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 탄두리
에르네스트 판 데르 크바스트 지음, 지명숙 옮김 / 비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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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이기호 작가의 작품을 좋아한다. 가족의 이야기를 소설로 쓴 게 특히 좋다. 작가의 아이들이 내 주변에 있을 것만 같아 찾아보고 싶을 정도로 따스한 이야기를 쓰기 때문이다. 가족의 이야기를 쓴다는 건 작가로서 큰 부담일 것 같다. 숨기고 싶거나 굳이 들어내고 싶지 않은 일들까지 나타내야 제대로 된 소설이 되기에 곤란함에 처하지 않을까 종종 생각하곤 한다. 나 같으면 드러내고 싶지 않은 일들은 말하지 않는다. 이 나이가 되도록 체면이 중요한 것일까.

 

인도 봄베이에서 태어나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자란 작가 에른스트 환 데르 크봐스트의 자전적 소설이 그렇다. 이기호 작가처럼 작가의 실명을 드러내 억척스러운 어머니의 이야기를 하는데 너무 재미있다. 우리 어머니들의  억척스러운 모습을 직접 보는 것 같아 절로 미소짓게 만든다. 오히려 우리 엄마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는다. 책 표지의 소개처럼 특기는 물건값 깎기, 취미는 남편 닦달하기, 희망은 우리 아들 멀쩡해지기. 극성맞고 애들프고 요절복통 웃기는 이야기다.

 

어머니는 궁색하기 짝이 없는 인도의 가정에서 열한 번째 입으로 태어났다. 인도에서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다가 직업을 새로 구해 네덜란드로 오게 되었다. 여행가방 두 개를 들고 말이다. 여행가방 안에는 귀걸이, 목걸이, 팔찌 등의 물건이 실려 있었다. 어머니가 집을 구할 때 남편과 세 아들들은 가만히 앉아 있고 고개만 끄덕거리게 되는데 이 모든 게 어머니의 지시하에 일어나는 일들이었다. 집 한 채 값을 인도에서라면 몇 채라도 사겠다며 사정없이 깎아버린다. 물론 탄두리처럼 불같은 성격의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불같은 성격의 엄마에게 아빠는 순한 양처럼 군다. 집을 구할 때도, 세입자를 내쫓을 때도 그의 귓가에 조심하라는 말만 남길 뿐이다. 병리학 의사인 아버지가 화장실에서 논문이라도 보고 있으면 델리의 생쥐보다도 돈을 못 벌어온다며 아버지를 닦달하고 논문을 찢어버리기까지 한다. 또한 시체 냄새가 난다며 식탁에서 겨드랑이를 딱 붙이고 있으라고 한 어머니다.

 

 

 

그럼에도 지적 장애인인 큰 형을 낫게 하려고 국경을 넘어 프랑스에 까지 가서 성수를 구해온다. 여기에서 장애들에게 무료로 탑승할 수 있는 장애인 통행증을 사용하겠다며 우기는 장면 또한 압권이다. 우리 같아도 어딘가로 숨어버리고 싶을 것 같다. 그렇지만 아들들과 아버지는 그런 엄마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 같다.

 

어머니의 소원이 큰 아들 아쉬르바트가 정상인이 되는 것이다. 또한 둘째 아들이 무슬림 여자를 데리고 오고, 경제학 공부를 하고 있는 에른스트가 공부를 포기하고 작가가 되겠다고 했을 때 어머니는 낙담을 했다. 작가 에른스트가 어머니 이야기를 쓰려고 했을 때 고민 끝에 한 말은 '다 네 마음대로 지어내고 꾸며대고 바꿔도 상관없어. 어떻게 쓰든 다 괜찮아. 하지만 꼭 한 가지, 내가 희망을 포기했다고는 절대로 쓰면 안 돼.' 였다.

 

나는 어머니의 외침을 다시 한 번 더 듣고 싶을 따름이다. "잘디! 잘디!" 잔디밭 위로 튀어오르는 그녀의 목소리. 그녀의 열정 그리고 환희에 넘치는 행복감. (166페이지)

 

극성스러운 어머니 이야기를 했지만 그럼에도 따스하게 읽혀지는 건 비단 나 뿐만 아닐 것이다.  탄두리 화덕처럼 불 같은 성격의 어머니를 극성맞게 그렸음에도 작가와 가족들이 느끼는 따스함과 감동이 있었다. 역시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에른스트의 2세 아이 이야기가 나오는데, 어쩐지 계속 이어질 것만 같다.

