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영화이니 나온지 꽤 된 영화이다.
평소에 이런 류의 영화를 즐겨 보는 편은 아닌데 이번에 이 영화를 봐야할 일이 있어서 일부러 찾아서 보게 되었다.
내용을 약간은 알고 보기 시작했지만 막상 보고 있자니 소름이 끼친다.
개인적으로 이건 너무나 가능한, 멀지 않은 우리의 미래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내게 있어 더 이상 '미래공상과학, 그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똑같은 제복의 사람들.
아침 기상과 함께 자동적으로 건강 체크가 이루어지고 주의 사항이 전달된다.
그 사람의 건강 상태를 최대한으로 고려한 식단이 짜여져 배급되고, 주어진 스케쥴에 따라 맡겨진 일에 종사하게 된다.
이들은 오염으로 멸망한 지구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 (이라고 믿고 있는).
제목의 '아일랜드'란 이들이 이상향으로 그리고 있는 어떤 곳을 뜻하는데 매주 추첨을 통해서 몇 명을 뽑아 그곳으로 갈 기회가 주어진다. 뽑힌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부러움을 받게 되며, 뽑히지 않은 사람들은 다음 추첨의 기회를 기다리며 그곳으로 가게 될 날을 고대하게 된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밝혀지는 사실은, 이들은 인간의 장기에 질병이 생겼을 경우 그것을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져 보관, 관리되고 있는 클론들이고 이들이 살고 있는 곳은 이것을 사업으로 삼고 있는 회사의 거대 배양소나 마찬가지인 곳이다. 이 회사에 돈을 내고 고객이 된 인간들, 즉 원본 인간의 장기에 문제가 생기면 그 원본 인간의 클론이 발탁되어 그 장기를 제공하기 위해 사용되게 되는 것인데, 그것을 이 클론들은 추첨에 뽑혀 아일랜드로 가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원본인간과 복제인간이라.
원본과 복사본처럼 원본'인간'과 복제'인간'이라는 말이 우선 충격이다.
아래 모습은 자신들이 지내던 곳을 탈출하여 인간들이 사는 곳으로 나온 두 클론 (이완 맥그리거와 스칼렌 요한슨)이 우연히 도시의 어떤 상점 쇼윈도에서 자기의 원본인간의 모습을 발견하고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다.
단순히 생명공학 분야의 큰 이슈인 복제인간에 대한 문제를 그린 영화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맞는 말이지만, 그것의 의미를 얼마나 많은 사람이 실감하고 있을지.
우리의 생명공학 기술은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가. 이미 남편 없이 여자 혼자 정자를 골라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시대이고 그런 회사들은 미국의 경우 1980년대부터 운영되어 왔다.
생명공학의 발전이 인간의 질병 치료와 예방에 기여하는 바에 대해서는 두말 할 필요도 없으나, 이것이 어떤 비즈니스와 연결되고 회사의 이윤 추구라는 목적과 결부되면 이 영화에서처럼 복제인간 비즈니스라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 무엇이냐는 말이다. 이것은 분명히 인류의 불행을 스스로 자초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나는 분명히 말하고 싶다.
현재 인간의 대체 장기를 얻기 위해 여러 가지 연구 방법들이 개발, 수행되고 있고, 줄기 세포를 이용하여 새로운 조직으로 분화시켜 인체 특정 부위를 재생하는 방법들이 여러 나라에서 경쟁적으로 연구되고 있는데, 인간에게 해가 될 것이냐 득이 될 것이냐 하는 것은 정말 아슬아슬한 경계면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이런 영화를 보며 다시 한번 머리가 아닌 눈으로 확인을 하고 있자니 소름이 끼칠 수 밖에.
이런 시대는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지 않는다. 조금씩 조금씩,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한발짝씩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는 보기보다 복잡한 영화이다. 이 감독 혹시 천재 아냐? 다 보고 나서 이런 생각도 했을 정도로. 영화에서 원본인간과 복제인간이 서로 적도 되었다가 동지도 되었다가 하면서 한판 대결을 하는 모습은 참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장면이었다.
언젠가 읽은 아래 책 '기억전달자'는 같은 내용은 아니었지만 그 사람이 가지고 태어난 소인 (유전적 소인)에 따라 나라에서 그 사람의 임무, 또는 직업을 정해주어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게 하고, 병이 들거나 수명을 다하게 되면 조용히 처리되는 방식등, 미래에 대한 가능한 한 모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 영화를 보며 문득 떠올렸던 책이다.
인터넷 과학신문 Science Times에 실린 영화 <아일랜드>에 관한 기사를 보고 싶으면 여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