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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희망이나 긍정이 약간 투박해 보이고 갸웃거리게 했는데, 요즘은 그게 용기 같다는 생각이 든다. 희망을 갖거나 뭔가 이해하고 화해하려는 태도가, 타협이 아니라 용기일 수 있겠구나 하는. 

 

 

유머는 자기를 타자화시키는 능력이라고 했는데 그 말에 공감했다. 타자화라는 것은 거리감각인 것 같다. 그 거리감이 그 사람을 건강하게 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또 상대나 자신에게 수치심을 주지 않으면서도 위로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 같다. 농담이 좋은 것은 가벼워서가 아니라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에 균형을 맞춰주기 때문이 아닐까. 부력과 중력 사이의 균형 같은.

 

  

 

- 김 애란, 2011년 6월 19일자 한국 일보 인터뷰 중에서 -

 

 난 이런 사람을 보면 참 신기하다. 이렇게 균형을 잃지 않을 수 있는 사람, 한군데 치우치지 않고 유머와 용기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좋아지려고 하다가, 또 나랑 다른 세계 사람 같기도 하다가, 존경스럽기도 하다가, 미워지려고도 하다가. 한마디로 나를 갈팡질팡하게 한다.  

결국은 마음에 들여놓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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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1-06-21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은 말이에요. 참 공감되기도 하구요.
문제는 마음관리와 실천의 문제 같아요.
김애란, 두근두근 내 인생, 아무래도 들여놔야겠어요, 마음에요^^

hnine 2011-06-25 08:21   좋아요 0 | URL
인생이 두근두근하다니...저에게는 참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말이었어요.
김애란은 경쾌하면서 깊이 있은 작가란 생각이 들어요. 그러기가 쉽지 않잖아요.
표지도 예쁜 저 책을 저는 제 수중에 들여야 할 것 같아요.

꿈꾸는섬 2011-06-21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너무 좋은 말이에요.2
공감도 되구요.2

hnine 2011-06-21 22:54   좋아요 0 | URL
저는 가끔 '거리두기'란 말을 하곤 했는데 김 애란 작가가 말한 '타자화'와 비슷하지 않았나 싶어요. 그런데 저는 말만 그렇게 했지 타자화는 커녕 지나치게 감정을 개입하고 나와 연관시켜 확대시켜 보고 있었네요. 작가라서 그럴까요? 나이가 많지 않아도 저렇게 통찰력 있는 생각을 할 수 있는건지...그냥 읽고 지나칠 수 없어서 이렇게 옮겨왔어요.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니 저도 공감이 배가 되는군요 ^^

마녀고양이 2011-06-22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나인 언니의 느낌과 완전 공감.
음... 가끔 시샘하고 부럽고 그래서 멀리하다가도 결국 불나방처럼 달겨들고 말아요. ㅎㅎ

hnine 2011-06-22 16:17   좋아요 0 | URL
제 책상에 쌓여있는 세권의 책을 어서 읽고 이 책을 읽어보려고 해요. 처음 김 애란의 책을 읽었을 때의 그 느낌, 다시 느껴보게 될까요? 나이가 많지 않은 작가라는 것을 알고 많이 놀랐었지요.

하늘바람 2011-06-22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말로 얄밉게도 글잘쓰는 작가같아요. 젊은 작가상 수상작을 서점에서 들춰보다 돌아섰는데 또 신작을 내다니.

hnine 2011-06-22 16:17   좋아요 0 | URL
잘쓰지요. 정말 잘 써요. 그것도 남들과 다른 그녀만의 글을요.

양철나무꾼 2011-06-22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어려운 얘기예요.
자기애와 자아존중감 사이가 그렇고요.
자신을 타자화 시키는 것과 객관화시키는 것 사이가 그런 것 같아요.

