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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별 것 아닌 곳에 지원서 한장 작성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지원서 항목중 '연구 경력' 란엔 최근 3년 이내 경력'만' 기재하란다. 즉 2007년 1월 1일 부터 현재까지의 발표 논문 목록을 쓰라는 얘기인데, 뭐 으례 그래왔기 때문에, 그리고 그런 요구를 하는 이유를 모르는 바 아니긴 하지만, '경력단절'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사람이 살다보면 한가지 경력을 계속할 수 없는 상황이 충분히 생길 수 있는 것인데, 결혼한 여자의 육아 얘기를 꺼내지 않더라도 말이다. 왜 3년 이내 경력만 경력인가요? 그 이전의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의 경력은 볼 가치도 없으신가요?
다른 경력도 아니고 연구 경력이란, 틈틈히 시간날때마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밤샘도 각오하고 몇달, 혹은 1년 이상 한가지 연구에 매달려 겨우 괜찮은 곳에 논문 한편 내어 쌓이는 것이 그 연구 경력이라는 것인데, 나 처럼 사정상 2006년 이후로 연구실을 떠난 사람에게는 최근 3년 이내 실적만 적으라는 그 란은 고스란히 공란으로 낼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지난 3년 동안 쉬지도 않았는데.
융통성있는 행정, 이 길이 막히면 돌아서 다른 길로 가는 것도 생각할 수 있는 사회였으면 좋겠다. 하나마나한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다음은 사이언스 타임즈 2010년 11월 23일자에서 발췌한 내용-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는 지난 19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회의에서 ‘세계 중심 국가를 향한 인재 육성 방안’에 대해 건의했다.

자문회의는 초중고교의 암기 위주의 교육 과정 내용을 20% 줄이고 대신 창의성을 키워주는 심화학습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또한 문, 이과의 장벽을 제거한 학문간의 융합적 사고를 키워주는 융합교육을 강화하고 글쓰기와 말하기 등의 언어교육을 개편하는 한편, 교원의 복수 과목의 자격 취득을 확대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와 함께 자문회의는 대통령 장학금 제도와 여성 과학자의 파트타임 정규직 제도를 신설하는 방안을 건의했다. 지난 20년간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분석한 결과 30대의 연구 성과가 노벨상 수상으로 이어진 경우가 48%에 이른 다는 것을 근거로 20, 30대의 젊은 과학자들에게 석박사 학위 취득 후 5년간 일자리와 연구비를 제공하는 대통령 장학금 신설 방안을 건의한 것이다.

자문회의는 “대학과 연구소가 박사 후 과정(post doctorate) 인력에 자리를 제공하고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5년간 지원한다면 1개의 프로젝트를 마칠 수 있다”고 밝혔다.

유능한 과학자가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유망 과학자의 연구가 사장되지 않고 노벨상 수상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날 보고에서는 여성 과학자들의 연구 환경이 열악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최근 노벨과학상 수상자의 여성 비율이 늘고 있는 추세이지만 우리나라의 이공계 여성 박사 취업자 가운데 36.3%가 비정규직으로 여성과학자의 지속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실정이다.

자문회의는 여성 과학자를 위해 대학과 연구소 등에 ‘파트타임 정규직’을 도입하여 여성 과학자가 일과 가정 양립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고, 우수한 인력은 전일제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건의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 장학금 제도와 여성 과학자의 파트타임 정규직 제도는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밝혀 두 제도가 곧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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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19 1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19 15: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1-01-19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 새로운 도전을 하시는군요! 그 칸은 할수없이 비워놓고 대신 '잠시 떠나보니 역시 연구가 천직인 것 같아서요' 그러셔요. ㅎㅎ

hnine 2011-01-19 12:07   좋아요 0 | URL
manci님, 새로운 도전이랄 것도 없는 자리랍니다. 연구직도 아니어요. 저런 지원서 없이 마구잡이로 끌어다 쓰더니, 이젠 저런 지원서 형식이 갑자기 필요하다네요 ^^
'연구? 나도 연구 싫소!' --> 저는 이러는 타입인데~ ㅋㅋ

깐따삐야 2011-01-19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 적힌 대로 우선 '일과 가정 양립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고' 애 낳으라고 하던지 했으면 좋겠습니다.

hnine 2011-01-19 15:24   좋아요 0 | URL
일과 가정 양립이 자신없었던 저 같은 사람이 당분간이라며 잠시 일을 손에 놓으면 저렇게 되는 것이고, 그래서 끝까지 두가지 다 손에서 못놓고 일을 하느라 워킹맘들과 그의 아이들은 고달픈 것이고...딜레마 맞지요?

