. 1890년, 37세의 나이로 고흐가 죽었을 때까지도 그의 작품을 기억하는 사람이 없었지만 죽은 후에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가 되었다. 평탄하지 못했던 그의 삶의 통해 그가 그리고자 했던 그림이 어떤 것이었는지 짐작하게 하지만 그의 그림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말을 한다면 그건 정말이지 주제넘은 짓이다.

 

빈센트 반 고흐는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전원적인 풍경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탓도 있겠지만 자연에 공감하는 그의 탁월함은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었다. 청년이 되고 독립을 해야 할 시기가 되어 목사인 아버지의 길을 따라 전도사로서의 삶도 살아보게 되지만 그림을 향한 그의 열정은 이길 수 없었다. 그러나 예술로 가는 길은 많은 돈이 필요했다. 이 때 그에게 구세주 역할를 하게 된 것이 동생 테오다. 화랑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탄탄대로를 걸을 수 있었던 테오에게는 형의 존재가 어쩌면 어깨를 짓누르는 짐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형제사이가 늘 좋을 수 만은 없었다. 각각의 삶으로 존재하지만 또 같이 가야할 삶이었기에 형제의 고뇌는 깊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고통을 견뎌내며 정신적인 아픔으로 인해 병원을 들락거리지만 고흐의 그림은 날로 발전하게 된다. 좋아지는 그림처럼 서로를 바라보는 형제의 시선에도 따스함이 묻어나기 시작하지만 삶의 수레바퀴는 때로 자갈밭길에서 삐그덕거리기도 한다. 운명의 장난일까? 고흐와 테오는 무슨 일인지 비슷한 삶의 여정을 걷게 된다. 사랑도 건강도. 그렇지만 형제는 더욱 더 강한 형제애로 그런 삶의 힘겨움과 맞서 싸운다.

 

사실 고흐의 작품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동생 테오의 덕분이 아니었다. 테오의 아내 요의 노력으로 고흐의 작품은 세상과 후대에 전해지게 된다. 고흐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한 요의 노력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남편 테오와 고흐의 형제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던 점이 가장 큰 요인일 것이다. 고흐와 테오가 살아 생전에 함께 나누었던 수많은 편지를 정리해 책을 냈기 때문이다. 고흐의 작품을 소중하게 여겨 갤러리가 아닌 일반 집에서 그의 작품만을 전시했던 것도 하나의 이유라면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그의 이름을 물려받은 조카 빈센트 빌렘 반 고흐가 반고흐 미술관을 설립하는 일을 도왔다. 1973년 암스테르담에 반 고흐 미술관이 설립되어 세계에서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보고 갔다. 한가지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동생 테오가 좀 더 오래 살았더라면 고흐의 작품을 바라보는 깊이가 지금과는 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책을 읽고난 후 고흐의 작품을 찾아보았다. <아를풍경>, <꽃이 핀 과수원>, <씨 뿌리는 사람>, <아를의 랑그루아 다리>, <생 레미 요양소의 정원>, <폴 고갱의 의자>, <우체부 조셉 룰랑의 초상> 등 엄청나게 많은 그림이 태어나게 된 배경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된다. 놀라워라, 고흐의 <자화상>이 그렇게만 많았다니! <해바라기>시리즈는 또 어떻고! 그럼에도 그 강한 색채로 인해 그림에 대한 나의 완고함을 이겨낼 수 없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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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나 읽을걸 - 고전 속에 박제된 그녀들과 너무나 주관적인 수다를 떠는 시간
유즈키 아사코 지음, 박제이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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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희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가 있었다. 당시의 시대적인 배경으로 보아 그 이름만큼이나 열린 집안이었을 거라는 걸 짐작하게 한다. 물론 집안의 가풍도 한몫을 했겠지만 당사자의 배우고자 하는 열의도 대단했을 것이다. 어릴때부터 천재성을 드러낸 여동생을 위해 오빠는 당대의 문인에게 그녀를 맡긴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자랐던 집안과는 다른 가풍을 가진 집으로 시집을 가게 된다. 그녀의 재능은 시어머니와 남편에게는 시기의 대상이 되어버렸고, 그녀의 기에 눌린 남편은 바깥으로만 돌게 된다. 그러던 중 친정은 몰락의 길을 걷게 되고, 자신의 처지를 어찌할 수 없었던 그녀에게 병마가 찾아온다. 그리하여 그녀는 27세의 젊은 나이에 삶을 마감한다. 허난설헌의 이야기다.