저는 그것들을 아우르고 벼리는 hnine님이 그렇구요~^^

hnine 2011-06-22 18:25   좋아요 0 | URL
소설을 쓰는 작가가 단순히 스토리텔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다시 보게 되어요.
아우르고 벼리는 것, 저의 취약점이랍니다. 제 전공 분야는 한 쪽으로 치우치기, 모든 것의 주관화, 감정이입하기, 뭐 이런 것들인걸요. 그래서 때때로 수습하느라 아주 힘듭니다 ^^

세실 2011-06-23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엔 마음에 들여놓고 만다. 참 간결한 말이 이뻐요.
마음에 들여 놓았을때의 그 행복감 저도 알것 같아요~~~

hnine 2011-06-24 08:27   좋아요 0 | URL
내칠때보다는 들여놓을때 훨씬 행복하지요 ^^
청주는 어때요? 여긴 정말 어제도 지금도, 줄기차게 비가 오네요.
다 젖어버린 느낌이어요.
그래도 세실님 계신 곳은 반짝반짝 빛이 날 듯.

세실 2011-06-24 10:23   좋아요 0 | URL
어젠 서울 국립중앙도서관 출장이었는데, 장대비가 주룩주룩 내려서 신발속까지 물이 들어왔고, 원피스 자락이 다 젖었어요.
그래서 부랴부랴 내려왔답니다. 쇼핑도 하지 못하구요. ㅎ

hnine 2011-06-24 16:10   좋아요 0 | URL
으~~ 어떤 상황인지 알겠어요. 아무리 비를 좋아하는 분이라도 비에 옷이 젖는 것 까지 좋아하실까 궁금해지네요. 고속버스 혹은 기차의 시원한 에어콘 바람이 젖은 원피스랑 신발을 상큼하게 말려주었다면 좋겠는데.
국립중앙도서관엘 저도 언제 가보았는지 까마득해요.방학 중에 다린이 데리고 중앙도서관에도 가보고 거기서 좀 더 가서 국립어린이도서관도 가보고 해야겠어요.

비로그인 2011-06-24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좀 가벼워질려는 마음을 담고 왔는데 이런 글도 적어 주셨군요.
낮게 내려앉은 하늘이 한뼘쯤 올라간 느낌입니다.

hnine 2011-06-25 08:40   좋아요 0 | URL
하늘 좀 더 위로 올려주세요. 아주 제 머리 위까지 내려온 듯한 느낌이어요. 그래서 저는 며칠 동안 두문불출 하고 있네요 ^^

달사르 2011-06-26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젊은작가상 수상집에서 김애란을 처음 만났는데요. 만나자마자 신간이 발간되어서 지를까말까 고민 중이에요. 수상집에서도 균형잡힌 느낌을 받았는데, 저런 멋진 인터뷰를 했었군요. 김애란 작가는 글도 멋지지만 저런 생각은 더 멋진 거 같애요. 멋진 사람. 아...저도 hnine님따라 마음에 들여놔야겠어요. ^^

hnine 2011-06-27 16:25   좋아요 0 | URL
결국 주문했는데 같이 주문한 다른 책때문에 아직도 상품준비중이라고 뜨네요 ㅠㅠ
인터뷰 중의 저런 말은 나이 50은 넘어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편견이 작용했다고는 하지만 요즘 같이 톡톡 튀는 젊은 작가들의 대열에 있으면서 저렇게 통달한 말을 할 수 있다니 참...연구대상입니다. 이러다가 저는 김애란의 작품보다 김애란이란 작가 탐구에 더 관심을 쏟을지도 모르겠어요 ^^
 

 

Popper vs. Wittgenstein 

-Popper : 귀납의 문제는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귀납 추론이 개입하지 않는 과학의 논리를 만들어야 한다. --> 반증주의  
반증가능성 (falsifiability)을 중요하게 생각함. 비판적 합리주의 (critical rationalism)

-Wittgenstein : 귀납없이는 과학이 불가능하다.  

