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2010.7.7 [야! 한국사회] 이제 됐어? / 김규항 

교육문제를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문정현 신부님이 그랬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이 좀 이상한 것 같아요. 중고생 아이들과 대화를 하기가 갈수록 어렵더라고요. 걔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못 알아듣겠고 걔들도 내 말을 못 알아듣는 것 같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요즘 아이들 어릴 때부터 생활하는 걸 보면 정상적인 대화가 가능하다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농부들은 농사는 정직한 거라고 말한다. 땀 흘려 수고한 만큼 결실을 얻는다는 뜻이다. 시기에 맞추어 꼭 해야 할 일들 가운데 하나라도 빠뜨리면 어김없이 농사를 망치게 된다. 교육이란 게 농사와 같다. 아이가 다섯살 무렵에, 열살 무렵에, 열다섯 무렵에 꼭 해야 할 것들이 있는데 그걸 하나라도 못하고 넘어가면 그 상흔은 일생에 걸쳐 남는다.

이를테면 초등학생 연령대 아이들이 꼭 해야 할 일은 ‘노는 것’이다. 제대로 놀지 못하고 자란 아이는 정신적 영적으로 병든 사람이 된다. 대개의 아이들이 어머니가 저녁 차려놓고 ‘잡으러 다닐 때까지’ 놀던 시절에 자란 내 또래 가운데에도 어떤 사정 때문에 제대로 놀지 못한 사람은 겉보기엔 멀쩡해도 인성이나 대인관계에 반드시 문제가 있다. 특히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하면서 스스로는 모르는 사람을 보면 십중팔구 어릴 때 제대로 못 논 사람이다.

그런데 2010년 한국의 초등학생 가운데 제대로 노는 아이가 있는가? 어지간한 집은 저녁까지, 교육 좀 시킨다는 집은 밤늦게까지 학원을 돈다. 세계화가 어떻고 국제경쟁력이 어떻고 하지만 거의 모든 초등학생들이 이따위로 생활하는 나라는 지구상에서 한국뿐이다. 도무지 사회에 미래가 안 보인다 탄식들 하지만 한국엔 분명한 미래가 하나 있다. 이대로라면 10년 뒤 한국은 정신적으로 영적으로 병든 청년들로 가득 찬다는 것이다.

지난번 얼핏 적었듯 내가 ‘대학을 꼭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내 딸과 아들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한 이유도 그래서다. 두 아이는 공부를 곧잘 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이 일류대학에 갈 수 있는가 없는가와는 별개로 그에 이르는 20여년이 그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준다는 사실을 고려했다. 요컨대 나는 그들이 유리한 학벌과 경제적 안락을 가진 로봇으로 자랄 가능성보다는, 소박하게 살더라도 정상적인 인성과 감성을 가진 사람으로 자라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해가 다르게 부자의 아이들이 외고와 일류대를 채워가고 있다. 하긴 영어학습지 하는 아이와 방학이면 두어달씩 미국에서 살다 오는 아이가 경쟁을 하고 있다 말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그러나 그렇게 앞서가는 아이들도 역시 사람인지라 대가를 치른다. 근래 서울의 부자동네엔 잘 꾸며진 아동심리상담센터와 소아정신과가 부쩍 눈에 띈다. 아이들의 정신 건강과 성적이 상관관계를 갖는다는 생각이 그곳 엄마들에게 일반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아이가 심리상담을 하고 정신치료를 받는 일은 학원을 다니고 과외를 받는 일과 같다.

얼마 전 한 외고생이 제 엄마에게 유서를 남기고 베란다에서 투신했다. 유서는 단 네 글자였다. “이제 됐어?” 엄마가 요구하던 성적에 도달한 직후였다. 그 아이는 투신하는 순간까지 다른 부모들이 부러워하는 아이였고 투신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그런 아이였을 것이다. 스스로 세상을 떠나는 아이들이 매우 빠르게 늘고 있다. 아이들은 끝없이 죽어 가는데 부모들은 단지 아이를 좀더 잘살게 하려 애를 쓸 뿐이라 한다. 대체 아이들이 얼마나 더 죽어야 우리는 정신을 차릴까?
 

