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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는 순간, 떠나고 싶게 했던 책을 추천해 주세요!

 

  

 

 

 

 

 



 

 

 

 

 

 

 

 

 

 

여행 관련 책을 읽으며 떠나고 싶다는 생각, 물론 많이 한다.
하지만 여행과는 전혀 관련 없는 책임에도, 지금까지 이 책 만큼 그 떠나고 싶은 정도가 컸던 책은 없었다.  

  

 

  



 
 

 

 

 

 

 

 

 

 

 

 

 

 

혼자 알게 모르게 마음에 담아오며 눌러 참던 것을 누가 살짝 건드린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 나도 이렇게 떠나보는거야. 나 없이 지내보라고 해. 난 아쉬운 것 없어.

엄마뿐만이 아닐 것이다. 아빠는 아빠대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며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은 뒤로 한채 살아가는 생활이 고달플 것이다. 아이는 아이대로, 뭐든지 엄마가 하라는대로 해야하고 먹으라는대로 먹어야 하고, 심지어는 읽으라고 뽑아준 책을 읽어야 하고, 다니라는 학원에 다녀야 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하는 것이 몇가지가 있는가 생각하면 하루하루가 별로 즐겁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엄마는 엄마의 본분을 안할수 없는 것이고 아빠가 아빠의 본분을 져버릴수는 없는 것. 가족끼리 서로 상대방의 그런 애로를 알아주고 고마와 하고 서로 격려하고 감사하며 살면 되는데, 모르는 바 아닌데, 일단 내가 그런 감사를 받고난 후에야 다른 이에게도 감사할 마음이 생기니 문제이다.  

한번 이렇게 떠나보리라. 하지만 진짜 떠나지도 못하면서 아이나 남편에게 위협조의 말로만 떠난다고 하는 것은 하지 말자.      

그러니까 여행은 꼭 여행철이 되어야 가고 싶어지는 것이 아니고,
환상적인 여행지를 발견했을 때 가고 싶어지는 것 만도 아니고,
현실을 벗어나고 싶을 때,
일상의 굴레를 다 집어던지고 싶을 때,
바로 그때가 가장 여행이 절실해지는 때이라는 것
이 책이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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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0-06-29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과는 의외의 책이에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맞아요.
저도 그런 생각, 심정적으로 했었어요.
저 그림책 참 오래전 봤던 신선한 충격이었는데요.

hnine 2010-06-29 01:12   좋아요 0 | URL
떠나고 싶게 하는 책을 묻는데 저는 이 책이 제일 먼저 떠오르더라고요.
프레이야님 말쓴하신 것 처럼 단지 저 뿐만이 아닐거라 생각되어요.
남자 작가가 썼다는 데에 또 한번 놀랐고요.

lazydevil 2010-06-29 0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내용인지 점점 궁금해지네요.
근데 뒷표지에 그림, 저 족발의 참을 수 없는 귀여움이...^^;;

hnine 2010-06-29 11:13   좋아요 0 | URL
lazydevil님, 저 책은 아이들 그림책이라지만 저런 블랙코미디가 없다 싶을 내용이랍니다. 뒷표지 내용에 나와있는 것 처럼 '중요한'일을 하는 아버지, '중요한'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하지만 엄마의 일에 대해서는 누구도 눈여겨 보지도 않고 매일 들이마시는 공기 취급을 하잖아요. 어느 날 엄마가 그걸 깨닫게 해주지요.
제목이 왜 돼지책인지도 의미심장하고요.

pjy 2010-06-29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아주 후벼파는데욧! 다음 그림에서 뿜었습니다..그렇죠,,전 내용보다 비쥬얼이 중요한 사람입니다ㅋㅋ

hnine 2010-06-29 08:25   좋아요 0 | URL
후벼파는 표지~ ㅋㅋ 맞아요. 표지에 내용이 다 드러나있어요. 그리고 이게 그림책이니 '비쥬얼' 중요한 책 맞지요.

무스탕 2010-06-29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실때 전화좀 주세요. 저도 같이 가게요..
어디루 갈까요? 남극으로 갈까요? ^^

hnine 2010-06-29 17:19   좋아요 0 | URL
지금 무스탕님 서재가서 추천 한방 누르고 오는 중이어요.
남극이 선택되었군요.
그런데 그런 여행은 미리 계획도 많이 필요하고 사전에 식구들에게도 알려야 하는, 정말 제대로 된, 바람직한 여행이잖아요?
제가 올린 저 책에서의 상황은 딱 동네 찜질방이나, 혼자 사는 친구집이나, 이런데 가서 며칠 있다 오기 딱 좋은, TV드라마에서 익숙한 그런 여행이 되기 십상일 것 같아요.

전호인 2010-06-29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그래서 7월중순에 무조건 휴가내고 가족여행을 떠납니다.
아이들과 같이 아무런 상념없이 여행만을 위해서.....

하늘바람 2010-06-29 12:19   좋아요 0 | URL
전호인님 넘 멋져요

hnine 2010-06-29 17:19   좋아요 0 | URL
역~시!

세실 2010-06-29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떠나시면 어때요? 여기로 오세요^*^
어디로? 보다는 혼자만의 여행 자체가 중요.

하늘바람 2010-06-29 12:19   좋아요 0 | URL
여기^^

hnine 2010-06-29 17:20   좋아요 0 | URL
지금 갈까요? 현재 시간 오후 5시 19분 ㅋㅋ
언제나 불러주시는 세실님 때문에 저는 늘 따뜻합니다.

세실 2010-06-29 19:16   좋아요 0 | URL
함께 점심 먹는 것을 기대했건만..
지금은 늦었어욧^*^

하늘바람 2010-06-29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어쩜 저도 이책 읽을 때 그러고 싶었어요 특히 너희는 돼지야 하고 말하고 싶었지요

hnine 2010-06-29 17:21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이 작가가 어떻게 이런 책을 쓸수 있었을까 참 감탄을 했다니까요. 다른 사람들의 마음 속에 생각으로만 갖고 있던 것을 이렇게 글이나 그림으로 선명하게 나타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작가의 자질인 것 같아요.

