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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바깥에 나갔다 들어와
겨울이 봄에게라는 제목으로 몇줄 끄적거리다가 생각한다.
겨울은 겨울이고 봄은 봄인데,
뭘 이러쿵 저러쿵 의미를 붙이고 말로 꾸며대려 하는가
겨울이니 봄이니 하는 것도 인간이 붙힌 이름일뿐
자연은 그렇게 구분지어 모습을 갑자기 바꾼 적 없는데 

 

쓰던 글을 미련없이 휙, 지워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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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0-02-27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추천! 3번 누르고 싶어요.
이런 명쾌함이라뇨. 모두 부질없는 의미들이겠지요.

hnine 2010-02-28 11:33   좋아요 0 | URL
공감해주시는 프레이야님에게 또 공감을 하며...^^

같은하늘 2010-03-02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그럼 저 위의 추천(3)음 모두 프레이야님이 누르신것? ㅋㅋㅋ
hnine님께도 이런 화끈함이 있으시군요.^^

hnine 2010-03-02 12:46   좋아요 0 | URL
ㅋㅋ 과분한 추천을 받았지요.
제가 저렇게 느닷없이, 예고없이 화끈할 때가 있답니다 ^^
 

'한 우물을 파라'는 옛말에서 부터, 하루에 3시간씩 10년을 노력해야 어떤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좀 더 구체적인 최근의 말에 이르기까지, 이것 저것 건드리는 것 보다는 인내심을 가지고 우직하게 한가지 일에 전념하는 것이 성공의 근본이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기 때문일까. 언제부터인가 개인적으로 한 우물을 계속 파지 못한 것에 대하여 지레 실패감 비숫한 것을 마음 한 귀퉁이에 안고 살고 있었던 것 같다. 

며칠 전, 전공을 살려 학교에 남은 친구와 오랜 만에 전화를 하게 되어 안부를 묻다가 어떻게 지내느냐는 그 친구의 물음에 우스개 소리로 답하면서 나도 모르게 나 자신에 대해 깜짝 놀란 일이 있었다.
친구: "그래, 집에서 뭐하며 지내니?"
나: " 뭐하긴, 학교에서 연구하는 것만 빼놓고는 다 하지. 넌 연구 한가지 하느라 다른 일 아무것도 못하잖아. 난 한가지 안 하는 덕분에 다른 것 다 하고 살아." 
나의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주고 폭소를 터뜨려주는 친구가 고맙다. 

한 우물을 파고 싶었다. 아니,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머리 속에 박혀 있었다. 그런데 사람 일이 꼭 생각대로 되는 것이 아니더란 말이다. 나름대로 몇 년 동안 몸 담고 있던 일을 접기 까지의 과정도 힘들었지만, 그렇게 결정하는 일 자체도 쉽지 않았다. 당장 내 인생은 성공과는 거리가 멀어진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덕분에 배운 것도 많다. 내가 겪어 보지 않았더라면 이해하는데 훨씬 더 오랜 시간과 노력이 들었을 일들을 내가 겪어 보아 알게 된 것들, 지금도 계속 배우고 있는 것들.  

며칠 전에 남편이 하는 말, 요즘 동네 주택가에도 까페들이 많이 생기고 있는데 그 주 고객들이 집에서 살림하는 아줌마들이란다. 나도 까페를 그리 자주 애용하는 사람은 아니고, 더구나 아이를 키우고 빠듯한 살림살이를 꾸려나가는 보통 아줌마이다보니 요원하게만 들리는 얘기이지만 남편에게 대답했다.
"집에서만 있는 주부들일수록 그렇게 일부러라도 바깥 바람을 쐬어 주어야 한다구. 집에만 있어봐. 세상 돌아가는 것도 잘 모르고, 우울증도 오기 쉽고, 식구들과 대화도 쉽게 막히고. 집에 있는 주부들도 그렇게 까페에 나가 차도 마시고, 친구들과 얘기도 하는것, 나는 참 필요하다고 봐."
진심이다.  

내가 대학생일때,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학교 앞 까페에 나와 친구들을 만나는 아줌마들을 이해 못했었다. 아이 키우랴, 직장 생활 하랴, 지각, 조퇴 잦고, 그러면서 미안해하지도 않는 직장내 아줌마 동료들을 보며 또 잘난 척 했었다. '아니, 결혼하고 아이 낳으면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걸 모르고 결혼하고 아이 낳았나? 대책도 없이...'  