섬사이 2011-01-19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은 여자의 사정을 고려해주지 않죠.
허, 그것 참.... -.-;;

hnine 2011-01-19 15:21   좋아요 0 | URL
처음 겪고 보는 일 아니면서 그냥 오늘 아침에 새삼 울적하여 끄적거렸습니다.
3년보다 전에 내가 했던 일들은 다 어디로? 이러면서 다 다시 집어넣고 지원서는 빈칸으로 내려니 마음이 휑 하더라고요.

마녀고양이 2011-01-19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 언니, 절대 추천이염!!!
그리고 몸에 쌓인 경험이란게 무시할 수 없는데, 3년 이내 라니요! 불끈!!!
사람은 무의식 중으로, 되새기는 경향이 있어서 모르는 사이에 발전한다고 하던데요.
뽑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군요!!!

여하튼... ^^, 하고자 하시는 일,,, 잘 되시기 바랍니다~~~

hnine 2011-01-20 08:10   좋아요 0 | URL
경력단절 기간 없이, 한분야에서 계속 일하시는 분들이 존경스러울 뿐입니다.
그래도 뭐, 다 살 방법이야 있겠지요. 단절된 경력을 요구하는 곳에는 못가겠지만 그렇지 않은 곳을 찾아다녀요.
격려 고맙습니다. ^^

세실 2011-01-20 0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딜레마 맞아요....다행히 아이들은 잘 커주었네요.
3년이내 경력이 없어도 빈칸보다는 그동안의 경력을 적으면 어떨까요? ㅋ
제가 하는 스타일입니다.

hnine 2011-01-20 08:14   좋아요 0 | URL
어제 남편도 같은 말을 했어요. 3년 이내 경력 아니더라도 그냥 그 전의 경력으로 채워넣지 그랬냐고.^^
연구 경력란에는 적을 것이 없고 그래도 다른 난에는 좀 적을 것이 있어서 그나마 위로 삼았습니다.
그래도 전 지난 3년, 후회없이 살았다고 생각해요. 에이, 그러면 되었지? 저 자신에게 그렇게 다독이고 있답니다. ^^

울보 2011-01-20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참 불공평하지요,
여자는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모두 잘하기를 원하고 가정에 충실하고자 잠시 쉬고 나면,,
돌아오는것은,,일을 하는 엄마들 이야기를 들으면 좀 마음이 그럴때가 많아요,,
그리고 종종 아이가 커가면서 집에만 안주하고 있는 저자신을 생각하면 좀 쓸쓸해지면서 난 그동안 무엇을 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구요,,
3년 길면 긴시간 짧으면 짧은 시간동안 참 많은 일을 했는데 그렇지요,,

hnine 2011-01-20 17:45   좋아요 0 | URL
류가 커가면서 지금까지 보다는 울보님 시간이 많이 생길텐데 지금부터 울보님의 일을 잘 찾아보시고 준비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잘 하실 수 있는 일이 꼭 있을 거예요. 그럴거라 믿어요.

반딧불이 2011-01-20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산파업'이라는 용어를 보면 여성의 생산능력을 직업으로 보는 것인데 이런것을 인정해주는 제도는 어디에도 없죠. 용어선택을 잘하던지 정책수립을 잘하던지 해야하는데 어느쪽도 제대로 되어있는 것이 없는것 같아요.

hnine 2011-01-20 17:49   좋아요 0 | URL
우리나라는 왜 유독 이런 분야에서는 발전이 없을까요? 위에 인용한 기사대로라도 좀 바뀔지, 그게 과연 현실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될지. 우리의 자식 세대쯤 가면 좀 나아질까요?
 

올 한해,  

속상한 일도 많았고 

울기도 많이 울었으며 

그냥 흘려보낸 시간도 많았다.  

희망보다 절망을 생각하며 보낸 시간이 많았으며 

감사하기 보다는 원망을 더 쉽게 했다. 