비로그인 2010-06-29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만간 가까운 곳이라도 훌쩍 떠나오셨다가, 다시 돌아오시겠네요 ^^

좀 딴 얘길지도 모르지만 영화 "델마와 루이스" 도 생각나고, 고 장영희 교수의 책 가운데 한 구절도 기억납니다. ㅎ


hnine 2010-06-29 20:49   좋아요 0 | URL
델마와 루이스, 저도 그 영화 봤어요. 마지막 장면을 잊을 수가 없지요.
위의 책은 그렇게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랍니다. 여기 저기, 어디서나 있는, 그야말로 살림하는 주부의 이야기여요.
조만간 가까운 곳, 아마 못갈걸요...^^

순오기 2010-07-01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다보면 정말 주부들은 '너희들은 돼지야!' 소리치고 싶을 때가 있지요.ㅜㅜ
내가 없어봐야 소중함을 알지, 꿍얼대기도 하고요.^^
그래서 전 친정에 갈때도 온갖 것을 다 해놓고 나가진 않아요.
스스로 하면서 아쉬움도 좀 느껴보라고요.ㅋㅋ

동생을 잘 만나고 오셨으니 안 떠나도 되는 건가요?^^

hnine 2010-06-29 20:51   좋아요 0 | URL
아, 순오기님, 잘 다녀오셨어요? (두손 가지런히 모으고 인사하니 봐주세요 ^^)
그렇게 쉽게 떠날 수 있으면 저런 책이 나오지도 않았을지 모르지요.
좀 쉬시고 다녀오신 얘기 들려주세요. 순오기님 얘기 듣고 있으면 힘이 팍팍 나요 ^^

순오기 2010-07-01 23:55   좋아요 0 | URL
두 손 가지런히 모으고~~~가 중요하군요.^^
재미있는 이야기 보따리를 풀 시간도 없이 바빴어요.
오늘은 조금 여유가 생겼으니 하나 풀어볼까요.ㅋㅋ

hnine 2010-07-02 00:06   좋아요 0 | URL
네! 네~~ ^^

전호인 2010-06-30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다음주에 아무런 미련도 후회도 하지않고 무작정 떠나려고요....

hnine 2010-06-30 23:18   좋아요 0 | URL
벌써 갈 곳과 때를 정하셨군요.
사진기 꼭 들고 가시고요,
즐거운 시간 만들고 오시길 바랍니다.
서재에 글로 올려주시면 더욱 좋고요 ^^

같은하늘 2010-07-02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책 보면서 같은 생각을 했어요.^^
아이가 저 책을 빌려온날 하필 아빠에게 읽어 다라고 했는데, 아빠는 큰 소리로 책을 읽다가 뭐 이런 책을 읽어달래라고 했었지요.
항상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게 제 마음이지만 그게 안되는게 문제지요. 가끔 화가날때 몇 시간의 가출을 해본적이 있는데, 복귀해 보면 할일이 더 많아져서 슬퍼요.ㅜㅜ

hnine 2010-07-02 21:12   좋아요 0 | URL
앗, 그래도 시도는 해보신 적이 있으시군요.
그러고보니 몇 시간의 가출은 저도 많이 해봤네요 ㅋㅋ
 

 가끔씩 내 이메일 주소로 배달되어 오는 벌크 메일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엔 읽지도 않고 그냥 패스하는 것도 있지만 아래글이 소개된 메일은 꼭 꼭 읽어보고 있다.
며칠 전에 배달된 글을 여기에 옮겨와 본다.
30대 중반은 넘은, 어딘가에 매달려 일정 시간을 보내본 사람들에게는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네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판단이 서면 최선을 다하라. 하지만 네가 할 수 없는 일이라면 과감하게 포기하라. 그 대신 너는 대지의 신에게 할 수 있는 일과 포기해야 할 일을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는 지혜를 달라고 기도하라."


- 출처미상, 어느 인디언의 이야기 -



아프리카 원주민들이 개코 원숭이를 사냥하는 방법은 아주 쉽습니다. 상자 속에 먹이를 넣어두고 앞발이 겨우 들어갈만한 작은 구멍을 뚫어놓습니다. 원숭이는 이를 꺼내려고 앞발을 넣어 먹이를 쥐지만 구멍이 작아 발을 빼지 못합니다. 결국 원주민이 다가오고 있는 데도 먹이를 놓지 못한 원숭이는 붙잡히고 맙니다. 참 어리석지요?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포기하지 않고 꿈을 향해 도전하는 것을 숭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우격다짐이 많은 이들의 삶을 막다른 길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지금 손에 쥔 것을 놓으면 다른 새로운 것을 집을 수도 있는데도 계속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에서 개코 원숭이의 모습을 떠올린다면 너무 비약일까요?


물론 그렇다고 원하는 것이 있는 데도 시도조차 해보지 않거나 때 이른 포기를 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언제 포기해야하고, 어떻게 포기할지에 대한 지혜를 익히는 것입니다. 포기는 결코 체념이 아니고, 인생사전에 없어야 될 해로운 것이 아니며, 새로운 시작과 현실적 희망을 이어가는 필수적인 삶의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포기가 체념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 되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첫째, 포기의 계획과 기준을 세워 능동적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주식투자를 할 때 손절매의 기준을 잡아놓는 것처럼 도전을 할 때도 기한과 기준을 정해놓아야 합니다. 그래야 최선을 다할 수 있고 깨끗하게 포기할 수 있습니다. 둘째, 목표는 포기하더라도 가치나 방향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부산으로 가는 목표지점은 포기하더라도 동남쪽으로 가겠다는 방향을 포기하지 않으면 우리는 또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포기는 결코 끝이 아닙니다. 포기는 끝이라는 마음에서 벗어난다면 우리는 포기를 통해 또 다른 선택과 희망으로 삶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집념집착의 차이가 무엇일까,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이 생각은 과연 집념일까, 집착일까, 혼란스러워 하던 때가 있었다.
이제는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다. 그것은 책을 읽어 알게 된 것도 아니고, 누군가 알려준 것도 아니고... 

