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그림들 - 세계사를 바꾼 결정적 순간
이원율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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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미술관보다는 박물관을 선호한다. 미술에 대해 문외한이기도 하지만 특히나 현대미술전은 취향 밖이다. 하지만 이런 그림들이 걸린 미술관이라면 환영한다. 메세지를 전하는 그림들. 책의 제목이 눈길을 끌었던 것은 확실하다. 그림이 위험하다고? 누구나 책의 제목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을 것 같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눈에 익은 것도 있지만 낯선 작품들이 더 많았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 때마다 이번에는 어떤 작품일까 궁금했다. 그림과 함께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의 전개가 흥미진진했다. 첫번째로 보여 주었던 <알타미라 동굴 벽화>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고집스러운 학자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여덟살 아이가 찾아냈던 그림. 하지만 그 사실을 알렸던 사람이 죽은 뒤에야 그림의 진가를 인정했다는 학계의 이야기는 씁쓸함을 남긴다. '악법도 법이다' 라고 말하며 죽었다는 아주 짤막한 일화로 알고 있었던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통해 당시 그리스의 문화를 보게 된다. 망설이지 않고 독배를 향하는 소크라테스의 모습이 담겼지만 그 곁에는 그의 죽음을 비통해하는 친구들의 모습도 함께 담겼다. <로마 대화재>라는 작품을 통해 들어보는 네로황제의 이야기도 재미있다. 네로황제는 무슨 이유로 방화범이라는 누명을 썼을까? 그 작품을 보면서 무슨 까닭인지 베수비오 화산의 폭발로 사라져버린 폼페이가 떠올랐다. 잔 다르크나 나폴레옹에 관한 작품도 있었지만 <레이디 제인 그레이의 처형>이란 작품이 이채로웠다. 18세 소녀 사형수. 제인 그레이는 누구일까? 불과 9일 동안 왕위에 머물렀던 제인. 그녀는 사실 왕위에 오르고 싶어하지 않았다. 게다가 왕위를 이어받을 직계도 아니었다. 어린 그녀는 부모의 정치적 욕망의 희생양이 되었다. 딸의 행복보다는 자신들의 욕망에만 눈이 멀었던 부모의 모습은 처절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자신의 자리를 찾은 메리 1세는 제인 그레이를 불쌍하게 보았다. 하지만 정치란 조금의 틈도 남겨두지 않는다. 결국 개종하지않겠다는 한마디로 그녀의 사형은 확정되었다. 정치의 희생양으로 죽어야 했던 그녀의 마지막 모습은 너무 아름답다. 작품속에서 제인은 하얀드레스를 입고 자신의 목을 갖다 댈 나무를 찾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작품속 사람들은 하나같이 안타까워하고 비통해한다. 그녀는 아마도 착하고 품위가 있었던 모양이다. 역사는 살아 남은 자들의 기록이라는 말이 새삼스럽다. 문명의 변화를 확실하게 불러왔던 증기 기관차의 모습을 그린 클로드 모네의 작품 〈파리 생라자르 역 - 기차의 도착〉을 통해 당시의 상황을 그려보게 된다. 기차의 도착과 함께 시작되었던 수송의 발달은 우리의 삶에 커다란 변화를 불러왔다. 이름과 대표작으로만 알고 있었던 미술 작품들. 멋진 도슨트의 안내로 미술관을 한바퀴 돌아본 듯한 느낌이다. 여운이 남는 주제였다. 차기작을 기대하게 된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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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묻고 고전이 답했다 - 예측 불가능하고 불안한 삶을 이기는 68가지 고전문답
김헌.김월회 지음 / 오아시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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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두살 나이가 더해가면서 가끔은 묻게 된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 어느 순간에는 또 이렇게 묻는다. 이 일이 의미 있는 일일까? 옛날에는 늙었다고 할 나이가 되어도 살 날이 살아온 날 만큼이나 많은 세상을 살고 있다. 그래서 묻고 또 묻게 되는 질문들이다. 살면서 어찌 걱정이 없을까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걱정은 하고 싶지 않다는 욕심을 갖게 된다. 과거엔 志學, 弱冠, 而立, 不惑, 知天命, 耳順과 같은 말로 나이를 가리키기도 했다. 지금도 그 나이에 맞는 의미는 변하지 않았을테지만 桑田碧海 라는 말처럼 너무 빨리 변화하는 시대에도 어울리는 말일까 궁금해진다.

