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 개정판
C. 더글러스 러미스 지음, 이반.김종철 옮김 / 녹색평론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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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년 4월 15일 타이타닉호는 빙산과 충돌해 침몰했다. 침몰의 원인으로 여러 가지 설이 있다. 타이타닉이 밤에 전속력으로 항해했다는 점을 지적하는 사람도 있고, 망루에 망원경이 없어서 육안으로 전방을 관측했기 때문이라는 사람도 있다. 또 몇 차례 빙산과의 충돌 위험을 보고 받고도 안일하게 대처한 선장을 탓하기도 한다. 무엇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는지는 모르겠지만 타이타닉은 눈 앞에 다가온 빙산과의 충돌을 피하지 못했다.

 

현재 지구와 인류는 총체적인 위기에 처해있다.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의 고갈, 기후변화, 사막화, 식량위기, 핵폭발의 위험(핵폭탄 혹은 핵발전소의 폭발), 전 지구적 차원의 파괴와 오염 등 다 열거하기도 어려울만큼 문제가 심각하다. 1972년 로마클럽이 『성장의 한계』를 출간했고, 같은 해 스톡홀름에서는 ‘유엔 인간환경회의’를 개최하여 이 날을 ‘세계 환경의 날’로 지정했다. 이처럼 우리는 1972년에 이미 지구 환경이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2013년이 된 지금 우리는 위기에 대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지금의 지구를 타이타닉에 비교해보자. 우리는 현재 전속력으로 달려가고 있다. 석유와 천연가스를 퍼올리고, 핵 발전소를 짓고, 산을 깎고, 숲을 파괴하고, 갯벌을 매립하고, 강을 막고, 흙과 공기를 오염시키며 발전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눈 앞에는 석유고갈, 해수면 상승, 핵폭발, 식량위기 등 여러 이름의 빙산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대로 계속 속력을 높이다가는 이들 빙산에 충돌할 것이 뻔하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빙산이 다가오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당신이 타이타닉호의 승객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침몰이 자명한 배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뛰어내릴 것인가? 선장을 설득해 배를 멈출 것인가? 힘으로 배를 장악하고 속도를 늦출 것인가? 조용히 방에 틀어박혀 침몰을 기다릴 것인가? 침몰의 순간까지 장렬하게 음악을 연주할 것인가?

 

경제성장을 위해 지구가 파괴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가 없지만, 대부분 타이타닉의 에드워드 스미스 선장처럼 안일하게 여기고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모두가 한치의 의심도 없이 믿고 있는 이 경제성장이라는 종교는 과연 어디서 온 것일까? 저자는 1949년 1월 20일 트루먼 대통령의 취임 연설에서 처음 사용된 ‘미개발 국가(under-development country)’라는 단어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여러 가지 증거를 통해 밝혀낸다. 우리가 굳게 믿고 있는 경제성장이라는 신앙은 사실 미국이 다른 국가들을 착취하기 위해 만들어냈다는 사실을 들려준다.

 

과거 유럽의 몇몇 국가들은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그리고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을 식민지로 삼아 물질적인 풍요를 누렸다.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을 거친 후 미국은 다른 나라를 ‘경제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산업화시켜 전 세계적인 착취구조를 완성해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고 있다. 산업화가 어떻게 착취구조가 되는지를 증명하기 위해 제시하는 증거들을 살펴보면서 그동안 가려졌던 눈이 번쩍 뜨이는 것처럼 충격을 받았다.

 

저자는 이미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성장을 멈춰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상식이 되어버린 ‘성장 이데올로기’ 대신 새로운 상식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생산과 소비 등 경제활동을 줄이고 문화와 여가를 즐겨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이외에도 국가가 폭력을 독점하게 된 원인을 살펴보고 그 결과 더 많은 국민들이 국가의 폭력으로 희생되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밝혀내고, 현재의 대의제 민주주의라고 불리는 선거를 통한 대표자 선출 방식이 사실은 공화주의라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한 해답을 제시하기도 한다.

 

더글러스 러미스는 이 책의 제목을 ‘21세기의 상식(커먼센스)를 위하여’라고 짓고 싶었다고 한다. 미국 독립전쟁과 프랑스 혁명에 큰 영향을 미쳤던 토마스 페인의 『상식(커먼센스)』처럼 사회를 바꾸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저자의 바램처럼 더 늦기 전에 상식이 바뀌는 날이 오기를 나도 간절히 바란다!

 

여러 해 전에 이 책을 읽은 후 지금까지 읽은 책들 중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책이 되어버렸고, 지금까지도 여전히 변함이 없다. 그리고 누군가가 책 소개를 원하면 0순위로 소개하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부족하기만한 원고를 실었던 [100인의 책마을]에 소개한 책들 중에서 가장 먼저 언급한 책도 이 책이다. 최근 마을의 공부모임에서 함께 읽기로 해서 책을 찾았더니 없었다. 누군가에게 빌려준 기억도 없는데 왜 없을까? 며칠을 어지럽게 쌓여있는 책 더미를 뒤졌지만 못 찾았다. 결국 개정판을 새로 사서 읽었다. 처음 이 책을 읽고 널리 알리고픈 마음에 소개를 쓴 후로 또 몇 년이 지났다. 여전히 지구는 빙산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우리는 어떤 샌택을 해야할까?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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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3-07-26 0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잘 읽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점점 그 '상식'과 반대로 가는 것 같아 걱정이군요. 저도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보관함에 담아갑니다.^^

감은빛 2013-07-26 19:33   좋아요 0 | URL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저 '경제성장이라는 거짓 신화'에 빠져있지요. 물론 우리나라는 그 정도가 쫌 심한 편입니다.