살다보니 알게 된 것이다. 시간이 알려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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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넛공주 2010-06-27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이상하게 아무리 머리 터져라 생각해도 알 수 없는 문제는,
결국 그냥 알게 되더라고요.(뭔 소린가 이게)

hnine 2010-06-27 20:54   좋아요 0 | URL
아, 전 뭔 말씀이신지 알것 같습니다 ^^

루체오페르 2010-07-04 0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이 글 메일 압니다. 저는 메일링 신청해서 보거든요.
구본형 변화경영 연구소에 소속된 정신과 의사 문요한님(저서-굿바이 게으름)이 보내신 메일 이었죠.
내용이 좋아서 기억에 남았습니다.
포기를 잘하는것은 곧 기회비용을 잘 따져보는 것이고 매우 중요한것 같습니다.

hnine 2010-07-05 00:58   좋아요 0 | URL
아, 루체오페르님도 이 메일링 서비스 아시는군요 ^^
 

1991년, 마흔의 나이에 현대아동문학상, 계몽아동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김 향이는 이후 1994년 <달님은 알지요>로 삼성문학상을 받고 이 작품이 모 방송국의 책읽기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그 이름이 더욱 널리 대중에게 알려지게 된 작가이다.
그녀의 작품은 지나간 시간을 배경으로 하든 요즘을 배경으로 하든, 작품 속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김 향이 그녀만의 아이들이라는 색깔을 지니고 있다. 악착같지 않고 아이다운 순수함이 살아있는 아이들. 다른 작가의 작품에서 느껴지지 않는 차이점이라면, 그녀의 작품 속의 아이들은 부자연스럽게 꾸며진 티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순전히 작가의 머리 속 구상에 의해 탄생된 하나의 인물이 아니라 마치 작가가 오래 알고 있는 어떤 인물을 옆에서 지켜 보며 그려낸것 같은 자연스러움이랄까. 그것은 주인공 인물 뿐 아니라 작품 전체의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느낌이기도 하다. 이럴 때 빠지기 쉬운 딜레마라면, 쉽고 빠르게 읽히는 반면에 극적인 효과가 적어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계속 안읽어봐도 결말이 뻔히 예상이 된다거나 그래서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함정이 있는데, 아마 김 향이의 작품도 그러했다면 나도 한 두 작품 읽어보고 더 이상 계속 읽어볼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고 지금 이런 글도 쓰게 되지 않았을 것이다. 억지없이 자연스럽게 진행되어 가면서도 재미를 주고 감동을 주기란 쉬운 일이 아니고 작가로서 자리매김하는데 하나의 넘어야 할 턱이 아닌가 싶다. 

2005년에 나온 저학년 동화집 <붕어빵 한개>를 보자.
 
이 책은 92쪽 짜리, 글씨도 큼지막한 저학년용 동화집인데 다섯 편의 단편 동화가 실려있고 모두 사랑이라는 아이가 등장한다. 아이가 먹으려고 했던 붕어빵을 실수로 땅에 떨어뜨리자 아이는 먹기를 포기하고 집에 가버리지만 그것을 고양이가, 그리고 늙은 쥐가, 참새가, 개미가, 마지막으로는 땅속 풀잎에게까지 좋은 먹이와 영양분이 되어 준다는 내용의 <붕어빵 한개>. 우리가 사는 세상엔 우리 인간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많은 생명체가 존재하며 이들도 우리처럼 먹고 숨을 쉬며 살아있음을 아이들에게 일깨워주는 내용이다. 다락방에서 나온 오래된 물건들을 소재로 쓴 <다락에서 나온 보물>에는, 할머니가 아빠를 키우며 모아놓으신 벼라별 물건들이 다락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발견되는데 그것들은 더이상 아무데도 쓸모 없는 물건들일지 모르지만 할머니가 모아놓은 아빠를 위한 일종의 '타임캡슐'이라고 새로 이름을 붙임으로써 보물과 고물을 재치있게 연결한다. <선물>이라는 단편에서의 아이 마음은 또 얼마나 아이다운가. 아끼는 분홍신을 신고 개울에 간 아이는 신발을 고이 벗어놓고 개울에 들어가 물놀이를 하고 나온다. 나와보니 신발 한짝이 그 자리에 없는 것을 알고 낙심하며 여기 저기 찾아보던 아이가 마침내 신발 한 짝을 찾아낸 곳은 갈대밭 사이. 참새 한 마리가 그 속에서 곤히 잠이 들어있는 것이다. 아이는 어떻게 했을까? 참새가 깰까봐 조심조심 돌아나와 신발을 한짝만 신고 집에 돌아오며 다른 한짝은 참새에게 그냥 선물로 주기로 한다. 큰 사건을 만들지 않으면서도 읽는 사람이 감동을 받은 이유는, 예상을 깨고 아이의 중요한 것의 우선 순위가 바뀌는 부분 때문이지 않을까 한다. 내게도 귀한 신발이지만 참새의 잠자리가 되어주고 있는 것을 본 순간 참새에게 나의 귀한 것을 내어 주는 마음. 어른이 닮아야 할 아이의 마음 아닐까?
다음에 이어지는 <마술의 비밀>도 가슴을 찡하게 한다. 스무살이나 되었지만 정신 지체인 축복이. 불편한 손 대신 입으로 종이 접기를 하여 아이들을 재미있게 해준다. 남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축복이가 기울였을 노력과, 자신의 노력으로 다른 사람을 기쁘게 했을 때 행복해 하는 축복이를 보며, 모르던 것도 아닌데 '아, 이런 것이 행복이고 보람이지.' 하며 새삼 마음이 따뜻해져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사랑이네 집 화분 이야기<선인장과 나팔꽃>에서는 예쁜 꽃을 피운 나팔꽃에 기죽어지내던 선인장이, 나팔꽃이 지고 마침내 씨만 남게 되자 나팔꽃을 시기하고 미워했던 때를 후회하며 꽃을 그리워하며 세월을 보내다가 어느 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조용히 선인장꽃을 피운다는, 마치 무슨 선문답이 들어있는 듯한 내용의 동화이다. 