 

마틸드라는 여자가 있었다. 예쁘고 매력적이었지만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리고 또 가난한 남자와 만나 결혼을 한다. 어느날 남편이 내밀었던 초대장으로 인해 그녀는 지난한 삶을 살게 된다. 무도회에 가고 싶어 남편이 모아 두었던 돈으로 옷을 사고 거기에 걸맞는 보석(다이아몬드 목걸이)을 빌려 파티장으로 간다. 행복했던 순간은 잠시, 잃어버린 목걸이를 사기 위해 10년이라는 시간동안 빚에 허덕이게 된다. 세월이 지나 자신이 빌렸던 목걸이가 가짜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이야기는 누구나 다 아는 모파상의 <목걸이>다.

 

'여자'라는 주제를 앞세워 얘기하라고 하면 나는 위에 언급한 두 여자를 떠올리게 된다. 죽은 뒤에야 동생에 의해 당대의 문인소리를 듣게 된 허난설헌의 안타까움도 그렇고, 그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인해 볼 생각조차 하지 않은채 10년이라는 세월을 힘겹게 보내야 했던 마틸드의 삶도 그렇고 왜 그렇게 답답하게 느껴지는지. 만약 허초희가 자신의 삶에 대한 의지가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마틸드라는 여자가 자존심따위는 잠시 접어두고 사실대로 말했더라면 그녀들의 삶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늘 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인형의 집>을 탈출하게 되는 노라를 응원할 수 밖에 없다. 여기 이 책도 그런 점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작가는 늘 어떤 형식에 꿰맞추듯 살아가는 소설속의 여인들을 불러냈다. 그저 시대적인 흐름이 그랬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기에는 뭔가 좀 아쉬운 점이 많았던 모양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책을 읽으면서 책속 그녀들의 삶에 자신의 삶을 비춰보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일단 언급하고 있는 책이 너무 많다. <여자의 일생>, <보봐리 부인>,<목로주점>,<골짜기의 백합>, <적과 흙>, <마농 레스코>, <소녀 파데트>, <오만과 편견>, <제인 에어>, <폭풍의 언덕>, <주홍글씨>, <작은 아씨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캐롤> 등 무려 57편이나 된다. 그 중에서 일본작가의 작품이 21편이나 된다. 그 많은 책을 언급하고 있으면서도 그다지 많은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책속의 주인공을 통해 현실에 짓밟히거나 현실과 타협하거나 자신의 꿈을 향하는 여자들의 모습을 다양하게 보여주고 있지만 이 책은 지독히도 주관적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책을 읽지 못했다면 작가와의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게 쉽지 않을 듯 하다. '고전속에 박제된 그녀들과 너무나 주관적인 수다를 떠는 시간'이라는 말 책의 제목 아래에 보인다. 말 그대로다. 그러니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누군가와 수다를 떨고 싶다면 이 책과 마주해도 나쁘지는 않겠다. 단, 당신도 어느 정도는 책을 읽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녀의 수다만 고스란히 들어줘야 할테니까. 덕분에 한번 더 읽고 싶은 책의 목록이 더 늘었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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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당신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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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으면서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작가라는 옮긴이의 말에 공감하게 된다. 프레드릭 배크만은 스웨덴 출신으로 <오베라는 남자>를 쓴 작가다. 나는 아직 읽지 못했기에 그 작가가 궁금했다. 전작 <베어타운>을 먼저 읽는 게 순서겠지만 책을 읽다보니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베라는 남자>라는 작품때문에 호기심이 있었고 그런 이유로 이 책에 대한 기대감도 높았다. 그런데 이 책 한 권을 다 읽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나는 당신의 소설을 읽고 싶었던거지 그렇게 깊고 따분한 심리학 강의를 듣고 싶었던 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걸 참느라 애썼다. 그리고 나는 알았다. 책을 덮고나서. 그가 왜 그토록이나 많은 말을 하고 싶어했는지를.

