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폴리스 -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 도시의 역사로 보는 인류문명사
벤 윌슨 지음, 박수철 옮김, 박진빈 감수 /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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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책표지에서 보이는 것처럼 도시의 역사로 보는 인류문명사를 주제로 다루고 있다. 최초의 도시 우르크에서부터 지금까지 인류문명을 꽃피웠던 26개 도시를 연대기순으로 보여주고 있다. 기원전 4000~1900년에 세워졌다는 고대의 도시는 이미 잘 다듬어진 터전이 아닌 곳에서 시작되었다. 크고 작은 건물들을 모아놓았다고 도시는 아니다. 다른 정착지들과 달리 도시는 인간활동을 촉진하는 곳이었다. 서로 협력하고 독창성을 발휘할 수 있는. 도시는 유토피아인 동시에 디스토피아이다.(-118쪽) 도시의 역동성은 주로 관념과 상품, 사람의 지속적 유입에 따른 결과였다. 대부분이 저임금노동자들이긴 해도 시대를 대표하는 도시들의 인구분포율을 보면 적게는 전체 주민의 35%~51%가, 많게는 62%와 83%가 외국태생이었다는 말이 보인다. 다양한 민족들이 모여 서로의 문화에 눈뜨게 되었던 것이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내었다는 말일 터다. 기원전 507~30년에 만들어진 고대 도시 아테네와 알렉산드리아를 보면 특징이 있다. 길거리 토론을 이끌어냈던 아고라는 아테네를 대표한다. 반면 알렉산드리아는 규칙적이고 질서정연한 도시였다. 카이사르와 안토니우스, 옥타비아누스까지 반하게 했다는 알렉산드리아는 훗날 로마에 영향을 미쳤다. 세상의 모든 민족 출신 주민들이 살고 있는 성채였다고 표현되었다던 로마는 그야말로 세계적인 도시였다. 배수시설이 좋지 않았던 아테네에 비해 로마는 목욕탕속의 쾌락을 즐기는 도시로 불리워졌다. 지속적인 투자와 재건 활동과 시민의식이 없으면 도시는 정말 순식간에 허물어진다.(-191쪽) 향락의 도시 로마가 몰락의 길을 걷는 동안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는 새로운 도시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었다. 로마가 기원전 30년~서기 537년의 도시라면 그 다음으로 537~1258년에 번성했다는 바그다드가 뒤를 잇는다. 이슬람교의 무슬림들은 로마제국과 페르시아제국이 남긴 영토를 빠르게 흡수하면서 중국과 인도의 변경까지 세력을 확장했다. 도시화를 전혀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그들은 도시에 잘 적응했다. 중세내내 세계 20대 도시중 19개가 이슬람 도시였을 정도로 많은 교역의 중심에 바그다드가 있었다. 또한 여러 민족과 종교를 포용했던 바그다드는 부의 도시이기도 했다. 각각의 민족들이 서로 가깝게 지내기 위해서 길거리 음식을 팔기 시작했고 거리에서 음식을 사먹는 행위가 도시 사교성의 시작이기도 했다. 길거리 음식의 역사는 도시 역사의 그 자체라는 말이 시선을 끈다. 근대 이전에 일어난 3대 과학 혁명의 진원지 가운데 하나로 알렉산드리아나 런던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도시가 바그다드였다. 그 세도시의 공통점은 새로운 관념과 사람들에게 문호를 개방했다는 것이었다. 그런 바그다드도 몽골족에 의해 무너졌다. 책장을 넘기는 틈새마다 말의 어원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예를 들면 'bourgeois부르주아'가 '요새'를 뜻하는 게르만의 단어 'burg'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bourgeois'는 '도시에 살고 있다'는 의미였다는데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부르주아라는 말의 의미와는 조금 차이가 있어 보인다. 아무리 부유한 도시였다해도 군사력이 없으면 경쟁도시들의 먹잇감이 되었다. 유럽의 도시들은 교황과 황제가 끊임없이 전쟁을 치루며 군사적 측면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중세 도시들이 탁월했던 분야는 조선술이었다고 한다. 배를 타고 바다를 가르며 새로운 대륙을 발견하기도 했으니 어느 정도는 공감이 간다. 도시는 주로 무역과 상인들에 의해 번성했다. 어떠한 요인으로 인해 한 도시의 번영이 끝나갈 즈음에는 이미 한 도시가 번영의 길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 도시들은 저마다의 특색을 하나씩은 갖고 있는 듯 했다. 변화하는 도시에 맞춰 그들의 생활상도 달라졌다. 도시의 거리는 위생적으로 변했고 가정에서부터 질서와 미덕이 실천되었다. 그중에서도 암스테르담 사람들의 청결과 위생은 까다롭기로 유명했다고 한다. 1226~1491년의 도시 뤼벡은 전쟁을 통해 자유를 얻었고, 1492~1666년의 리스본, 암스테르담은 당시의 상업과 교역의 심장부 역할을 했다. 1666~1820년, 커피점들로 인해 런던은 새로운 도시가 되었다. 카페인이 사람들을 모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커피점 문화는 세련된 사교, 예의가 있는 사교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상업화된 도시문화를 불러왔다. 1830~1914년, 공장이 즐비했던 공업도시 맨체스터와 시카고에는 공장노동자들의 지옥같은 삶이 있었으며 개조된 도시 파리와 뉴욕의 개조과정은 낯설지 않은 모습으로 다가온다. 