나이가 들면서 주의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말의 무게였다. 이 책에서도 하는 말이지만 말에는 사람의 마음이 묻어난다. 그러니 때에 맞게 말을 하고 그 말에 맞게 행동하는 것은 중요하다. 책임지지 않는 말은 거짓이고 위선일 뿐이다. 쓸데없이 말을 많이 하는 사람에게서는 품격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자존감이다.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으며 무언가를 꾸준히 배우기 위해 노력했다. 누군가의 틀 안에 나를 가두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 속에서 그런 말들을 만나게 되니 은근 잘못 살고 있는 건 아니라는 위안을 받게 된다.

산 정상을 향한 투쟁 자체가 한 인간의 마음을 가득 채우기에 충분하다. 우리는 시시포스가 행복하다고 상상해야만 한다. (-83쪽) 시시포스가 행복하다고? 하긴 누군가는 말했다. 산 정상까지 올라갔는데 돌이 굴러 떨어지지 않는다면 단지 그것뿐이었을 거라고. 다시 굴러 떨어지고 다시 올라가는 반복이 없었다면 시시포스의 이야기는 없었을 거라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의 일상과 다르지 않다. 다람쥐 쳇바퀴 굴러가는 삶이라고 늘 투덜거리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카르페 디엠!

야누스의 지혜로 나를 갱신하라(-100쪽)는 말이 시선을 끌었다. 야누스는 로마 신화에 나오는 두 얼굴을 가진 신이다. 문의 수호신으로 전쟁과 평화를 상징하기도 한다. 사회적인 의미로 두가지의 얼굴을 가진 사람을 말하기도 한다. 사람은 누구나 가면 하나씩은 숨기고 산다는 말이 있다. 하나의 얼굴로 살아가기엔 너무 벅찬 세상이다. 이중적이거나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라는 표현이기도 하지만 이 비정한 시대를 살아감에 있어서 일종의 처세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말이다. 열린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는 말에도 크게 공감한다. 편협된 생각으로 바라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말일 터다. 또한 나에게 공정한 것이 누구나에게 공정한 것은 아니다, 라는 말을 새겨두어야 할 것 같다. 살짝 지루하긴 했지만 그런대로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 준 책이다./ 아이비생각

말은 귀를 붙잡지만 타당함은 마음을 붙잡는다.(-171쪽)

설득이란 말의 많고 적음에 있지 않고, 그 말이 사리에 맞는가에 달려 있다. (-1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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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함이 선을 넘을 때 즉각 꺼내는 단호한 문장 63
박형석 지음 / 초록북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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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떻게 할까요? 구체적인 대안도 같이 주시죠”, “저기요, 혹시 저랑 사적으로 아는 사이신가요?”, “다들 괜찮다 하셔도, 저는 반대하겠습니다”, “그 질문, 꼭 지금 해야 할 이야기야?”, “설명은 됐고, 그래서 책임은 누가 어떻게 집니까?”, “초면에 말 놓지 마세요. 기본 예의부터 지키시죠”, “방금 그 말, 칭찬으로 하신 거예요? 아니면 비꼰 거예요?”... 상대방이 저렇게 말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아니면 상대방에게 저렇게 말했을 때 뭐라고 할까? 대답은 뻔하다. 듣는 사람의 입장이라 해도, 말하는 사람의 입장이라 해도 기분이 썩 좋지는 않을 것이다. 왜? 너무 단호하다. 생각해보니 우리는 단호함에 대해 그리 너그럽지 않다. 융통성이 없네, 사람이 까칠하네, 왜 저렇게 예민하냐~~~ 하지만 살면서 단호하게 대처해야만 하는 상황도 비일비재하다. 그럼에도 공연히 자신의 이미지가 실추되지 않을까 고민하게 되는 게 현실이다. 그렇지만 이 책은 말한다. 단호해질 필요가 있다고. 자신의 감정을 소모하지 말라고. 다른 사람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지 말라고. 오래 전 영화의 한 대사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너나 잘하세요~"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 기복을 남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책을 읽으면서 첫인상에 대해 생각해 봤다. 처음엔 차가운 사람, 정이 없는 사람, 말 붙이기 힘든 사람이라고 말하곤 하지만 알고 나니 편한 사람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 편이다. 솔직하게 말해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단호한 성격이다. 한 때 유행했었던 책의 제목들이 떠올랐다. <미움 받을 용기> 라거나 <모두가 네,라고 말할 때 아니오, 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뭐, 이런 것들. 어울렁더울렁 살아가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남의 감정을 다 받아줄 필요는 없어 보인다.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하는 것이 때로는 선택과 결과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저자는 말한다. 존중이 없는 관계라면 거기서 더 버틸 이유는 없다고. 타인의 무례함을 참고 넘어가서는 안된다고. 존중 받지 못하고 무례함을 참았다면 결국은 자신의 감정 소모로 이어진다. 쓸데없이 자신을 탓하는 어리석은 상황이 연출 된다. 어쩌면 그래서 이 책의 주제가 시선을 끌었는지도 모르겠다.