나의 에너지를 한군데 집중시켜 일하고 있는 생활을 내 자의에 의해 그만 두고, 이것 저것  여러 가지 일에 그 에너지를 분산시켜야 하는 지금, 나처럼 multi-tasking 인간이 못되는 사람은 늘 머리 속이 복잡하지만, 그래서 예전에 눈도 돌리지 않은 곳들에 눈길이 간다. 대형 마트 대신 매일 장바구니 들고 장 보러 다니면서 길가의 채소 파는 할머니들과 얘기도 나누고, 반찬 만드는 방법을 요리책이 아닌 그 할머니들에게 물어서 해보기도 하며, 전혀 관심도 없던 떡이니 빵을 만들기도 한다. 영어, 수학 배우느라 학원 보내는 것은 최대한 미루자는 생각으로 내가 직접 아이에게 이것 저것 가르치느라 나름 공부도 한다. 대신 일주일에 한번 아이가 배우고 싶다는 중국어 선생님이 오시는 날은 나도 방문 너머로 들으며 중국어를 배워보기도 한다. 아이 데리고 다니면서 나도 새로 배우는 것들이 많아졌다. 읽고 싶던 책을 맘껏 읽고 있다. 이게 웬 생각지도 못했던 여유란 말이냐. 그러고도 너 실패감이니 어쩌니 하면서 불평할래?

내 맘속에 조금이라도 남아있던 실패감이 조금씩 극복되어 가는 것 같아 기쁘다. 아니, 내가 특별히 노력한 것이 없으니 '극복'이라는 말 보다는 그저 나이가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여전히 한 우물을 파는 사람들을 존경한다. 그 분들이라고 중간에 위기의 순간들이 없었으랴.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고 해서 그것을 자기 인생의 어떤 결점으로 볼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 뿐이다. 그대신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를 생각하는 편이 우리 자신에게도 훨씬 좋다. 그리고, 지금 그 우물 파던 삽을 놓았다고 해서, 영영 놓아야 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으니까. 다시, 더 굳건한 손으로 놓았던 삽을 다시 잡을 날이 올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인생은 그래서, 그런 예측불허성때문에 힘들기도 하고 신도 나고 하는 것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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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30 18: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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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30 20: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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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30 20: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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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30 20: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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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1-31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12시 넘었으니..한 발은 저기에 있는 어제라고 해야겠죠?^^) 약간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hnine 님의 깊은 속뜻은 제가 알 수 없겠지만 그냥 왠지 쓰신 글 보고 그런 생각이 드네요~ ㅎ

덕분에 뭔가 좀 힘이 납니다. 잘 보고 갑니다 =D

hnine 2010-01-31 09:40   좋아요 0 | URL
제 생각, 비슷한 생각, 그런 생각...모두 이심전심으로 이해하고 넘어갑니다 ^^
좀 힘이 나셨다는 말씀을 통해서도요.

2010-01-31 04: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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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31 09: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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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31 10: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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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31 10: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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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미 2010-01-31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난 애초에 한 우물 팔 생각도 못했던거 같아.
애들을 기르다 보니,
한 우물을 파기 전 ,우물을 파고 싶어 하는지, 어떤 우물을 팔건지에 대한
내가 아이가 파길 원하는게 아니고,
그 아이가 파고 싶어하는게 뭘지에 대해 알고 시작하는게 필요한거 같더라.

hnine 2010-01-31 21:24   좋아요 0 | URL
결혼을 하면 여자는 일을 계속 해나가기 어렵다고 엄마가 하도 그러셔서 나는 결혼도 안할 수 있으면 하지 말아야지 생각했다니까~ ㅋㅋ

하늘바람 2010-01-31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우물 파기란 쉬운 일도 아니지만 한우물 파지 않아서 더 좋은 점도 전 많았던 것같아요. 님이 다린이를 가르치시기 위해 공부하시는 것들 참 부러워요. 저도 그러고 싶었는데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닌 것같아요.
엄마의 그런 마음 덕분에 다린이는 좀더 여유있게 더 많은 것을 배우는 것같아요.

hnine 2010-01-31 21:28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도 그러시군요. 그런데 크게 보면 지금도 한우물을 파고 계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