 

하지만,  

아직 혼자 움직이고 생각할 수 있는 건강이 있고 

일어설 수 있는 의지가 있고 

하고 싶고 되고 싶은게 있고 

울수 있는 감정이 살아 있고 

이렇게 되돌아 볼 수 있는 이성이 있으니 

웃기로 한다 

울음 끝에 마무리는 웃음으로. 

 

지금도 내 인생은 진행중

내년에도 내 인생은 진행중일 것이므로. 

 

욕심과 기대가 있는 그 자리에 

감사하는 마음을 대신 올려놓을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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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10-12-16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나 좋을까요
이밤 아이에게 너무 느리다고 또 소리지르고
내몸이 아프다고 아이 숙제도 안 봐주고
혼자 책상에 앉아 손톱이랑 씨름 하는 딸을 보며
또 한번 소리지르는 나를 발견하고
난 또 한번 속으로 웁니다
내가 왜 이런 엄마로 자꾸 변해가고 있는지
그러지 말자 노상 반성하는 나쁜 엄마가 되어가는지를요,,

hnine 2010-12-16 22:50   좋아요 0 | URL
내 몸이 아플 때에는 자연스럽게 짜증이 나게 되지요.
아이들은 화내는 엄마보다 소리지르는 엄마를 더 싫어한다네요. 저 그 소리 듣고 얼마나 뜨끔했던지요. 매일 반성하면서 조금씩 우리도 커가고 있지 않을까요?
그나저나 울보님 건강부터 회복하셔야지요.

2010-12-16 2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16 2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ngmee 2010-12-17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울기도 많이 울었다니까, 맘이 아프다....
내 친구 내년엔 방긋 웃는 날이 많았으면 좋겠다.

hnine 2010-12-17 13:01   좋아요 0 | URL
그러면서 나도 좀 크지 않았을까? ^^
내년에는 네 말처럼 방긋 웃는 날이 많도록 노력해야지. 나에게 달린 것이니까. 고마워~

2010-12-17 0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0-12-17 13:02   좋아요 0 | URL
그래서 여기가 저는 마음의 고향같아요. 말뿐 아니라 정말로요. ^^

섬사이 2010-12-17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이 왔어요. hnine님.
온 세상이 환해요.
hnine님도 '해는 져서 어두운' 거 말고,
밝고 환한 나날들을 보내길 바라요.

hnine 2010-12-17 13:03   좋아요 0 | URL
그렇네요. 밖이 환해서 보니까 눈이 하얗게 왔네요.
밝고 환한 날들을 바래주신 섬사이님, 감사드려요. 제가 많이 모자라서요. ^^

마녀고양이 2010-12-17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인생은 진행 중...

오늘 제 색깔이 다시 블루예요. 겨울에는 잘 이래요.
추운거 잘 못 참아서,, 몸이 오그라드나봐요. 그래도
나인 언니 말씀대로 '일어설 수 있는 의지'가 있으니 따뜻한 커피 한잔과 함께
기분을 좀 바꿔야겠습니다. 좋은 날 되셔요,,, 쪽!

hnine 2010-12-17 13:05   좋아요 0 | URL

'내 인생은 진행중' 저 서재 타이틀은 언제 왜 저렇게 정했는지 기억도 안나요 이제. ^^
따뜻한 커피도 좋고, 따뜻한 영화도 좋고, 따뜻한 글도 좋고...
마녀고양이님 몸도 마음도 좀 데피셔야겠어요. 저도 같이~ ^^

느린산책 2010-12-17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벌써 올 한해를 정리하셨군여~
연말이라 거리는 흥청흥청 하지만
이상스럽게도 맘은 더 차분해지는듯 싶어요.
새해엔 웃는 나날이 더 많으시길..^^

hnine 2010-12-17 23:37   좋아요 0 | URL
정작 정리는 하기도 전에 그냥 회한이 밀려와서요.
새해엔 웃는 나날 많도록 노력할께요. 가슴뭉클님 서재에서 슬며시 미소짓는 날이 많았어요. 올리신 사진이랑 노래 들으면서요. 이참에 감사드립니다.

2010-12-17 2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17 2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0-12-19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hnine 2010-12-20 08:58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또 뭡니까, 그 웃음은!!
 