한때는 아시아가 서양의 도시를 따라하기 바빴지만 지금은 서양의 도시들이 아시아적 색채를 띠고 있다는 말이 눈길을 끈다. 그런가하면 폴란드 바르샤바를 통해 나치에 의해 어이없이 파괴되어버리는 도시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전쟁으로 인해 많은 도시가 파괴되었지만 도시는 사람들이 버리지 않는 한 다시 태어났다. 바르샤바가 그랬고 도쿄가 그랬다.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부서진 잔해들 사이에서 자신들이 살았던 흔적을 찾아내어 다시 그 자리에 머물렀다. 아이러니하게도 부서진 도시의 잔해위에 또다른 도시가 재건되었던 것이다. 신도시라는 틀에 맞춰 자급자족형 도시공동체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호모 우르바누스, 즉 도시인류에 의해 동물들의 활동범위는 줄어들고 멸종위기 동물들이 늘고 있다. 인류가 숨막히는 도시를 벗어나 교외로 거처를 옮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생물다양성 고밀도지역들로 도시가 침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화가 불러온 또다른 재앙이었다. 자동차가 있었기 때문에 도심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었던 사람들로 인해 심각한 기후변화를 초래했다. 도시화에 따른 기후변화는 모든 것을 바꿔놓기 시작했다. 물론 인류가 만들어낸 도시에 나름대로 정착하여 삶의 기로에서 벗어난 동물도 있긴 하지만 도시화되어가는 동물의 모습은 현재 우리의 건축환경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을 불러왔다. 기후를 생각하여 변화를 추구하는 도시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미미한 단계에 불과하다. 우리의 '청계천'과 '서울로7017'이 하나의 예로 들어진 것이 조금은 특이하게 보여지기도 한다. 그만큼 녹색도시를 만들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시도되고 있다는 것이다. 너무나도 멀리 돌아와 인류도 자연을 거스를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아버린게 아닌가 싶다. 도시를 통해 인류의 문명사를 쫓다보니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처음 책을 받아들고 그 두께에 깜짝 놀랐다. 도시의 생성과 번영, 그리고 몰락의 길을 돌아보면서 살짝 지루한 감이 있긴 했어도 시시각각 변하는 도시들의 모습이 이채롭게 다가왔다. 도시의 역사가 곧 인류의 역사라는 말에 어느정도 공감하게 된다. 많은 시간을 들여 읽긴 했지만 흥미로운 주제였다./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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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 스티커 페인팅북 : 명화 - 안티 스트레스 힐링북 프리미어 스티커 페인팅북
베이직콘텐츠랩 지음 / 베이직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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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에서 말해주듯 스티커를 붙이며 그림을 완성하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없앨 수 있는 힐링북이란 말도 보인다. 일단 명화라는 소제목이 시선을 끌었다. 그림에는 그리는 것도 보는 것도 문외한인지라 한번쯤 해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있었던 까닭이다. 또 한가지는 다른 도구가 필요없다는 것이 매력이라면 매력일까? 이 책에는 모두 10개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좋아하는 그림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있어서 해볼까 하다가 코로나로 인해 답답한 속이나 풀어볼 겸 '네덜란드의 튤립 꽃밭'을 먼저 해보기로 했다. 솔직하게 말해 처음에는 오히려 스트레스를 더 받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 많은 스티커의 번호를 찾아가며 뜯어 붙인다는 게 신경 쓰였던 까닭이다. 그러다가 요령이 생기니 조금 빨라졌다. 스티커를 하나씩 붙일 때마다 조금씩 완성되어져가는 그림이 궁금해졌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나의 작품을 끝냈다. 정말로 아무 생각없이 스티커만 붙였다. 아니 어떤 생각도 할 틈이 없었다는 말이 맞는 표현일 게다. 몰입도는 좋았는데 정확하게 붙이지 못한 부분 부분에서 티가 나는 걸 보고 아차, 싶은 마음도 들었다. 완성된 그림을 보면서 코로나로 인해 많아진 집콕의 시간을 어쩌지 못해 안절부절하던 내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다. 오로지 나만을 위한 시간이었는데도 어째서 그토록이나 조급해했던건지....