관찰은 객관적이지 않다.
: 관찰의 이론 적재성. 관찰자의 배경 지식에 따라 관찰 자체가 달라진다는 주장 

정상과학 (normal science) 
:과학자 사회가 하나의 패러다임에 의해 지배를 받는 가운데 과학자들이 벌이는 활동 

과학혁명 (scientific revolution)
: 정상과학이 깨지고 다른 패러다임으로 교체되는 현상 

정상과학의 생성과 소멸 그리고 대체의 과정이 곧 과학의 역사 --> Kuhn <과학혁명의 구조> 

Kuhn : 과학혁명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1. 변칙 사례들의 계속적인 증가로 인한 심리적 위기 (옛 패러다임의 위기)
-2. 대안 이론의 등장 (새 패러다임의 등장)
-3. 쏠림 현상 (패러다임의 교체 시작)
-4. 옛 패러다임 주역들의 사망 (패러다임 교체의 완성) 

과학혁명은 옛 패러다임이 그것과 양립 불가능한 새 패러다임에 의해 전체적으로 혹은 부분적으로 대체되는 비누적적인 (noncumulative) 에피소드들. 

1970년대부터 과학사회학자들의 등장
: 과학자와 인문학자 사이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듦. 과학자들의 공공의 적은 과학철학자들이 아닌 과학사회학자들 (ex. 라캉, 크리스테바)
사회구성주의 (social constructivism)
: 프랑스 과학인류학자 라투어와 울가.
과학도 협상의 산물이라고 함

 

 

 

 

 

 

 

 

 

예전에 이 책을 읽으며 끄적거려놓았던 것을 다시 찾아 읽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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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06-02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었던것같은데 왜케 낯설까요 ^^

hnine 2011-06-03 06:06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도 이 책 읽으셨군요. 저도 어제 TV에서 저자의 강의를 듣고 생각나서 다시 들춰보니 기억이 새롭더라고요.
 

 

주로 사람들이 하는 불평은 두 가지 중 하나이다. 



하고 싶지 않지만 해야할 일이 많아서, 너무 바빠서 정말 하고 싶은 일을 못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 않을 땐
뭔가를 하고 싶은데 할만한 일이 없고 능력도 없어 무료하고 외롭고 우울하다고 한다.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 그 자유가 그립다고 한다.
그렇지 않을 땐
혼자가 외로워, 주어진 자유가 버거워 외롭다고 한다. 그 누구인가 옆에 있어주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래서
사는 동안 둘 중 한 상황 속에 놓여있게 마련인 우리에게 불평의 이유는 언제나 있는가보다. 
못가진 것과 상황에 대한 미련을 아주 안갖는것이 불가능하다면
가진 것에도 좀 눈길을 줄 수 있는 양심이 있어야겠다.
자기 손에도 사탕을 쥐고 있으면서 그 사탕은 안보고 다른 아이 손의 사탕을 보며 나도 달라고 떼쓰는 아이들의 모습이 바로 우리들의 모습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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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1-03-26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냥 현실에 순응하며 사는 편인가 봅니다. 타협도 잘하거든요.
가진것에 눈길을 주려고 노력해요. 이 만하면 됐어....하면서요.
편안한 주말 되세요^*^

hnine 2011-03-26 08:52   좋아요 0 | URL
살다 보면, 더 이상은 못하겠다, 최선을 다했다 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치열하게 매진해야할 때도 있고, 이만하면 됐다고 스스로 자족할 지점도 분명히 있는 것 같지요?
불평이 많다는 것은, 욕심이 너무 많거나, 또는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편안한 주말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주말에 오히려 노동시간이 더 길 것 같네요 ^^

stella.K 2011-03-26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h님, 제 얘기하시는 것 같아요. 흐흑~

hnine 2011-03-26 20:17   좋아요 0 | URL
아이쿠 stella님, 제가 반성문 쓰는 마음으로 쓴 글입니다요~~ ^^

2011-03-27 1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28 09: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ruth1004 2011-03-27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저 석류인데요...제 서재에 놀러와주셔셔 감사합니다....

hnine 2011-03-28 08:59   좋아요 0 | URL
류는 아줌마 서재에 방문해준 가장 어린 친구가 되었구나. 반가와.
류가 읽을만한 책들 얘기가 별로 없는 곳인데.
아줌마에게도 류보다 한살 많은 오빠가 있어. 가끔 엄마 서재에서 류 얘기를 읽으면서 아줌마도 아줌마 아들 생각을 많이 해. 아마 엄마도 그러실거야.
아줌마는 모르는 사람과 금방 친해지지는 못해도 조금씩 시간을 두고 친해지면 엄청 수다를 잘 떠는 타입이란다. 류하고도 앞으로 천천히 친해지자 ^^
 

 

 

정말 우리는 틀려도 괜찮은 세상에 살고 있는가? 