ps : 제목의 "이제 됐어?"는 체념이 아니라 힘든 삶을 살아온 어느 고등학생의 부모에 대한 세상에 대한 한탄이기도 하며 기성세대들에 대한 일침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한다. 생각해보면 나도 어릴적에 어머니가 저녁먹으로 오라고 찾으러 다닐때 까지 동네에서 친구들이랑 이리저리 흙 뭍히며 뛰어 놀았다.(그래도 좋아하는 만화가 하는 날 시간에는 어김없이 먼저 집에 들어갔다.ㅋㅋ) 우리의 아이들이 미래를 살아가는데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원어민처럼 할 수 있는 영어실력, 멘사에 가입할 수 있을 정도의 IQ? 난 이런것들이 중요하지 않다기 보다는 이런 것들보다는, 아이들의 건전한 심성과 타인과 세계에 대한 감수성이 좋은 아이들이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기다려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생각이 많은 시기이다. 천만다행으로 서울시 교육감 및 몇몇 지역들이 진보교육감이 당선되었다. 물론 이것이 문제의 해결은 아닐 것이다. 다만 한숨 돌릴 수 있는 여유만 생길뿐...아래 칼럼을 읽으면서 나도 그런 고민들을 했다. 도대체 왜 전교조를 못 죽여 안달일까? 사실 답은 간단하다. 고민을 하고 성찰을 하고 질문을 던지는 그들이 싫었던 것이다. 그리고 또한 학생들에게 성찰할 것을 시대의 문제를 고민할 것을 말하는 주문하는 불온한 전교조가 맘에 안드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런 세상에서... 

좀더 나 자신에 대한 교육에 대한 시대에 대한 고민을 더 해야 할 것이다. 뿌리 깊은 나무는 흔들리지 않는다. 고민이 깊으면 깊을수록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한겨레신문 2010.5.30  전교조를 위하여

교육과학기술부는 정당 가입과 민주노동당 후원금 제공 의혹과 관련하여 전교조 교사 183명을 파면·해임하겠다고 발표했다. 사람이 정치적 동물이라는 점조차 부정하는 교육관료들의 수구적 성격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발표 시기가 절묘했다. 학습권과 수업 결손에 대한 우려를 내세워 한 발 물러서긴 했지만 전교조 교사에 대한 징계 발표가 6·2 지방선거에서 그들에게 이롭게 작용하리라는 나름의 계산이 작용했던 건 분명하다. 초록은 동색이고,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10% 부적격 교원 퇴출”을 가장 중요한 공약으로 내건 자칭 ‘보수 중도’ 후보가 있다. 이명박 정권 아래 “비판세력에 대한 과도한 처벌, 권력세력에 대한 과도한 불처벌”이 관철되고 있음은 국제적으로 알려진 일인데, 교사의 ‘이념교육’을 성범죄에 비유하는 사람이라면 그 후보가 부적격 교사로 전교조를 겨냥한다는 점은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도대체 전교조는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저들은 ‘반전교조’를 표명하면 표를 얻는다고 믿으며 또 실제로 얻는 것일까. 아무리 보수를 참칭한 사익추구세력이 판치는 사회에서 보수의 결집을 노린 수라고 하지만, 민주주의와 학생 인권의 신장, 참교육을 위한 운동의 과정에서 탄압받은 것밖에 없는 전교조 아닌가. 촌지를 거부하고 불법 찬조금에 반대한 게 잘못인가. 전교조가 이 지경에 이르는 정치적 수모를 받아야 하는 배경은 도대체 무엇인가.

18세기 교육철학자 콩도르세에 따르면, 사람은 믿는 사람과 생각하는 사람으로 나누어진다. 고등학생이면 누구나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를 암기하지만, 이 명제를 확장하여 “만약 내가 생각하지 않으면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생각하는 사람이 열려 있고 다양성을 존중할 줄 안다면, 믿는 사람은 닫혀 있고 획일성의 포로가 되기 쉽다. 불행히도 21세기 한국 사회는 믿는 자가 생각하는 자를 압도하는 사회다. 소통이 불가능한 둘 사이의 세력관계는 정치뿐만 아니라 법 적용에도 그대로 관철된다.

우리는 주입식 교육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생각하지 못한 채 예전에 우리 자신이 그것을 받았듯이 오늘 우리 아이들이 받고 있다. 우리 몸에 주사기로 주입하는 것은 우리 건강을 위한 것이라면, 우리 의식세계에 주입하는 주입교육은 우리가 암기하고 믿을 내용을 채우는 것이다. 주입할 내용은 지배세력이 결정하는데, 반공, 친미, 기업하기 좋은 나라, 충성, 질서, 복종과 같은 것들이다. 우리는 모두 그렇게 주입식 교육, 암기교육을 받아 일단 믿는 사람이 된다. 그러다가 일부 소수가 선배를 ‘잘못’ 만나는 등의 특별한 계기를 통해 생각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가령 전교조 교사는 어떻게 전교조 교사가 될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대부분 선배를 잘못 만나 이명박 정부의 국방부가 불온도서로 선정한 책이나 그에 버금가는 책을 소개받아 읽었기 때문인데 그 뒤 자신이 그런 선배가 된다. 대학에서 동아리가 사라지고 선배가 사라질 때, 믿는 사람들 위에 군림하는 지배세력에게 전교조 교사들은 학생들을 믿는 사람이 아닌 생각하는 사람이 되도록 할 위험이 있기에 더욱 눈엣가시가 되는 것인데, 엄중한 역설은 지배이념을 철두철미 믿도록 강제하는 그들이 그 이념에 관해 생각해보자는 사람들에게 이념의 딱지를 붙인다는 점이다. 한나라당과 ‘조중동’이 사회 활력소 중에서 전교조를 가장 적대시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몰상식, 억지와 몰염치, 반문화, 반자연, 반인간, 물신숭배의 이명박 정권 아래 전교조에 대한 탄압과 부정은 오히려 전교조의 존재이유를 반영한다. 삼보일배보다 더 당당한 모습으로 나서야 한다. 이 땅에서 소수의 생각하는 사람으로, 자아실현과 만남의 주체로 존재하지 않는가. 
 

