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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이 꼭 알아야 할 시사이슈 2026 - 현직 기자들이 직접 쓴 대입 논구술과 면접 대비 필독서
강병철 외 지음 / 동아엠앤비 / 2025년 11월
평점 :
해마다 전국의 대학교수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사자성어를 발표한다. 전국 대학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바로 '변동불거'(變動不居). '세상이 잠시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흘러가면서 변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2024년 사자성어는 무엇이었을까? 도량발호(跳梁跋扈) 라는 말이었다 : '권력이나 세력을 제멋대로 부리며 함부로 날뛰는 행동이 만연하다' 란 뜻이었다. 바로 뒤를 이은 사자성어가 '낯짝이 두꺼워 부끄러움이 없다'는 뜻을 가진 후안무치(厚顔無恥) 였다. 목차를 보면서 문득 떠올렸던 올해의 사자성어다. 한 해를 보내면서 많은 생각 거리를 던져주는 화두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올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화제는 무엇이었을까? 이 책에서는 10가지의 주제를 꼽았다. 비상계엄과 탄핵, 개헌, 관세전쟁, 상법 개정, 소비쿠폰, AI 패권 경쟁, 스테이블 코인, 중동전쟁, 검찰 개혁, 노동 개혁, 케데헌 신드롬.. 그런데 책의 제목앞에 붙여진 문장을 보면서 실소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직 기자들이 직접 쓴 대입 논구술과 면접 대비 필독서,라는 말 때문에. 세상에 관심을 가져보라는 의미보다 대입을 위해서는 꼭 알아야 한다고 말하는 듯 해서. 개인적인 지론이지만 우리의 교육 현실은 참담하다 못해 참혹할 지경이다. 교육이 바뀌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절대로, 아니 단언컨대 행복해질 수 없는 나라라고 생각하는 까닭이다.
듣기 좋은 말도 여러 번 하면 짜증난다는 말이 있다. 작금의 세상을 잡아먹고 있는 내란이라는 말이 그렇다. 위정자들의 속보이는 언행이 고스란히 그 안에 담겨 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제에서 단임이냐 연임이냐를 고민할 게 아니라, 아예 내각책임제로 바꾸자고 주장한다. (중략) 의회의 다수당이 내각을 구성하고 행정부를 이끌기 때문에 정책 결정과 집행이 빠르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회가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하고 사사건건 발목을 잡아 국정이 마비되다시피 하는 상황은 피할 수 있다. 내각과 의회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내각 전체가 연대 책임을 지기 때문에 정책의 연속성과 안정성, 효율성이 높다. 국회와 정부가 대립하고 여야가 매일같이 물어 뜯는 극단의 정치 폐해를 없애려면 의원내각제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다. 내각책임제를 하면 미래의 장관과 총리를 미리 훈련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안정적인 국정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43쪽) 개헌을 이야기 하는 2장에서 본 글이다. 정치를 잘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대한민국 정치의 현실을 보고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공감할 수 밖에 없는 말일 것이다. 그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조차 가늠하지 못할 정도로 쏟아져 나오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정신적인 사회의 지도자도 없는 작금의 현실이 개탄스러울 뿐이다. 우리가 인터넷 강국이라고 한다. 세상의 뉴스들을 볼 때 그것은 맞는 말인 듯 하다. 그래서인지 AI 패권 경쟁을 다룬 6장이 시선을 멈추게 한다. 우리는 AI 강국일까? 문화적으로도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일본을 조용한 강국이라 보았다는 게 이채로웠다. 뒤처진 듯 보이지만 소리 없이 강한 국가 일본, 조용한 AI 강자. 일본의 대학과 연구기관은 기계학, 로봇공학, 자연언어처리, 반도체 방비 분야에서 꾸준히 성과를 내 왔다. 특히 로봇공학은 일본의 전통 강점이 된 지 오래며, 가정용·통신용 로봇이 이미 그들의 생활 속에 깊이 자리를 잡았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결합은 일본이 미래에도 차별화 할 수 있는 영역이다.(-129쪽) 가만히 생각해보니 어릴 적에 보았던 로봇만화들은 모두 일본 작품이었다. 그것과 무슨 상관이냐고 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시대에 그들은 그런 꿈을 꾸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K를 붙인 문화가 세계적으로 이슈를 불러 오고 있는 지금이다. 한편의 영화가 대한민국의 문화를 세계에 알렸고, 한편의 애니메이션이 또다시 대한민국 문화의 붐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속내를 들춰보면 씁쓸하다. 일본이 수많은 애니메이션으로 돈을 벌고 있는 것과는 달리 한국은 그것을 통해 실익을 얻지 못하는 실정이 뒷맛을 씁쓸하게 만드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을까? 책을 읽던 중에 각 단원의 주제 아래서 기자들에 대한 소개글을 보았다. 스테이블 코인을 다루었던 이제형기자의 소개글이 눈길을 사로 잡았다. 자치와 분권 없인 대한민국의 다음 단계는 열리지 않는다고 믿는다는... 이분법 정치의 늪에 빠진 국가보다 '도시'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승부는 시력이 아닌 시선에서 갈린다고 주장한다는... 혹자는 너무 비관적이지 않냐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그의 지론에 백퍼센트 공감한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