“고마운 건 알겠는데, 그걸로 나를 압박하지는 마”, “사랑한다고 내 시간까지 다 가지려고 하지 마”, “칭찬인 줄 알았는데, 듣고 보니 기분이 좀 나쁘네?”, “저희 처음 보는 사이죠? 지금 말씀, 선 넘으셨어요”, “제가 친절한 건 일이라서 그런 거지,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가만히 있다고 네 말에 동의하는 건 아니야”... 대놓고 이렇게 말하는 건 쉽지 않다.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해서는 안되는 말도 아니다. 앞뒤 맥락 살펴보지 않아도 어떤 상황인지 그려지는 까닭이다. 필요한 말은 하고 살자. 책을 읽으면서 실소했다. 진짜 저렇게 말해도 되는거야? 직장 생활하기 정말 어렵다. 관계를 맺는다는 건 정말 쉽지 않다. 나이 들어갈수록 말 한마디의 무게와 깊이가 새삼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떻게 하면 나와 상대방을 존중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어떻게 하면 나와 상대방이 상처 받지 않을까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무례함을 그냥 넘어가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주저리 주저리 요점 없는 말 늘어놓는 것도 딱 질색이다. “빙빙 돌리지 말고, 하고 싶은 말만 딱 해”, “저를 다 안다고 생각하세요?”. 책 속의 말이지만 개인적으로 많이 하는 말 중의 하나라 보면서 피식거렸다. 한번 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내가 하지 못했던 말들이 이 책 속에 있다. 어쩌면 이 책을 통해 대리 만족을 얻을 수도 있을 듯.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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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의 소름돋는 미래 예측 50가지
최경수 지음 / 메이트북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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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배경은 2540년의 미래 세계다. 인류는 계급별로 설계되어 태어난다.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 등. 각 계급은 태어날 때부터 세뇌 교육을 통해 자신의 계급에 만족하도록 길들여진다. '소마'라는 약물이 사용되어 고통과 불안을 제거하고, 쾌락과 안정만을 추구한다. 역사를 부정하고 예술을 통제하며 인간 본연의 욕망을 억압한다. 1932년에 발표했다는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 <멋진 신세계>의 내용이다. 이 소설은 인간이 쾌락과 안정만을 추구하면서 인간다움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역사와 예술을 부정하는 사회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경고한다. 디스토피아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마지막 부분에서 제도에 속하지 않고 살아가는 야만인의 모습을 통해 비로소 인간다움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을 읽으면 오래전에 경고되었던 현대인의 모습을 보게 된다. 소비 지상주의, 미디어 중독, 즉각적인 즐거움만을 찾는 모습등이 이미 우리의 현실이 되어버렸다는 건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멋진 신세계>를 읽고 정말 소름이 돋았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다시 한번 소름이 돋는다. 뭐지, 이 기시감은? 책을 읽으면서 이것이 핑크빛 미래라고 말하는 건가? 의구심이 들었다. 황당함과 당혹스러움이 밀려왔다. 이 책은 그저 한사람의 생각, 혹은 그렇게 되고 싶어하는 소수의 바람을 말하고 있는 듯 하다.