이 책에서 사용된 것이 로우폴리아트라고 한다. 불규칙한 다각형을 최소한으로 사용하여 그림을 입체적인 모양으로 나타내는 3D 그래픽 기법이라고 하는데 이런 건 처음 접해보았다. 퍼즐 맞추기와는 또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오래전 그림으로 배우는 심리학을 접해본 적이 있었다. 그 때 알게 된 '만다라'는 지금도 곁에 두고 종종 그림을 그리며 마음 달래기를 하고 있는데 그저 느낌 닿는대로 색칠을 하다보면 정말로 힐링이 되는 것처럼 마음이 안정되곤 한다. 어쩌면 그런 효과를 얻고 싶었는지 모르겠지만 '만다라'나 '퍼즐맞추기' 와는 또다른 느낌을 받았다. 명화말고도 동화나 탈 것, 공룡에 관한 것이 있다고 한다. 이런 류의 책이 시선을 끄는 걸 보면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크긴 큰 모양이다. 나중에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도 한번 붙여봐야지.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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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신
이동원 지음 / 나무옆의자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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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첫발생지로 대구가 지목된 것은 어떤 종교단체에 의해서였다.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접촉할 수 있다는 종교단체의 특성때문에 일파만파 확진자가 퍼져 나가고 있었지만 정작 우리는 그 종교단체가 어떤 곳인지를 알지 못했다. 더구나 그 종교단체의 포교행위는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해 접촉자들을 알아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동선을 숨기기 바빴다. 결국 많은 확진자를 내고서야 서서히 그들의 정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하나둘 밝혀지던 그들의 정체에 우리는 경악했다. 바로 신천지 이야기다. 이만희라는 교주를 내세워 그가 죽지 않는 사람이라고 떠들어대던 그들만의 종교는 세상의 지탄을 받았고 끝내 교주가 사회를 향해 무릎을 꿇게 되는 일까지 벌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결속력은 약해지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우습게도 나는 이런 생각을 했었다. 조금 있으면 유명 정치인 한두사람 죽어나가겠다고. 그 정도의 뒷배가 있으니까 저렇게까지 당당하게 나올 수 있는거라고. 그만큼 대한민국의 정치가 썩었다는 말도 되겠지만 정치 혹은 권력의 힘을 등에 업었을 때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가에 대해 우리는 이미 역사를 통해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신천지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미 짜여진 각본처럼. 이 무슨 소설같은 이야기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정말 그런 소설이 나왔다. 바로 이 책이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그리고 신천지라는 새로운 종교를 바라보면서 흔들리고 또 흔들렸을 사람들에게서 이 책의 저자가 어떤 동기를 얻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얼핏 스쳐갔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떠올랐던 말이 '신천지'였기에 하는 말이다. 언론매체를 통해 밝혀진 신천지의 포교방법과 이 책속 사이비종교단체의 포교방법이 묘하게 겹쳐보인다. 황당한 이야기처럼 보여지지만 의외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많았다. 어차피 같은 속성을 가진 탓인지 정치와 종교를 한데 묶었는데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는 게 솔직한 표현일게다. 사실 정치인이 쉽게 표를 얻기 위해서 종교집단을 이용하는 것은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닌 까닭이다. 흥미롭게 다가왔던 것은 사이비종교를 만든 1대 교주가 자신이 만든 집단을 없애기 위해 싸워나갔다는 점이다. 진정한 종교란 무엇일까? 자신이 만든 종교집단으로부터 악마라는 말을 들어야 했던 사람은 왜 그것을 없애기 위해 그토록이나 힘겨운 싸움을 시작했던 것일까? 어떤 것이 진짜이고 어떤 것이 가짜인가는 자신이 판단해야 할 몫이다. 수많은 정보가 우리곁을 떠도는 세상에 살면서 스스로 생각하기를 멈춘다면 결국 그 정보에 휩쓸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스스로 생각하기 보다는 누군가가 대신 선택해주고 대신 판단해주기를 바라면서 살고 있는 듯 하다. 그러다보니 생각없이 편을 가르고 이 편 저편에 서서 서로 삿대질을 하며 목소리를 높인다. 우리가 세상을 대하는 자세는 어떤가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된다. 저자는 묻고 있었다. 당신은 무엇을 믿으며 살고 있느냐고. 당신들의 신은 어떤 존재냐고. 신은 종교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에 크게 공감하게 된다. /아이비생각