                                                                                                  한겨레신문 2010.5.3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지금 서점에 가보면 지구온난화와 관련된 서적들이 엄청 많은 것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사람들이 이렇게 관심이 있나? 이 많은 책들이 팔리긴 하나? 등등 '지구온난화'가 하나의 이슈가 되면서 하나의 상품으로 취급되고 있는게 아닌가 한다. 그래서 책들 중에서는 '지구온난화=멸망' 또는 '지구온난화=뻥(구라)' 이라는 상반된 시각을 보여주는 책들이 많다. 아래 신문 기사는 묘하게도 두가지가 혼합되어 있는 기사인 것 같다. 해수면이 상승되는 건 사실이나 투발루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어찌보면 투발루나, 키리바시에 관련된 내용들이 너무 과장되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래 책은 이와 관련해서 우리의 통념과는 다른 지구온난화 문제가 너무 문제 있다는 내용의 책이다.

한겨레신문 2010. 6.5 남태평양 ‘투발루’ 가라앉는다고? 

섬 9곳중 7곳 오히려 커져
산호초 등 퇴적현상 때문
“100년간 안 사라질것”
* 투발루 : 기후변화 대표적 피해사례  

기후 변화로 나라 전체가 물에 잠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 남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의 면적이 오히려 커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뉴질랜드와 피지 과학자들이 영국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결과를 보면, 투발루를 이루고 있는 섬 9곳 중 7곳은 1950년대보다 3% 이상 커졌다. 1곳은 30% 가까이 커진 것으로 돼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3일 전했다. 투발루는 그동안 기후변화로 인한 대표적 피해 사례로 거론돼 왔다. 투발루 국민들 상당수가 이웃 뉴질랜드와 오스트레일리아, 피지 등으로 삶의 터를 옮기려 하지만, 주변국가들은 이민자를 받아들이기 꺼리고 있다. 투발루 정부 내에서 자국민 집단 이주를 추진하자는 논의도 있었다.

연구팀은 투발루 뿐만 아니라 키리바시 등 태평양 저지대에 있는 섬 27곳을 대상으로 현재 위성사진과 60년 전 항공사진을 대조하는 방법으로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 결과 60년 동안 이 지역 해수면은 약 12㎝ 상승했지만, 27개 섬 중 면적이 준 곳은 4곳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을 이끈 폴 켄치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교수는 “이 나라들이 앞으로 100년 동안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섬 면적이 오히려 커지기까지 한 것은 사이클론과 폭풍이 한몫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암초와 산호초 부스러기들이 연안으로 밀려와 퇴적현상을 일으킨 것이다.

그러나 연구팀이 기후변화 현상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다. 해수면 상승 현상 자체가 부정된 것은 아니며, 앞으로 100년 동안 투발루가 사라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인간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유지될 수 있느냐는 알 수 없다. 켄치 교수는 “해수면이 상승한다고 섬들이 모두 가라앉는 것은 아니다”며 “기후변화 현상으로 인한 영향에는 여러 가능한 시나리오가 있고, 우리는 이에 대해 신중히 토론해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겨레신문 2010.5.24 ‘솔라밸리’ 꿈꾸는 더저우 

 기업·공장 100여개 입주…건물 80% 태양열 온수기
시, 7억달러 기반 투자…“화석연료 의존도 커져” 비판 

   » ‘솔라 밸리’(Solar Vally) 프로젝트를 추진중인 히민태양에너지 그룹의 본사 건물인 선문(해와 달) 빌딩은 광전지 집진판 등 태양광 시설을 갖추고 있다. 출처 히민태양에너지 누리집 

<워싱턴 포스트> 인터넷판은 최근 미국 정보통신산업의 메카인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비견되는 ‘솔라 밸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중국 북부 산둥성 더저우(德州)의 현지 모습을 전했다.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수만명의 농부가 아파트 단지로 이주했으며, 지금까지 약 100개의 기업과 공장, 리서치센터가 입주했다. 더저우는 지난해 태양열 가로등을 설치하는 데만 1000만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튀김용 닭고기 생산지로 유명한 인구 60만명의 농촌도시는 이제는 녹색 에너지기술의 중심인 ‘차이나 솔라 시티’를 표방하고 있다. 한때 농장임을 알려주던 거대한 붉은 깃발은 ‘세계 최대의 태양에너지 생산기지’라는 표어로 바뀌었다. 