 

에른스트 환 데르 크봐스트의 이기호식 가족 소설이 계속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 특별할 것 없는 가족사, 예를들면 평생 직업을 가지지 않은 삼촌과 어머니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성격을 가진 이모들의 이야기에 감동하게 된다. 다음에는 아버지에 대한 소설을 써볼까 생각중이라는 저자의 말에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본다. 어머니에게는 아무 말 못하고 다른 사람들의 귓가에 속삭일 뿐인 아버지의 속엣말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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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8 16: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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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드라마에서 여자 주인공은 한때 잘나가던 카피라이터였다가 경력이 단절되어 취직을 하지 못했다. 급기야 고스펙을 가졌음에도 학력을 숨기고 입사한 출판사에서 마케터로 거듭나는 과정들을 담은 내용이었다. 드라마 속에서 책을 만드는 편집자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독자들이 책을 읽을 수 있겠금 알리는 마케터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언가를 팔기 위해서는 알려야 한다. 많은 사람들의 입소문이 나는 것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그 상품을 알지 못한다면 아무것도 아니다. 즉 상품을 알려야 하고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소문이 나야 한다.

 

사실을 말하자면 책만 읽는 내게 마케팅이라는 분야는 아주 생소하다. 내가 관심있는 분야도 아니어서 무슨 말을 해도 귀에 와닿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 세스 고든은 마케팅에 대하여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한다.

 

마케팅은 변화를 일으키는 행위다.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누군가를 변화시키기 전에는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닐뿐더러 마케팅을 한 것이 아니다. (13페이지)

 

변화를 일으키고 싶다면 문화를 만드는 일부터 시작하라. 긴밀하게 조직된 집단을 구성하는 데서 시작하라. 사람들은 한데 엮는 데서 시작하라. 문화는 전략을 이긴다. 심지어, 문화가 곧 전략이다. (36~37페이지)  

 

 

 

 

다른 책에서도 보았지만 연예인들은 팬덤을 형성한다. 즉 연예인들을 좋아하는 팬들이 돈을 쓰게 만드는 것. 그것이 연예인들을 모델로 기용하는 이유다. 저자 세스 고든 또한 책에서 언급했는데, 케빈 켈리의 글을 이용해 가수나 작가의 경우 1,000명의 진정한 팬만 있어도 먹고살기에 충분하다는 내용이었다.

 

아마 다른 책의 리뷰에서도 언급했었는데, 여동생 또한 좋아하는 배우가 광고하는 옷을 사고, 커피를 사고, 그가 출연한 영화는 열 번 가까이 보는 건 기본이며 그가 보았다는 책들을 다 사서 보곤 한다. 전에 어떤 아이돌이 어느 책 속의 인물과 비슷하다고 하여 그 책이 품절대란 사태가 있었던 적도 있었다. 실제로 내 블로그에서 와서도 그 책을 팔라며 비밀 댓글을 남긴 적도 있었다.

 

이처럼 마케팅은 우리 생활에서 아주 중요한 것이다. 누군가의 시선을 붙잡아 그것을 구매로까지 이어지게 하는 것. 이게 마케팅의 효과다. 드라마 주인공이 보았던 책이 다음 날 아침이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절판되었던 만화 세트가 재발간 되기도 하는 것. 역시 마케팅의 효과다.

 

최고의 마케터는 변화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찾아서 그들의 참여를 이끌어 낸다. 그 방법은 같이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을 서로 연결하는 것이다. (234페이지)

 

눈에 띄지 않는 광고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눈에 띄는 광고도 모든 사람이 아니라 일부의 눈에 띈다. 적합한 사람들의 눈에 띄는 광고는 긴장을 창출한다. (246페이지)

 

일을 잘 하는 것, 어떤 대상을 잘 만드는 것, 마케팅을 잘하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분명 우리에게는 당신의 기술이 필요하지만 당신의 변화가 더 필요하다. (357페이지)

 

저자는 마케터가 먼저 변해야 하고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마케팅에 문외한인 내가 보아도 알기 쉽게 설명했으며 실제 마케터로 활동하는 사람이 보면 더욱 좋을 책이다. 마케터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 본다면 많은 자극을 받을 만한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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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8 16: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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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조금씩 너만의 시간을 살아가
유지별이 지음 / 놀(다산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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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하면 교복인데, 난 공교롭게도 교복 자율화가 시행 되던 시점이어서 중학교 1학년 까지만 교복을 입었다. 남들하고는 다른 일명 세라복. 교복을 입고 입학식을 했던 순간들을 많이 그려볼 텐데. 고등학교 때 사복 때문에 아침마다 고민했었던 시기였다. 그 눈부신 시절이 떠올랐던 그림에세이였다. 그림과 글을 쓴 작가가 아직 대학생이라는 점이 놀랍다. 글과 함께 필체가 고운 여학생을 바라 보는 느낌이랄까.