책의 제목을 보면서 일론 머스크라는 사람이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가 말하고 있다는 미래 예측 몇 가지를 들어보자. ····· 노동이 사라진 시대에 인간은 정체성을 잃고 방황할 것이다. 인간은 엄마 자궁이 아닌 인공 자궁에서 태어날 것이다. 혈연 중심의 전통적 가족 개념은 완전히 해체될 것이다. 인류는 천 년을 살아가는 무병장수 시대를 맞을 것이다. 신체 기관의 재생과 교체는 자동차 수리처럼 정형화된다. 도시는 넓어지지 않고, 위로 쌓이는 방식이 표준이 된다. 총알이 아닌 코드 한 줄이 한 국가를 순식간에 마비시킨다. 자본주의는 파산하고, 로봇 소유자가 새로운 신이 될 것이다. 인류는 스스로 지능을 조작해 새로운 종으로 갈라질 것이다. 인류는 무기력하게 시스템이 조종하는 좀비 군단이 될 것이다. 뇌 속에 가짜 기억을 심고 가공된 행복을 누릴 것이다. 슬픔마저 버튼 하나로 지우는 무색무취의 세상이 올 것이다. 인공지능의 정답을 이해하려는 인간의 노력은 시간 낭비가 된다. 인간은 AI를 즐겁게 하기 위한 애완 고양이로 전락할 것이다. 인류는 육체를 버리고, 데이터로 남는 기계 유령이 될 것이다. 인공지능은 도구가 아니라 세상을 굴리는 운영체제가 된다. ····· 차라리 그냥 디스토피아 세상을 다루는 영화 한 편을 만드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노동이 사라진 세상을 꿈꾼다. 자신이 만드는 로봇이 신이 될 것처럼 말한다. 뇌 속에 가짜 기억을 심고 가공된 행복을 누리는 것이 진정한 인류의 꿈일까? 슬픔마저 버튼 하나로 지우는 감정 없는 세상은 이미 인간이 살 가치를 잃어버린 세상이다. 인간이 AI를 즐겁게 하기 위한 애완 고양이로 전락할 것이라고? 그런 세상을 살고 싶어하는 인간이 있을까? 있다면 또 얼마나 있을까? 인간이 아무런 병도 없이 천 년 동안이나 살 수 있다고? 도대체 몇 세기를 지나야 그런 세상이 올까? 혈연 중심의 가족제도가 사라질 것을 알면서 그는 왜 결혼했고, 왜 아이를 낳았을까? 단언컨대, 그가 말하는 세상이 오기 전에 인류는 멸종할 것이다. 인류는 자연의 일부로써 만들어졌다. 이미 자연은 인류에게 경고를 하고 있는데 저런 오만함과 교만함이 인류의 멸종을 앞당기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가 말하지 않아도 이미 세상은 버튼 하나로 통제되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다 읽고 나서도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과학이 만능은 아니다. 우리는 이미 기계화 되어가고 있는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경험하며 살아가고 있다. 인간이라면 인간답게 살아가는 꿈을 꾸어야 한다. 변화하는 세상을 부정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익을 위해, 혹은 소수를 위해 마치 그것이 진리인 양 떠들어대는 건 아닌듯하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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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불행사회
홍선기 지음 / 모티브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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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面敎師' 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나 사물 따위의 부정적인 면에서 얻는 깨달음이나 가르침을 주는 말로 쓰인다. 그러나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두 노인의 희극' 이란 이야기로 시작되는 이 책은 일본의 지나간 40년을 훑어보며 그것을 거울 삼아 대한민국이 어떻게 변해야하는지를 말하고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이란 말은 우리 귀에 익숙한 말이기도 하고, 그것을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재이기도 하다. 왜 그럴까?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일까? 아니면 알고도 모르는 척 그저 자신만의 안위를 생각하는 위정자들 탓일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는 흔히 말한다. 대한민국의 위정자들은 당장 표를 얻을 수 있는 일만 찾아서 한다고. 멀리 내다보고 미래를 설계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 이면을 돌아보면 씁쓸한 현실이 보인다. 이 책의 저자도 말하고 있지만 시민들의 의식이 먼저 깨어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내용에 공감할 수 밖에 없다. 저자는 일본의 40년을 분석하면서 어떻게 하면 우리가 그 길을 따라가지 않을 수 있는지 해법을 찾고자 한다. 정치인들이 표를 잃을까봐 말하지 못한 9가지의 금기된 제안은 이채롭다. 그리고 시선을 끈다. 우리가 모르는 척 외면하고 싶었던 질문들이 이 책속에 있다. 그리고 말한다. 이렇게 하면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이렇게 하면 불행을 최소화하는 사회가 될 것 같다고. 일본의 실패를 대한민국은 反面敎師로 삼고 있을까? 일개 촌부가 보더라도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그래서 미래를 이야기하는 걸 주저하게 된다.

