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에 인문학을 입히다 - 이야기 길 따라 걷는 시간 여행 우리 산하에 인문학을 입히다 3
홍인희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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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희우루에서 관물헌을 올려다보면 '집희(緝熙)'라는 현판이 보인다. 고종의 글씨라고 한다. 누구는 그저 어린 시절에 쓴 글씨라 하고 누구는 13세, 15세때 쓴 글씨라고 한다. 그런데 그 당시로 보면 어렸을 때부터 한자를 배우고 익히던 시절이었다. 그러니 그 글씨를 두고 이러니 저러니 말이 나온다는 건 좀 그렇다. 지난 시절의 한 단면을 이 시대의 시점으로 바라보며 이야기해서는 안되는 게 아닐까 싶어서 하는 말이기도 하고, 이 책에서 추사 김정희가 썼다는 봉은사의 ‘판전(板殿)’이라는 현판을 두고 이러니 저러니 말들을 한다기에 하는 말이다. 이 책은 <우리 산하에 인문학을 입히다>라는 시리즈물이라는데 그 전편을 읽어보지 않았지만 어떤 형식으로 쓰여졌을지 어느정도는 짐작하게 된다. 마치 답사지에서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찾아갔던 곳에서 그와 유사한 것들도 함께 들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랄까? 경기도의 문화유적을 찾아가는 발걸음이 자못 진지해진다.

 

여주부터 시작했다. 여주하면 일단 신륵사가 있고 세종대왕의 능인 영릉이 있고 명성황후의 생가가 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다보니 오래전 남한강을 따라 폐사지 답사를 했던 때가 생각났다. 참 신비로웠었다. 선정비에 깃든 목민관들의 빛과 그림자편을 보면서 답사지에서 보았던 그 많은 碑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간적인 이순신장군의 모습에 감동한 군졸과 백성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추모비를 세웠으니 그것이 '타루비'다. 채 1미터도 안되는 작은 비이지만 그 안에 깃든 마음이야 크기와 무게를 가늠할 수 없을 것이다. '墮 떨어질 타, 淚 눈물 루'라는 말이 절로 숙연케한다. 돌에 이름을 새기려 애쓰지 말라 저자를 오가는 사람들의 입이 바로 선정비, 라는 글을 가슴에 새겨둘 이들이 참 많은 세상이다. 文字香 書卷氣 , 책을 많이 읽어 교양이 쌓이면 그의 글씨와 그림에서 문자의 향기가 나고 책의 기운이 느껴진다는 말로, 추사 김정희가 제주도 유배 중에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 썼다는 말이다. 평생 벼루 열 개의 밑창을 내고 붓 천 자루를 닳게 만들었다는 추사의 말이 아니더라도 많은 생각거리를 남기고 있다.

 