 시 당국과 함께 7억4000만달러(약 8509억원) 규모의 태양광 에너지 생산기반에 투자하고 있는 히민(황밍) 태양에너지 그룹의 황밍 회장은 “ (도시가) 거대한 실험실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태양 왕’으로 불리는 그는 스스로를 “태양에 미친 사람”이라고 말했다.

히민 그룹은 세계 최대의 태양열 온수기 제조사로 최근 5성급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저탄소 호텔을 개장했으며, 태양열 온수 수영장을 갖춘 친환경 아파트 단지 ‘유토피아 가든’도 건설중이다. 시 당국은 모든 신축건물에 히민 그룹이 생산하는 태양열 온수기 설치를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시내 건물의 80%는 태양열 온수기가 설치돼 있다.

그러나 더저우 경제가 급성장함에 따라 역설적으로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는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더저우시의 차량은 6만대가 늘었다. 2008년에 비해 114%나 증가한 것이다. 태양에너지가 이런 에너지 수요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왕옌자 칭화대 교수는 태양에너지 생산시설이 지역 경제에는 이익이 되겠지만 화석 연료에 대한 중국의 의존도를 낮추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태양에너지가 “아직 대양 속의 물 한 방울에 불과하다”며 “그러나 더저우는 미래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이 나라가 미쳐 돌아가고 있다. 당원 뿐만 아니라 합법적인 정치적 후원금을 낸 교사들에게까지 정치적 칼날을 대고 있다. 교사, 공무원에게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하는 현재의 공무원 법은 인간으로서의 '인격성'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난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이 좋아하는 법치주의에 의해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 그럴 수도... 그러면 한나라당으로부터 수십에서 몇백 만원이나 후원금을 내며 그들의 정치성을 드러내고 있는 그 수많은 교사, 공무원들도 처벌하라. 똑같이. 그게 형평성에 맞는 것 아닌가.

 

한겨레신문 2010.5.24 정부의 이성 잃은 교사·공무원 중징계  

정부가 민주노동당에 가입했거나 후원금을 낸 혐의로 기소된 교사와 공무원들을 중징계하기로 결정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검찰이 관련 혐의로 183명의 교사를 기소함에 따라 전국 시·도교육청 감사담당과장 회의를 열어 해당 교사들을 ‘배제징계’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어제 밝혔다. 행정안전부도 같은 혐의로 기소되거나 기소유예된 지방공무원 89명 전원을 파면·해임 등 중징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또 이들 가운데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들과, 전국공무원노조 출범식 등을 주도한 지부장급 간부들은 가중처벌하되 감경이나 의원면직 등의 처리도 금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공립학교 교사 134명과 지방 공무원 83명이 현장에서 쫓겨나게 되고 사립학교 교사 35명도 이에 준하는 처벌을 받게 됐다.

무엇보다 이번 조처가 현저하게 균형을 잃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특정 정당에 당비를 냈거나 후원금을 낸 행위가 공무원과 교원의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는 실정법을 위배한 중대한 사안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동안 비슷한 사례에 대한 처분 결과를 보면 이런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앞서 현직 교장들이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10만원에서 500만원까지 정치자금을 후원했음에도 형사처벌이나 징계 대상이 되지 않았고 한나라당의 공천을 신청한 현직 교장도 역시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았다. 결국 한나라당은 괜찮고 민주노동당은 안 된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교원이나 6급 이하 공무원의 징계권은 교육청과 자치체에 있음에도 중앙부처인 교과부와 행안부가 징계의 수위를 결정했다. 이 정권이 그동안 눈엣가시였던 전교조와 전공노에 결정적 타격을 가하려는 의도에서 월권을 저지르는 무리수까지 동원한 것이다.

정부가 이런 고무줄 잣대를 들이댄 시점 역시 고약하다. 6·2 지방선거에 영향을 끼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은 민주진보진영 교육감 출현을 막기 위해 ‘전교조 때리기’를 계속해왔다. 이번에 문제가 된 교사들은 대부분 전교조 소속이다. 벌써부터 교과부가 이들을 중징계해 이슈를 만들고 한나라당이 이를 반전교조 전선에 활용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원과 공무원의 정당활동을 금지한다는 명분으로 정권이 나서서 선거운동을 하는 이런 그릇된 행태를 당장 중단해야 마땅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