 

 

 

 

 

 

오늘은 아이에게 저런 책을 읽어주고,
다음 날은 아는 문제 틀렸다고
윽박지르고 야단치고 있지는 않은가?  

다음에 더 완벽하기 위해서
지금 사소해보이는 것은 틀려도 괜찮다고   
눈감아 주고 싶은 심리일까? 

틀려도 주눅들지 않는
틀려도 다시 한번 시도해볼 수 있게 하는
우리 지금 그런 세상에 살고 있는지.

아이들에게 쉽게 하는 말들이
다시 내게로 돌아와 꽂히는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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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3-19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번도 생각해 보지 못 한 관점이예요, 언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곰곰히 생각해보고 있구요.
더 큰 목표를 위하여, 지금 사소한 일을 틀려도 다독거리며 테크닉화 하는게 아닐까...
그러게요. ㅠ

hnine 2011-03-20 07:43   좋아요 0 | URL
아이들에게 잔소리처럼 하는 말들을 가만히 생각해보면 참 부끄러울 때가 있어요. 나도 잘 못하는 것을 아이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참 많거든요. 정리 정돈에서부터, 집중하라는 말, 골고루 먹으라는 말...틀려도 괜찮다 생각하는 부모가 몇이나 될까요? 일단 이거 왜 틀렸나, 무엇이 부족한가, 이런 것에 안테나가 팍 올라가잖아요? 그리고 틀려도 괜찮은 것은 언제까지일까, 그것도 생각해볼 문제인 것 같고요.

책가방 2011-03-19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틀려도 괜찮지만... 같은 걸 두번 틀리면 안되는 뭐 그런 거..^^

큰아이가 시험을 보고 오면 항상 (엄마, 20문제 중에 두개 틀렸어)- 이런식으로 얘길 하길래 (20문제 중에 두개 틀린게 아니라 열여덟개를 맞은거)라고 얘기했던 기억이 나네요..^^

hnine 2011-03-20 07:45   좋아요 0 | URL
책가방님, 두개 틀린 것이 아니라 열 여덟개 맞은 거라고 얘기해주는 엄마, 많지 않아요. 마음으로는 그렇게 말해야지 생각해도 그렇게 실제 말할 수 있는 엄마요.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어야 할텐데 잘 안되네요.

세실 2011-03-19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순이죠. ㅎㅎ
가능하면 성적가지고 스트레스 주지 않으려고 하는데.....아는 문제 틀린거 화나요.
때로는 말로 괜찮아 하지만 표정은 안 괜찮은거. 아이들도 알더라구요.


hnine 2011-03-20 07:46   좋아요 0 | URL
저는 틀린 문제 보고 야단치지는 않는데 제가 틀린 문제 설명하고 있는데 딴청 피우거나 잘 안 듣고 있으면 화가 나더라고요.
말로 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엄마 표정으로 다 알아차리는 것, 맞아요 ㅠㅠ

울보 2011-03-19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운동끝나고 차를 타고 오는데 광고방송에서 학습지 광고인데 그런 말이 나오더라구요 "틀리는것을 두려워하지 말자,"라고 음, 아이는 틀리는것에 두려움이 없을지 모르지만
엄마인 저는 왜?두려울까요, 그것도 모르는 문제가 아니라 다 알고 있지만 숫자를 잘 못쓰거나 답을 잘못입력하거나 해서, 참,,
마음으로 알고 머리로도 아는데 실천하기가 너무 힘든 저는 왜?그럴까요,
정말 못된 엄마 라는 생각에 요즘 저를 아주 달달 볶는데,,참 많은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hnine 2011-03-20 07:48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틀리는 것을 두려워하는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것은 90%는 부모의 양육 태도에 달린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반성 많이 해요. 나는 과연 틀리는 것 하나 없는 완벽한 엄마인가 하는 생각도 하고요.
울보님이 못된 엄마인거 아니어요. 완벽한 부모란 있을 수 없지 않을까요? 다만 반성하고 노력하는 부모만 있지요.