제가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좋은 한 권을 뽑으라면 이 책을 선택할 겁니다.
읽어보시면 후회 없으실 겁니다.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 - 개정판
마하트마 K. 간디 지음, 김태언 옮김 / 녹색평론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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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구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혁명? 군대? 좀 더 어렸을 때에는 아마 이런 답이 나왔을 것이다. 지금은 어떤 하나의 정치적인 결단이나 사건으로는 세계를 바꾸거나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안다. 이보다 더 보편적인 사건, 이를테면 수많은 개인들의 자발적인 변화로만 가능하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닫는다. 여기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인도의 위대한 영혼(마하트마) 간디다.

 

간디라는 단어가 입력되면 나의 뇌는 자동으로 비폭력, 무저항, 인도 독립 등의 단어를 내놓는다. 간디는 내게 영국의 지배로부터 독립을 이끈 독립운동가 혹은 민족지도자 정도로 인식되어 있을 뿐 그 외에는 아는 바가 전혀 없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간디가 단순한 독립운동가는 아니라고 깨닫는다. 그는 서구 자본주의와 산업의 발달이 인류를 파멸로 끌고 가리라고 예상했고, 그에 맞서 세계를 구원할 대안을 종교와 철학을 바탕으로 만들어 낸 사상가이자 이를 몸소 실천하고 전파한 실천가였다.

 

이 책의 핵심 단어는 스와라지와 스와데시이다. 스와라지는 정치적 의미의 자치를 뜻하고, 스와데시는 경제적인 자립을 뜻한다. 간디는 서구 산업자본주의가 착취구조를 바탕에 두고 점점 더 사람들을 못살게 만든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그에 대한 대안으로 마을 단위의 자치와 자립을 제시한다. 마을은 자치와 자급자족이 가능한 가장 작은 단위의 사회구조다. 권력과 부의 축적과 폭력과 강제가 없이 모두가 자발적인 경제활동과 협력을 통해 평등하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곳이 바로 마을이다. 얼핏 들으면 실현 불가능한 이상향을 그리는 듯한데, 간디는 이를 실제로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각 개인의 역할과 같은 작고 세세한 부분부터 마을 연맹과 국제 교류와 같은 큰 부분까지 대략적인 밑그림을 그려놓았다. 단순히 그림만 그려놓은 것이 아니라 실제로 실천해나가면서 이를 보완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 정도쯤 되면 쉽게 불가능한 상상이라 몰아세우기 어렵겠다.

 

책에는 비노바 바베와 간디가 주로 주장한 ‘나이탈림’이라는 새로운 교육운동에 대한 설명도 나온다. 배움이라는 단어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을 함께 읽던 아내가 말했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아이들을 학교에 안 보내야 하는 거 아닌가? 이 책을 읽고도 어떻게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어?” 나이탈림은 수공예를 통한 교육이라고 하는데, 쉽게 말해서 학교에서 배우는 죽은 지식이 아닌 삶 속에서 배우는 살아있는 지식을 말한다. 간디는 아이들이 물레로 실을 잣는 방법을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산수와 역사와 생물학과 경제학과 지리와 농업 등에 대해 알아간다고 했다. 매일 아이의 산수 숙제 때문에 끙끙대는 입장에서 진심으로 공감하고 또 실천해보고 싶은 내용이다.

 

군대와 경찰을 대신할 비무장, 비폭력의 집단을 설계한 내용도 흥미로웠다. ‘평화 여단’, ‘비폭력 자원부대’ 등으로 번역되어 있는데 이들은 종교분쟁을 평화적인 노력으로 해결하거나, 마을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거나, 비상 시에 다친 사람들을 돕고, 전쟁 및 무력충돌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물론 간디 자신이 인정했듯이 이 방법이 실현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무척 높은 도덕성과 살신성인의 정신과 종교적 헌신이 요구되는 이런 집단이 과연 마을마다 만들어질 수 있을까? 분명 현실적인 한계가 명확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대안을 제시했다는 것 자체가 무척 대단하고 또 흥미롭다.