역시 경기도 답사의 정점은 수원인가? 아니 수원이 아니라 정조대왕일게다. 오래전부터 실시해오던 정조대왕행차가 올해는 돼지열병때문에 취소가 되어 아쉬웠다는 이들이 많았는데 그만큼 성군의 자취는 많은 세월이 흘렀어도 사람들 가슴에 훈훈함을 전한다. 화성축성 당시의 수많은 일화들, 행행시 백성들의 소리를 듣고자 했던 격쟁, 용주사를 통한 효심등은 지금도 많은 사람에게 귀감이 되고 있음이다. 나라꽃 무궁화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안타까웠다. 나라꽃은 그 민족의 역사성과 문화를 반영해야 한다는 말이 가슴을 찌른다. 나는 과연 무궁화를 얼마나 알고 얼만큼 사랑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중국의 고전 <산해경>에 군자의 나라 한반도에 아침에 피고 저녁에 지는 훈화초가 있다는 기록이 있다니 놀라울 뿐이다. <산해경>은 기원전 3~4세기에 쓰여진 까닭이다. 이미 수천 년 전부터 한반도에 토종 무궁화가 많이 자생하고 있었다는 징표라는 말에 많이 부끄러웠다.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들었고 많은 것을 배웠다. 읽는내내 즐거웠다. 古則神也.. 오래된 것에는 신령스러움이 깃들어 있는 법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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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킬 - 이재량 장편소설
이재량 지음 / 나무옆의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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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 전세계적으로 4000종의 바퀴벌레가 있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바퀴는 10종 정도라고 한다. 언젠가 날아다니는 바퀴벌레때문에 식겁한 적이 있다. 이 놈의 바퀴와 한번도 마주쳐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바퀴벌레와 마주치면 어떻게 내려칠까? 휴지는 어디쯤에 있었지? 생각하면서 그놈과 눈싸움을 시작한다. 그러나 우리가 그런 생각에 빠지면 이미 늦는다. 그 움직임이 얼마나 잽싸고 빠른지 경이롭기까지 하다. 어디 그뿐인가? 그 큰 몸으로 어찌 들어갔을까 싶은 틈새로 기가막히게 숨는다. 이 놈들은 죽을 때 산란관을 배밖으로 쑥 밀어낸다. 그러면 거기서 조그맣고 하얀 새끼들이 좁쌀처럼 바글거리며 기어나온다. 한번 생기기 시작한 바퀴는 그야말로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시작한다. 바퀴와의 전쟁... 이것은 정말 끝나지 않을 싸움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거기서부터였다. 강박증. 더러움을 참지 못하는 강박증. 우리의 주인공 고광남씨의 부친이 그랬다. 더러운 걸 조금도 용납하지 못했던 아버지가 너무 싫었던 광남씨는 어느 순간 알아버렸다. 자신도 아버지처럼 살고 있다는 걸. 그런 탓에 결국 아들을 아내에게 양보하면서까지 이혼을 하고 지방의 오두막으로 내려와 살기 시작했다. 혼자 깔끔하게 살던 호시절도 잠깐, 오두막 옆에 이층집이 지어지기 시작했고 그들이 이사를 온 날부터 지금까지 보이지 않던 바퀴벌레가 보이기 시작했다. 읍내로 나간 광남씨의 눈에 띈 광고지 한장. '해충 구제 전문회사 (주) 올 킬'... 바퀴벌레를 없애기 위해 결국 서비스를 신청한 광남씨. '올 킬'이라는 이름처럼 그들은 과연 바퀴벌레를 없앨 수 있을까?

 

"이놈의 세상은 참 더러운 것투성이다. 나는 그저, 순결하게 살고 싶었을 뿐인데…"

굳이 고광남씨의 입을 빌리지 않아도 이 세상에는 더러운 것이 참 많다. 하지만 그 더럽다는 건 온전히 인간의 기준일뿐이다. 참을만 한 것들도 많다. 단지 사람에 따라 그 기준이 달라질 뿐. 순결하게 살고 싶다면 아마 무균실에서 살아야하지 않을까? 그러나 이 소설이 말하고 싶어하는 건 그런 관점이 아니다. 인간과 인간이 서로 얽히며 살아가는 걸 빗대어 말하고 있다. 어느정도는 맞추며 살아가야 하는 거라고. 함께 살아야 하는 세상에서 혼자 잘난척, 혼자 깨끗한 척, 혼자 똑똑한 척.... 할 수 만은 없다는 것이다. 바퀴벌레는 이웃집과 함께 협력해서 없애야 한다는 그 말에 이웃집을 찾아갔지만 그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때 광남씨에게 회사가 프리미엄 서비스에 가입하겠느냐고 물었고 결국 프리미엄 서비스를 신청한 후 이웃은 집만 빼고 사람도, 물건도 모두 다 사라져버렸다. 하룻밤새에 진짜로 주변의 모든 해충을 다 없애버린 것이다. "나 혼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나는 정신병자가 아니다." 3개월 후 신혼부부가 새로 이사를 오고 다시 보이기 시작하는 바퀴벌레로 인해 광남씨의 강박증은 최고조에 달하게 된다. 사람들은 그렇다. 무엇인가가 없다가 있으면 신경쓰이고 있다가 없으면 허전하다. 그런 까닭으로 광남씨 역시 새로운 이웃이 반갑기도 하면서 은근 염려스럽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웃이 먼저 프리미엄 서비스를 신청했다. 이제 광남씨는 어찌될까? 어느덧 계절이 바뀌고 고등학생이 된 아들이 찾아왔지만 어김없이 바퀴벌레도 함께 찾아왔다!