 

우리편이 아니면 남의 편이 아니라 적이 되어버리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우리와 당신들>이라는 책의 제목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벤이는 성정체성에 문제가 있고, 비다르는 충동을 억제하지 못한다. 마야는 성폭행을 당했고 마야의 친구 아나는 술주정뱅이 아버지를 두었으며 마야의 동생 레오는 열두살이지만 누나의 일로 폭력에 눈을 뜨게 된다. 하지만 벤이는 최고의 하키팀 공격수이며 비다르는 타고난 골키퍼다. 하키팀 감독인 아버지를 두었지만 마야는 하키보다 기타를 더 좋아하고 아나는 아버지를 사랑한다. 또한 마야와 레오는 부모를 이해하려 애쓰고 있다. 베어타운은 그런 곳이다. 무엇하나 특별할 것도 없는 아주 지독히도 평범한 곳. 하지만 어딘들 문제없는 곳이 있겠는가. 중요한 것은 그 문제의 해결점을 어떻게 찾는가이다. 그리고 삶은, 세상은 그런 우리에게 하나의 희생양을 요구한다. 뭔가를 느끼게 해주기 위해서. 혹은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하는가를 알려주기 위해서.

 

불행하게 백 살까지 사는 거랑 행복하게 딱 일년 살고 죽는 거...(-70쪽) 둘 중 당신은 어느쪽을 택하겠는가? 라고 묻는다면 나는 당연히 후자쪽을 택할 것이다. 나만 그런 건 아닐 것이다. 많은 사람이 아마도 후자쪽을 택하지 않을까 싶다. 베어타운의 중심이 되고 있던 하키팀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그 문제를 계기로 마을사람들은 두 편으로 갈라지게 된다. 선택 뒤의 불편함은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그리고 묻는다. 당신은 어느쪽이냐고. 하지만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다. 문제가 무엇이고 그 문제에 대한 답이 무엇인지를.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의 선택이 옳은 것이라 믿고 싶어한다. 오히려 그 문제를 덮지않은 사람을 원망하면서. 작가는 묻고 있다. 당신은 당신이 살고 있는 공동체에 대해 얼만큼의 신뢰와 관심을 갖고 있느냐고.

 

우리가 저지르는 끔찍한 잘못은 대부분 틀렸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데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뒤로 물러날수록 실수는 더 커지고 결과는 더 끔찍해지며 자존심에 더 엄청난 금이 가기 때문이다. (-31쪽) 이 문장은 책을 읽는 내내 가슴 밑바닥에 웅크리고 있었다. 작가는 하나의 사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많은 일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적 갈등을 상당히 깊이 들여다보고 있다. 그러나 어느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다. 누구나 그렇게 선택할 수 있고 누구나 그렇게 믿고 싶어할 수 있다고. 이 세상에서는 불공평한 게 공평한 것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현상이지... (-438쪽) 라고 말하면서. 그리고는 또 이렇게 말한다. 자기자신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고.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라고 인정할 때, 잘못을 진심으로 인정할 때 꼬인 것들은 풀리게 마련이다. /아이비생각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도 나를 들여다본다. (-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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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플 때 읽으면 위험한 집밥의 역사 - 맛깔나는 동서양 음식문화의 대향연
신재근 지음 / 책들의정원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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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자>라는 영화가 있었다. 주인공이 수퍼돼지다. 느닷없이 왠 수퍼돼지?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 수퍼돼지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 우리의 육식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함이었다. 끝도없는 인간의 탐식은 유전자변형을 불러왔고 그 양을 늘리기 위해 '수퍼'라는 수식어를 앞에 단 음식물의 재료들이 만들어지게 된다. 인간의 3대 욕구중 하나가 식욕이라고는 하나 먹을 것에 대한 욕심은 너무 과한 듯 하다. 요즘의 대중매체를 보면 누가 더 맛있는 걸 먹는지 보여줘야만 한다는 듯 먹거리를 찾아 헤매고 다닌다. 그러고는 누가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나 경쟁하듯이 먹어댄다. 얼마전부터 '집밥'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집밥'이라 함은 가족을 위해 엄마가 지어주시던 그 일상적인 한끼를 말한다. 한마디로 '정'에 굶주린 현대인들의 감성적인 면을 건드리고 있다는 말도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스턴트 식품의 끝모를 행렬은 정말이지 대단하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은 충분히 시선을 끌 만했다. 우리가 자주 먹는 것에 대해 한번쯤은 짚어보는 것도 괜찮은 일이 아닐까?

