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현 지음 / 마카롱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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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택배가 배달되었다. 그 중의 하나가 느닷없이 폭발해버렸다. "펑!"...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아파트. 이름만 들으면 어느정도 수준인 줄 알만 한 동네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야말로 분초를 다투며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알 수 없는 존재들이 너나 할 것없이 주변 사람들에게 마이크를 들이댔다. 그리고 끝없는 이야기가 만들어져 세상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폭탄이 터졌으니 경찰기동대가 떴고,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가장 먼저 의심받은 사람은 피해자였다. 피해자였음에도 가해자처럼 의심을 받았다. 세상속에 떠도는 말들이 그들을 가해자로 몰고 갔다. 그리고 그들은 파헤쳐졌다. 온갖 일상이. 하물며 그들조차도 모르고 있었던 이야기들이 소설처럼 쓰여지며 세상속을 떠돌았다.


사람들 말이 어디로 튈지 알 수가 없어서요.....

난 요즘 사람들 그게 마음에 안들어. 하나만 알면 그게 전부인 것처럼, 쪼그만 정보 하나얻고 전문가라도 된 것처럼 떠들어대거든....위험한 건 그런 사람들이예요. 자기가 휘두르고 있는게 뭔지도 모르니까.

누구나 보고싶은대로만 본다는 것이 문제다. 누구나 한번만 더 생각해보면 무엇이 문제인지 금방 알 수 있는일인데도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무엇이 되었든 자신에게 자극이 될 수 있다면 상관없는 일이었고, 그 존재가 자신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했다. 이런 말이 있다. '입속의 칼'이라는. 입속의 칼, 사람의 말이라는 게 그토록이나 무서운 것이라는 걸 왜 모르는 척 하는 것일까? 오래전부터 느끼고 있었다. 인터넷실명제가 필요하다고. 많은 사람이 원하면서도 또한 많은 사람이 외면해버리는 인터넷실명제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요즘의 TV매체를 보면 징글징글하다. 말꼬리잡는 게임이라도 하는 것처럼 어쩌면 저리도 말장난의 유희에 빠져 있는지... 그 많은 채널이 모두가 입이 하나라도 된 것처럼 똑같은 말을 어떻게 하면 더 자극적으로 보일 수 있을까 머리를 굴리고 있는 것처럼 보여지기까지 한다. 자신이 했던 말, 자신이 하는 말에는 조금도 개의치않으면서 남이 하는 말에는 말마다 토를 달았다.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의 시대에서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적당히 무심하고 적당히 진력내고 적당히 친밀하고.....

가족이 무엇일까?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일까? 모두가 자신만이 아픈 것처럼, 세상에서 자신만이 뒤처진채 살아가는 것처럼 느끼는 것이 이 책속에 등장한 사람들뿐이었을까? 오래전에 이런 유행가가 있었다.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한치 앞도 모두 몰라 다 안다면 재미없지. 바람이 부는 날엔 바람으로 비 오면 비에 젖어 사는 거지. 그런 거지~ 음음음 어 허허~ 산다는 건 좋은 거지. 수지맞는 장사잖소.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 벌은 건졌잖소. 우리네 헛짚는 인생살이 한세상 걱정조차 없이 살면 무슨 재미. 그런 게 덤이잖소... 딱히 이 노래처럼 살아보자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인간의 욕심이란 게 어찌 그리도 높고 높은지... 무엇이 소중한지, 무엇을 소중하게 여겨야하는지조차 모르면서 자기인생만을 생각하며 산다. 그리고 그것을 인정받고 싶어한다.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렇게 선택한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은 어딘가로 떠넘기고 싶어하면서. 나 살기도 벅차다고. 모두가 세상을 탓하지만 그 세상을 만든게 누구인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적어도 인간성만큼은 잃지 않았으면.... 쇼윈도부부라는 말이 있듯이 허울뿐인 가족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저 '가정'이라는 테두리안에서 함께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의 의미로만 존재하는. 그러나 그들 모두의 가슴속을 들여다보면 한결같은 꿈을 갖고 산다. '집밥'이라는 한마디의 말속에 너무나도 많은 의미가 담겨있는 것처럼. 그들 모두의 가슴속에 사랑이 없는 것도 아닌데. 내가 먼저 손내밀어주는 운동이라도 해야하는 게 아닐까 싶을 때가 종종 있다. 감사하는 마음을 잊은지 오래다. 누군가가 그랬다. 지금, 곁에 있는 것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다들 그렇게 살아요. 폭탄만 안터졌을뿐이지.....