 

이 책의 훌륭한 내용과 별개로 아쉬움도 제법 있다. 우선 책 전반에 걸쳐 반복되는 내용이 많다. 구성 상 여러번 나올 내용이라면 앞에는 간단히 다루고, 뒤에 자세히 설명하던가, 반대로 앞에서 자세히 설명하면, 뒤에는 언급만 하고 지나가야 할텐데, 앞에서도 또 뒤에서도 반복되는 내용이 여럿 있다. 이건 간디가 직접 하나의 책으로 작업한 것이 아니라 여러 매체에 쓴 글을 모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 글을 묶은 편집자가 손을 봐야 할 몫이었다고 본다. 번역 후에 교정 과정에서 이 지점을 간과한 우리나라 편집자도 역시 책임이 있다고 본다. 또 하나는 번역의 문제다. 이번에 읽은 책은 개정판이어서 그래도 수정이 많이 되었던데, 그 전의 번역은 훨씬 더 심각했다. 내가 무척 좋아하는 녹색평론 책들이 대체로 번역이 매끄럽지 못해 아쉽다. 마지막으로 내용 설명을 하다 만 것처럼 끊기는 문제다. 구체적인 개념으로 들어가면 자세하게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줘야 하는데, 조금 설명하다가 끊기거나 다른 이야기로 넘어간다. 이 점 역시 앞서 말한 것처럼 간디가 여기저기 필요에 따라 쓴 글을 모았기 때문에 나타난 문제일텐데, 거의 하나의 새로운 시스템을 창조해내면서 사소한 부분들에 신경을 덜 쓴 느낌이다. 이건 좀 과한 바램일 수도 있지만 좀 더 꼼꼼한 설명이 있었다면 훨씬 좋았겠다 싶은 아쉬움이 있다.

 

요즘 ‘사회적 경제’, ‘마을 만들기’, ‘협동조합’ 등의 단어들이 자주 들린다. 시골의사 박경철도 마트가 아닌 동네 시장을 이용하는 것이 세상을 바꾸는 방법이라고 했다. 거의 한 세기 이전에 인도에서 쓰인 이런 개념들이 지금 이 나라에서 유행하는 의미를 곰곰 곱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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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바지

 

더위과 장마는 서로 다른 의미에서 내게 반바지를 선택하도록 강요한다. 무더운 날에 긴바지를 입고 출근하면 일단 답답하고 땀이 찬다. 움직임이 많지 않은 날엔 그래도 견딜만하지만 많이 돌아다녀야 하는 날에는 그야말로 곤욕이다. 그렇지만 현실에서의 선택은 반대여야 한다. 사무실에 앉아만 있는 날에는 반바지를 입어도 뭐라할 사람이 별로 없지만, 외근을 나가야 할 날에 반바지를 입고 나갔다간 당장 거래처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할 게 틀림없다. 아니! 상의는 여름이라고 반팔을 입으면서 바지라고 반바지를 못 입을 건 또 뭔가? 비오는 날에도 마찬가지다. 특히 오늘 아침처럼 그야말로 억수같이 퍼붓는 날에는 신발과 양말과 허벅지 아래 바짓단이 모두 젖는다. 뻔히 젖을 것을 알고도 긴바지를 입어야할까? 그냥 간편하게 반바지에 샌들 신고 가면 안되는 걸까? 오늘은 잠시 고민하다가 무릎까지 내려오는 바지와 샌들을 신고 출근했는데, 반바지의 3분의 2가 다 젖은 채로 사무실에 도착했고,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야 겨우 옷이 말랐다. 만약 긴바지였다면 퇴근시간이 다 된 지금까지도 옷이 덜 말랐을지도 모른다.(물론 옷의 소재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런 날엔 DJ. DOC의 노래 '반바지 입고서 회사에 가도 깔끔하기만 하면 괜찮을텐데~'라는 노래가 자꾸 생각난다. 물론 요즘은 '쿨비즈'라고 말하면서 넥타이도 풀고, 양복(수트)을 입지 않아도 괜찮다고 하는데, 일반적인 회사에서 반바지까지 허용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정부와 한전이 워낙 '예비전력'을 강조하고, 에너지 절약을 부르짖은 덕분에 생긴 바람직한 변화라고 보는데, 여기에도 나름의 맹점은 보인다. 이 맹점은 실천의 지점이 아니라 전력산업의 구조 때문에 생기는데, 이 부분은 다음에 자세하게 한번 짚어보고 싶다. 일단 오늘은 패쓰!

 

반바지 얘기를 하면 늘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어느 중소도시의 환경단체 활동가로 일하던 시절이다. 여름이었다. 당연히 반팔에 반바지를 입고 출근했다. 습한 날씨에 빨래를 자주 하지 못해 옷이 부족해서 하필이면 후즐근하게 늘어난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갑자기 시청 문화국장과 중요한 면담이 잡혔다. 옷차림이 맘에 걸렸지만, 그렇다고 집에 다녀올 여유는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그냥 그대로 시청을 방문했다. 당연하겠지만 문화국장은 제법 나이가 있는 분이었다. 나는 문화국장을 만나기전부터 문화국 공무원들에게 눈총을 받기 시작했는데, 문화국장과 둘이 마주 앉으니, 국장은 무척 황당해하며 내 옷차림을 노골적으로 쳐다본다. 나는 아무 문제 없다는 듯 태연하게 행동했지만 그는 이미 나를 정상적인 대화상대로 두고 있지 않았다. 마치 학생 다루듯 하대하는 태도가 눈에 보였다. 조금 대화를 시도하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표정을 바꾸었다. 다음 순간 나는 강한 어조로 태도를 바로하고 면담에 임할 것을 요청했다.