 

저자 신재근은 현재 조리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서양요리를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는 그의 이력을 살펴보니 1994년 셰프의 길에 들어서서 그랜드 앰배서더, 호주 코즈모폴리턴, 임피리얼팰리스호텔 등에서 근무하였다고 나온다. 사실 나는 먹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즐겨 먹기 보다는 그냥 한 끼를 때우면 된다는 식이다. 그렇다고 편식을 하지는 않는다. 많이 먹는 편도 아니고 육식보다는 채식을 선호한다. 먹방이니 맛집이니 하는 말에는 솔직히 관심도 없다. 음식은 그야말로 각자의 취향이라고 생각하는 까닭에 어디의 뭐가 맛있다고 하더라, 라는 말에도 그다지 솔깃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쩌다 들어가 본 식당에서 정말 입맛에 맛는 음식을 먹었다면 다음에 다시 찾아가기도 하니 먹는 걸 아주 싫어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이 책에 대한 엄청난 기대감이 있었기에 책을 펼치기 전 약간의 설레임이 있었다. 우리가 먹는 음식에 대한 유래나 역사를 얼만큼의 깊이로 알려줄까?

 

우리의 밥상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김치에 대한 이야기부터 놀라기 시작했다. 고추가루가 들어오기 전에는 빨간색 맨드라미꽃으로 꽃물을 우려 김치를 물들였다고 전해진다는 말은 정말 이채롭게 다가왔다. 항아리와 기후에 따라 김치가 영향을 받는다는 건 알았지만 버드나무를 이용한 통나무 김칫독을 옹기 대용으로 사용하였다는 사실은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일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동아시아 대부분의 나라에서 개고기가 일반적으로 소비되었다는데 개고기를 먹는다고 야만스럽다는 말까지 들어야했던 건 조금 억울해 보인다. 현재까지도 세계에서 가장 개고기를 많이 소비하는 나라는 중국이며, 개고기를 먹으면 행운이 찾아온다는 속설이 있는 베트남이 그 다음이라고 한다. 일본 역시 개고기를 즐겨 먹었다는데 왜 우리만 야만스럽다는 말을 들었던 건지. 푸아그라가 뭔지는 모르겠으나 거위의 간을 보다 비대하게 만들기 위해서 강제로 사료를 주입하여 5~10배정도 부은 지방간을 만들어낸다는 말에는 경악했다. 사실 거위의 간뿐만은 아니다. 우리의 먹거리를 위해 혹은 옷을 만들기 위해 학대를 당하는 동물이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이제 우리의 먹거리에 대해 한번쯤은 다시 생각해야 할 단계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우리의 먹거리를 위해 지구를 살릴 수 있는 산림지역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는 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의 말미에서도 차세대 먹거리를 대체할 만한 것을 다루고 있다. 인간의 탐욕스러움으로 인해 멸종되어가는 동식물의 개체수는 정말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니 새삼스럽게 그 문제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그럼에도 이 책을 통해 우리가 흔하게 먹고 있는 음식에 대한 유래나 역사를 알 수 있어서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우리가 좋아하고 즐겨먹는 돈가츠나 카레, 소세지나 피자, 햄버거나 핫도그등에 관한 유래 또는 역사를 알고 먹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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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하는 세계사 - 12개 나라 여권이 포착한 결정적 순간들
이청훈 지음 / 웨일북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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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은 그 나라가 걸어 온 시간을 압축해 담고 있다... 책 띠에서 보여주는 말이다. 여행을 준비하면서도, 비행기를 타러 가면서도 여권을 유심히 본 적이 없다. 그냥 하나의 통과의례에서 필요한 도구였을 뿐이다. 그런데 이 여권에 관심을 두고 세심히 살펴보게 되어 책까지 낼 수 있었다는 사실이 내게는 참 호기롭게 보였다. 도대체 이 여권에 뭐가 있다는거야? 새삼스럽게 여권을 꺼내들고 들춰보았다. 그리고 알았다. 내 여권에 어떤 그림이 인쇄되어있는지. 해외여행을 하면서 이렇게 세세하게 여권을 들여다보는 사람이 있을까? 저자 이청훈은 출입국 관리 공무원으로 20여 년 동안 일했다고 한다. 그 시간동안 많은 나라의 여권을 들여다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알게 되었을 것이다. 여권속에 들어있는 그 나라만의 역사를.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조금은 진부하게까지 느껴졌다는 게 솔직한 말일 것이다. 말만 바꿨지 그동안 숱하게 보아왔던 세계사와 뭐가 다를까 싶어서.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이 나오기까지 저자의 마음이 어땠을까 생각하니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생겼다. 그만큼 재미있게 보았다는 것이다. 이 작은, 단 몇 쪽에 불과한 여권안에 이렇게나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었다니.