불특정다수의 집으로 아홉개의 사제폭탄이 배달되었다. 단 한집에서만 터진 폭탄... 그 폭탄이 몰고 온 파급은 엄청났다. 그래도 중산층이라고 믿고 살았던, 그래도 나름대로는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었던 사람들의 일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범인은 왜, 무슨 이유로 폭탄을 만들었으며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보냈을까? 책을 펼치면 가장 먼저 보이는 글이 추천사다. 그들은 한결같이 말하고 있다. 이것은 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라고. 현대사회에서 가족의 의미를 다시한번 짚어보는 이야기라고. 정말 그럴까? 추천사를 쓴 이들도 모두 알 것이다. 이것은 한 가족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것을. 단지 '가정'이라는 아주 작은 집단으로 축소시켰을 뿐인 현대사회 우리의 이야기라는 것을. "펑!"... 누구나 가슴속에 폭탄 하나쯤은 안고 산다. 언제 터질지 모를 폭탄을. 어쩌면 시한폭탄처럼 언제 터질 것인지 알면서도 그것을 외면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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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을 읽는 기술 - 문학의 줄기를 잡다
박경서 지음 / 열린책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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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 수업이 끝나면 곧바로 도서관으로 달려가곤 했다. 공부를 한다기보다는 도서관에 줄지어 서있던 책들이 너무 보고싶어서였다. 세계문학이라 일컬어지던 책들을 아마도 그 시절에 탐독했을 것이다. 그 시절의 책들을 다시한번 읽어보고자 성인이 된 후 다시읽기에 도전해보고 있는 중이다. 역시 학창시절에 읽었던 맛과 성인이 되어 읽는 맛은 달랐다. 그만큼 느껴지는 바가 달랐다는 말일 것이다. 문학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라는 말로 구분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베스트셀러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하지만 스테디셀러라 불리워지는 책들에게는 언제고 시선이 간다. 그만큼 오랜 세월을 버티고 견디며 우리곁에 머물러준 까닭일 것이다. 이 책속에서 재미있게 표현했던 것처럼 책은 처음에 신간을 다루는 곳에서 뽀얀 얼굴로 반듯하게 누워 우리를 기다린다. 그러다가 조금 지나면 책장에 줄지어 선채로 우리의 관심을 기다린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이 서있던 책을 저 구석으로 몰아내고 그 몰아냄을 당한 책은 어느날 절판이라는 판결을 받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 그것이 책의 운명이다. 그런데 이 책속에서는 아주 오랜동안 사라지지 않고 꾸준하게 우리 곁에 머무는 책들을 다루고 있다. 그런 책들이 어떻게 그토록이나 오랜 기간 우리의 관심속에 살아 남을 수 있었는지 흐르는 문학의 줄기를 따라 하나씩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두말 할 필요가 없이 문학은 그 시대를 반영한다. 때로는 작가의 삶을 반영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한 권의 책속에서 한 시대를 읽어내기가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이 책속에서 다루고 있는 것도 한 권의 책이 나오게 된 배경이나 그 책속에서 살펴볼 수 있는 시대적인 배경을 함께 아우르고 있음이다.


가끔 생각해본다. 책을 읽을 때 재미가 먼저인지, 그 책이 담고 있는 저자의 메세지가 먼저인지. 하지만 어느 한편으로만 생각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어 보이긴 한다. 재미없는 책이라 생각이 들면 손을 내밀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또한 책속에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전혀 담겨져 있지 않았다면 두번 다시 입에 올리지 않거나 다른이에게 추천하지 않게 된다. 그러니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는 말인데 그게 다분히 주관적인 면이 없다고는 할 수 없으니 작가의 고뇌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후의 세대가 어떻게 해석했는가에 따라 그 책이 살아남을 수 있는가를 판가름할 수 있는 하나의 잣대가 되기도 할 것이니 책을 쓴다는 건 참 어려운 일임에 분명하다. 고전주의 문학이란 꾸준히 삶을 닦아 나가는 것이라는 말이 시선을 끄는 이유다.