다들 뭔가를 믿고 산다는 말이야. 살아가기 위해선 누구나 믿음이 필요해. 돈이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믿음이고, 안정된 직업이 있으면 미래가 보장된다고 생각하는 것도 믿음이지. 어떤 사람과 함께한다면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믿음이고, 어떤 사상이 세상을 좋게 바꿔줄 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믿음이야. 결국 사람들은 저마다 갖고 있는 믿음에 인생을 거는 거야. 겨우 일주일에 교회 한 번 다녀오는 게 아니라 1년 내내 미친 듯이 돈을 벌고, 공부를 해. 한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노력하지. 자신이 믿는 사상을 위해서 기꺼이 목숨까지 내놓는 사람도 있어. 이게 신앙이 아니면 뭐겠어?(-1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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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뒤바꾼 가짜뉴스 - 거짓으로 대중을 현혹시킨 36가지 이야기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장하나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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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퓌스 사건이라고 있었다. 19세기 말에 일어났던 사건이다. 프랑스군의 유대인 장교 알프레드 드레퓌스가 군사기밀을 독일대사관에 팔았다는 혐의로 체포되었고, 비공개 군법회의에서 종신유형을 선고 받았다. 드레퓌스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지만 대위라는 계급을 박탈당했다. 당시 진범을 찾아냈고 진상 은폐의 증거도 찾아냈지만 드레퓌스는 '악마의 섬'으로 유배당했다. 간수를 제외한 유일한 주민은 드레퓌스뿐이었다고 한다. 간수들은 그에게 말을 걸지 말라는 명령도 받았다. 하지만 드레퓌스가 반유대주의에 희생당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소설가 에밀 졸라가 "나는 고발한다!"라는 제목으로 프랑스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발표하기도 했다. 드레퓌스 사건은 드레퓌스파와 반드레퓌스파로 갈라지는 프랑스 사회의 분열을 불러왔다. 그의 죄를 입증하는 것은 파리의 독일대사관에서 몰래 빼내온 정보 서류의 필적이 드레퓌스의 필적과 비슷하다는 것뿐이었다. 단지 유대인이었다는 점이 그를 간첩으로 몰아갔던 것이다. 가족들과 사회의 분위기가 재심을 청구하며 일이 커지자 군부는 형식석인 심문과 재판을 거쳐서 그를 무죄로 석방시켰다. 당시의 유럽 열강들은 영토 확장 경쟁이 치열했다. 또한 당시의 유럽인들은 백인 우월주의에 빠져 있었다. 그런 모든 상황들이 드레퓌스 사건을 만들어내게 된 것이다. 드레퓌스 사건은 19세기의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남았다. 거짓은 진실을 이길 수 없지만 그만큼의 희생이 필요하다. 드레퓌스 사건은 이 책에서도 다루고 있지만 사람들이 거짓된 정보에 얼마나 잘 녹아드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명분만 그럴싸하다면 거짓인 줄 알면서도 그것이 마치 진실인양 그렇게 행동할 수 있는 것도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역사는 이긴자의 기록이라는 말이 있다. 보잘 것 없는 사람을 그럴싸한 영웅으로 만들기도 하고, 역사적으로 남을만한 인물임에도 잔다르크처럼 마녀사냥을 당하기도 한다. 드라큘라 백작이 적의 침략에 맞선 루마니아의 국민 영웅이었지만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다는 흡혈귀가 되기까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는 말이다.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고 했던 것은 마리 앙트와네트의 말이 아니었으며, 미국의 노예해방선언으로 역사에 남은 링컨 역시도 말처럼 그렇게 노예해방을 위해 힘쓰지 않았다는 걸 이제 알만 한 사람은 다 안다. 이 책은 그렇게 조작된 가짜뉴스 36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그 가짜뉴스들로 인해 많은 것이 바뀔 수 밖에 없었다는 말과 함께. 문득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 된 '조선왕조실록'이 떠오른다. 