커가느라 그런다지만 갈수록 자기 주장이 강해지고 있는 아이와 요즘 자주 부딪힌다.
며칠 전엔 학교 다녀오더니 그런다. 아무래도 xx 선생님께서 자기가 글 쓰는 방식을 안 좋아하시는 것 같다고. xx선생님은 담임 선생님이 아니라 특수 과목을 가르치시는 선생님이시다. 왜 그러냐고 했더니 선생님이 쓰라는 식으로 쓰지 않는다고 자기가 아무리 열심히 써도 잘했다는 말씀을 안하신다는 것이다.
"왜 선생님께서 쓰라고 하는 대로 쓰지 않았는데?" 
물었더니, 세상에나, 아이 하는 말, 자기는 선생님이 쓰라고 하는 그 방식이 마음에 안든단다. 아니, 선생님이 시키시는 것에 마음에 들고 안들고가 어디있어? 학생이??

어제는 오전에 아이가 일주일에 한번 축구 교실에 가는 날이다. 나는 집에 있었고 남편이 데리고 갔다 온 후 점심을 먹는데, 아까 축구 끝나고 집에 오는 차 안에서 배가 아팠었다는 것이다.
"그래? 그런데 왜 아빠한테 말을 안했어?"
내가 아이에게 물었더니 아이 하는 말,
아빠한테 얘기해도 그때 차 안에서 아빠가 자기한테 해 줄 수 있는게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란다. 아이라면 일단 어디가 아프면 옆에 엄마나 아빠한테 아프다고 말하게 되지 않나? 

이렇게 아이는 커가고 있는데 나는 자꾸 아이를 아이로 보려 한다. 아이의 생각보다는 내가 생각하는게 더 나을거라고 보고 지시하고 따를 것을 요구한다. 거부하면 화가 난다. 

요즘 읽고 있는 책 <아들과 길을 걷다 제주 올레> 

벌써 언제부터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제주 올레에 대한 관심보다는 이제 열 세살 된 아들을 데리고 걸으며 저자인 엄마가 풀어낸 생각에 너무나 공감이 갔기 때문이다.
이제사 이 책을 읽고 있다.
자꾸 읽고 싶어지는 대목이 몇 군데 있다. 잠도 안오고 그 일부분을 베껴쓰는 것 부터 하고 다른 일 좀 하다 자야겠다. 

 

 

 

 

  

-아이 키우기, 때때로 밀려드는 그 막막함- 

제주 올레를 만든 서명숙 이사장이 쓴 <놀멍 쉬멍 걸으멍 제주걷기여행>을 읽다가 눈물을 콱 쏟은 대목이 있다. 바로 큰아들 이야기가 나오는 대목이다. 

'부모 속을 어지간히 썩인 놈이었다. 기자 노릇 하느라고 엄마 노릇 못한 죄값을 이자까지 보태서 치르게 한 아이였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교를 마칠 때까지 노상 선생님께 불려 다녔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유리창을 깼다, 미술시간에 준비물을 안 가져왔다, 선생님에게 말대꾸하고 반항했다 등등.
중학교 3학년 때는 기술 선생님에게 혼이 난 뒤 사흘을 가출해서 애간장을 다 녹였다. 아파트 경내의 정자에서 휴지처럼 구겨져 자는 아이를 발견하는 순간 엄습한 감정은, 반가움도 분노도 아니었다. 그저 막막함뿐이었다. 이 질풍노도의 계절이 끝이 날까, 대체 끝이 있기는 한 걸까.' 

서명숙 이사장이 산티아고를 가겠다고 가족들에게 말했을 때 남편은 그동안 나돌아다니느라고 애들도 못 돌봤으니 이제부터 집에 들어앉아 살림이나 제대로 하라고, 어머니는 다 늙은 여자가 무슨 배낭여행이냐고 펄쩍 뛰었단다. 20년 넘게 뼈 빠지게 일하면서 휴가도 변변히 못 써본 서명숙 이사장이 '분하고 서러워 거실에서 어린애처럼 대성통곡'할 때 그 '애간장을 다 녹인' 큰 아이가 어린애 달래듯이 등을 토닥그리며 속삭이더란다.
"엄마 걱정 마요. 엄마는 여행갈 자격이 충분히 있으니까."