 

이 소설은 사실 배꼽잡는 이야기다. 그러나 마냥 배꼽잡으며 웃을 수 없다. 강박증에 사로잡힌 어리숙한 광남씨의 행동을 바라보면서도, 웃긴데 웃을 수 없는 해충박멸회사 직원의 말도. 단지 바퀴벌레와의 싸움일뿐인데 읽는 동안 긴박함과 서늘함이 느껴졌다. 문맥의 촘촘함은 새삼스러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전작 <노란 잠수함>에서도 맛볼 수 있었던 몰입감이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인간이 정한 기준의 한계점은 어디까지일까? 인간은 어떤 것을 기준으로 그 많은 규칙을 만들어냈을까? 어찌보면 인간은 스스로 정해놓은 규칙이나 법칙에 치이며 살아가고 있는 듯 하다. 사물의 근본적인 이치를 깨닫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단순하게 살아도 되는 것을 복잡하게 살고자 애를 쓴다. 꼭 그래야만 하는 것처럼. 우리에게는 어느 정도의 아량이 필요하다. 나 이외의 모든 것들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그것이 사람이 되었든 물건이 되었든. 올 킬!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에 대해 당신도 신청하고 싶은가?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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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 세상에서 가장 나이 많고 지혜로운 철학자, 나무로부터 배우는 단단한 삶의 태도들
우종영 지음, 한성수 엮음 / 메이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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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나무, 나무, 나무... 아무리 여러번 불러봐도 질리지 않는 말이다. 죽어서 다시 태어난다면 나무가 되고 싶다고 말한 적도 많았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이왕이면 울울창창한 숲속의 나무라면 더 좋겠다고. 죽으면 수목장을 해달라고 말했다가 남편과 한동안 말싸움을 벌이기도 했었다. 그만큼 나무가 좋다. 그러니 이렇게 나무의사를 하며 살아가는 저자의 삶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무한대로. 한창때는 산에 미쳐서 살았다. 틈만 나면 베낭을 짊어지고 산에 올랐다. 하지만 나의 산행은 정상을 오르지 못해도 괜찮았다. 그저 오르며 보는 풀과 꽃과 나무가 좋았고, 나무가지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파란 하늘이 좋았다. 태풍이라도 지나간 후에 내게 보여지던 하늘의 아름다움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그림으로 기억속에 자리한다. 그러다가 풀과 나무와 꽃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싶어 작은 식물도감을 베낭속에 넣고 다녔었는데.... 점점 파괴되어져가는 숲을 바라보면 왠지 서글퍼진다. 치유의 안식처가 사라지는 것만 같아서. 사람은 자연속에서 자연스럽게 살아야 건강한 법인데... 하면서.

 

통의동 백송이야기를 듣고 이내 숙연해지고 말았다. 오래전 답사길에 그 백송을 보았었다. 나무가 쓰러진 후 분석해보니 1690년쯤 심어진 나무로 밝혀졌다. 놀라운 것은 일제강점기에 백송의 성장이 멈추다시피 했다는 거였다. 나무의 나이테는 환경이 좋으면 간격이 넓고 연한 색을 보이지만 열악한 환경이었다면 간격이 좁고 색이 짙어 나이테만 보고도 그 나무가 살았던 시절을 유추해낼 수 있다고 한다. 1919년부터 1945년까지의 나이테 간격이 거의 변동이 없을 만큼 좁고 짙었다고 하니 그 나무가 받았을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했었는지 알 수 있다. 문득 해미읍성의 회화나무가 떠올랐다.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교수목이라고도 불리워진다는 그 나무의 절절한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져오는 듯 하다. 순교자들을 고문하고 순교자들의 목이 걸릴 때마다 나무는 그 가지를 한껏 움츠렸을 것이다. 그러니 그 나무의 나이테가 어찌 되었을지는 보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반면, 세금을 내는 나무도 있다. 진짜다. 그 나무는 아이들에게 장학금도 준다.

 

지금도 시골마을에 가면 흔히 볼 수 있겠지만 당나무라는 게 있었다. 성황신을 모시는 성황당도 있었다. 토지와 마을을 지켜주는 신이 성황신이고, 그 마을과 마을사람들을 위해 두 손 모아 기도하던 곳이 바로 당나무앞이었다. 지금은 배척당하고 외면하는 민속적인 것들은 우리를 자연과 결부시켜 놓았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는 마음의 평안을 얻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는 어떠한가. 이 책을 통해 昨今의 우리 삶을 다시한번 돌아보게 된다. 버릇처럼 늘 하는 말이지만 문명의 발달만이, 과학적인 처사만이 능사는 아닌 것이다. 아파트 사이에 나무 몇그루 심었다고, 개울 흉내를 내었다고 그것이 자연은 아닌 까닭이다.