같은하늘 2010-02-09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제부터 무슨 우물을 파야하나 고민하는 사람인데요...

hnine 2010-02-09 17:54   좋아요 0 | URL
그게 한 순간 결정되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늘 염두에 두고 있다보면 어느 날 길이 보이지 않을까요.
사실 저는 아이가 엄마를 제일 필요로 하는 시기에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내며 보내는 시간도 '한 우물'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싶거든요. 주위 사람들이 나의 그런 소신을 알아주지 않을때가 많아 종종 흔들릴 정도의 내공 밖에 되지 않는게 저의 문제이지만요 ^^
 

 

내가 그릇이 크지 못해서 그런가
가까이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 양보 못하고 이기고 싶어하고
내가 더 옳음을 외치기에 물러설 줄 모르면서
더 중요한 다른 사람을 위하는 마음이었노라고
더 큰 뜻을 위해서라고
이렇게 서로 상처내고 있는 것도
다 한 식구이기 때문에,
애정이 있기 때문에 그러는 거라고
그러는 말들을 알 수가 없다.  

떠나는 것 만큼이나,
비록 구차해보이더라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더 힘들어 보이는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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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04 21: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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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04 21: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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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04 2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04 22: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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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몇번을 쓰려다가 말던 것을 지금 쓰려고 한다.
장고 끝에 악수라고, 이러다가 신년 벽두부터 넋두리로 터져 나오게 하느니 차라리 지금이 나은 것 같아서이다. 

언제부턴가 산다는 것은 특권을 누리고 있는 중이 아니라 ' 받는 중'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벌 받는 주제에 행복이고 불행이고 따지는게 의미가 있나? 벌 받는 행위 자체가 '누리는' 것이 아니라 '견뎌야' 하는 과정인 것을.  

그런데 삶은 곧 벌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부터, '왜 거의 모든 일이 내가 생각하는대로, 노력하는대로 되지 않을까, 나는 왜 이것 밖에 안될까, 왜 이렇게 세상을 우울한 일 투성이일까, 겨우 이렇게 살다가 가는 것일까', --> 이런 생각들을 덜 하게 되었다는 것은 전혀 예상 외의 결과였다. 내가 이렇게 바닥을 헤엄치는 기분이면서도 남의 삶을 부러워하지도 않게 된 것도. 당신이나 나나 다 벌 받고 있는 중인데 뭐가 부러워, 이렇게 보게 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삶은 '고 (苦)'라고 석가모니께서 그러셨던가.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죄를 지니고 태어난다고 그리스도께서 그러셨던가. 

나의 결론은, '벌이라도 성실히, 끝까지 완수하리라.'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고 믿기 때문에 (사랑? 제일 쉽게 변하는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 나의 이 생각이 즉흥적인 것이 아님에도 언젠가는 변할 수 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내가 누구 앞에서 내 주장을 자신있게 끝까지 밀어붙치지 못하는 이유는 나의 설득력 부족 외에도 이런 이유가 있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짜르트. 
그는 과연 행운아인가, 불행아인가.
과연 그것을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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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7 22: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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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8 07: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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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12-28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럴때 좋은 글귀라도 생각나면 좋은데 마땅한게 없어요 님
그저 힘내세요

hnine 2009-12-28 07:45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 특별히 무슨 일이 있어서 썼다기 보다 평소 생각인데 페이퍼에 올리면 분위기를 가라앉히지 않을까 해서 한동안 꺼렸던 것을 어제 그냥 써버렸어요.
아시잖아요, 제가 좀 이런 음침한 분위기라는걸... ^^

혜덕화 2009-12-28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 몸 받아 온 것은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동생을 보내고 저를 떠나지 않던 화두는, '왜 이 몸 받아왔는가?' 였답니다.
한 쪽 눈만 뜨고 살던 세상을 향해, 동생이 나머지 한 쪽 눈을 떠게 해 준 것 같다고도 느낀답니다.
요즘은 어른이나 아이나 물질적 욕망과 소유와 쾌락을 향해 미친 듯이 질주를 해서, '영성'이라는 말이 존재하는지 조차도 모르고 살지만, 내 마음을 밝히고 영성을 밝히는 일이 이 삶 받아온 존재의 이유란 것을 느끼게 됩니다.
나인님, 삶은 벌을 견디는 것이 아니라
그 벌을 통해 내가 배워야할 것이 무엇인지를 보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아이들도, 남편도, 부모도, 주변의 모든 인연이 내게 살아있는 교과서 임을 새삼 보게 됩니다.
이 삶에서 님과 제가 배워야 할 덕목이 무엇일까요?
그것을 화두로 삼아보세요.
님과 마음을 함께 합니다.
_()_

