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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스 -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 도시의 역사로 보는 인류문명사
벤 윌슨 지음, 박수철 옮김, 박진빈 감수 /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3월
평점 :
이 책은 책표지에서 보이는 것처럼 도시의 역사로 보는 인류문명사를 주제로 다루고 있다. 최초의 도시 우르크에서부터 지금까지 인류문명을 꽃피웠던 26개 도시를 연대기순으로 보여주고 있다. 기원전 4000~1900년에 세워졌다는 고대의 도시는 이미 잘 다듬어진 터전이 아닌 곳에서 시작되었다. 크고 작은 건물들을 모아놓았다고 도시는 아니다. 다른 정착지들과 달리 도시는 인간활동을 촉진하는 곳이었다. 서로 협력하고 독창성을 발휘할 수 있는. 도시는 유토피아인 동시에 디스토피아이다.(-118쪽) 도시의 역동성은 주로 관념과 상품, 사람의 지속적 유입에 따른 결과였다. 대부분이 저임금노동자들이긴 해도 시대를 대표하는 도시들의 인구분포율을 보면 적게는 전체 주민의 35%~51%가, 많게는 62%와 83%가 외국태생이었다는 말이 보인다. 다양한 민족들이 모여 서로의 문화에 눈뜨게 되었던 것이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내었다는 말일 터다. 기원전 507~30년에 만들어진 고대 도시 아테네와 알렉산드리아를 보면 특징이 있다. 길거리 토론을 이끌어냈던 아고라는 아테네를 대표한다. 반면 알렉산드리아는 규칙적이고 질서정연한 도시였다. 카이사르와 안토니우스, 옥타비아누스까지 반하게 했다는 알렉산드리아는 훗날 로마에 영향을 미쳤다. 세상의 모든 민족 출신 주민들이 살고 있는 성채였다고 표현되었다던 로마는 그야말로 세계적인 도시였다. 배수시설이 좋지 않았던 아테네에 비해 로마는 목욕탕속의 쾌락을 즐기는 도시로 불리워졌다. 지속적인 투자와 재건 활동과 시민의식이 없으면 도시는 정말 순식간에 허물어진다.(-191쪽) 향락의 도시 로마가 몰락의 길을 걷는 동안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는 새로운 도시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었다. 로마가 기원전 30년~서기 537년의 도시라면 그 다음으로 537~1258년에 번성했다는 바그다드가 뒤를 잇는다. 이슬람교의 무슬림들은 로마제국과 페르시아제국이 남긴 영토를 빠르게 흡수하면서 중국과 인도의 변경까지 세력을 확장했다. 도시화를 전혀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그들은 도시에 잘 적응했다. 중세내내 세계 20대 도시중 19개가 이슬람 도시였을 정도로 많은 교역의 중심에 바그다드가 있었다. 또한 여러 민족과 종교를 포용했던 바그다드는 부의 도시이기도 했다. 각각의 민족들이 서로 가깝게 지내기 위해서 길거리 음식을 팔기 시작했고 거리에서 음식을 사먹는 행위가 도시 사교성의 시작이기도 했다. 길거리 음식의 역사는 도시 역사의 그 자체라는 말이 시선을 끈다. 근대 이전에 일어난 3대 과학 혁명의 진원지 가운데 하나로 알렉산드리아나 런던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도시가 바그다드였다. 그 세도시의 공통점은 새로운 관념과 사람들에게 문호를 개방했다는 것이었다. 그런 바그다드도 몽골족에 의해 무너졌다. 책장을 넘기는 틈새마다 말의 어원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예를 들면 'bourgeois부르주아'가 '요새'를 뜻하는 게르만의 단어 'burg'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bourgeois'는 '도시에 살고 있다'는 의미였다는데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부르주아라는 말의 의미와는 조금 차이가 있어 보인다. 아무리 부유한 도시였다해도 군사력이 없으면 경쟁도시들의 먹잇감이 되었다. 유럽의 도시들은 교황과 황제가 끊임없이 전쟁을 치루며 군사적 측면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중세 도시들이 탁월했던 분야는 조선술이었다고 한다. 