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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하는 식물 - 세상을 보는 식물의 시선
마이클 폴란 지음, 이경식 옮김 / 황소자리 / 2007년 6월
평점 :
사과가 건강식품이라는 명성을 얻은 것은 20세기에 들어선 뒤부터이다. '하루에 사과 하나만 먹으면 병에 걸릴 일이 없다'라는 표어가 나타났다. 금주운동때문에 사과 판매량이 감소할까봐 사과 생산자들이 내건 표어였다.(-66쪽)
꽃은 본성적으로 은유적인 의미의 거래를 한다. 그래서 야생화가 무성하게 피어있는 초원은 인간이 부여하지 않은 의미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정원에서는 이런 의미들이 더욱더 많이 넘쳐난다. 정원에 피는 꽃들은 벌이나 박쥐 혹은 나비뿐만 아니라 인간이 가지고 있는 좋은 혹은 아름다움에 대한 온갖 인식들을 겨냥해서 자기 의도를 관찰하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전에 꽃과 인간이 거래를 텄고 이 결합의 결과, 즉 서로의 욕망이 경이롭게 공생함으로써 나타난 것이 바로 정원에 피는 꽃들이다. (-135쪽)
니코틴과 같은 몇몇 식물성 독성 물질은 자기를 갉아먹는 해충의 근육을 마비시키거나 경련을 일으키도록 만든다. 카페인과 같은 물질은 신경체계를 손상시켜 입맛을 잃게 만든다. 독말풀과 사리풀 그리고 그밖의 수많은 식물에 들어있는 독성물질은 동물을 미치게 만든다. 이 풀을 먹은 동물의 머릿속에는 끔찍하고 산만한 영상들이 마구 펼쳐져서 결국 이 동물은 식욕까지 잃어버리고 만다. 플라보노이드라는 물질은 몇몇 동물들이 혀에서 느끼는 맛을 아예 바꾸어 버린다. 달콤한 열매를 신맛이라 느끼고 신열매를 단맛으로 착각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식물이 의도한 결과이다. (-196쪽)
이 책은 제목만으로도 강한 유혹을 느끼게 한다. 발도 없어서 제 스스로는 움직일 수도 없는 식물이 욕망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는 게 정말 놀라웠던 까닭이다. 책을 펼쳐보면 아주 단순하다. 단 네가지의 식물만으로도 그렇게나 많은 생각과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다시한번 더 놀라게 된다. 사과를 통해 달콤함을 향한 인간의 욕망을 바라보았고, 튤립 한송이로 인간의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을 들춰냈으며, 대마초를 통해 도취에 대한 욕망을 다루었고, 지배의 욕망을 감자를 통해 드러냈다. 다시 말한다면 식물을 통해 인간의 끝없는 욕망의 역사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가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미국의 논픽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이며 교수이자 환경론자라고 나온다. <잡식동물의 딜레마>, <욕망하는 식물>, <세컨 네이처>, <마이클 폴란의 행복한 밥상>등의 저서가 있으며 모두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말도 보인다. 또한 자연, 정원, 식물, 음식을 비롯한 다양한 소재를 통해 정치, 경제, 문화등 사회 전반의 문제를 철학적이면서도 문학적인 방식으로 풀어냈다. '환경과 역사에 관한 새로운 해석'이라는 말이 시선을 끈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완벽한 예시를 이끌어내는 놀라운 솜씨를 갖추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평가했다. 공감되는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식물을 통해 인간의 역사에서 잘못되었던 것들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음을 볼 수가 있다. 끝도없는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역사적인 사건들을 이 책을 통해 다시한번 만나게 된다. 중세 네널란드에 불었던 튤립전쟁이 그 하나의 예다. 희귀종 하나만 키워낼 수 있으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헛된 망상은 사실 귀족층으로부터 시작된 투기 과열현상이었다. 그 꽃이 좋아서, 그 꽃이 특별히 예뻐서가 아니라 오로지 돈을 벌 수 있다는 욕망뿐이었다는 말이다. 장미가 인간이 길들인 꽃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라면 튤립은 역사가 가장 짧은 꽃이었다는 말이 시선을 끈다. 튤립이라는 이름은 원래 터키말 '터번'에서 와전된 것이라고 한다. 花無十日紅 이라는 말을 떠올린다. 아름다움과 덧없음의 이중성을 보여주고 있는 꽃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많다.