양철나무꾼 2011-03-19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좀 다른 얘긴지 모르겠는데,
언제부턴가 달라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살고 있습니다.
틀려도 괜찮은 걸 넘어서 달라도 괜찮은 거,
틀에서 벗어나면 큰일나는 줄 알았던 제겐 일종의 주문이나 최면 같은 거에요~^^

hnine 2011-03-20 07:50   좋아요 0 | URL
틀린 것과 다른 것을 혼동하면 안된다는 말, 많이 하지요.
우리 나라는 특히 다른 것에 대한 포용심이 부족한 것 같아요.
우리 나라를 벗어나보면 더 확실히 알겠더라고요. 우리가 얼마나 획일적인 틀에 맞춰 살고 있었는지.
 

 

어서 오게! 찾는데 힘들진 않던가? 내가 이 식물원 주인이냐고?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지. 이 식물원에 대해 좀 알고 있나? 아마 여기 있는 식물들은 세상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을 걸세. 식물도감에는 나와 있냐고? 하하, 식물도감에도 나와 있지 않을걸. 여기에만 있는, 아주 특별한 식물들이거든.
그럼 대체 이 식물들을 모두 어디서 가지고 왔냐고? 그래, 그 얘기부터 해야겠군.
그러니까 그게 벌써 20년도 더 전의 일인데, 지금도 똑똑히 기억하지. 아주 더운 여름날이었어. 그날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다네. 왜냐고? 내가 가진 것을 몽땅 잃어버렸거든. 처음엔 길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고 그 다음엔 멍하니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고 앉아 있었지. 그러다보면 또 눈물이 나와 울고, 한동안 그러고 있자니 내 풀에 지쳐버렸어. 겨우 일어나 어딘지도 모르게 그냥 터덕터덕 걷기 시작했지. 아마 어떤 다리를 건너고 있을 때이었을 거야. 내 앞에 어떤 아이가 꼭 그때 나처럼 그렇게 다리를 질질 끌면서 타박타박 걸어가고 있는 거야.
‘저 애는 왜 저렇게 기운이 없을까?’
궁금해 하며 걷고 있는데, 바로 그때 이상한 것을 보게 된 거야.
‘어! 저게 뭐지?’
내가 뭘 잘못 보고 있나 눈을 비비고 다시 잘 보았지. 잘못 본 것이 아니었어. 마치 흐물거리는 식물의 이파리 같은 것이 분명히 그 아이 몸에서 삐죽거리며 스며나오고 있었다니까! 그 아이는 전혀 눈치 채지 못하는지 계속 걷고 있고 마침내 그 이파리 같은 것은 길바닥으로 힘없이 떨어지더라고.
“저기……, 얘야! 얘야!”
내가 부르는 것도 못 듣고 그 아이는 점점 멀어져 가고 나는 그 자리에서 몸을 구부려 떨어진 그것을 자세히 살펴보았어. 그게 말이야, 생긴 것은 꼭 우리가 먹는 미역처럼 생겼는데 색깔은 아주 희끄무레한 것이, 시들어빠진 이파리가 축축하게 젖어있는 듯한 모습이라고나 할까? 나도 모르게 손으로 조심스레 그것을 주워들었지. 왠지 거기 길바닥에 그냥 버려두고 가고 싶지가 않았어.
손바닥 위에 올려진 그 시든 식물을 이리 보고 저리 보며 집까지 왔지. 마당에 흙을 파고 그 식물을 심어주었어. 그리고는 매일 들여다보면서 그 식물이 조금씩 달라지기를 기다렸어. 하루, 이틀, 사흘을 기다려도 아무 변화가 없었지만 그래도 매일 그 앞에 앉아 한참을 쳐다봐주고, 물도 주면서 더 기다렸지. 그랬더니 마침내 어느 날 식물이 조금씩 기운을 차리는 것 같았어. 잎 색깔이 초록색을 띄면서 잘 살펴보니 새로운 작은 잎눈이 자라나오는 것도 보이고 말이야. 그렇게 비실비실, 금방 쓰러질 것 같던 식물이.
‘와!’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지. 그런데 그 순간 참 이상한 일이 나에게도 일어났다네. 기운을 차린 것은 그 식물인데 나도 함께 기운이 솟아나는 것 같더란 말이지.