 

나는 지금 정확한 용무를 갖고 시청 문화국장과 면담을 하러 방문한 시민이지, 당신 부하직원이나 친인척이 아니다. 당신이 나를 하대할 이유는 전혀 없으며, 이는 공무원 복무규정에 어긋난다. 제대로 자세를 갖춰 면담에 임하지 않는다면 이 면담은 없었던 것으로 할 것이며, 동시에 공무원으로서의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다. 뭐 이런 말들을 쏟아내고 나니, 그는 아주 당황한 표정을 보였고, 이후에는 딱 해야할 말만 무뚝뚝하게 하고는 고개를 돌려버렸다.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분명 상대에 따라 기본적으로 옷차림을 갖춰야 할 필요는 있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옷차림만으로 상대를 판단하고 무시하는 언행은 부당하다. 그리고 그 옷차림의 기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름에 반바지를 입고 여기저기 거래처를 다니면서도 눈치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민어복달임

 

모 동물권단체 활동가로 있는 지인과 만날 약속을 잡다가 곧 다가오는 중복에는 저녁 늦게까지 정신없이 바쁘다는 말을 들었다. 복날엔 그냥 대박으로 바쁜 날이라고 했다. 그렇구나! 그쪽 단체는 그 날이 피크타임이겠구나. 모르고 지날 뻔 했는데, 덕분에 중복이 언제인지 알게 되었다. 최근에 만난 어느 선생님은 복날에는 '삼계탕'이나 '보신탕' 보다는 '민어복달임'이 더 맛있고 몸을 보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옛부터 삼복더위에 양반은 '민어'를 먹고, 상놈은 '보신탕'을 먹는다는 말이 있다고 하셨다. 그런데 민어는 평소에는 구경하기 힘들고, 제삿날에야 겨우 한번 접할 만큼 귀하고 비싼 생선이다. '민어복달임'이란 말은 김준 박사님의 [바다맛 기행]에서 처음 보았는데, 직접 먹어본 사람을 만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과연 양반들만 먹었다는 그 민어복달임이 어떤 맛일지 궁금하다.

 

어렸을 때 어머니는 복날에 삼계탕을 끓여 주셨다. 집을 나와 혼자 살면서부터 복날을 따로 챙겨 본 적은 별로 없는데, 대개 모르고 지나갔거나, 알았더라도 가난한 자취생이 삼계탕과 같은 비싼 음식을 먹을 여유는 별로 없었을 것이다. 아, 한번은 근처에 자취하는 선배 두어명과 함께 저 멀리 농협 하나로 마트까지 걸어가서(버스비는 있었으나 버스노선이 없었고, 택시는 있었지만 택시비는 없었다.) 생닭과 마늘 등 재료를 산 후 다시 먼 길을 걸어와서 삼계탕을 끓여 먹은 적이 있었다. 나는 물론이고 선배들 모두 삼계탕을 끓여본 경험은 없었다. 게다가 가스레인지도 없는 집에서 휴대용 버너를 이용했고, 마땅한 큰 냄비가 없어서 코펠에 넣어 끓였다. 맛은? 뭐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냥 그저 삼계탕을 먹는 다는 것 자체의 의미를 두었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무더운 복날 재료를 마련하려고 먼 길을 장보러 갔다 오면서 흘린 땀이 엄청났기에 효율로 따지면 차라리 안 먹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

 

보신탕은 거의 먹어보지 못하다가(친척들 모였을 때 맛만 본적이 있었다.) 잠시 농사짓는 마을 빈 집에 살던 시절에 여러 번 먹었다. 그땐 일 때문에 여러 마을 어른들과 교류가 있었다. 여름에는 마을마다 서로 다른 날에 수시로 개를 잡는다고 했다. 그래서 어제는 ㄱ마을에서 보신탕을 얻어먹고, 오늘은 ㄴ마을에서 얻어먹고, 내일은 ㄷ마을에서 또 얻어먹는 식이었다. 그해 여름에 평생 먹어본 것보다 많은 아니 앞으로 평생 먹을 양보다 더 많은 보신탕을 먹었다.

 

어쨌거나 중복을 맞아 무언가를 먹거나 혹은 안먹고 그냥 지나갈 수도 있겠지만, 앞서 말했듯이 민어복달임이 뭔지, 그렇게 맛있다는데 한번 맛이라도 보고 싶다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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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3-07-22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생들 교복을 반바지로 만들어 주면 좋겠어요. 남학생들은 긴바지에 허덕이고, 여학생들은 치마 속 안감이 무척 더워서 또 힘들어 하거든요. 반바지를 교복으로 입는 학교도 있다 들었는데 보지는 못했어요. 저도 반바지 입고 출근하고 싶어요.(>_<)

감은빛 2013-07-24 17:01   좋아요 0 | URL
저도 반바지 교복이 있다는 말은 들었는데, 보지는 못했네요.

여학생들 치마는 좀 시원할 줄 알았더니 안감 때문에 덥군요.

학교 선생님들도 반바지를 못 입게 하나요?
교장 선생님(혹은 교감)이 무척 보수적인가보네요.
안타깝습니다!