<유토피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이방인>, <폭풍의 언덕>, <노인과 바다>, <위대한 개츠비>, <변신>, <테스>, <위대한 유산>, <제5도살장>, <고리오 영감>,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그리스인 조르바>, <젊은 예술가의 초상>...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작품들이다. 어느정도 책을 읽는 사람이 아니라 할지라도 한번쯤은 읽어봤을 그런 책들이다. 한 권, 한 권마다 작품에 대한 해설이 이해하기 편하게 실려있다. 문학의 뿌리라는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의 특징부터 시작해서 유토피아 문학과 디스토피아 문학의 배경까지 세세한 설명이 곁들여져 있다.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 톰마소 캄파넬라의 <태양의 나라>, 프랜시스 베이컨의 < 새로운 아틀란티스>를 3대 유토피아문학이라 한다. 예브게니 자야찐의 <우리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조지오웰의 <1984>를 3대 디스토피아문학이라 한다. 작품들만 보더라도 유토피아 문학과 디스토피아 문학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를 짐작해 볼 수가 있음이다. 유토피아 문학은 행복한 세상을 꿈꾸지만 반면에 현실세계는 비판하고 현재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며 미래를 묘사하는 문학장르다.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 역시 자본주의 체제로 인한 '부르주아' 계급이 노동자 계급인 '프롤레타리아'의 노동력을 착취하면서 생겨나기 시작한 시대를 배경으로 탄생했다. 흥미로운 것은 본질적으로 공산주의를 꿈꾸는 게 유토피아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인간에게는 이렇다하게 정의내릴만 한 그 어떤 것도 없어 보인다. 복잡미묘한 것이 인간의 삶인 까닭이다.


특히 한국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는 <노인과 바다>를 60~80년대의 젊은이들이 필도서로 읽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재미있다. 1세대 영문학 학자들이 대다수 특수한 시대 상황으로 인해 미국에서 공부를 하며 영문학보다 미국문학을 파고 들었던 까닭이라 한다. 그만큼 우리 주변의 일들은 시대적 상황에 따라 변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신사라는 말의 어원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중세봉건시대의 영국에서는 장자에게만 귀족작위가 상속되고 차남과 그 외의 친인척들은 귀족계층이 아닌 '젠트리'계층을 형성했다고 한다. 작위는 없지만 지주로써 귀족과 같은 생활방식을 누렸기 때문에 그들은 그냥 '젠틀맨'이라 불렸으며 여유로운 생활과 모범이 되는 행동으로 주위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다고 한다. 그들이 19세기에 접어들어 중산층으로 자리잡으며 신사라는 개념이 생겨났다고 하니 다시말해 귀족과 중산층의 형태가 합쳐진 것이 신사라는 말의 어원일 터다. 문학의 흐름을 조금 정리해보자면 이렇다. 헬레니즘은 신화를 중심으로 한 인본주의였다. 실용적이며 개인과 기술을 존중했으며 철학과 과학을 발달시키기도 했다. 그에비해 헤브라이즘은 유대교나 그리스도교 세계관인 성서중심이었다. 당연히 신본주의였으며 감성적이고 강한 지도자에 의한 집단주의 형식이었다. 권위적이었고 경배와 순종을 지향했다. 그 후로 등장했던 고전주의와 낭만주의를 살펴보자면 고전주의는 보편적인 인간성에 주목했던 반면 낭만주의는 인간의 자아와 개성을 중시했다. 고전주의가 현실을 중시하며 진실을 추구했다면 낭만주의는 공상이나 상상력에 중심을 두고 아름다움을 추구했다. 고전주의는 형식과 균형, 기교를 중시했으며 낭만주의는 내용, 자유, 정서를 중시했다는 말도 보인다. 마지막으로 리얼리즘을 살펴보자. 근대 시민사회의 성립과 더불어 나타난 문학장르로 현실 사회를 엄밀히 반영했다. 소재를 현실에서 찾았으며 일상의 경험에 깊은 관심을 기울였다. 형식보다 내용을 중시했으며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과 병폐를 고발하기도 했지만 현실의 모순을 극복하고 긍정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렇게 살펴보니 문학이라는 것도 시대에 따라 달라졌음을 알 수가 있다. 리얼리즘을 바라보는 김남주의 詩가 시선을 끈다. 살짝 지루한 면이 있긴 하지만 문학주의의 흐름을 따라가며 당시의 작품들에 대한 배경을 설명하고 있어 흥미롭게 다가왔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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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심리학
바이원팅 지음, 최인애 옮김 / 미래와사람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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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판도라 효과'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간다고 한다. 드라마가 가장 흥미로울 때 끝나는 것이나 결정적인 순간에 중간 광고를 하는 이유들 모두 '판도라 효과'를 노리는 것이라 하는데, 한마디로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이 말에 살짝 거부감이 일기도 한다. 사실 중간광고를 한다는 그 자체에 화가 나는 바람에 결정적인 어떤 것의 묘미를 놓치기 일쑤인 까닭이다. 호기심에 앞서 뭔가 우롱당한 듯한 기분이 들어 심한 경우에는 아예 채널을 돌려버리기까지 한다. 안보면 그만인 것을 화를 참아가며 광고를 보고싶지 않은 마음이 더 큰 것이다. 어디에나 항상 예외적인 경우는 있다. 단지 그 예외성이 얼만큼의 확률이냐가 다를 뿐이다. 그렇다면 이 예외적인 경우는 어떤 심리현상일까? 문득 궁금해진다. 그리스신화속에서 만날 수 있는 판도라는 인간에게 불을 준 프로메테우스를 벌하기 위해 제우스가 만들어낸 여인이기도 하지만 판도라가 호기심을 이겨내지 못한 탓에 희망만이 우리 곁으로 오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훨씬 더 가깝게 느껴지는 이야기다. 인간은 호기심의 동물이다. 그러니 우리의 일상생활속에 그런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도 엄청나게 많을 것이다.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고 너무 쉽게 생각했다. 그렇고 그런 심리현상에 관한 이야기겠거니 했다. 사실 심리학에 관한 책은 너무나도 많다. 감성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시대에 인간의 심리에 관한 책이 많은 것도 이상할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 책은 흥미롭게 읽혔다. 전문적인 용어보다는 우리의 일상속에서 만날 수 있는 예를 많이 보여주는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부분이 많았다는 말이다. 흥미로웠던 부분들을 한번 되짚어보자면 이렇다. 인간에게 없어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사랑'에 대해 우리는 어떤 정의를 내리고 있을까? '推己及人'이라는 말과 '易地思之'라는 말이 있지만 우리가 실제적으로 느끼는 사랑의 감정은 전자가 아닐까 싶다. '推己及人'은 자신의 생각대로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린다는 뜻으로 '易地思之'와는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인간이 얼마나 자기중심적인 동물인가를 직시하게 된다. 그러면서 그걸 사랑이라는 말로 포장하고 있으니...