 

세상에 함부로 대할 것은 아무것도 없고, 쓸모없이 태어난 존재 역시 없다는 말이 떠오른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가. 이 책에서도 여러번 강조하고 있듯이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틀렸다고 말하며 타인에게 얼마나 아픈 잣대를 들이대며 살아가고 있는지. 나무에게서 배울 게 어디 한두개뿐일까. 책띠에 '나무는 내일을 걱정하느라 오늘을 망치지 않는다' 는 말이 시선을 잡아당긴다. 오지않은 것에 대한 걱정이 우리가 하는 걱정의 대부분이다, 라는 말이 스친다. 오늘을 충실하게 산다면 굳이 내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일터다. 내려놓고 버려야 채워질 수 있다는 법정스님의 말씀도 같은 맥락일게다. 그러나 우리는 교과서같은 말이라고 치부해버린다. 자연을 벗하며 자연속에서 자연스럽게 살아간다면 아마도 그런 말들이 일상이 되지 않을까? 나무를 심을 때도, 나무를 옮길 때도 나무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말에 크게 공감한다. 하긴 옛날에는 나무를 자를 때도 예를 치렀었다. 이나무, 저나무, 먼나무... 정말 많은 나무의 이름을 불러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숲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좋았다. 진심으로 나무를 대하고 사랑하는 저자의 마음이 책을 읽는 사람의 마음까지 행복하게 만든다. 나무에 대해 다시 배운다. 그리고 나무를 더 사랑해야지, 한다. /아이비생각

 

어린 전나무는 다른 큰 나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까지 100년이라는 긴 세월을 필요로 한다.(-33쪽)

한여름 우리의 눈을 기쁘게 하는 형형색색의 꽃들은 가지가 성장을 멈췄다는 증거다.

멈추지 않고 계속 자라기만 하면 풍성한 꽃도, 꽃이 진 자리에 달리는 튼실한 열매도 볼 수 없다.

내처 자라기만 하면 하늘에 가까워질 수는 있어도 뿌리로부터 점점 멀어져 결국 에너지가 고갈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무는 스스로 멈춰야 할 때를 잘 안다. (-38쪽)

생존만을 위해 경쟁하는 숲은 죽어간다. 햇볕이 바닥까지 닿지 않으니 온기가 부족해 어린 생명이 싹을 틔울 재간이 없다. 어린 나무와 풀꽃, 그들과 함께하는 작은 곤충들이 살아갈 공간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 겉으로 완벽해 보일지 몰라도 그런 숲은 결국 희망이 없는 불임의 땅과 다르지 않다. (-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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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게 보고 크게 보고 - 핑크색 뇌를 가진 라틴계 한국인, 그가 본 일본이라는 나라
박경하 지음 / 행복에너지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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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부터 이야기하자면 기계공학과 출신이면서 일본을 알고 싶다는 욕심으로 일본의 와세다대학 대학원에서 다시 마케팅을 전공했다. 내용으로 볼 때 오리온의 일본법인 사장으로 지내면서 느꼈던 점을 책으로 쓴 듯하다. 일단 책표지에서 만나게 되는 저자의 온화한 인상이 너무 좋았다. 핑크색 뇌를 가진 라틴계 한국인이라는 말을 책을 읽으면서 어렴풋하게 공감하기도 했고. 책의 제목이 시선을 끌었던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중에 '知彼知己百戰不殆' 라는 말이 있는데 일본과의 관계가 껄끄러울수록 일본을 제대로 알아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서였다. 아주 오래전부터 얽힌 두나라 사이에는 수도없이 많은 사건과 사고가 있었다. 그것도 그다지 아름답지 않은 역사로. 그러니 한국에게는 그야말로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나라일 수 밖에 없는 것이 일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과의 관계는 끓을래야 끓을 수 없는 관계다. 책을 읽으면서 나라를 걱정하는 저자의 안타까움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뉴스! 보고싶지 않아요. 보면 속이 끓어요... 러시아가 무시하고, 중국이 무시하고, 일본조차도 무시하고, 우리 3류 정치인들과 추종세력들은 서로 삿대질이나 하고 있고, G8, G20에 초대되어도 무시당하고, 나랏님의 잘못도 있지만 우리 모두가 먼저 사랑해야겠지요. 용서해야겠지요. 자기네들의 이권만을 위해서 무조건 여론 조장하는 거짓 애국자들의 모함에서 탈피해야겠지요.(-166쪽) 오죽했으면 저런 마음이 들었을까 싶어 괜시리 미안해지기도 한다. 나부터도 뉴스보기가 싫어지는데 나라 밖에서 들여다보는 이의 심정이야 말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