'엄마학교'를 만든 서형숙씨는 좋은 엄마가 되는 건 의외로 간단하다고 말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아이를 향해 활짝 웃어주기만 하면 된단다. 일하는 엄마들의 가장 큰 맹점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집에 들어오는 아이를 맞이할 수 없다는 것. (중략)
"스스로 해야지, 스스로! 대체 언제까지 엄마가 도와줘야 하지?"
아마 우리 아이는 기어다닐 때부터 듣지 않았을까 싶다. 
(86, 87쪽 중에서)

 아이를 야단친 날은 일찍 잠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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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12-13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이 잠들지 못하는 밤이군요~ ㅜㅜ
아이가 저절로 크면 재미없지요, 우리도 부모님께 그런 자식들이었으니까요.^^
이제는 잠이 들었을려나~ 좋은 꿈 꾸세요.
나는 이제 일어났으니 서재질 좀 해야지요.^^

hnine 2010-12-13 07:05   좋아요 0 | URL
피곤해서 일찍 잠이 드셨었나봐요. 그런데 이 시간에 일어나시다니...
하나 키우면서 이러니 셋 키우신 저희 부모님, 그리고 순오기님께서는 얼마나 사연이 많으실까요. ^^

LAYLA 2010-12-13 0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의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는 애가 똑똑한 아이이고 나중에 더 잘 될 아이라고 생각합니다. 첫번째 에피소드는 정말 똑소리 나는데요

hnine 2010-12-13 07:07   좋아요 0 | URL
에궁~ 똑똑한 거라기보다 좀 튀지요? ^^ 전 저 얘기 듣고 얼마나 당황스럽던지. 제가 선생님이라면 예쁘게 안보였을 것 같아요. 제가 좀 모자라서 그런지.

프레이야 2010-12-13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의 방식이 마음에 안 들었다는 다린이가 전 참 대견하게 보여요.
저도 참 그랬거든요. 부딪힌 사건도 몇 있었구요.
열세 살 아들, 그리고 고민하는 엄마...
엄마랑 저런 소통하는 모습도 바람직하네요.
늦게나마 좀 곤히 주무셨기 바래요.
오늘아침 여긴 비가 오고 있어요. 밤새 왔나봐요.^^

hnine 2010-12-13 14:19   좋아요 0 | URL
여기도 새벽부터 지금까지 계속 비가 오고 있어요.
일 보고 들어왔더니 물만두님 소식에, 지금 마음이 심난하고 이상합니다.
저 책 리뷰도 올려야 하는데 마음 좀 가라앉히고 해야겠어요.

상미 2010-12-13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도 애들 다 키운건 아니지만,
때론 <남의 아이 보듯 하자>가 필요하더라.
그런 날도 있는거지뭐.
야단도 맞고, 칭찬도 받고,기쁜 날도 ,내 맘 몰라 억울한 날도, 맘 아픈날도...

hnine 2010-12-13 16:30   좋아요 0 | URL
'그런 날도' 있어야 하는데 요즘은 '거의 매일'이 그런 날이야.
아이 팟 사달라고 지금 한달이 넘게 조르고 있단다. 다른 어떤 것도 이렇게 오래 졸라본 적이 없는데...휴~

2010-12-13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13 16: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깐따삐야 2010-12-13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다린이 멋진걸요.
부당한 권위 앞에서는 굽히지 말아야죠. 저도 선생이지만 아이들이 내 스타일에 맞춰주고 따라왔으면 하는 바람이 없지 않아요. 다린이 같은 아이는 그런 저를 긴장시키고 불편하게 하면서도 내가 틀릴 수도 있구나, 고심하고 반성하는 기회를 주기도 해요. 결국 교사 자신한테도 도움이 되고 오래오래 기억에 남기도 하고.^^
그나저나 아픈 것을 얘기하지 않은 것은 살짝 놀라운 걸요. 그 나이에 그 정도로 상황을 냉정하게 파악하다니. 서른 넘은 저도 허구언날 엄살인데 말예요.

hnine 2010-12-13 16:15   좋아요 0 | URL
깐따삐야님,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걱정되던 마음이 좀 덜하긴 하지만 제가 보기엔 선생님께서 부당한 권위를 세우신 것 같지 않아서요. 부모 입장에서는 내가 아이를 잘못 키우고 있나 마음이 덜컥 하는게 먼저인가봐요.
아무튼 저렇게 아이가 자기 생각이 분명해지고 있을 때 부모도 뭔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겠지요.
깐따삐야님은 어디 엄살이었겠어요? 그럴만 하시니 그러셨겠지요. 아픈 것 혼자 참고 있는 것 안 좋대요~ ^^

비로그인 2010-12-13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는 쑥쑥 커가지요?