 

'도깨비'라는 드라마로 다시 보게 된 캐나다부터 고대문명의 발상지인 인도까지 모두 12개국의 여권을 소개하고 있다. 사실 캐나다 비행기에 그려진 것이 단풍잎이라는 것도 드라마를 통해서 알았다. 단풍잎이 캐나다의 고유성을 상징하는 오래된 소재라는 건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더 알고 싶어서 찾아보니 18세기부터 축복받아온 자연과 환경을 상징하면서 캐나다 자체를 상징하는 국가적 문양이라고 한다. 실험 결과 바람에 날릴 때 가장 선명하게 보이는 모양이라서 채택되었다는 말이 보여서 살풋 웃음이 나기도 했지만. 가장 시선을 끌었던 나라는 일본과 뉴질랜드, 인도였다. 일본의 우키요에는 자포니즘이란 말을 생성할 정도로 유럽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친 문화중의 하나였다. 그러니 우키요에에 대한 일본의 자부심이 여권에 표현되었을 것이다. 고사리를 국가의 상징 문양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뉴질랜드의 역사도 흥미로웠다. 그야말로 고사리 예찬론이 아닐 수가 없다. 고사리는 잎의 앞뒷면 색깔이 달라 옛날 마오리족 전사들은 고사리를 이정표 삼아 전진했고 또 돌아왔다고 한다. 고사리의 앞면은 초록색이지만 뒷면은 은색으로 일종의 야광 물질 역할을 한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뉴질랜드는 우리가 알고 있는 마오리족의 후손이다. 국기의 디자인으로 고사리 무늬를 채택할 것인가를 두고 국민투표를 할 정도였다고 하니 그들에게는 고사리가 주는 의미가 상당히 큰 모양이다. 캐나다 국기도 원래는 유니언 잭이 들어가 있었지만 1964년 의회 투표를 거쳐 지금의 단풍잎 국기로 바꿨다는 걸 보면 그 나라의 문화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죽기 전에 한번은 가고 싶은 나라 인도. 인도는 내게 그런 나라다. 인도의 국가 문양이 이채롭게 눈에 들어온다. 동서남북을 바라보고 있는 네마리의 사자상, 그 아래 힌두어로 쓰여져 있는 '진리만이 승리한다' 라는 하나의 문구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듯 보여진다. 인도는 사실 힌두교의 나라다.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불교의 나라로 알려져 있다. 불교는 흔히 포용의 종교라고도 하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불교는 종교가 아니라 철학이다. 그런 위대한 사상을 배출할 수 있었던 나라에 가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쉬운대로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인도영화나 한번 보면서 그 아쉬움을 달래봐야지, 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사의 한 단면쯤 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새롭게 다가온다. 바라보는 시선이 남달랐던 까닭이었을 것이다. 짧지만 강렬한 느낌을 남겨준 책이다. 더 많은 나라가 소개되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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