이보다 먼저 나온 책인데 역시 초등 저학년 대상의 동화집으로 <우리집 보물> 이 있다.

일곱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우리 집엔 형만 있고 나는 없다>란 작품에서 형은 맏이라서가 아니라 선천적으로 병약하기 때문에 엄마와 할머니의 특별한 보살핌을 받는데 동생은 그것이 못마땅하다. 하지만 할머니의 손주 사랑은 형, 동생 가릴 것 없다. <이번 한번만> 에서, 동생 동이가 감기를 자주 앓자 할머니께서는 잉어를 잡아다가 손수 달여주시며, 달여지는 동안 정성껏 손주의 건강을 염원하는 기도를 올리신다. 자기를 가지셨을 때 아무 태몽도 안 꾸었다는 엄마의 말에 실망이 이만 저만 아닌 아이에게, 잠자면서 꾸는 꿈은 진짜 꿈이 아니고 이 다음에 어떤 사람이 되겠다는 소망을 가지고 또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면서 가꾸고 키워가는 꿈이 진짜 꿈이라고 가르쳐 준다는 내용의 <진짜 꿈>, 어느 날 집의 처마 밑에 제비가 새끼를 낳고 이들이 자라나는 것을 동이는 재미있게 지켜보며 지내고 있었는데, 이 새끼들이 자라서 마침내 둥지를 떠나게 되자 그것에 대한 서운함을 감출 수 없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어른이 된다는 것, 성장, 그리고 독립에 대한 것을 배워간다는 내용의<동이네 아기 제비>, 동생이 없는 대신 엄마가 사다주신 강아지 방울이를 열심히 돌보는 동이를 그린 <내동생 방울이>, 새 물건을 서로 갖겠다고 다투는 효은, 영은 자매에게 할머니는 곡식을 부드럽게 갈때 쓰는 돌을 뜻하는 '확독'의 의미를 알려주시면서, 오래 써서 반질반질 손때 묻은 물건이 바로 우리 집의 보물임을 깨닫게 해주신다는 <우리 집 보물>, 오 헨리의 마지가 잎새를 떠올리게 하는 내용의 <소녀와 아기나무>에서 아기 나무는 소녀가 입원해있는 병동의 시멘트 벽 틈으로 자라나고 있었는데 하필 넓은 땅을 두고 이런 위치에서 자라게 될 게 뭐냐고 비관하는 나무와 아픈 소녀가 서로 의지가 되어 주다가 소녀가 퇴원하는 날 아기 나무를 집으로 데려가기로 한다는 내용이다.   

 