조선인 2013-07-23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여름에 남자들은 긴바지에 와이셔츠 입고 있는 거 보기만 해도 더워요. 게다가 남자들은 실컷 껴입고 에어컨을 있는대로 틀어대니 여자들은 오히려 가디건 덧입고 이런 낭비가 없지요.

감은빛 2013-07-24 17:03   좋아요 0 | URL
그죠? 저 처럼 반바지입고 일하면 에어컨 덜 켜도 될텐데요.
그런 의미에서 노출에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여성들이 부러운 계절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3-07-23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어는 목포나 신안에서 많이 먹어요.민어가 고급생선이긴 하죠.목포에는 민어전문점들이 있어서 맛기행 같은 방송에 가끔 언급됩니다.

감은빛 2013-07-24 17:09   좋아요 0 | URL
네, 저기에 언급한 [바다맛 기행]에서는
태이도(신안군 임자면 타리섬) 일대에서 많이 잡힌다고 하네요.
일제 시대에 민어 파시가 들어섰던 얘기도 언급하구요.

언제 목포가서 민어 한번 먹어보고 싶네요!

blanca 2013-07-24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들 양복 입은 것 보면 너무 더워 보여요. 저번에 뉴스에서 사무실에 반바지 차림도 괜찮다고 하니까 어떤 분이 인터뷰로 사십 넘으면 반바지 입기 좀 뭣하다,는 이야기에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좀 다들 시원하게 눈치 안 보고 편하게 입는 문화가 형성되면 좋을 텐데요. 우아, 민어복달임은 어떤 맛일까요?

감은빛 2013-07-24 17:12   좋아요 0 | URL
제 주위엔 사십이 아니라 오십이 넘어도 반바지 입고 다니는 분들 많은데,
물론 반바지를 입고 출근할 때는 좀 민망할 수도 있겠지만,
전반적인 의식이 바뀌면 괜찮지 않을까요?

저도 민어복달임이 무척 궁금합니다.
복날은 지났지만 꼭 한번 먹어보고 싶네요.
 

14주년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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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운동

 

퇴근 후 운동하러 갈 생각이었다. 운동은 공복에 하는 것이 좋긴 하지만 운동 시작시간인 저녁 7시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으면 운동 중에 도무지 힘이 안나는 것 같고, 운동을 마치고 씻고 나서 9시경 저녁을 먹으면 너무 배가 고파 오히려 과식을 하는 것 같다. 가능하면 너댓시쯤 간단하게 뭔가 먹어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일하다가 뭘 간단히 먹기는 쉽지 않다. 사무실 근처에는 빵 가게가 여럿 있는데, 이상하게 나이 먹어가면서 빵에 손이 안가게 되더라. 어릴 때는 무척 좋아했었는데. 어제 5시가 되기 직전쯤 뭘 간단히 위장에 집어넣어줄까 고민을 하는데, 갑자기 사장님께서 1시간 일찍 정리하고 간단하게 한잔 하자고 묻는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좋다고 하고, 나도 일찍 마치는 걸 마다할 이유는 없다. 다만 앞에 간단히란 단어가 붙긴 했지만 한잔 하고나서 운동을 하러 갈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는데, 다른 사람이 붙잡을까봐 걱정이 아니라 내 의지가 술을 중단하고 운동을 택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다.

 

일을 정리하면서 "간단히 한잔만 하고 운동하러 갈거예요." 라고 미리 못을 박아 두었다. 나중에 체면 때문에라도 술을 중단하고 운동을 택할 수 있도록 말이다. 모처럼 비가 멈춘 날, 바람은 선선했다. 어딜갈까 고민하다가 고기집을 택하는 사장님. 난 치킨집에서 맥주 한두잔 가볍게 먹을 생각이었는데, 고기집이면 소주가 땡겨서 쉽지 않겠는데. 운동하러 갈 생각에 다른 사람들이 모두 소주를 마셔도 나 혼자 맥주를 홀짝였다. 한 시간 일찍 마친 탓에 고기를 배불리 먹고 맥주를 네 잔쯤 마셨을 때쯤 운동하러 갈 시간이 다 되었다. 분위기를 보니 1차는 대충 마무리 단계였다. 신발을 신고 나오니, 사장님께서 묻는다. 운동하러 갈 거냐고. 아주 짧은 순간 한번 더 고민을 했지만, 앞서 밝혔듯이 체면 때문에라도 운동을 택했다. 다른 사람들은 2차를 가고, 나는 지하철을 향했다.

 

운동은 공복에 해야하는데, 이렇게 배가 불러서 무슨 운동을 하나 생각을 하며 지하철 안에서 열심히 숨쉬기 운동을 해서 배를 꺼뜨리려고 노력 중이었다. 고기를 조금만 덜 먹을걸. 맥주를 한 잔만 덜 마실걸. 후회를 해봐야 소용없다. 이 헬쓰클럽은 크로스 핏 전용 체육관이 아니라 딱 정해진 시간에만 크로스 핏 수업을 한다. 그런데 1차가 끝나갈 무렵에서 자리를 일어서서 나오기까지 조금 더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크로스 핏 수업엔 이미 늦었다. 차라리 잘되었다 싶었다. 이렇게 배가 부른 상태로 그 고강도의 운동을 해낼 자신은 없었다. 조금 천천히 가서 오랜만에 헬쓰머신들을 돌면서 근력운동이나 빡세게 해야겠다 싶었다.