인류 역사상 단일왕조의 역사서로는 가장 규모가 큰 책이기도 하지만, 만약 후대의 왕들이 선대 왕의 기록을 마음대로 볼 수 있었다면 지금의 '조선왕조실록'은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제대로 된 것을 지켜낸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이 책속에 실린 30가지의 이야기는 사실 특별함을 전해주지 못한다. 이런 주제를 다루고 있는 책은 이미 많은 까닭이다. 현재는 인터넷을 통한 가짜뉴스가 판을 치는 세상이다. 너무나도 쉽게 우리 곁으로 다가오는 거짓들을 쉽게 판별해내는 건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좀 더 많은 것을 의심할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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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맛 - 짜장면부터 믹스커피까지 한국사를 바꾼 아홉 가지 음식
정명섭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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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부터 믹스커피까지 한국사를 바꾼 아홉 가지 음식'이라는 부제가 흥미로웠다. 목차를 들여다보면 음식을 통한 우리의 근대사가 보인다. 그야말로 대중적인 음식들을 앞세워 변화되어가는 한국인의 문화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자면 아무래도 맛을 내는 조미료부터 시작하는 게 맞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그때는 미원과 미풍의 대결이 대단했었다. 미원은 사실 일본의 조미료 아지노모토(味の素)에서 온 것이다. 味元... 맛의 으뜸이라는 뜻도 있겠지만 우리가 원조라는 의미도 담겨 있는 말이다. 우리집은 언제나 미원가족♬이라는 CM송이 아직까지도 기억난다. 지금이야 화학조미료가 몸에 좋으니 나쁘니하면서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솔직하게 말해 미원을 넣었을때와 넣지 않았을 때 맛의 차이는 엄청나다. 그러던 것이 미원도 미풍도 아닌 다시다가 천하통일을 이루어냈다. 결론적으로 따지자면 미풍의 승리다. 어떤 음식이든 맛있게 잘 먹고 행복함을 느낀다면 몸에 좋은 것이라는 개인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까닭에 화학조미료의 사용에 대해 그다지 많은 거부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자장면이 맞다느니, 짜장면이 맞다느니 하면서 '짜장면'이라는 말이 한동안 세상을 시끄럽게 한 적이 있었다. 자장면이면 어떻고 짜장면이면 어떤가, 어차피 외래어에서 온 이름인 것을. 짜장면에는 한국으로 건너온 중국인들의 애환이 서려있다. 그야말로 서민의 음식이었던 것이다. 일본의 스시가 그랬다. 일본의 근대화가 시작되던 시절 지방에서 도시로 돈벌이를 하러 왔던 근로자들은 돈이 없었다. 그런 사람들에게 싼 값으로 많이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던 것이 스시의 원조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고급화가 되었다. 일본인들이 돈까스를 먹게 된 유래가 재미있다. 돈까스는 육식을 하지 않던 일본인들에게 육식을 먹게 하기 위해 고안된 음식인 것이다. 지금은 일본인들이 소비하는 참치나 소고기 소비량이 엄청나다고 한다. 이채로운 것은 짜장면도 돈까스도 한국으로 건너온 후 완벽하게 한국식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지방을 대표하는 음식이 있다는 것이 미식가들에게는 분명 즐거운 일일 것이다. 경주나 군산의 유명한 빵집을 한번도 가 본 적은 없지만 주변에서 일부러 찾아가는 사람도 많이 보았다. 먹는 걸 그다지 즐기지 않기도 하지만 입맛이야말로 확실하게 주관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내게도 근처에 가면 일부러 찾아가는 음식점이 몇군데가 있기는 하다. 짜장면이나 돈까스외에도 카레나 단팥빵, 김밥이나 팥빙수와 같이 다채로운 서민음식을 통해 우리의 문화를 엿볼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었다. 아울러 그 음식들에 담긴 역사를 배울 수 있었으니 一石二鳥가 아닐 수 없다. 책의 표지에 써있던 말처럼 조선인이 한국인으로 변화되어가는 모습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마지막 장에서 다룬 커피를 보면서 오래전에 찾아갔던 강릉 커피박물관이 떠올랐다. 커피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커피향이 좋아서 가끔 한잔씩 마신다. 커피맛이 이렇다는 둥 저렇다는 둥 커피애호가들이 아무리 말을 해줘도 역시 달달한 믹스커피만 한 게 없다.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한국의 커피라지 않은가.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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