물만두님 소식에 심란해서 통 일이 안 손에 안잡혀요..

hnine 2010-12-13 16:20   좋아요 0 | URL
Manci님, 오랜만이어요.
저도 집에 들어와 서재 열어봤다가 갑작스런 소식에 아직도 정신이 멍한데, Manci님 오랜만의 소식에 위로가 되네요. 많이 바쁘시지요? 그런 줄 알면서도 궁금하더라고요. 자주 뵙던 분의 소식이 잠시만 뜸해도 이렇게 생각나고 궁금해지는데, ......물만두님때문에 참...마음이 아픕니다. 저랑 비슷한 연배인데 말이지요.

섬사이 2010-12-13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 닦는 심정으로 아이를 바라보다가도
한순간 울컥!!할 때가 많아요.
그래도 다린이는 소신이 분명하고 생각이 확실한 아이란 느낌이 들어요.
푹 주무세요.
내 몸 피곤하면 아이를 향해 활짝 웃어주기가 더 힘들잖아요.

hnine 2010-12-13 16:28   좋아요 0 | URL
섬사이님, 도 닦는게 다른게 아니었어요. 그렇지요?
매일 하는 징징거리는 얘기인줄 알면서도 서로 위안을 주고 받고 싶어서 이렇게 주절주절 글을 올려요.
소신이라면 바른 소신이어야 할텐데, 부모 입장에서는 자꾸 걱정의 눈으로만 보게 되네요, 그냥 믿어주기 보다는요. ^^

마녀고양이 2010-12-14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 말씀하시듯이,
저 역시 다린이가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그 생각이 옳고 그른지, 또는 부모나 세상의 생각과 일치하는지를 떠나서
스스로 신념을 가지고 그렇게 행동한다는 자체가 너무 멋져요.
그렇게 살기가 얼마나 힘들고 귀한건지요.

나인언니, 오늘 심란하시죠. 편안한 저녁되셔요.

hnine 2010-12-13 19:44   좋아요 0 | URL
그렇게 봐주시니 감사드려요.

예, 오늘 좀 심난합니다. 저녁도 안 했어요. 아이랑 나가서 간단히 사먹고 들어왔네요.
마녀고양이님도 평안하세요.

비로그인 2010-12-13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오랜만에 서재 나들이를 했습니다.

잠은 좀 주무셨는지.. 궁금하네요.
이번주는 꽤 바쁠듯한데,, 그래도 시간 내어서 뭔가 어딘가에 적어 두어야겠습니다. 일상, 사람들, 하는 일, 마음이 시키는 일..

오늘은 편히 주무시길 빌겠습니다.


hnine 2010-12-14 00:16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오늘 올려주신 음악 듣고 있어요.
고마와요.
 

 

   
  수퍼우먼이라는 건요
북한의 노동영웅 같은 것입니다
없는건 아니지만, 너무나 드물기 때문에 더욱 비현실적으로 추앙되고,
그거 쫓아가려다가는 평범인민들 가랭이 찢어지는.. 

 
   

 

www.hibrain.net  의 우먼방에서 퍼왔습니다. 
백배공감하니까 퍼왔겠지요. (씁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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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0-11-18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네요.
저 같은 경우엔 수퍼우먼 꿈도 안 꿔요.ㅎㅎ

hnine 2010-11-19 04:31   좋아요 0 | URL
다른 사람의 도움없이 여러 가지 역할을 잘 해낸다는 것은 거의 힘들다고 봐요.
수퍼우먼,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그걸 쫓아 살아야 하는 경우, 계속 밀고 나가는 것도, 어느 것을 포기하는 것도, 쉽지 않지요.

세실 2010-11-19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포기한지 오래입니다. 그냥 편하게 살아요. 적당히 타협하면서.......
굿모닝 나인님^*^

hnine 2010-11-19 14:31   좋아요 0 | URL
내 자신이 포기했다 하더라도 수퍼우먼이 아닌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순간과 맞닥뜨려야 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혼자 끙끙거리는 타입들에게는 참 좌절하기 쉬운 때이지요.

