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 개정판
C. 더글러스 러미스 지음, 이반.김종철 옮김 / 녹색평론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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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년 4월 15일 타이타닉호는 빙산과 충돌해 침몰했다. 침몰의 원인으로 여러 가지 설이 있다. 타이타닉이 밤에 전속력으로 항해했다는 점을 지적하는 사람도 있고, 망루에 망원경이 없어서 육안으로 전방을 관측했기 때문이라는 사람도 있다. 또 몇 차례 빙산과의 충돌 위험을 보고 받고도 안일하게 대처한 선장을 탓하기도 한다. 무엇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는지는 모르겠지만 타이타닉은 눈 앞에 다가온 빙산과의 충돌을 피하지 못했다.

 

현재 지구와 인류는 총체적인 위기에 처해있다.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의 고갈, 기후변화, 사막화, 식량위기, 핵폭발의 위험(핵폭탄 혹은 핵발전소의 폭발), 전 지구적 차원의 파괴와 오염 등 다 열거하기도 어려울만큼 문제가 심각하다. 1972년 로마클럽이 『성장의 한계』를 출간했고, 같은 해 스톡홀름에서는 ‘유엔 인간환경회의’를 개최하여 이 날을 ‘세계 환경의 날’로 지정했다. 이처럼 우리는 1972년에 이미 지구 환경이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2013년이 된 지금 우리는 위기에 대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지금의 지구를 타이타닉에 비교해보자. 우리는 현재 전속력으로 달려가고 있다. 석유와 천연가스를 퍼올리고, 핵 발전소를 짓고, 산을 깎고, 숲을 파괴하고, 갯벌을 매립하고, 강을 막고, 흙과 공기를 오염시키며 발전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눈 앞에는 석유고갈, 해수면 상승, 핵폭발, 식량위기 등 여러 이름의 빙산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대로 계속 속력을 높이다가는 이들 빙산에 충돌할 것이 뻔하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빙산이 다가오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당신이 타이타닉호의 승객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침몰이 자명한 배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뛰어내릴 것인가? 선장을 설득해 배를 멈출 것인가? 힘으로 배를 장악하고 속도를 늦출 것인가? 조용히 방에 틀어박혀 침몰을 기다릴 것인가? 침몰의 순간까지 장렬하게 음악을 연주할 것인가?

 

경제성장을 위해 지구가 파괴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가 없지만, 대부분 타이타닉의 에드워드 스미스 선장처럼 안일하게 여기고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모두가 한치의 의심도 없이 믿고 있는 이 경제성장이라는 종교는 과연 어디서 온 것일까? 저자는 1949년 1월 20일 트루먼 대통령의 취임 연설에서 처음 사용된 ‘미개발 국가(under-development country)’라는 단어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여러 가지 증거를 통해 밝혀낸다. 우리가 굳게 믿고 있는 경제성장이라는 신앙은 사실 미국이 다른 국가들을 착취하기 위해 만들어냈다는 사실을 들려준다.

 

과거 유럽의 몇몇 국가들은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그리고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을 식민지로 삼아 물질적인 풍요를 누렸다.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을 거친 후 미국은 다른 나라를 ‘경제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산업화시켜 전 세계적인 착취구조를 완성해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고 있다. 산업화가 어떻게 착취구조가 되는지를 증명하기 위해 제시하는 증거들을 살펴보면서 그동안 가려졌던 눈이 번쩍 뜨이는 것처럼 충격을 받았다.

 

저자는 이미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성장을 멈춰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상식이 되어버린 ‘성장 이데올로기’ 대신 새로운 상식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생산과 소비 등 경제활동을 줄이고 문화와 여가를 즐겨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이외에도 국가가 폭력을 독점하게 된 원인을 살펴보고 그 결과 더 많은 국민들이 국가의 폭력으로 희생되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밝혀내고, 현재의 대의제 민주주의라고 불리는 선거를 통한 대표자 선출 방식이 사실은 공화주의라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한 해답을 제시하기도 한다.

 

더글러스 러미스는 이 책의 제목을 ‘21세기의 상식(커먼센스)를 위하여’라고 짓고 싶었다고 한다. 미국 독립전쟁과 프랑스 혁명에 큰 영향을 미쳤던 토마스 페인의 『상식(커먼센스)』처럼 사회를 바꾸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저자의 바램처럼 더 늦기 전에 상식이 바뀌는 날이 오기를 나도 간절히 바란다!

 

여러 해 전에 이 책을 읽은 후 지금까지 읽은 책들 중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책이 되어버렸고, 지금까지도 여전히 변함이 없다. 그리고 누군가가 책 소개를 원하면 0순위로 소개하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부족하기만한 원고를 실었던 [100인의 책마을]에 소개한 책들 중에서 가장 먼저 언급한 책도 이 책이다. 최근 마을의 공부모임에서 함께 읽기로 해서 책을 찾았더니 없었다. 누군가에게 빌려준 기억도 없는데 왜 없을까? 며칠을 어지럽게 쌓여있는 책 더미를 뒤졌지만 못 찾았다. 결국 개정판을 새로 사서 읽었다. 처음 이 책을 읽고 널리 알리고픈 마음에 소개를 쓴 후로 또 몇 년이 지났다. 여전히 지구는 빙산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우리는 어떤 샌택을 해야할까?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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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3-07-26 0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잘 읽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점점 그 '상식'과 반대로 가는 것 같아 걱정이군요. 저도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보관함에 담아갑니다.^^

감은빛 2013-07-26 19:33   좋아요 0 | URL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저 '경제성장이라는 거짓 신화'에 빠져있지요. 물론 우리나라는 그 정도가 쫌 심한 편입니다.

제가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좋은 한 권을 뽑으라면 이 책을 선택할 겁니다.
읽어보시면 후회 없으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