 

고등학교 입학과 함께 3년의 시간을 보내고 졸업식을 거쳐 이제 대학생 새내기가 되어 일년을 마친 시간들을 그림과 글로 나타낸 책이었다. 설렘반 두려움 반이 공존하는 입학식. 어떤 친구들이 있을 것이며, 담임 선생님은 어떤 분일지. 반 분위기는 또 얼마나 궁금해 했던가.

 

 

하얀 기대 반, 검은 걱정 반, 잿빛 발걸음.

그 위로, 봄바람이 불어오더라.

 

'넌 충분히 빛나고 있어.'

향긋한 꽃향기가 말을 걸어왔어.

봄을 찾아 이끌리듯 다시 힘차게 내디딘 한 걸음.

 

'잘할 거야, 힘들면 잠시 쉬어가도 돼.

우린 이제 시작이니까.' (16페이지)

 

봄의 시작은 이처럼 핑크빛이던가. 곧 있으면 온 세상이 핑크빛으로 가득할 것이다. 매화 개화 시기를 지나 바야흐로 벚꽃의 계절이 곧 다가오지 않던가. 그래서 작가의 그림도 핑크빛이다. 온통 핑크빛으로 가득한 벚꽃의 계절을 봄으로 표현했다. 물론 새침하기 이를 데 없는 꽃샘 추위가 다가올테지만 그래도 설레기만 한 봄이다.  

 

 

설레기만 한 봄과 열정 가득한 여름, 울긋불긋 결실을 맺을 가을, 모든 것이 얼어붙지만 다시 봄을 그리는 마음을 표현해 사계절을 챕터로 그때그때의 감정들을 그림과 함께 글로 풀어냈다.

 

바다 향기를 머금은

여름 길을 보며

한 걸음.

 

푸른 바람이 전하는

잔잔한 파도 소리에

또 한 걸음.

 

그러다

우산에 흘러온 하얀 구름에

내 걸음을 멈추었다.  (94페이지)

 

이미 십 대때부터 그림을 그려온 작가는 글도 어여쁘게 쓴다. 비록 아직 짧은 글들의 모음이지만 언젠가는 긴 글도 쓰지 않을까. 나이에 맞게 성숙해가며 글과 그림이 더 찬란하지 않을까.

 

 

해가 채 뜨지 않은 겨울날.

소리 없이 눈이 내리던 날.

눈물이 날 정도로 시린 칼바람이 불던 날

 

겨울의 문을 열고 그 끝에 다다랐을 때,

우리의 새벽 속에는

 

네 웃음이 담긴 입김이

설렘이 담긴 목소리가

우리가 함께한 순간들이

따뜻하게 남아 있을 거야.

 

나와 함께 있어줘서 고마워. (186페이지)

 

 

 

그림 실력이 꽤 좋은 것 같다. 부드럽게 편안한 그림에서 한때 우리가 겪어 왔던 감정들을 만날 수 있었다. 얼마나 좋은 시절인가는 그 시절을 지나야만 느낄 수 있다. 얼마전 종영했던 드라마 제목처럼 눈부신 시절이다.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찬란하게 아름다운 시절.

 

이 책을 읽으면 찬란한 아름다움을 간직했던 그 시절을 만날 수 있다. 떠오르는 감정들, 함께 했던 친구들과의 추억. 다시는 오지 않을 소중한 순간들이다. 눈이 부시게 찬란한 시절을 보내고 있는 친구들에게 말하고 싶다. 그 시절을 즐기라고. 그 시간 만큼 아름다운 순간도 없다고.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순간이라고.

 

네가 상상도 하지 못한 풍경이

지금부터 펼쳐질 거야.

 

깊은 밤의 별빛이 가득한 은하수

그리고 달빛이 스며든 바람이

우리를 부르고 있어.

 

자, 이리 와.

내가 널 누구보다 행복하게 만들어줄게.