45쪽, 온실 속 화초를 다룬 부분은 참 씁쓸했다. 昨今의 아이들 모습이 떠올라서. 그러나 그건 아이들의 잘못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늘 하는 말이 있다. 부모학교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우리의 아이들은 가정이 포기했고, 학교가 포기했고, 사회가 포기했다. 아니라고?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우리는 지금 어떻게 하고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이쯤 되면 또다시 공교육이 사라진 오늘날의 교육현장을 이야기 해야 하지만 입만 아프니 그만 두자. 책을 읽으면서 정말 깜짝 놀랐다. 힐링, 원조교제, 오픈런, 플렉스, 소확행, 욜로, 요노, 웰빙, 웰-다잉, 베란다에서 작은 정원 가꾸기, 프라모델 조립, 혼밥, 혼술등과 같이 익히 들어왔던 현상들이 모두 일본을 거쳐 왔다는 사실이다. 결국 대한민국은 일본의 사례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말일 터다. 은퇴 후 설 곳을 잃은 남편을 '큰 쓰레기'나 '젖은 낙엽'이라고 하기도 한다. 대한민국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은퇴하고 있는 지금의 현상 역시 일본과 별반 다르지 않은 듯 하다.

영혼까지 끌어모은 부동산 대출을 막아버린 작금의 현실은 그야말로 우왕좌왕이고, 흥청망청 소비를 하더니 카드빚만 늘었다. 게다가 위정자들의 부패가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간다. 기업에서는 명예퇴직을 권하고, 그것조차 안되면 책상 빼기를 한다. 일본 여행을 갔을 때 호기심에 들러 보았던 동키호테가 생각났다. 온통 싸구려처럼 보이는 상품들을 사려고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던 기억이 난다. 결국 아무것도 사지 않고 나와버렸지만(사실 살 만한 것도 없었다!) '가심비'를 이야기하는 지금의 소비 패턴과 맞물려 있다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부분 부분 보이는 저자노트는 꽤나 설득력이 있다. 본인이 겪은 일이니 오죽할까. 저자는 10년 동안 일본을 71번이나 다녀왔다고 한다. 물론 이런 저런 이유로 다녀온 것이겠지만 그만큼 보고 느낀 것도 많았을 것이다. 이 책을 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생각이 있었을까.

2부에서 다루고 있는 '거울 속 한국: 이미 시작된 파국' 을 보면서 가슴을 쓸어 내리게 된다. 부제들만 봐도 대한민국의 현주소가 이렇구나 생각하게 되는 까닭이다. 금융위기와 각자도생 시대의 서막, 인간이 문제다, 분노한 자연의 역습, 위기의 주범은 누구인가? 책임지지 않는 사람들, 불황 속에 표류하는 민주주의, 방 안에 갇힌 100만 명의 청년들, 중산층의 몰락, 모두가 추락하는 하류사회, 희망마저 불평등한 사회, 국가에 대한 배신감만 키우고 있다는 연금, 내 아이만 귀한 부모들의 갑질, 육아지원금.... 거기다 돌봄 대파국까지. 문득 고향사랑기부제라는 말이 눈앞으로 다가온다. 이 제도는 지금 긍정적인가 부정적인가를 묻고 있던 어떤 기사가 떠올라서. 아무도 모르게 홀로 죽어가는 고독사 문제도 그렇고, 가벼운 병으로 큰 병원을 찾아가는 것도 그렇다. 아무래도 생존배낭 하나 쯤은 챙겨 놔야 할 것 같다.