hnine 2009-12-28 09:51   좋아요 0 | URL
포기하거나 중단하지 않고 견디어 내는 것만으로도 전 저 자신을 대견하다고 막 칭찬해준답니다 ^^ 그것을 통해 무언가를 배울 수 있기까지 한다면 그 보다 더 감사할 일은 없겠지요.
사는 것 자체가 '苦'라는 말의 뜻을 전 이해를 못했었습니다. 지금은 감히 조금은 알 것 같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러고나니 작은 일에 실망하고 슬퍼하고 우울해할 일이 적어졌어요. '사는 것은 즐거워야 하는데, 행복해야 하는데' 이런 생각들로부터 해방되었다고나 할까요.
저와 마음을 함께 해준신다는 말씀이 참 고맙습니다.
혜덕화님, 새해에도 건강하세요.

sangmee 2009-12-28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생각이 너무 많아...
내년엔 좀 더 가벼워졌으면 좋겠다.
잊을건 잊고, 털어버릴건 털어버리고,
너 자신한테 좀 더 관대해지고. 편안했으면 좋겠어.
남에게 해주는 <평화를 빕니다>라는 미사 끝날 무렵의 인사말.
내가 너에게 하고픈 말...

hnine 2009-12-28 20:47   좋아요 0 | URL
맞아 맞아, 몸도 머리도 자꾸 무거워지나봐 ^^
생각이 많은 사람이 의식적으로 생각을 줄이기란, 그렇지 않은 사람이 애써서 생각을 많이 하려고 하는 것 처럼 쉽지 않은 것 같아.
평화를 빌어주어 고맙다. 다 너 같은 친구 덕분 아니겠니? 내가 지금 여기까지 온건.

같은하늘 2009-12-30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도 왜 이리도 사는게 벅차냐고 툴툴거리고 있는데...
님과 같은 생각을 하면 저도 좀 나아질까요? ^^

hnine 2009-12-30 02:02   좋아요 0 | URL
같은 하늘님은 그래도 밝고 경쾌하신 편이라고 저는 혼자 상상하고 있었는데...^^
그냥, 좌절을 여러 번 겪어 본 사람의 생존 전략 정도라고 봐주시어요.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이 되다보니 내가 읽고 싶은 책 못지 않게 아이가 읽으면 좋을만한 책에 자주 눈이 가게 된다.
부모의 입장에서, 좋은 메시지가 담긴 책, 백번 잔소리 하느니 이 책을 읽으면 배우는 것이 있겠다 싶은 책, 바른 생각을 갖게 하고, 바른 가치관을 형성하는데에 도움이 많이 되겠다 싶은 책들이 얼마나 많은가. 너무나 많은 가운데 어렵게 몇 권을 골라 보관함에 담아 놓는다. 그리고 아이에게 보여주고 물어본다.
"이 책, 재미있겠지? 엄마가 주문하려고 하는데."
그러면 아이의 얼굴은 좋다, 싫다 뭐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애매한 표정이 되곤 한다. 사준다면 읽기야 하겠지만 꼭 읽고 싶은 책 까지는 아니라는, 그런 뜻 아닐까? 나는 그렇게 해석하고 구입을 보류하곤 하는데, 지금까지는 내가 골라주기보다는 본인이 고르는 책 위주로 사주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동안에는 자기 의사보다는 부모의 판별 기준 아래 아이들 책이 구입이 되고 읽혀지고 있는 것이 대부분인 것 같은데 궁금한 것은 아이들이 이렇게 선택되어 주어지는 책들을 정말 좋아하고 즐겨 읽나 하는 것이다. 혹시 그 책이 어느 권장 목록에 있기 때문에, 아니면 엄마나 선생님이 읽으라고 하니까 읽는 경우가 대부분인지. 즉 읽도록 권장되고 있는 책들이, 아이들이 좋아서 읽는 책들과 얼마나 일치하는지가 궁금한 것이다.
내 아이 경우엔 그렇지 않은 경우를 종종 본다. 예를 들어 이 어령 선생님의 '생각학교'시리즈, 그 유명한 '아름다운 가치사전' , 전자의 책은 아이 할머니께서, 후자의 책은 내가 보고 너무 마음에 들어 아이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사준 것인데 아이는 모두 흥미없어 했다. 아마 내가 억지로라도 읽기를 권유하면 읽기야 하겠지만 과연 아이들 책으로 베스트 셀러라고 오르는 것들이 아이들의  흥미도나 성향을 얼마나 반영하는 것일까, 아이들이 아니라 아이들의 엄마들 사이의 베스트 셀러는 아닐까. 