  초등학교 고학년 대상의 동화집이면서 김 향이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이기도 한 <쌀뱅이를 아시나요>에는 총 일곱 편의 동화가 실려 있는데, 동화이기도 하면서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이 꾸밈없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사람 냄새 폴폴 나는 이야기 들이다. <너무너무 사랑하니까>에 등장하는 아이 홍점이는 이마에 빨간 반점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 그것때문에 아이들로부터 놀림감이 될 뿐 아니라 동생 홍주마저도 친구들을 자기 집에 초대하길 꺼려할 정도로 언니를 창피해한다. 속상한 홍점이는 어느날 우연히 목발을 짚고 있는 마을 아저씨를 만나서, 홍점이 이마의 점은 하느님이 먼데서도 홍점이를 금방 알아보시려고 해놓은 표시라는 얘기를 아저씨로부터 듣고는 구겨진 마음을 펴게 된다. 하느님이 홍점이를 너무너무 사랑한다는 얘기이니까. 잔잔한 감동을 주는 이 짧은 이야기 속에 작가가 한줄 한줄 정성들여 하고 싶은 얘기를 전달하려 애썼다는 느낌이 전해져 오는 작품이었다.
우리 나라 전통 문화로서 판소리가 등장하는 작품 <소리하는 참새>. 갓 태어난 아기 참새들을 조용한 곳에서 안심하고 키우고 싶은 아빠 참새는 마침 빈집을 발견하여 기뻐하며 식구들을 모두 데리고 이사를 하는데, 밤에는 조용하던 집이 낮이 되자 사람들이 모여 들여 시끌 벅적해지자 당황하게 된다. 알고 보니 그 집은 신재효 선생의 생가로서 낮 동안엔 관람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곳. 낭패라고 생각하는 대신 아빠 참새는 이 집에 사는 동안 사람들의 판소리를 배워 아기 참새들에게 가르치자고 엄마 참새와 다짐한다는 내용이다. 우리의 전통 문화의 소개를 이야기로 꾸며내는 작가의 능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다음으로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쌀뱅이를 아시나요>란 제목을 본 순간 누구나 '쌀뱅이'가 무슨 뜻일까 궁금해 했을 것이다. 얼굴이 쌀처럼 하얗다고 해서 그런 이름으로 불리게 된 백인 혼혈 소녀 쌀뱅이를 양색시 출신 엄마가 할머니에게 맡기고 떠난 후 할머니 밑에서 자라다가 할머니마저 돌아가시자 아버지의 나라 미국으로 보내진다. 사람들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쌀뱅이를 안됐다고 생각하고 더 친절하게 대해주며 친하게 지내려고 하던 순애는 그 이후로 쌀뱅이와 연락이 끊긴채 어른이 되는데, 어느 날 고국을 찾은 쌀뱅이와 해후하게 되어 어린 시절을 돌아보고 고향을 돌아본다는 감동적인 이야기이다. 작가는 나와 다른 이웃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그리고 남의 상처를 비웃을 것이 아니라 서로 감싸주고 이해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으리라. 책 표지의 노란 원피스를 입고 노란 머리를 한 쌀뱅이와 치마 저고리를 입고 고무신을 신은 순애가 서로 손을 잡고 징검다리를 건너는 그림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도 한동안 눈 앞에 어른거렸다.
다음 작품은 <막둥이 삼촌>이다. 발달 장애와 정신 지체를 갖고 있는 막내 삼촌을 데리고 시골에서 사시던 할머니가 돌아가시게 되자 동우 아버지는 혼자 남게된 삼촌을 서울 집으로 데려오기로 한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동우네 식구들과 함께 서울로 가는 자동차에 오르고 나자 삼촌은 울고 불고 하며 할머니를 목놓아 부른다. 남들보다 모자라는 삼촌을 끝까지 사랑으로 돌봐주시던 할머니를 대신해서 많이 많이 사랑해주리라 생각하는 동우. 어린 아이의 마음 씀씀이가 어른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하였다. 다만 경험한 것이 어른에 미치치 못할 뿐 오히려 더 순리대로, 마음이 움직이는대로, 계산없이 판단하고 행동하는 어린이들을 사사건건 가르치려고 드는 어른들이란.
<마음이 담긴 그릇>에서는 도자기를 굽는 일로 생계를 삼고 있는 형제 사이의 갈등과 경쟁 심리를 그리고 있는데 역시 결말은 갈등과 경쟁심보다 더 큰 형제애로 그 벽을 허물어뜨리며 맺는다. 이런 것이 김 향이 작품의 하나의 특징이 아닐까 한다. 갈등과 불만, 대립을 내세우지만 결국 사람 사이에는 그것들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대응하는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와 정, 사랑, 배려라는 것들도 숨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리 쉽게 절망과 슬픔으로 무너질 수 없다는 것을 아주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에서 드러내보이는 것 말이다. 이 작품에서는 기술보다 정신을 앞세워야 한다는 예술가의 자세에 대해서도 은근히 강조하고 있는데 형을 앞지르기 위해 혼자 어떤 비법을 알아냈다고 신나하는 동생이 결국 원하는 빛깔의 도자기를 굽는데 실패하자 형이 동생을 위로하며 하는 말, 정성을 모으면 언젠가 뜻을 이루게 될거라는 것이다. 처음 듣는 말도 아닌데 이 이야기 속에서는 왜 그리 새삼스럽게 마음에 와서 닿던지.
벙어리 할아버지를 뜻하는 제목 <버버리 할아버지>에서도 보이듯이 김 향이 작가는 이름도 참 잘 짓는다. 이름을 잘 짓는다는 것은 우리 말에 대한 어떤 감각이 있다는 뜻일 것이다. 시골에서 평생을 농사지으며 사시다가 댐이 생기면서 하루 아침에 농토를 잃고 화병이 나신 할아버지. 아버지는 그런 할아버지를 서울로 모시고 온다. 얼마 후 할머니 마저 돌아가시고나자 자폐증에 실어증까지 오게 된 할아버지를 가족들은 가족 회의 끝에 시설 좋은 양노원에 모셔다 드리기로 한다. 아마 비슷한 연배의 노인들과 함께 있으면 덜 외로와 하실지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다. 일주일에 한번 양노원으로 할아버지를 뵈러 가족들이 찾아가지만 할아버지는 여전히 가족들을 보아도 아무 말씀도 안 하실 뿐이다. 손자 동준이는 그런 할아버지를 보면서 마음이 아프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 과제를 하다가 문득 동준은 할아버지에게 보리싹이 들어있는 화분을 가져다 드려야겠다고 마음을 먹는데, 보리가 새파랗게 자라나오는 것을 보면 할아버지 말문이 열리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시설이 최고인 양노원을 생각해낼때 아이는 보리싹이 자라는 화분을 생각해낸다. 새로운 생명체인 보리싹을 통해 상실한 생명력을 다시 찾아드리려는 동준의 생각이 어른들보다 훨씬 낫지 않은가? 아울러 동화를 쓰는 사람 역시 이런 보리싹을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으로 <부처님 일어나세요>에서는 5.18 광주항쟁이 배경으로 등장한다. 작가는 이런 역사적 사건을 어린이들에게 어떻게 소개했을까? 5.18 광주항쟁때 행방불명된 아들을 기다리는 할머니와 그 할머니를 지켜 보는 손녀 순임의 얘기로 풀어간다. 할머니는 아예 절에서 수십년 째 공양주로 기거하면서 삼촌을 찾게 해달라고 치성을 드리며 지내고 계신다. 할머니를 뵈러 절에 간 순임은 누워 있는 와불을 모시고 있는 곳으로 가서 부처님이 일어나시기만 하면 세상이 바뀐다고들 하니, 제발 우리 할머니 걱정을 덜어드릴 수 있게 부처님이 이제 그만 일어나시라고 빈다. 이 작품의 제목 <부처님 일어나세요>는 그래서 붙여진 제목. 5.18을 어린이 수준의 동화로 무리없게 소화해내고 있는 것을 보고 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의 일곱 개의 작품 하나 하나가 제각기 정성스레 빚어진 수작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고학년 동화이자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이고, 아마도 작가가 낸 책들 중 지금까지 가장 많이 팔린 책이기도 할 <달님은 알지요>는 1994년에 처음 나온 책이다.  

