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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라 그리고 말하라
법정 지음, 김인중 그림 / 열림원 / 2025년 4월
평점 :
사람은 저마다 자기 빛깔과 특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자기 자신답게 살려면 그 빛깔과 특성을 마음껏 드러내야 한다. 그래야 사회적인 존재로써 그 조화를 이루게 된다. 그런데 대개의 사람들은 자신의 특성은 묵혀둔 채 자꾸만 남을 닮으려고 한다. 이것은 오늘의 교육제도와 사회적인 인습에도 문제가 있지만, 자신을 망각한 그 사람 자신에게 보다 큰 허물이 있을 것이다. 자기 특성을 마음껏 발휘하면서 어떤 일에 전념할 때 우리들의 마음은 온갖 근심 걱정에서 벗어나, 가장 투명하고 평온해진다. 이런 상태가 곧 마음의 안정이다. (-49쪽)
다른 사람을 우러러본다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남의 인격, 사상, 행위 따위를 받들어 공경하는 마음을 존경한다고 표현하는데 이 시대에는 젊은이들이 믿고 따르며 존경할 만 한 어른이 없어 보여 안타깝기도 하다. 그런 의미로 볼 때 법정 스님이 남기고 가신 한마디, 한마디는 아마도 많은 이에게 귀감이 되었을 것이다. '맑고 향기롭게' 라는 울림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우리는 법정 스님을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무소유라는 말을 떠올린다. 갖고 싶은 것보다는 필요한 것을 먼저 생각하라던 법정 스님의 삶 속에는 그다지 많은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사실 우리는 필요해서가 아니라 갖고 싶어서 몸을 채우고 주변을 채운다. 따지고 보면 없어도 될 것들이 더 많다는 말일 것이다. 모든 것이 너무 흔한 시대를 살아가면서 비움을 실현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마음을 비우라는 스님의 말씀은 많은 공감을 불러온다.
“내 생의 순간마다 나는 침묵이 최대의 웅변임을 인식한다. 부득이 말해야 한다면, 가능한 한 적게 하라. 한 마디로 충분할 때는 두 마디를 피하라.” ( -84쪽)
말이 너무 많은 시대를 살고 있다. 아니 어쩌면 우리는 말 뿐인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말이 넘쳐나는 시대이다 보니 우리의 목소리는 자꾸만 커져간다. '세 치 혀가 사람 잡는다'는 속담에서도 말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배우지만, 言他事食冷粥 言人言冷粥飡이라는 말이 있다. 남의 말 하기는 식은 죽 먹기라는 뜻으로 남의 잘못을 논하기는 쉽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굳이 법정 스님의 말씀이 아니라고 해도 말 한마디 때문에 곤혹스러운 일을 겪어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한번 쯤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떤가? 나 자신부터 돌아보아야 할 일이다.
자라면서 엄마들이 왜 그렇게 따분한 위인전을 아이들에게 읽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성인이 되고 엄마가 되어보니 그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지만 그런 사람처럼 크게 되기를 바랐다기 보다는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랐다는 것이 아마도 엄마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하지만 내 자식을 키우면서 굳이 위인전을 찾아 읽히지는 않았다. 모두가 저만의 삶이 있는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엄마가 떠밀지 않아도 이미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은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던 까닭이기도 했다. 나이 들면서 마음에 평안을 가져다주는 글들이 좋아지기 시작했고, 나 자신보다는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더 아름답게 보였다. 법정 스님의 글이 바로 그렇다.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라는 법정 스님의 책에 이런 말이 있었다. '少慾知足 少病少惱', 적은 것으로 만족할 줄 알며, 적게 앓고 적게 걱정하라는 의미다. 目擊傳授, 이번에 다시 또 하나의 가르침을 얻게 된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 마음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행복한 일도 없겠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