다락방 2010-11-19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이브 하란'의 [세상은 내게 모든것을 가지라 한다]는 소설이 생각났어요, hnine님. 스무살때였나, 아주 오래전에 읽어서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주인공은 일과 사랑을 동시에 성공시킬 수 있다고 장담하는 여자였죠. 그러지 못하는 여자들이 못난거라고 생각하면서요. 그러나 자신의 남편이 자신의 친구와 바람을 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녀의 삶은 그녀가 기대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흘러가는 내용이었는데,

수퍼우먼은 이상향인것 같아요. 결코 이룰 수 없는.
저는 '없다'는 쪽에 더 무게를 두는데, 드물게라도 '있다'고 보는건 수퍼으먼으로 '보이는'사람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그 허상을 좇아서 가느라 평범한 사람들이 인용하신 것 처럼 가랭이가 찢어지는거죠.

있든 없든,
나는 가랭이 찢어질테니 따라가지 말자, 라고 자신에게 일러두는 쪽이 결국은 더 만족스런 삶을 가져오지 않을까 싶어요.
결코 수퍼우먼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제가 스스로에게 하는 자기 변명이랄까요.

hnine 2010-11-19 14:33   좋아요 0 | URL
인용해주신 메이브 하란의 책 속의 그런 특별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일상 생활 속에서 여자들로 하여금 수퍼우먼이길 강요받는 순간이 많다는 것이 문제이겠지요. 수퍼우먼 정도의 각오가 아닐꺼면 물러나라는 그 암묵적인 횡포는 눈에 보이는 어떤 횡포보다 위압적이어요.

sangmee 2010-11-19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자기 아내가 수퍼우먼,,,,, 이길 바라는 남편들은 은근 많다는거.
못하는건 못하는거지.
포기 하는걸 배우면서 나이 드는거 같아.

hnine 2010-11-19 14:35   좋아요 0 | URL
그래, 남도 아니고 바로 내 남편이 그럴 때는 정말 몇 배 더 기운이 빠지지.
'포기'! 일하고 아이키우는 여자에게 생존의 필수 조건이라고 말한다면 과장일까?

깐따삐야 2010-11-19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냥 우먼으로 만족할래요. 같이 사는 남자도 그냥 맨이니.^^

hnine 2010-11-19 14:36   좋아요 0 | URL
예, 그런 마음 가짐으로 사는 우리들을 그냥 좀 내버려 두었으면 좋겠어요, 이 사회에서요.
 

 

 

나이가 든다고 해서 더 현명해지는 것 같지는 않다. 

다만 포기하는 것이 더 많아진다면 모를까. 

포기란 다른 이름의 수용이라는 것, 이 말 또한 수용하게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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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10-10-13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륜이 쌓이는 것과 현명해지는 것과 상관관계가 있겠지요.
둘을 함께 놓고 볼 수 있는 지가 문제겠지만요. ㅎㅎ

hnine 2010-10-13 18:04   좋아요 0 | URL
나이 먹으며 분명 얻는 것도 있겠지만 아집이 더 강해지는 경우도 있고, 편견이 많아지는 경우도 있고...아무튼 어떻게 나이를 먹느냐에 따라 많이 다른 것 같아요. 경륜이 쌓이면서 겸손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양철나무꾼 2010-10-13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울 남편을 보면,
나이가 들수록 애 같아지는 것 같아요.
애 같아 자는 걸 두고 현명하다고 할 수는 없고,
그런 애 같아지는 남편을 보고도...
그러려니 하고 포기하고 들어가긴 해요.

그럼,전 현명해지는 거고,
바꿔말해 나이가 드는 거겠죠?^^

(선문답처럼 대구를 했지만,깊이 생각해보게 돼요~)

hnine 2010-10-13 18:07   좋아요 0 | URL
뜬금 없는 저의 글에 이렇게 구체적인 답글로 응해주시다니 역시 양철나무꾼이십니다 ^^
나이들면서 현명하려면 어느 정도는 자기 자신에 대한 파악이 되어야 하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여야 하고...그런 생각이 들어서요. 해보지 않고 접어버리는, 그런 포기가 아니라 accept의 의미로서의 포기를 생각했어요.

2010-10-14 0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4 06: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상미 2010-10-14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이 들수록 고집만 느는 거 같더라.
나이 드니까, 참견하는거 좋아하게 되고...
아... 곱게 나이들고 싶어라.

hnine 2010-10-14 00:18   좋아요 0 | URL
아니, 아직 안자고 있어? 경은 아빠 기다리니?
난 시험문제 내느라...그리고 잠도 안오고.
나는 그대의 참견을 고마와 하는 사람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