긴머리의 여성이 남성에게는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이유에 대해 여기서 알게 된다. 머리카락은 건강의 척도와 관련이 있는 까닭이다. 옛날부터 건강한 사람은 풍성하고 윤기있는 머리카락인 반면 허약한 사람의 머리카락은 푸석푸석하고 잘 끊어진다고 했다. 그러니 길고 풍성한 머리카락을 가진 여성일수록 남성 입장에서 보면 건강하고 생산능력도 강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틀린 말도 아니다.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 다 그런 심리에서 나온 말이라는 게 새삼스럽다. 사회규범과 시장규칙이 미치는 심리적인 작용의 결과는 놀라웠다. 같은 일이라 해도 사회규범을 적용했을 때와 시장규칙을 적용했을 때의 결과가 너무나도 달라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참 묘하구나, 중얼거리게 된다. 사람은 언제나 자기 관점에 부합하는 정보만을 믿고 싶어한다는 말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사실 우리의 뇌가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는 걸 이제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지 않을까? 이 책에서는 그런 현상을 편향동화라고 표현했지만 더욱 더 놀라운 것은 이성적인 사람이나 비이성적인 사람이나 모두 똑같이 자기 구미에 맞는 말만 듣고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무서운 가를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자신과의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그게 또 그렇게 말처럼 쉽진 않을 것 같다. 심리학을 통해 일반상식을 배운 느낌이다. 그야말로 괴짜심리학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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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그녀의 마지막 여름 - 코네티컷 살인 사건의 비밀
루앤 라이스 지음, 이미정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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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코네티컷 주 아름다운 저택의 침실에서 명망 있는 갤러리를 운영하던 임신 6개월 된 여자가 나체로 살해된 채 발견됐다. 당시 남편은 요트 여행 중이었고, 열여섯 살 딸은 캠프에 가고 없었다. 비행기 조종사인 언니는 동생과 며칠간 연락이 되지 않아 비행을 마치자마자 동생 베스의 집으로 달려왔고, 경찰과 함께 베스의 시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침실에 걸려 있던 그림 한 점도 사라졌다. 23년 전 절도범에 의해 엄마가 죽던 날, 사라졌다가 다시 찾은 바로 그 그림이다.... 출판사에서 이 책을 소개하고 있는 부분이다. 어쩌면 전제적인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고해도 틀린 말은 아닐 듯 싶다. 다시말해 스포일러는 아니라는 말이다. 이 책은 소개글에서 이미 말하고 있듯이 추리소설이다.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범인을 잡기 위한 과정속에서 많은 것이 드러나는. 자, 이제 우리는 소설의 흐름을 따라가며 누가 범인인가를 밝혀내야만 한다. 23년 전의 사건을 맡았던 형사가 다시 이 사건을 맡았다면 이 사건을 해결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까? 하지만 이제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영화에서든 소설에서든 범인은 늘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그러니 이런 소설의 씨줄과 날줄은 촘촘하게 엮여야 할 것이다. 은근슬쩍 범인의 꼬리를 보여주는 척 미끼를 제대로 던질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런 긴박함 또한 제대로 느낄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추리소설의 매력이라면 매력일테니 말이다. 부유층 가정일수록 우리에게 보여지는 면은 추악하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인간적인 관계에 앞서 그들을 통제하는 경제적인 부유함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항상 그렇듯이 소설속에 등장하는 조연들은 모두 용의자다. 의심하지 않고는 사건을 해결할 수가 없다. 죽은 베스의 남편은 아내가 운영하는 겔러리의 여직원과 바람을 피워 이미 아들을 낳은 상태였다. 이혼말이 오가던 상태에서 아내가 죽던 날 아침 요트여행을 떠났다는 것도 석연치않다. 베스에게는 피의 맹세로 영원한 우정을 약속했던 친구들이 있었다. 케이트, 룰루, 스코티... 모든 것을 비밀없이 함께 공유하자고 약속했던 친구들. 정말 그들 사이에 비밀은 없었을까?