무당인 할머니와 함께 사는 열두살 소녀 송화의 이야기의 모티브는 칠성당 할머니를 포함하여 작가가 어릴 때 살던 마을 사람들을 회상하며 얻어왔다고 한다. 이야기를 지어낼 때 작가 자신의 경험을 그대로 옮기는 것처럼 주의해야 할 일도 없다고 하던데 작가는 경험에서 빌어오되 그것을 다시 작가가 말하고 싶은 주제를 실어 재구성함으로써, 글이 자연스럽게 살아있으되 추억담처럼 처지지 않게 하고 있었다. 엄마 아빠 얼굴도 모르는 송화는 달, 강물, 풀, 나무 등 자연을 벗으로 삼고, 그런 대상들을 말 못하는 무생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친구로 삼아 자기 마음을 털어놓는다. 우리는 왜 이게 안될까? 열두살 송화도 할 수 있는 것을 왜 우리 어른들은 못하고서 아무도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네, 말 할 상대가 없네 하며 외로움을 하소연할 상대를 찾아 헤매는 것일까. 마을의 단짝 친구 영분이네가 서울로 이사가는 장면은 처음 보는 장면도 아닌데 어쩌면 그렇게 실감나게 마음에 와닿던지. 마치 내가, 살던 곳을 떠나 먼 곳으로 이사를 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기도 하고, 또 송화의 입장이 되어 형제나 다름없던 친구를 먼곳으로 보내며 남은 자의 슬픔에 빠져드는 기분이 되기도 했다. 태어나서 한번도 엄마 아빠의 보살핌 없이 살고 있고 남들이 평범한 눈으로 보지 않는 무당 할머니와 함께 사는 송화의 상처, 술 먹고 들어와 엄마를 때리는 아빠를 못 견뎌 엄마가 갓난 쟁이 아기까지 두고 집을 나간 영분이의 상처, 어린 나이에 혼인을 하고 얼마 안되어 남편과 헤어지고 전쟁 통에 죽은 아이를 낳고 큰 놈마저 잃고는 실성하다시피 하여 무당의 길로 들어선 할머니의 상처, 이런 사람들이 모여 살지만 그런 아픔과 상처를 서로 이해하고 건드리지 않으며 아름답고 곱게 살아가는 모습이 눈물겹다. 우리의 삶을 힘들고 아프게 하는 것은, 나만 상처을 입어서가 아니구나, 내 상처가 더 특별하고 더 깊어서가 아니구나, 또 배운다. 그 상처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주저앉아 버리는 것은 훨씬 쉬운 일, 내가 그러고 있을 때 어떤 사람들은 그 상처와 아픔을 받아들이고 그래도 여전히 내 앞에 놓여진 생을 소중하게 여기며 희망을 버리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구나, 이런 깨달음.
작가는 워낙 우리 말 사용법과 서정적인 묘사법에 뛰어나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우리의 정서 속에 푹 빠져들게 한다. 책 뒷표지에 권정생 작가가 언급했듯이 우리 아동문학에 이만한 작품이 나오기는 참 오랜만이라는 말에 의의를 달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는 작품이었다.

우리의 소설, 우리의 동화가 세계적인 어떤 트렌드를 쫓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조금씩 들어가고 있던 요즘, 김 향이 작가의 작품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깊은 숨을 쉬며 안심이 되었다. 일종의 안도의 한숨 같은 것이다. 그래서 이 글을 마치는 지금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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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0-06-16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평론이네요.
전 사실 김향이 작가님 글을 많이 못 읽었어요
정말 요즘 책도 못읽고
님이 참 부럽고 대단하신 것같아요

hnine 2010-06-16 05:29   좋아요 0 | URL
저도 이름만 알고 있다가 이번에 연달아 읽어보게 되었어요.
동화는 금방 읽으니 이렇게 몰아서 읽기가 좋은 것 같아요. 그러면 작가의 분위기 파악도 되고요.
리뷰에는 한번에 한권씩 밖에 안올라가서 할수 없이 이렇게 페이퍼로 썼네요. 평론은요 무슨. 책의 줄거리 중심으로 썼는걸요. 안그러면 금방 잊어버려서요^^
하늘바람님은 요즘 책을 읽는 대신 직접 '쓰고' 계시잖아요 ^^

비로그인 2010-06-16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심 먹고 양치질 하고,, 물한잔 마시면서 다시 읽고 갑니다. hnine 님 ^^

hnine 2010-06-16 17:04   좋아요 0 | URL
오늘 덥지요? 저 위의 <달님은 알지요> 는 바람결님께도 한번 읽어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은 책이랍니다.

순오기 2010-06-16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향이 작가에게 빠지셨군요~ 덕분에 저도 못 읽은 책을 알아갑니다.^^
쌀뱅이를 아시나요,에 실린 마음이 담긴 그릇은 5학년 2학기 읽기에 수록됐는데
내년에 나오는 개편 교과서에 실리는지 빠지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쇠무릎이야,에 실린 '비둘기 구구'는 4학년 1학기 읽기에 실렸었는데
개편된 교과서에는 빠졌고요.

hnine 2010-06-17 06:33   좋아요 0 | URL
'나는 쇠무릎이야'를 아직 못 읽었어요. 읽어봐야겠군요.
'내 이름은 나 답게'는 읽고도 못 썼고요. 사실 '내 이름은 나 답게'는 다른 작품들에 비해 제가 읽기에는 별로였거든요.
작가별로 몰아 읽는 재미가 있어요. 다음엔 어느 작가 작품들을 읽어볼까 생각 중인데 서평단 책 부터 어서 읽고나서요 ^^

같은하늘 2010-06-17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덕분에 따뜻한 작가님을 한분 알고갑니다.^^

hnine 2010-06-17 17:33   좋아요 0 | URL
같은하늘님, 아직 안 읽어보셨으면 이분의 책 꼭 한번 읽어보세요. 전 위의 '달님은 알지요'를 읽으면서 평생 이런 동화 한편만 쓸 수 있어도 얼마나 좋을까 이런 망상 (^^) 까지 해봤어요.
 

"너 그렇게 자꾸 사람들 보는데서 코 후비면 여자애들에게 인기 없어. 어떤 여자애도 아무데서나 코후비는 남자 애를 좋아하지 않거든." 

우연인가? 이 말을 아이에게 한 바로 그날, 아이 책상 위에서 저자의 이름 때문에 눈에 띄어 집어든 책이 있었다. Louis Sachar의 Marvin Redpost 시리즈. 그 중 Why pick on me? 라는 제목의 얇은 챕터 북이었다.   

"구덩이"란 작품으로 뉴베리 상을 받은 Luois Sachar가 이런 챕터 북도 썼구나 생각하며 책을 들춰보고 있는데 아이가 옆에서 거든다.
"읽어보세요. 재미있어요." 