한번 그런 식물을 보고나자 난 어딜 가도 사람들을 더 유심히 살펴보게 되었고, 슬프고 힘들어 보이는 사람들에게서는 모양은 약간씩 다르지만 전에 본 것 같은 그런 식물이 가슴께로부터 삐질삐질 빠져나오다가 바닥으로 툭 떨어지고 있는 장면을 종종 보게 되었어. 하나같이 사람들은 자기에게서 무엇이 빠져나가고 있는지 모르고 그냥 가더군. 내가 불러도 못 듣고 말이야. 그렇게 하나씩 둘씩 길바닥에 떨어진 식물들을 데려다 보살피기 시작한 것이 바로 이 식물원이 생기게 된 유래라네.
‘큭큭……, 하하하하…….’
응? 왜 웃느냐고? 하하, 내가 웃은 거 아니라네. 여기 자네와 나 말고 그럼 누가 또 있냐고? 식물이 있지 않나. 그래, 방금 여기 있는 어떤 식물인가 낸 소리일 걸세. 믿기 어려운가 보군. 이보게. 여기 식물들이 왜 특별한 식물들이겠나? 여기 식물들은 자라면서 웃음소리를 내기도 하고 또 가끔 재채기도 하고, 훌쩍거리기도 한다네. 보통 식물들과는 다르지. 식물원에 처음 데리고 올 때는 식물의 모양도 잘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비실거리고 약해져 있지만 점차 기운을 차리면서 저렇게 소리를 내기도 하더라고. 그러다가 꽃이 피면 이제 거의 회복 단계가 된 것이지. 그럼 나는 그 식물들을 주인에게 되돌려줄 준비를 하지. 어떻게 되돌려 주냐고? 그건 내가 걱정 안 해도 된다네. 식물들이 여기 들어올 때는 내 손 위에 조심스럽게 얹혀져 왔지만, 원래 건강한 식물과 그 주인 사이에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서로 끌어당기는 무엇인가로 연결되어 있는 모양이야. 그것이 무엇인지는 나도 모르지만 느낄 수는 있다네. 건강을 되찾아 꽃을 피운 식물의 화분을 안고 그 식물이 까닥 까닥 흔들리는 방향으로 걸어갈 뿐이야. 다시 주인을 만난 식물은 봄날 아지랑이처럼 흔들리며 주인의 마음속으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지. 그리고 나면 나는 손을 흔들고 돌아온다네. 내 할일은 거기까지 인거야. 이제 알겠지? 나는 이 식물들의 주인이 아니라 관리인일 뿐이라는 걸.
그런데 말이야, 그렇게 때가 되어 식물의 주인을 찾아가 돌려주기 전에, 자기의 식물을 찾아 이렇게 직접 식물원으로 찾아온 것은 자네가 처음이라네.
이리 따라와 보겠나?
여기, 내가 가리키는 이 식물을 보게. 자세히 잘 봐야 하네. 아주 특이한 모양의 꽃봉오리가 보이나? 물방울처럼 투명한 꽃봉오리야. 이 식물과 자네 사이의 끈은 특별히 더 강했던 모양이군. 아니면 자네는 꿈을 잃지 않는 사람이던가....... 꽃이 피기도 전에 자네가 이곳으로 찾아온 것을 보면 말이야. 꽃이 필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되겠어. 이대로 자네가 데리고 가서 꽃이 필 때를 기다려도 될 것 같은데, 그렇게 하겠나?
그런데 저, 내가 한 가지만 더 얘길 해도 되겠나? 사실 부탁이나 마찬가지인데 말이야. 내가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한살 두살 나이를 먹어가고 자꾸 약해지다 보면 어느 순간 사람들 마음속에서 힘없이 떨어져 나오고 있는 식물들을 못보고 지나치게 되는 때가 오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서 말이야. 그때가 오면 말일세, 혹시 자네가 나대신 이 일을 맡아 줄 순 없겠나? 사실 이렇게 많은 식물들을, 그러니까 희망을 잃어버린 마음들을 돌보기에는 나는 너무 지쳐있어. 쉴 때가 온 것 같아. 내가 못하게 되더라도 이 세상 누군가는 이 일을 꼭 해주었으면 좋겠는데. 그래준다면 정말 고마울 텐데…….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 아니겠나?
왜 자네를 생각하게 되었냐고? 여기까지 찾아와준 사람이고, 또......, 조금 아까 식물이 웃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지 않나?