 

스퀏과 런지로 가볍게 몸을 푼 후에 덤벨과 바벨을 들었다. 많이 안 마셨고, 취기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땀을 좀 흘리고 나니 역시 알콜의 기운이 느껴졌다. 며칠째 잠을 잘 못자서 좀 피곤했고, 몸 상태도 그리 좋지는 않았다. 그래도 한번 운동을 시작하면 몰두하는 편이라 제법 오래 이것 저것을 했다. 그 약간의 알콜 기운 때문에 그랬는지 바벨 무게를 점점 올렸다. 평소라면 적당히 들다가 다른 운동으로 넘어갔을텐데, 이번에는 어느 정도까지 올라가나 싶어 무게를 좀 올렸다. 막판에 좀 힘들었다. 무게를 늘리니 두어번만 들어도 땀이 쏟아졌다. 물을 마시고 잠시 쉬다가 케틀벨 스윙으로 운동을 마무리 했다. 오늘은 음주 운동을 했구나. 아주 나쁘지는 않았지만, 썩 개운하지도 않았으니, 앞으로는 음주 운전은 물론 음주 운동도 가능하면 하지 말아야지 생각했다.

 

내용증명

 

지난 글에 쓴 것처럼 집 주인이 계약금을 곧 주겠다 해놓고는 시간을 질질 끌다가 다시 못 주겠다고 말을 바꾸는 바람에 스트레스를 좀 많이 받았다. 아내와 밤 늦게까지 대책을 논의 했는데, 우리의 입장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내용증명을 보내기로 했다. 벌써부터 내용증명에 대한 얘기를 했던 데다가, 예전에도 여러차례 문제가 생겼을 때 내용증명을 통해 해결된 적이 있어서 크게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막판까지 돈을 안 줄 경우에는 좀 피곤하겠다 싶었다.

 

의외로 어이없게 내용증명을 보낸 다음 날 집 주인에게 연락이 왔다. 늘 연락하던 영감이 아니라 서류상 집 주인인 영감의 딸이었다. 아버지가 내용증명을 받았다고 했고, 그간 좀 오해가 있었던 것 같고, 계약금을 보내줄테니 잘 풀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렇게 쉽게 보내줄거였으면 그간 한 달이상 사람을 괴롭힌 이유는 뭘까? 진짜 어이가 없다는 생각에 좀 따질까 생각이 들었다가 곧바로 그것도 좀 피곤한 일이다 싶어 마음을 바꿨다. 정식으로 제대로 사과를 한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미안하다는 입장은 전달 받았고, 금방 계약금을 보내주겠다고 하니 갈등의 원인은 해결이 되었다. 전화를 끊자마자 곧 다시 전화가 왔고, 방금 입금했다고 다시 한번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해왔다. 통장에는 정확하게 전세 보증금의 10%가 입금되어 있었다.

 

음주 독서

 

책 읽기 딱 좋은 시간과 장소는 언제, 어디일까? 오래전 대학생이었을 때는 학교 뒷산 어딘가 널찍한 바위를 발견하고 종종 거기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담배를 피우고, 책을 읽고, 기타를 치기도 했다. 그때 그 바위에서 책을 제법 읽었다. 도서관이나 강의실 등 답답한 실내에서는 잘 눈에 안들어오던 전공서적도 이 바위 위에서 담배를 물고 읽으면 이해가 잘 되었다. 아마도 평소 대부분의 시간을 실내에서 보내기 때문에 가끔 밖에서 책을 읽으면 뭔가 자유로운 느낌과 편안한 느낌이 들어 집중도 더 잘되었다고 생각한다.

 

어제는 차에서 한 시간 조금 넘게 누군가를 기다려야 했다. 의자를 뒤로 제끼고 잘까? 라디오를 들을까? 스마트폰으로 게임이나 할까 고민을 하다가 잠시 내렸는데, 바로 근처에 풀과 나무와 벤치가 있었다. 책을 갖고 나와 읽었는데, 야외에서 읽는 느낌이 좋았다. 처음 한동안은 집중이 잘 되었는데 잠시 후엔 잠이 쏟아졌다. 최근 며칠 잠이 좀 부족했다. 꾸벅 꾸벅 졸다가 책을 덥고 벤치에 누웠다. 눈을 감고 바람소리와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 소리와 풀벌레의 날개짓 소리를 들었다. 스르르 잠이 몰려왔다. 얼마나 잤을까? 문득 정신을 차려 앉았는데, 주위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여전히 바람이 살랑살랑 불었고, 풀벌레가 여기저기 날아다녔다.