배를 타고 바다를 가르며 새로운 대륙을 발견하기도 했으니 어느 정도는 공감이 간다. 도시는 주로 무역과 상인들에 의해 번성했다. 어떠한 요인으로 인해 한 도시의 번영이 끝나갈 즈음에는 이미 한 도시가 번영의 길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 도시들은 저마다의 특색을 하나씩은 갖고 있는 듯 했다. 변화하는 도시에 맞춰 그들의 생활상도 달라졌다. 도시의 거리는 위생적으로 변했고 가정에서부터 질서와 미덕이 실천되었다. 그중에서도 암스테르담 사람들의 청결과 위생은 까다롭기로 유명했다고 한다. 1226~1491년의 도시 뤼벡은 전쟁을 통해 자유를 얻었고, 1492~1666년의 리스본, 암스테르담은 당시의 상업과 교역의 심장부 역할을 했다. 1666~1820년, 커피점들로 인해 런던은 새로운 도시가 되었다. 카페인이 사람들을 모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커피점 문화는 세련된 사교, 예의가 있는 사교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상업화된 도시문화를 불러왔다. 1830~1914년, 공장이 즐비했던 공업도시 맨체스터와 시카고에는 공장노동자들의 지옥같은 삶이 있었으며 개조된 도시 파리와 뉴욕의 개조과정은 낯설지 않은 모습으로 다가온다. 한때는 아시아가 서양의 도시를 따라하기 바빴지만 지금은 서양의 도시들이 아시아적 색채를 띠고 있다는 말이 눈길을 끈다. 그런가하면 폴란드 바르샤바를 통해 나치에 의해 어이없이 파괴되어버리는 도시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전쟁으로 인해 많은 도시가 파괴되었지만 도시는 사람들이 버리지 않는 한 다시 태어났다. 바르샤바가 그랬고 도쿄가 그랬다.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부서진 잔해들 사이에서 자신들이 살았던 흔적을 찾아내어 다시 그 자리에 머물렀다. 아이러니하게도 부서진 도시의 잔해위에 또다른 도시가 재건되었던 것이다. 신도시라는 틀에 맞춰 자급자족형 도시공동체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호모 우르바누스, 즉 도시인류에 의해 동물들의 활동범위는 줄어들고 멸종위기 동물들이 늘고 있다. 인류가 숨막히는 도시를 벗어나 교외로 거처를 옮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생물다양성 고밀도지역들로 도시가 침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화가 불러온 또다른 재앙이었다. 자동차가 있었기 때문에 도심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었던 사람들로 인해 심각한 기후변화를 초래했다. 도시화에 따른 기후변화는 모든 것을 바꿔놓기 시작했다. 물론 인류가 만들어낸 도시에 나름대로 정착하여 삶의 기로에서 벗어난 동물도 있긴 하지만 도시화되어가는 동물의 모습은 현재 우리의 건축환경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을 불러왔다. 기후를 생각하여 변화를 추구하는 도시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미미한 단계에 불과하다. 우리의 '청계천'과 '서울로7017'이 하나의 예로 들어진 것이 조금은 특이하게 보여지기도 한다. 그만큼 녹색도시를 만들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시도되고 있다는 것이다. 너무나도 멀리 돌아와 인류도 자연을 거스를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아버린게 아닌가 싶다. 도시를 통해 인류의 문명사를 쫓다보니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처음 책을 받아들고 그 두께에 깜짝 놀랐다. 도시의 생성과 번영, 그리고 몰락의 길을 돌아보면서 살짝 지루한 감이 있긴 했어도 시시각각 변하는 도시들의 모습이 이채롭게 다가왔다. 도시의 역사가 곧 인류의 역사라는 말에 어느정도 공감하게 된다. 많은 시간을 들여 읽긴 했지만 흥미로운 주제였다./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