 

책을 열면서 은근한 기대감이 있었다.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서. 역시 첫장은 역사부터 시작이었다. 일본을 대표하는 운동으로 스모와 유도가 있다. 그들의 國技이기도 한 유도가 먼 사무라이시대부터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땅에 무릎을 꿇어 절을 하는 일본 무사들의 극진한 예의 문화인 도게쟈土下座가 지금과 같은 세상속에서도 통한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그들이 사무라이정신으로 버틴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 모양이다. 일본의 애니메이션에서 자주 등장하는 괴물중에 코가 긴 탱구가 있다. 그런데 그것이 인간의 자만을 상징하는 일본의 괴물이었다는 것은 뜻밖이었다. 하긴 800만의 신이 있다는 일본의 신앙을 생각한다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오래전 닛코에 있는 도조구를 찾은 적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보았던 잠자는 고양이 眠り猫가 왜 거기에 있는지 궁금했었다. 이제사 이 책을 통해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밖에도 일본사회의 여러면을 이 책을 통해 볼 수가 있는데 한국의 사회와 거의 비슷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그들의 사회문화는 '和'를 기본으로 한다. 서로 어울려 살아간다는 말이다. 육아만 보더라도 한국의 육아형태와 별반 다르지 않은 듯 하다.

 

책을 읽는 내내 껄끄러웠던 점이 있다. 상당히 가벼운 문체때문이었다. 재미있게 쓰려고 한 것인지, 너무 무겁게 다가가지 말자는 속뜻이 담긴 것인지 모르겠으나 읽기에는 좀 그랬다. 그때문인지 몰입도가 떨어졌다. 뒤로 갈수록 비지니스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도 역사와 문화를 기대했던 나에게는 버거운 면이 없지 않았던 듯 하다. 하지만 배우면 좋을 그런 말이 있어 메모를 하게 되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혹은 비지니스관계에서 알아두면 좋을 말이 아닌가 싶다. 물론 선택과 판단은 자신의 몫이다. /아이비생각

 

横堀と 深堀... 옆으로 파기와 깊이 파기

広がりよりは奥行きが重要... 옆으로 벌리는 것보다 깊이 파는 것이 중요

やらせてみる 해보게 하라! 그래도 안되면

教えてやらせる 가르쳐서 시키고... 그래도 안되면

やってみせる 해보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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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TV쇼닥터에게 속고 있다
이태호 지음 / 오픈하우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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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좋다던 건강식품의 배신'이라는 말이 보인다. 하지만 정확하게 말한다면 건강식품이 우리를 배신한 건 아니다. 그것을 이용한 사람들이 배신했을 뿐. 몸에 좋다고하면 뭐든 먹어치울 수 있는게 인간이라는데 뭔들 못먹을까 싶다가도 昨今의 행태를 보면 해도 너무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우리가 자본주의 혹은 사회주의에서 산다고는 하지만 절대적으로 이익만을 좇는 모습은 보기에 흉할 정도로 심하다. 그러나 엄밀하게 따져본다면 어떤 정보에 관한 거짓과 진실을 알아내는 것은 철저히 자신의 몫이 아닐까? 무엇이 우리를 그토록이나 흉한 모습으로 살아가게 만드는 것일까? 옛날에 비해 늘어난 수명때문일까? 좀 더 편한 세상을 꿈꾸며 살기 때문일까?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따져 묻기 힘겨운 시대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아프지도 않고 그저 건강하게만 살수는 없다. 게다가 늙은 몸으로 건강하게 살다가 죽을 수 있다는 건 그야말로 꿈같은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生老病死야말로 인간이 겪어야 할 삶의 형태인 까닭이다.