 

다시 책을 펼쳐 읽다가 문득 이런 삶이 참 바라던 삶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딘가 조용하고 한적한 곳, 답답한 실내가 아닌 나무와 풀과 곤충들이 있는 자연 속에서 편안하게 책을 읽고, 졸리면 잠시 눈을 붙이고, 깨면 또 책을 읽고 자연 속에서 사색을 즐길 수 있는 삶 말이다. 얼마 후 기다리던 사람이 돌아와서 차를 몰고 나오면서 내내 그 짧은 독서와 낮잠에 대해 생각했다. 평생 못 잊을 기억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야외에서 아니 자연 속에서 책 읽는 얘길 했는데, 사실 책에 한번 빠져들면 장소와 시간 따위 별로 관계 없다. 책을 읽지 못하는 환경만 아니라면(가령 근무시간 사무실 처럼 대놓고 책을 읽기 쉽지 않은 시간과 장소만 아니라면) 어디든, 언제든 별로 상관없다는 말이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빤스만 입고 엎드려서 책을 읽어도, 사람 많은 지하철에 서서 읽어도 책에 빠져들기 시작하면 별로 차이가 없다. 그런데 어떤 책은 읽다보면 담배가 땡기거나 술이 땡기는 경우가 있다. 그럴때 지하철이나 도서관에 있다면 조금 곤란하다. 오래 전 김형경의 [담배 피우는 여자]를 읽을 때에는 정말 무척 담배가 땡겼다. 그때는 자취하면서 내 맘대로 살다가 잠시 본가에 들어와 있을 때였다. 하필 그때 집 안에서 맘대로 담배를 필 수 없다는 사실이 무척 괴로웠다. 한밤중에 담배와 책을 들고 밖에 나가서 가로등 밑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며 책을 읽었다.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어떤 소설을 읽다가 갑자기 술이 땡겼을 때에는 한밤중에 문을 연 구멍가게를 찾아 온 동네를 헤메기도 했다.(아직 편의점이 많이 생기기 전이었고 결국 술을 마시지는 못했다.)

 

혼자 자취방에 살 때는 저녁마다 술을 마시며 책을 읽곤 했다. 만약 티비가 있었다면 술을 마시며 티비를 봤을테고, 컴퓨터가 있었다면 술을 마시며 웹서핑이나 채팅을 했겠지만, 그땐 책 밖에 없었다. 이른 바 음주 독서다. 요즘도 가끔 밤에 아이들을 재워놓고 음주 독서를 한다. 여전히 집에 티비가 없지만, 컴퓨터는 있어서 더 자주 술을 마시며 영화를 보지만, 가끔은 옛날 생각하며 책을 읽는다. 확실히 영화나 웹서핑 보다 책 쪽이 몰입이 더 잘된다. 영화를 보며 술을 마시면 홀짝 홀짝 술을 비우지만, 책은 한번 빠져들어 읽다보면 술잔에 술이 있는 줄도 모르고 시간이 확 지나가버린다. 나중에 정신을 차려보면 그제서야 김빠진 맥주잔을 발견하게 된다. 한번은 소주를 마시다가 책장에서 눈에 띄는 책이 있어 꺼냈다. 조금만 살펴보고 다시 꽂아놓을 생각이었는데, 읽다보니 어느새 시간이 확 지나가 있었다. 마시던 술을 비우기에는 출근이 부담스러워지는 시간이 되어 있어서 결국 술을 버리기도 했다.

 

오늘은 음주 운동이 아닌 (운동을 마친 후에) 음주 독서를 해야겠다.

 

 

 친한 선배에게 선물 받았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이 아닌 전교조 1세대 교사 김용택이란다.

 뒷 표지에 "철학을 가르치는 학교는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라는

 문구에 격하게 공감한다.

 

 학부모가 되어보니 참말로 이 땅의 교육문제가 심각함을 깨닫는다.

 현명한 노 교사의 지혜를 통해

 조금이라도 실마리를 찾았으면 좋겠다.

 

 

 

 

 

 

 예전에 한창 필사를 많이 했던 시절에,

 김형경 작가의 단편들을 여러번 베껴쓰곤 했다.

 

 이젠 담배를 피우고 싶어질까봐 겁나서 못 읽겠다.

 

 

 

 

 

 

 

 

 

 예전에 '다락방'님 서재에서 보고 사놓은 책.

 아직 펼쳐보지 못했지만 무척 재미있을 것 같다.

 바로 오늘의 '술안주' 되시겠다.

 

 내일 아침 출근길이 좀 힘들지 몰라도

 오늘 밤의 즐거운 독서를 생각하면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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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13-07-18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주페이퍼 쓰기도 권해드립니다 ^^

감은빛 2013-07-18 17:22   좋아요 0 | URL
야클님, 저 음주페이퍼는 자주 쓰는 편입니다.
새벽 늦게 쓰는 글은 대개 음주페이퍼라고 보시면 됩니다.
야클님도 음주페이퍼 자주 쓰시나요?
확인하러 방문할게요. ^^

다락방 2013-07-18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통역사 후기도 궁금해집니다. ㅎㅎ
음주 독서는 저는 못하겠더라고요. 일단 독서 자체는 되는데 다음날 내용이 슝- 날아가 버려서 전혀, 전혀 기억이 안나지 뭡니까! ㅎㅎ

감은빛 2013-07-18 17:25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전 소설 후기는 잘 못 쓰겠더라구요.
재밌게 읽은 책일수록 후기가 형편없으면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더욱 부담이 되더라구요.
그래도 다락방님의 기대에 부합하기 위해 노력은 해보겠습니다.