물론, 아이들이 스스로 고르는 책이 더 좋은 책이라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구분은 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엄마들의 독후 의견이 꼭 아이들의 의견과 같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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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미 2009-11-30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내가 읽을 책 고르는것보다 아이책 고르기는 정말 어려운거 같아.

hnine 2009-11-30 19:19   좋아요 0 | URL
그래서 난 몇번 경험을 해보고는 다린이 책 내가 안고르고 다린이보고 직접 고르라고 해. 우리 어렸을 때 책이 없어서 못읽던 때에 비하면 요즘은 정말 책의 홍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네 책도 참 많이 빌려서 읽었었다 그러고보니 ^^

2009-11-30 18: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9-11-30 19:01   좋아요 0 | URL
첫째에게는 늘 시행착오가 따르기 마련인 것 같아요. 그 덕을 둘째가 보기도 하고요. 저도 만화책은 그리스 로마 신화만 사주었어요. 그 이후로는 만화는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것만 허락하고 사주지는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요.
같은 부모에게서 나온 남매라도 아이에 따라 성향이 다르다고 하더군요. 부모 역할, 백번 말해도 시원치 않지요, 어렵다는거요...

울보 2009-11-30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중인데
아이가 자라면서 그림책이 아니라 동화책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너무 힘들어하고 있는데,,
류랑 좀 마찰이 생기기도 하는데 아직은 잘 따라주고 있는데 우리집도 만화책과의 전쟁이 시작되고있는데 저도 만화책은 약속을 해서 지키면 사주고 그렇지 않으면 도서관에가서 보는거로 약속했지요,,ㅎㅎ 참어려운 일이예요,,

hnine 2009-11-30 23:41   좋아요 0 | URL
처음엔 엄마가 보기에 아이가 골라드는 책이 좀 마음에 안들더라도 그냥 두는게 어떨가, 저는 그런 입장이어요. 그래도 만화책은 일부러 사주지는 않고 빌려서 보게 하네요. 좋은 만화도 많이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짧은 시간에 쉽게 지식을 흭득할수 있는 반면 생각하는 능력까지 키워주진 않는 것 같아서요. 그래도 류처럼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는 아이가 있을까 싶은데요.

비로그인 2009-12-01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1일이라 주문을 하면서 고민고민했어요. 어떻게 해야 좋은(?) 책에 아이가 흥미를 갖게 할수 있는지. 고운 내용의 책이나 역사책은 쳐다도 안보니.. ㅜㅜ 저는 당분간은 환타지나 만화 사주는건 자제하려구요.

hnine 2009-12-01 20:35   좋아요 0 | URL
저는 환타지는 사줘요. 나름대로 상상력을 키울 수 있지 않을까, 또 책은 일단 읽는 사람이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요. 그랬더니 온통 환타지 일색이네요 ^^

같은하늘 2009-12-02 0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이가 1학년이다보니 제가 골라서 책을 사주고 있는데...
제가 보기엔 좋은데 아이는 별 흥미 없어하는 책들이 있더라구요.
일곱살때인가 LOST 시리즈를 사달라기에 그건 네가 보기에 너무 길어서 안된다고 했더니
결국 학교 입학후 도서관에서 그 책을 발견하고 하루에 한권씩 빌려다 읽더군요.^^
자기가 원하는게 있긴한데 그대로 따라주면 독서편식이 될것 같아요.

hnine 2009-12-02 07:09   좋아요 0 | URL
예, 독서편식이 될 것이라는 말씀, 공감이 가네요. 아이가 읽고 싶어 하는 책과 부모가 권장해주는 책을 균형을 잘 이루어야 할 것 같은데,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기가 참 쉬운 것 같아서요. 저는 너무 아이가 읽고 싶어하는 책 위주로 치우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