중간쯤에서 눈치챘다. 범인의 윤곽을.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내내 의심스러웠다. 정말 이 사람이 범인이 맞는 걸까? 도무지 보여지지 않던 범행동기때문이었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싶을 때는 언제일까? 물론 계획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악질도 있지만 우발적인 경우가 더 많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사람이 순간적으로 치밀어오르는 감정을 자제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말일 것이다. 책을 다 읽고나니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다시 한번 경계하게 된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의 인간관계에 대해. 사소한 것, 진짜로 별 것 아닌 것들로 인해 일어나는 범행은 뉴스를 통해 우리 곁으로 수없이 파고든다. 어쩌면 저럴수가 있어? 라고 말하곤 하지만 그런 일들이 사실은 비일비재하다는 게 문제다. 이 소설은 그런 사람의 심리를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열등감이나 우월감이라는 감정때문에 일어났던 사건들을 우리는 많이 보았다. 한강에서 발견된 토막난 시체 역시 그런 감정으로 인한 살인이었다. 말 한마디가 던지는 충격이 얼마나 큰지 솔직히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타인의 감정을 알아주기 보다 내 감정만을 알아주기를 원한다는 것 또한 얼마나 큰 파장을 불러오는지도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또한 우리가 얼마나 자신의 감정에만 치우쳐 살아가고 있는지 알고싶어하지 않는다. 이 책속에서 보여주는 살인의 동기는 우리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는 특별할 것 없는 것이었다. 자, 이제 내 자신을 다시한번 돌아볼 차례인가? 모두에게 좋은 사람으로 살아갈 수 없다면 미움받을 용기가 필요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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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꾼 미로 온 가족이 함께 읽는 이야기 2
천세진 지음 / 교유서가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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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젊은이들도 알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이런 노래가 있었다.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만한 연못에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않지만. 먼 옛날 이 연못엔 예쁜 붕어 두마리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지요. 깊은 산 작은 연못. 어느 맑은 여름날 연못속의 붕어 두마리 서로 싸워 한마리는 물 위에 떠오르고. 그 살이 썩어 들어가 물도 따라 썩어 들어가. 연못속에는 아무것도 살 수 없게 되었죠.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만한 연못에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않지만. 먼 옛날 이 연못엔 예쁜 붕어 두마리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지요. 깊은 산 작은 연못... 뜬금없이 웬 노래? 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이처럼 이야기같은 노래가 있는가 하면 노래같은 이야기도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평온한 마음이 느껴졌다. 이럴 줄 알았다! 맑은 이야기는 아이들만의 전용물이 아니다. 지금같은 세상에서는 오히려 어른을 위한 동화가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 탁한 세상을 맑게 할 그 무언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천세진은 시인이다. 그의 시를 읽어본 기억은 없지만 그가 무엇을 그리고 싶어하는지는 미루어 짐작해 보게 된다. 참 맑고 아름다운 생각을 가진 사람일 거라는. 책의 부분부분이 모두 그림처럼 변하는 마법을 지니고 있는 듯 하다. 아주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니 마법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어느 날 아침 짙은 안개속에서 마주치게 된 소년 '미로'. 문자도 모르고 스마트폰도 모르고 이 세상의 것들은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소년은 호수마을에서 왔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그리고 들려준다. 호수마을에 대해. 그 호수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그리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이야기꾼에 대해. 미로가 들려주는 호수마을들은 환상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단순히 환상적이라고 말하기에는 뭔가 아쉽다. 그 마을들이 품고 있는 의미가 예사롭지 않은 까닭이다. 마을의 이름속에 담긴 이야기들은 마치 우리가 모르는 척 외면하는 것들을 담고 있는 듯 하다. 무엇이든지 두 가지로 나눠 생각하고 끊임없이 논쟁을 하는 두 얼굴 호수 마을 이야기나 화려한 것에 이끌려 따먹었다가는 죽을 수도 있다는 버섯숲 이야기등... 금성의 또다른 이름이 개밥바라기별이라는 걸 기억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엄마를 잃은 슬픔에 소년이 흘린 눈물로 호수가 넘칠 지경에 이르게 되자 마을의 이야기꾼 할아버지가 찾아와 '꽃들의 숨안개'에 대해 이야기를 해 준다. '꽃들의 숨안개'를 거쳐 '그리움거울 호수'에 갈 수 있다면 엄마를 만날 수 있다고. 엄마를 만나고 싶은 소년은 이야기꾼이 되기로 하고 이야기꾼 할아버지와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된다. 소년과 할아버지가 보여줄 호수마을들은 저마다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