책 읽으면서 마시면, 많이 먹지 않고, 오히려 집중이 잘 되던데요.
오늘 밤 즐겁게 마시면서 읽을게요.
좋은 책을 소개해주신 다락방님 덕분입니다. ^^

따라쟁이 2013-07-18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음주 운동 좀 해봤는데. 저는 다음날 꼭 후회하게 되더라구요.
음주독서시 저는 독서보단 맥주입니다.ㅎ 책장은 않넘어갈지라도 맥주는 목을 타고 넘어가죠.

감은빛 2013-07-22 16:19   좋아요 0 | URL
음주 운동의 선배님이시군요.
본의아니게 이 글을 쓴 날도 음주 운동을 하게 되어,
이틀 연속 음주 운동을 했는데, 그래도 썩 나쁘지 않았습니다.
물론 두 번 모두 술의 양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마노아 2013-07-18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팟캐스트 듣느라 책 읽을 짬이 자꾸 부족해져요. 이이제이 다 듣고 나니 이제 김갑수의 부킹정치가 듣고 싶어져서 담아놨거든요. 방송 들으면서 책을 읽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안타까워요. 방송 들으며 밥은 먹을 수 있는데...^^
저도 통역사 다락방님 때문에 보관함에 넣어놨는데 그새 절판이 되어버렸지 뭡니까. 역시 인생은 타이밍!!

감은빛 2013-07-22 16:22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께서는 팟캐스트를 많이 들으시네요.
저는 음악 외에 귀로 듣는 건 영 집중이 안되어 못 듣겠더라구요.
무슨 강좌라던가, 라디오 프로그램도 말로 떠드는 위주의 프로는 잘 못 듣습니다.

저는 오히려 밥 먹으면서도 한 손에 책을 쥐고 있을 때도 있어요. ^^
[통역사] 정말 재밌었습니다.
꼭 구해 읽으시길 권합니다.

단발머리 2013-07-18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ㅎㅎ 안녕하세요, 감은빛님~~
저는 술은 좀 약해서요.

낮에 책 읽을 땐 커피, 밤에 책 읽을 땐 과자인데요.
음주 독서 너무 괜찮아 보여요.

시작은 맥주가 좋을까요?^^

감은빛 2013-07-22 16:24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단발머리님. ^^
네, 그냥 단발머리님께서 좋아하는 술로 가볍게 한 두잔 드시면서
재밌는 책을 읽으면 좋겠지요.

조선인 2013-07-19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를 준비하시는군요. 내용증명으로 해결되셨다니 그간에 얼마나 곤란이 많았을지 상상이 갑니다. 이래서 재테크니 부동산투기니 이런 거랑 하등 상관없는 우리 서민들은 늘 내 집 마련이 소원인가 봅니다. ㅠ.ㅠ

감은빛 2013-07-22 16:25   좋아요 0 | URL
이사 준비 때문에 제법 오랫동안 에너지 소모가 큽니다.
물론 저보다는 아내가 훨씬 더 고생을 많이 하고 있구요.
네, 서러워서라도 집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 서울에선 무슨 집이 또 이렇게 비싼지 모르겠어요!

blanca 2013-07-19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운동 열심히 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네요. 저도 한다고 하곤 있는데 유산소운동이 부족한 것 같아요. 야외에서 책 읽는 것 언젠가 꼭 따라해볼랍니다.^^;; 이사 문제는 저는 엄동설한에 한달 남겨두고 나가든 월세로 전환해 달라고 했던 야속한 집주인이 떠오르네요. 아이도 어렸는데 정말 분노의 게이지가 상승하더라고요. 나중에 부랴부랴 이사갈 때 사과를 받긴 했지만...씁쓸한 기억이에요.

감은빛 2013-07-22 16:31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 유산소 운동 보다는 (크로스 핏처럼) 무산소 운동을 추천합니다.
요즘 간헐적 단식으로 유명해진 타바타 교수가 예전에 증명한 운동 실험이 있어요.
유산소 운동은 지방감소가 있지만 장기간 하면 오히려 근육 손실이 생기는데,
타바타 운동법과 같은 무산소 운동은 지방감소 효과가 훨씬 더 뛰어나고,
근육도 더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저는 따로 유산소 운동을 하지 않고 있는데,
벌써 복부 지방이 제법 줄어들었습니다.
(저는 음식 조절을 전혀 하지 않고 있어요. 오히려 더 많이 먹고 있습니다.)

아이 키우는 세입자에게 한 겨울에 월세 전환이나니!
정말 이 나라 집주인들의 횡포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승주나무 2013-07-21 0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감은빛 님의 글을 천천히 읽었네요. 글맛 참 좋으세요. 조만간 감은빛 님 이름으로 책 한 권 구경할 수 있을 것 같네요!!ㅎ

감은빛 2013-07-22 16:33   좋아요 0 | URL
오랜만입니다. 승주나무님!
다른 분도 아닌 승주나무님께 칭찬을 받으니 무척 좋네요!
못 뵌지 오래네요. 오가다 인연이 닿으면 뵙겠지요.
아이들과 건강하게 재밌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