주인공은 Marvin Redpost 라는 초등학생 남자 아이. 늘 코를 후비기를 좋아하여 반 아이들에게 놀림도 자주 받고 지저분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하지만 버릇을 쉽게 고치지 못하는 아이이다. 

그러던 어느 날, 반 아이들과 공놀이를 하던 중 Clarence라는 아이가 금을 밟는 것을 보았는데 안그런척 하며 스스로 이겼다고 하는 것을 Marvin이 지적하자 Clarence는 Marvin의 말을 무시하며 참견말고 가서 코나 후비라고 한다. 너는 코후비고 있느라고 아무 것도 보지 못했다면서.

Marvin은 자신의 억울함을 증명하기 위해 보는 아이마다 Clarence가 금을 밟았다, 나는 그때 코를 후비고 있지 않았다고 얘기하지만 아이들은 귀담아 듣지를 않고 오히려 그만 좀 하라고 귀찮아한다. 

마침 선생님께서 앞으로 50년 후에 개봉할 타임 캡슐에 집어 넣을 설문지를 작성하게 하는 과제를 내주시는데, 다른 아이들이 대개 "좋아하는 색깔은?", 혹은 "좋아하는 음식은?" 같은 평범한 질문을 가지고 설문지 작성을 할때 Marvin 이 만든 설문지의 질문은 다음과 같다.

"당신은 손으로 코를 후빈 적이 있습니까?"

마치 이 세상에 손으로 코를 후비는 사람은 자기 한 사람인양 놀려대는 사람들에 대해 정말로 궁금했던 것이다. 그들은 손이 아니라 모두 휴지를 꺼내어 닦아 내는지.
그런데 놀랍게도 Marvin을 그렇게 놀려대던 사람들을 찾아 다니며 일대일로 만나 솔직한 대답을 해달라며 물어보자 모두들 대답은
"손으로 코를 후빈 적이 있다" 였다. 심지어는 담임 선생님, 그리고 교장 선생님까지.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날, Marvin의 설문 결과 발표에 반 아이들은 모두들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특히 담임 선생님과 교장 선생님도 손으로 코를 후빈다는 말에 거짓말이라고 한다.
발표가 끝난 후 담임 선생님은 특이한 질문을 가지고 조사를 잘했다고 Marvin을 칭찬하시고 우리 자신에 대해 잘 알수 있게 해주는 결과였다고 말씀하신다. 결국 반 아이들도 Marvin의 결과에 동의를 하고 Marvin은 사람은 누구든지 코를 후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객관적으로 보여주었고 아이들은 더 이상 Marvin을 놀리거나 따돌리지 않게 되었다.  

놀림의 대상이 되던 자신의 행동에 대해, 그렇게까지 놀림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Marvin의 당당함, 그리고 그것을 해결해가는 방법이 유쾌하고 설득력있어 기분 좋게 읽힌다. 이렇게 참신한 내용이라니.

다 읽고서 바로 몇 시간 전 아이를 놀리는 투로 야단쳤던 나의 행동을 돌아보게 된다.
나보다 먼저 읽은 아이가 나보고 "읽어보세요. 재미있어요." 라고 했었지.
그냥 재미있으니 읽어보라고 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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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0-06-05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다린이가 이런 영어책을 읽을 수 있나봐요 저보다 낫네요

hnine 2010-06-05 11:15   좋아요 0 | URL
요즘 초등학생들은 저희 때와는 또 다르더라고요. 그리고 이 책은 아주 쉬운 영어로 되어 있는 책이기도 하고요. 우리 나라 창작동화들과 비교도 해볼겸 해서 저도 즐겨 읽는답니다.

꿈꾸는섬 2010-06-05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정말 재밌겠어요.^^ 우리 애들도 엄청 잘 파거든요.ㅋㅋ

hnine 2010-06-05 18:24   좋아요 0 | URL
코 후비는 모습이 예쁘지는 않지만 놀림거리로 삼을 것도 아니라는 걸 이 책을 읽으며 새삼 느꼈네요. 그래서 여자친구에게 인기가 없네 어쩌네 하면서 제 딴에는 설득을 해보려 했는데 말이지요.

lazydevil 2010-06-05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하~~ 또 웃어서 죄송ㅠㅜ 또 웃긴 걸 어떻게 하나요^^

hnine 2010-06-06 08:58   좋아요 0 | URL
아, 정말 이 버릇 아무 말 없이 묵인해주는 엄마, 별로 많지 않을걸요. 더 어릴 때에는 왜 그 손가락 입으로 가져가기도 하잖아요 크~

같은하늘 2010-06-14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둘째 하루에도 열두번 코를 후벼요. 코속에 뭐가 들어 있다면서요.
아마도 비염 때문에 코가 답답해서 그런거 같지만, 그래도 보고는 싫으니 코후비면 다친다고 달래고 있는데... 이젠 여자친구가 싫어한다고 얘기해줘야 겠네요.^^

hnine 2010-06-15 00:19   좋아요 0 | URL
하하, 코 속에 뭐가 들어있다면서요 ㅋㅋ
제 아이도 비염 증세가 있어요. 여자 친구가 싫어한다고 해도 자기는 여자 친구 안 만들거라면서 끄떡도 안 하네요.
 

  

2005년 영화이니 나온지 꽤 된 영화이다.
평소에 이런 류의 영화를 즐겨 보는 편은 아닌데 이번에 이 영화를 봐야할 일이 있어서 일부러 찾아서 보게 되었다.
내용을 약간은 알고 보기 시작했지만 막상 보고 있자니 소름이 끼친다.
개인적으로 이건 너무나 가능한, 멀지 않은 우리의 미래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내게 있어 더 이상 '미래공상과학, 그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똑같은 제복의 사람들.
아침 기상과 함께 자동적으로 건강 체크가 이루어지고 주의 사항이 전달된다.
그 사람의 건강 상태를 최대한으로 고려한 식단이 짜여져 배급되고, 주어진 스케쥴에 따라 맡겨진 일에 종사하게 된다.
이들은 오염으로 멸망한 지구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 (이라고 믿고 있는).