부분적으로는 인간의 태만때문에 그리고 부분적으로는 인간의 의도때문에 모든 자연이 길들이기라는 과정 안에 포섭되었다. 인간의 문명이라는 허술한 지붕 아래로 편입된 것이다. 그 결과 오늘날에는 야생의 동식물도 생존을 위해서는 인간이 만든 문명에 의지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31쪽)... 인간은 다른 생물종을 자기 마음대로 다루는 일을 너무도 당연하게 여긴다. 심지어 '길들이기'라는 표현이 암시하듯이 자연을 지배하는 인간의 힘을 우리는 과대평가한다(-42쪽)... 현재의 인류는 호모 이코노미쿠스일까 호모 아페티투스일까? 호모 이코노미쿠스는 모두가 다 알고 있듯이 경제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인간이지만 호모 아페티투스는 욕망에 따라 행동하는 인간이라고 한다. 단언컨대 나는 지금의 인류를 호모 아페티투스라고 정의하는 게 옳다고 본다. 뇌신경의 카나비노이드 체계는 허접쓰레기들을 버리고 해야 할 일들을 위하여 하루 일을 무사히 마치는데 꼭 필요한 것들만 기억하도록 한다는데 그것은 결국 정신 건강의 많은 부분이 망각에 달려 있다는 말이 된다. 그 망각의 욕망을 대마초를 이용해 채우고 있다는 것이다. '망각의 기술과 힘은 현재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것은 무엇이든 의식 바깥으로 몰아내고 또 의식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차단하는 것'이라고 니체는 말했다. 대마초만큼 길들이기 쉬운 식물도 없을 것이다. 정신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 두가지의 전혀 다른 인간욕망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유일한 식물이 바로 대마초다(-256쪽)...
감자이야기를 통해 알게 된다. 유전자조작 식품의 허상을. 유기농재배가 얼마나 자연친화적인 것인가를. 유기농재배는 인간의 부단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강물의 흐름을 인간의 편리대로 직선화시킨 후 우리는 수많은 자연재해를 당했다. 언제부터인가 자연스러운 곡선의 물줄기를 다시 찾으면서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는 낮아지기 시작했다. 그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언제 어떤 병에 걸릴지 모를 알 수 없는 미래를 생각해야만 한다. 인간에게 필요한 것들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유전자를 조작하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를 아무도 세상밖으로 들어내려하지 않는 까닭이다. 감자잎마름병이 덮쳐 주식이었던 감자의 흉작으로 아일랜드에 대기근이 왔었다. 100만여명이 굶어 죽었으며 대기근으로 인해 아일랜드 총 인구수의 25%가 없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로인해 감자에 대한 연구가 새롭게 시작되었다. 맥도날드의 프렌치프라이의 감자칩은 유전자 조작 감자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유전자를 조작해서 만든 식품이라는 것을 어디에서도 밝히지 않는다. 이제 우리는 봄이 되면 씨앗을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서는 농부들의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저자의 말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그런 세상이 올까봐 정말로 두렵다. 특정 기업의 배만 불리워주는 그런 세상이 어쩌면 이미 와버렸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 책의 서두에 이런 말이 보인다. '인간꿀벌'... 얼핏 보면 그럴듯 해보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진정 무서운 말이 아닐수가 없다. 언젠가 다큐프로를 통해 지구상의 모든 동식물이 인간에 대응하기 위해 진화되고 있다는 말을 본 적이 있다. 인간과 더 멀어지거나 아니면 인간의 문명속에 들어가 거기에 맞춰 살아가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아마도 많은 생물체가 멸종되거나 원래의 모습을 잃은 채 살아남을 것이다. 참으로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이 단순히 식물에 관한 이야기인줄 알고 읽기 시작했다. 제목에 유혹당해서 읽게 된 책이지만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부려본다. /아이비생각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선험적 지식이나 비유라는 여과기로 걸러진 모습을 바라본다는 사실이다. (-268쪽)
하나의 컵이 있고 그 곁에 수많은 거울이 있을 때, 진짜 컵은 하나지만 우리는 거울에 비친 수많은 컵을 본다. 우리 눈에 보이는 이 세상 사물들도 바로 이런 모습들이다. - 플라톤 (-24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