방문객은 그 때 식물원 주인의 가슴께에서 꼬물거리며 나오고 있는 작은 식물의 이파리 같은 것을 보았다. 흐물거리는게, 생긴 것은 꼭 미역 같고 색깔은 희끄무레한 것이, 마치 시든 이파리가 축축하게 젖어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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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2-12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거 누구의 창작인가요?
기막히게 좋은 식물원이네요~ 상상만으로도 즐겁고 힘이 나는 이상한 식물원!^^

hnine 2011-02-12 20:43   좋아요 0 | URL
이런 허접한 글을 hnine 아니면 누가 썼겠습니까? ㅋㅋ
물론 쓰는 저야 제 멋에 재미로 썼지만요 ^^

마노아 2011-02-12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식물원 이야기네요. hnine님이 직접 만드신 이야기인가요?
다음 편도 나왔으면 좋겠어요.^^

hnine 2011-02-12 20:49   좋아요 0 | URL
아름다운 이야기가 될 뻔 하다가 결말이 너무 허무하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제가 봐도 그래요.
다음 편은 없고 요기서 끝인데...^^

이 참에 식물원이나 식물이 나오는 그림책이나 동화 찾아서 읽어보려고요.

꿈꾸는섬 2011-02-12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번 그런 식물을 보고나자 난 어딜 가도 사람들을 더 유심히 살펴보게 되었고, 슬프고 힘들어 보이는 사람들에게서는 모양은 약간씩 다르지만 전에 본 것 같은 그런 식물이 가슴께로부터 삐질삐질 빠져나오다가 바닥으로 툭 떨어지고 있는 장면을 종종 보게 되었어. 하나같이 사람들은 자기에게서 무엇이 빠져나가고 있는지 모르고 그냥 가더군. 내가 불러도 못 듣고 말이야. 그렇게 하나씩 둘씩 길바닥에 떨어진 식물들을 데려다 보살피기 시작한 것이 바로 이 식물원이 생기게 된 유래라네

요 부분이 너무 좋아요.^^ 나인님 너무 좋은데요.^^

2011-02-12 2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1-02-13 00:37   좋아요 0 | URL
희망을 잃고 약해져 있는 사람들을 유난히 잘 알아보고 도와주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식물원 주인이 이를테면 그런 사람인거죠 ^^
보잘것 없는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것만 해도 감사한데 좋다고 해주시니 더욱 감사합니다, 꾸벅~

울보 2011-02-12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겁게읽었습니다,

hnine 2011-02-13 00:39   좋아요 0 | URL
아이쿠 울보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좀더 밝고 희망적인 결말로 고쳐보고 싶은데 언제가 될지 모르겠어요 ^^

L.SHIN 2011-02-13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데요. 올해 들어 두 번째 별찜을 했습니다.
제가 아는 사람한테 보여주고 싶어서 말이죠.(웃음) 좋은 글입니다.

hnine 2011-02-14 10:21   좋아요 0 | URL
으왓! 영광입니다 ^^

2011-02-13 17: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14 1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14 14: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14 14:2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