제목의 '아일랜드'란 이들이 이상향으로 그리고 있는 어떤 곳을 뜻하는데 매주 추첨을 통해서 몇 명을 뽑아 그곳으로 갈 기회가 주어진다. 뽑힌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부러움을 받게 되며, 뽑히지 않은 사람들은 다음 추첨의 기회를 기다리며 그곳으로 가게 될 날을 고대하게 된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밝혀지는 사실은, 이들은 인간의 장기에 질병이 생겼을 경우 그것을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져 보관, 관리되고 있는 클론들이고 이들이 살고 있는 곳은 이것을 사업으로 삼고 있는 회사의 거대 배양소나 마찬가지인 곳이다. 이 회사에 돈을 내고 고객이 된 인간들, 즉 원본 인간의 장기에 문제가 생기면 그 원본 인간의 클론이 발탁되어 그 장기를 제공하기 위해 사용되게 되는 것인데, 그것을 이 클론들은 추첨에 뽑혀 아일랜드로 가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원본인간과 복제인간이라.
원본과 복사본처럼 원본'인간'과 복제'인간'이라는 말이 우선 충격이다.

 

 

 

 

 

 

 

 

 

 

 

 아래 모습은 자신들이 지내던 곳을 탈출하여 인간들이 사는 곳으로 나온 두 클론 (이완 맥그리거와 스칼렌 요한슨)이 우연히 도시의 어떤 상점 쇼윈도에서 자기의 원본인간의 모습을 발견하고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다.

 

 단순히 생명공학 분야의 큰 이슈인 복제인간에 대한 문제를 그린 영화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맞는 말이지만, 그것의 의미를 얼마나 많은 사람이 실감하고 있을지.

우리의 생명공학 기술은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가. 이미 남편 없이 여자 혼자 정자를 골라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시대이고 그런 회사들은 미국의 경우 1980년대부터 운영되어 왔다. 

생명공학의 발전이 인간의 질병 치료와 예방에 기여하는 바에 대해서는 두말 할 필요도 없으나, 이것이 어떤 비즈니스와 연결되고 회사의 이윤 추구라는 목적과 결부되면 이 영화에서처럼 복제인간 비즈니스라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 무엇이냐는 말이다. 이것은 분명히 인류의 불행을 스스로 자초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나는 분명히 말하고 싶다. 

현재 인간의 대체 장기를 얻기 위해 여러 가지 연구 방법들이 개발, 수행되고 있고, 줄기 세포를 이용하여 새로운 조직으로 분화시켜 인체 특정 부위를 재생하는 방법들이 여러 나라에서 경쟁적으로 연구되고 있는데, 인간에게 해가 될 것이냐 득이 될 것이냐 하는 것은 정말 아슬아슬한 경계면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이런 영화를 보며 다시 한번 머리가 아닌 눈으로 확인을 하고 있자니 소름이 끼칠 수 밖에. 

이런 시대는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지 않는다. 조금씩 조금씩,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한발짝씩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는 보기보다 복잡한 영화이다. 이 감독 혹시 천재 아냐? 다 보고 나서 이런 생각도 했을 정도로. 영화에서 원본인간과 복제인간이 서로 적도 되었다가 동지도 되었다가 하면서 한판 대결을 하는 모습은 참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장면이었다.

언젠가 읽은 아래 책 '기억전달자'는 같은 내용은 아니었지만 그 사람이 가지고 태어난 소인 (유전적 소인)에 따라 나라에서 그 사람의 임무, 또는 직업을 정해주어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게 하고, 병이 들거나 수명을 다하게 되면 조용히 처리되는 방식등, 미래에 대한 가능한 한 모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 영화를 보며 문득 떠올렸던 책이다. 

 

 

 

 

 

 

 

 

  

 

 

인터넷 과학신문 Science Times에 실린 영화 <아일랜드>에 관한 기사를 보고 싶으면 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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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0-04-09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OCN에서 봤는데 정말 끔찍하더라구요.

hnine 2010-04-10 00:08   좋아요 0 | URL
꿈꾸는 섬님도 이 영화 보셨군요.
위에도 썼지만 이런 시대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한발짝 한발짝 우리도 모르는 새에 다가가고 있다는 것, 전 그것이 소름끼쳤어요.

카스피 2010-04-09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제인간도 심하지만 제 3세계 어린이들 장기 매매하는 현실은 더 끔직하지요 ㅜ.ㅜ

hnine 2010-04-10 00:10   좋아요 0 | URL
아, 그런 일도 하는 인간들인데 위의 일은 더 쉽게 하겠군요.
살아있는 생명체 혹은 생명체의 일부를 어떻게 '매매'를 할수가 있는건지.

같은하늘 2010-04-10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비디오로 빌려보고 OCN에서도 보고 두번이나 봤는데...
생각하면 섬찟해요.

hnine 2010-04-10 05:19   좋아요 0 | URL
두번이나 보셨군요.
기술이 발달해갈수록 생명공학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물론이고 일반인들에게도 이 세상에 생명만큼 존귀한 것은 없다는 생명 존중 사상이 더욱 강조되어야 할 필요성을 느껴요.

2010-04-10 08: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0-04-10 09:33   좋아요 0 | URL
그래요? 적어 놓았다가 한번 봐야겠어요. 섬찟하다고 하신 이유가 무엇일지 찾아볼께요.

2010-04-11 2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0-04-12 11:18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안그래도 지난 번에 댓글 달아주신 것 보고 얼른 가서 검색 해보았더니 그런 것 같더라고요 ^^

마노아 2010-04-11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 월광천녀를 추천해요. 이 영화보다 먼저 나온 책인데 설정이 거의 비슷해요. 좀 더 절절하지만요. 제목이 너무 소녀틱하지만 내용은 그렇지 않아요.^^ㅎㅎ

hnine 2010-04-12 11:20   좋아요 0 | URL
제가 몰라서 그렇지 이런 비슷한 내용의 소설이나 영화, 만화 등이 많이 나와있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억해놓았다가 꼭 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