 

사실 이런 책이 나올 거라는 건 짐작했었던 일이다. 다만 생각보다 조금은 늦은 감이 없지 않았나 싶을 뿐. 수도없이 많은 건강식품이 우리 주변에서 서성인다. 누군가의 한마디로 인해 불쑥 우리 앞으로 나서기도 하고 언제 그런 게 있었냐는 듯 순식간에 사라지기도 한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너무나 많은 정보로 인해 정작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마치 최면에 걸린 듯 우리의 뇌는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그것이 내게 맞는 것인지조차 생각하지 않고 그저 좋다고 하니 나도.... 이런 심리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똑같은 현상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뭐 그래서 기업들이 돈을 벌고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솔직하게 말해 광고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광고는 어쩔 수 없이 포장할 수 밖에 없는 속성을 가지고 있는 까닭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포장만 푸짐한 선물세트도 수없이 보아왔다. 일단 홈쇼핑 쇼호스트들의 말투부터가 껄끄럽다. 너는 아무 생각도 하지 말라는 듯 속사포처럼 쏘아대는 그 모습은 볼 때마다 짜증을 유발한다. 몇 번의 실패끝에 얻은 건 선택의 결과는 온전히 내 몫이라는 거였다. 집안을 살펴보니 철분제와 칼슘제, 눈에 좋다는 루테인이 전부인데 이마저도 심리적인 효과를 기대해서 먹고 있는 것들이다.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렸거나 오르내리고 있는 것들은 많다. 게르마늄이 몸에 좋다고 너도나도 목걸이나 팔찌를 하고 다닐 때가 그리 먼일은 아니며, 아사이베리나 아로니아를 안먹으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떠들어대던 것도 오래전 일은 아니다. 하루에 물을 몇리터정도 마시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처럼 떠들어 너도나도 텀불러 하나씩을들고 다니게 하고, 세상에 있어서는 안될 것처럼 커피를 매도하더니 이제는 또 커피가 어디어디에 좋다고 마셔야 한단다. 음이온이 좋다고 편백나무를 들썩거리던 일은 하루이틀만의 일이 아니며, 신이 내린 열매라는 최상의 칭찬을 들었던 노니는 어떤가? 작두콩이 좋다고하면 어김없이 마트에 작두콩이 깔렸다. 저자의 말처럼 기업과 쇼닥터들의 배만 불리워준 꼴이다. 백수오에 크게 놀랐고 라돈에 크게 놀랐지만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는 우리의 뇌는 아마도 그런 논란쯤은 대수롭지 않게 여질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저자의 말이 아니라해도 그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잠깐 분노하고 말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먹거리로 장난을 치는 업자들에 대한 처벌 역시 강해져야만 한다. 하긴 항상 뒷북만 치는 정부부처의 한심한 직무유기가 더 큰 문제이기는 하다. 뻔히 보이는 결과인데도 불구하고 사기에 가까운 상술은 계속되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책을 읽다보니 몇번이나 속에서 불이 난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한다면 당장 식약처로 달려가 그 담당관련자들을 패주고 싶다. 그러나 선택의 결과에 따른 자괴감은 어떻게 해야할지.... 몸에 좋다고 확실하게 믿었던 검은콩의 효능에 배신당했다는 사실에 한번 놀랐고 유전자변형식품, 즉 GMO가 떠도는말처럼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사실에 또한번 놀랐다. 이 책은 진즉 나왔어야 했다./아이비생각

유산은 유산균에 의해서뿐만 아니라 우리 몸속에서도 생성되는 물질이다. 프로바이오틱스가 면역력이 약한 미숙아, 노인, 중증질환자 등에게는 자칫 '균혈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를 했다. 프로바이오틱스로 면역이 과도하게 증가한 상태에서 장 점막이 손상되면 그 사이로 균이 들어가 균혈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19)

온전한 콜라겐이나 젤라틴은 분자량이 커 단백질의 형태 그대로는 피부나 소화관에서 흡수되지 않는다. (-29)

코코넛오일은 그저 기름의 한 종류일 뿐이다. (-36)

해독주스에 해독기능은 없다. 그냥 과채주스일 뿐. (-42)

MSG는 다시마로부터 발견되었다. 개발된 이후 현재까지 100년 넘게 전 세계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조미료이며 일본,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MSG를 안전한 성분으로 인정해 우리나라처럼 유해성 논란이 없다. MSG는 화학적으로 합성하는 화학조미료가 아니라 미생물 발효에 의해 생산되는 아미노산에 해당한다. (-85)

비타민과 미네랄보조제가 건강상의 이득이 없다는 연구 결과는 많다, (-94)

하루에 사람이 마셔야 할 정해진 물 권장량은 없다. 우리 몸은 탈수증세가 오기 한참 전에 이미 수분을 보충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물을 많이 마시면 피부가 촉촉해지거나 피부가 좋아진다는 과학적 근거도 아직 없다.(-100)

항암식품... 실제로 면역력을 높여주는 식품은 없다.(-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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