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그렇게 자꾸 사람들 보는데서 코 후비면 여자애들에게 인기 없어. 어떤 여자애도 아무데서나 코후비는 남자 애를 좋아하지 않거든."
우연인가? 이 말을 아이에게 한 바로 그날, 아이 책상 위에서 저자의 이름 때문에 눈에 띄어 집어든 책이 있었다. Louis Sachar의 Marvin Redpost 시리즈. 그 중 Why pick on me? 라는 제목의 얇은 챕터 북이었다.

"구덩이"란 작품으로 뉴베리 상을 받은 Luois Sachar가 이런 챕터 북도 썼구나 생각하며 책을 들춰보고 있는데 아이가 옆에서 거든다.
"읽어보세요. 재미있어요."
주인공은 Marvin Redpost 라는 초등학생 남자 아이. 늘 코를 후비기를 좋아하여 반 아이들에게 놀림도 자주 받고 지저분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하지만 버릇을 쉽게 고치지 못하는 아이이다.
그러던 어느 날, 반 아이들과 공놀이를 하던 중 Clarence라는 아이가 금을 밟는 것을 보았는데 안그런척 하며 스스로 이겼다고 하는 것을 Marvin이 지적하자 Clarence는 Marvin의 말을 무시하며 참견말고 가서 코나 후비라고 한다. 너는 코후비고 있느라고 아무 것도 보지 못했다면서.
Marvin은 자신의 억울함을 증명하기 위해 보는 아이마다 Clarence가 금을 밟았다, 나는 그때 코를 후비고 있지 않았다고 얘기하지만 아이들은 귀담아 듣지를 않고 오히려 그만 좀 하라고 귀찮아한다.
마침 선생님께서 앞으로 50년 후에 개봉할 타임 캡슐에 집어 넣을 설문지를 작성하게 하는 과제를 내주시는데, 다른 아이들이 대개 "좋아하는 색깔은?", 혹은 "좋아하는 음식은?" 같은 평범한 질문을 가지고 설문지 작성을 할때 Marvin 이 만든 설문지의 질문은 다음과 같다.
"당신은 손으로 코를 후빈 적이 있습니까?"
마치 이 세상에 손으로 코를 후비는 사람은 자기 한 사람인양 놀려대는 사람들에 대해 정말로 궁금했던 것이다. 그들은 손이 아니라 모두 휴지를 꺼내어 닦아 내는지.
그런데 놀랍게도 Marvin을 그렇게 놀려대던 사람들을 찾아 다니며 일대일로 만나 솔직한 대답을 해달라며 물어보자 모두들 대답은
"손으로 코를 후빈 적이 있다" 였다. 심지어는 담임 선생님, 그리고 교장 선생님까지.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날, Marvin의 설문 결과 발표에 반 아이들은 모두들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특히 담임 선생님과 교장 선생님도 손으로 코를 후빈다는 말에 거짓말이라고 한다.
발표가 끝난 후 담임 선생님은 특이한 질문을 가지고 조사를 잘했다고 Marvin을 칭찬하시고 우리 자신에 대해 잘 알수 있게 해주는 결과였다고 말씀하신다. 결국 반 아이들도 Marvin의 결과에 동의를 하고 Marvin은 사람은 누구든지 코를 후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객관적으로 보여주었고 아이들은 더 이상 Marvin을 놀리거나 따돌리지 않게 되었다.
놀림의 대상이 되던 자신의 행동에 대해, 그렇게까지 놀림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Marvin의 당당함, 그리고 그것을 해결해가는 방법이 유쾌하고 설득력있어 기분 좋게 읽힌다. 이렇게 참신한 내용이라니.
다 읽고서 바로 몇 시간 전 아이를 놀리는 투로 야단쳤던 나의 행동을 돌아보게 된다.
나보다 먼저 읽은 아이가 나보고 "읽어보세요. 재미있어요." 라고 했었지.
그냥 재미있으니 읽어보라고 한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