처음 시작했던 두 노인의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돈 많은 노인도 돈 없이 홀로 사는 노인도 결국 시스템의 부재앞에서는 똑같은 결과와 마주할 것이라는. 돈이 많아도 돌봄시스템이 무너지면 아무 소용없다. 돈이 없어 홀로 죽어가는 노인과 무엇이 다른가 말이다. “혼자 살아남으려 할수록, 함께 무너진다”는 책 속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들리는 이유다. 가짜 뉴스, 독박육아, 근로 시간 단축, 초솔로사회, 면허 반납의 딜레마, 코로나19로 드러난 시스템의 민낯, 노인이 노인을 돌보고 아이가 어른을 돌보는 문제, 폐교, 결혼은 안했지만 함께 사는 사실혼 부부등 우리 앞에 산재되어 있는 문제는 많다. 그 문제들 뒤에 저자가 제시하는 9가지의 금기된 해법은 정말 꼼꼼하게 읽혔다. 앞으로의 세상을 살아갈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 필요한 해법이기도 하지만 나이 든 채로 반평생을 살아야 할 기성세대를 위해서도 필요한 해법으로 느껴진다.

해법 1 폐교를 활용한 ‘시니어 대학 타운’ 설립 - 대학의 폐교시설을 예로 들었다. 쾌적한 환경을 가진 장소도 그렇지만 기숙사를 이용해 시니어층에게 제공할 수 있는 부대시설들을 이용하자는 말이다. 해법 2 가격 심리전: VAT 별도 표기 - VAT 별도 표기는 실제 소비자가와 소비자가 내고 있는 세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함이다. 해법 3 ‘단절 세대’ 간 의무 멘토링 프로그램 법제화 - 세대 간에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기성세대가 얻은 삶의 지혜를 젊은 세대에게 전해줄 수 있다. 라떼는 말야~ 하고 말하기보다는 서로의 공감과 이해를 불러 올 수 있고, 서로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해법 4 익명 마약에 중독된 대한민국: 인터넷 실명제 - 한번 실패했던 제도지만 인터넷 실명제는 반드시 해야만 한다. 가짜 뉴스와 사이버 범죄가 자꾸 늘어나는 현시점에서만 보더라도. 해법 5 최저임금 차등제 도입 - 최저임금제는 지금도 노동계와 기업 사이에 설왕설래하는 문제다. 획일적이고 동일한 적용은 아니라고 본다. 해법 6 돌봄 파산을 막는 연대 비용: 보험료 즉각 인상 - 세금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투명성은 꼭 필요하다. 내가 낸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 있다면 세금 인상에 대한 저항은 적어질 것이다. 해법 7 수도권 ‘메가시티세’ 신설 - 지방 소멸을 걱정한다면 이 제도는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모든 기능이 서울로만 치중 되어져 있는 대한민국의 기능은 정말 심각해 보이기 때문이다. 해법 8 노후 자산가에게 연대 비용 징수:고령화 기금 신설 - "....." . 해법 9 선거 투표권 면허제 도입 - 이 해법은 저자도 말했지만 오해의 소지가 많아 보인다. 그러나 어떤 조건으로든 투표를 제한하자는 말은 아니다. 시민 의식을 높일 수 있다는 말에는 공감한다. 투표에 대한 시민 의식이 높아진다면 거기에 따라 위정자들의 공수표 남발도 사라질 것이다. 다 읽고 나니 오랜만에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책의 표지에 희망은 온기가 아니라, 계산된 안전망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보인다. 책을 내려놓으며 이 문장을 다시 보니 왠지 새롭게 다가온다. 온기로 희망을 나누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생각하는 까닭이다. 과연 대한민국에게 미래는 있을까? 만만찮은 책의 두께지만 술술 읽혔다.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아이비생각

"일본이 10년간 겪은 지옥을 한국은 압축해서 겪을 것이다. 대비하지 않으면, 더 참혹할 것이다."(-1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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