"사람들은 늘 종류를 나눠. 겉으로 드러난 모습으로 사람들을 나누고 나면, 그다음에는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누려고 하지. 사람만 나누는 게 아니야. 생각도 나누고, 느낌도 나누지. 그렇게 끝없이 나누고 나누어서 같은 모습의 사람들을 찾으려고 그러는 건지, 그냥 사람들을 계속해서 나누고 나누어서 혼자가 되려는 건지 알 수 없을 정도야."(-77쪽)

가기 힘든 세계는 아무 이유없이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 같다. 에베레스트산을 그냥 오를 수 없는 것은 가지 말라는 것이고, 알래스카의 설원도 마찬가지다. 죽어도 가야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나는 죽을 때까지 그런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 정말 가기 힘든 세계는 지켜져야 할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건지도 몰라서다.... 어쩌면 그 세계들도 얼마 전에 읽어서 알게 된 좀머씨처럼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라고 소리치고 있을지 모른다. (-232쪽)

이 책이 누구를 위해 쓰여진 책인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으로, 우리가 지금 무엇을 잃고, 무엇을 잊었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책장을 넘길수록 천천히 가고 싶은 욕심이 생겨났다. 조금만 더 느끼고 싶다고. 좋아하는 작가 故정채봉을 기억속에서 소환하고야 말았다. 여전히 아끼는 책의 목록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故정채봉의 책들... 맑고 향기로운 이야기들이 많은... 어쩌면 그동안 너무도 그리워했던 장르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천세진의 작품은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찾아서 한번 더 읽어볼까 한다. 詩集을 읽어본지가 언제인지... 노래를 하나 더 소개하고 싶다. '아름다운 것들'이란 제목으로 오래전에 양희은이 불렀었다. ...꽃잎끝에 달려있는 작은 이슬 방울들 빗줄기 이들을 찾아와서 음~ 어디로 데려갈까. 바람아 너는 알고있나 비야 네가 알고있나 무엇이 이 숲속에서 음~ 이들을 데려갈까. 엄마잃고 다리도 없는 가엾은 작은새는 바람이 거세게 불어오면 음~ 어디로 가야하나. 바람아 너는 알고있나 비야 네가 알고있나 무엇이 이 숲속에서 음~ 이들을 데려갈까. 모두가 사라진 숲에는 나무들만 남아있네. 때가 되면 이들도 사라져 음~ 고요만이 남겠네... 이 책은 노래같은 혹은 그림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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