 

나와 여행을 떠나보지 않을래? (223페이지)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작가다. 그림도, 글도, 마음도. 한층 더 성숙해서 돌아오길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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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2 11: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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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2 16: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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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3 12: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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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경 3미터의 카오스
가마타미와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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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별별 일이 다 생긴다. 모르는 사람인데 아주 잘 아는 사람처럼 다정하게 말을 건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곤란한 일을 겪고 있을때 참견해가며 도와주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이런 경우 나이가 어린 사람의 경우는 덜한 편인데 나이 든 사람일수록 그런 경향이 강하다. 오지랖이 넓다, 혹은 참견쟁이라고 낮춰부르기도 하는데 그 사람들은 모두 외로워서 그런게 아닐까 싶기도 한 게 사실이다. 누군가 자신의 말을 들어 줄 사람이 없기에 모르는 사람에게도 말을 건네는 게 아닐까 하는. 

 

삼십 대의 일러스트레이터 가마타미와가 일상에서 만나는 재미있는 사람들, 특별히 좋아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웹툰으로 말하는 일기 같은 것이다. 그가 만나는 사람들은 다양한 사연들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옷집에서 아주 비싼 물건을 보여준 다음 더 저렴한 물건을 보여주며 사겠금하는 점원이며 수영장에서 마치 오래 알아왔던 사람처럼 수영을 가르쳐주고 이것저것 가르쳐주는 할머니들처럼. 그런가하면 전자제품 가게 직원은 IT 부품에 대해서는 아주 정확하게 추천해주지만 물건을 포장하는 것에는 어설퍼 자꾸 실수하는 모습을 보며 사람은 참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구나 라고 느끼게 된다.  

 

 

 

일상에서 일어난 일들 뿐 아니라 타이완을 여행하며 보았던 풍경들도 보여주었다. 혼자서 하는 여행. 외롭지만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며 많은 목록을 써와 움직이며 느끼게 되는 건 비록 중국어를 잘 하지 못해도 여행자에 대한 따뜻한 배려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어디서 왔느냐란 물음에 친절한 답변과 함께 일본의 어딘가를 방문해보고 싶다는 대답을 듣고는 국내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을 반성하고 국내 여행도 해봐야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도 우리와 비슷하다. 우리도 그렇지 않던가. 외국의 풍경을 더 그리워하고 떠날 생각을 하게 되지만 내가 머물고 있던 곳을 누군가에 의해 새롭게 발견하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작가가 타이완의 풍경의 사진으로도 남겼는데, 내가 다녀왔던 익숙한 풍경이 보여 반가움이 일었다. 여행했던 사람들과 함께 방문했던 지우펀의 홍등과 거리들. 여행자의 신분으로 느꼈을 많은 감정들이 그리워지기도 했다. 다음 여행을 위한 팁까지 밝혀놓는 작가만의 센스 또한.

 

 

 

특별히 재미있다는 생각보다는 이런 일상적인 내용도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리니 새롭게 느껴지는 구나 하고 부담없이 읽었다. 그런데 아래 사진에서는 나도 모르게 풋 하고 큰소리로 웃었다. 

 

수영을 배우는 작가. 할머니 할아버지의 지대한 관심으로 수영을 열심히 배우는 모습들을 보여주었었다. 카페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한 작가는 팔과 어깨가 수영에 적합해지고 있다고 했었다. 민소매 차림으로 카페에 앉아 있는데 놀라는 친구에게 '권투하는 것 같아?'라고 묻는 장편에서 큰 소리로 웃었다. 수영이 아주 좋다는 걸 알지만 어깨가 넓어진다는 단점때문에 수영을 꺼리고 있는 게 생각나서였다. 지금도 어깨가 탄탄한 편인데 수영을 하면 어깨가 되는 게 아닐까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오래전 블로그에 일기처럼 일상을 적었던 때가 떠올랐다. 교류하는 이웃들과 함께 일상을 보여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던 때가 문득 그리웠다.

 

오늘도 누군가와 부딪치며 살아가고 있다. 때로는 웃고, 때로는 삐지고, 때로는 슬퍼한다. 살아가며 느끼는 많은 감정들을 다 보여줄 수는 없지만, 타인의 일기를 보며 느껴지는 감정이 있다.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 누군가에게 말하지 못하고 혼자 웃었던 것처럼, 오늘도 우리 곁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에 관심을 갖고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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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 오늘 하루는 어땠어?
이가라시 미키오 지음, 고주영 옮김 / 놀(다산북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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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를 알게 된 게 김신회 작가의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라는 에세이였다. 몇 컷의 만화에서 자신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글들이어서 많은 분들이 공감했던 책이었다. 나 또한 기회가 되면 진짜 보노보노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이번에 나온 『보노보노, 오늘 하루는 어땠어?』는 한 권으로 묶은 보노보노 베스트 컬렉션이다. 한 컷씩 이어지는 만화와 각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무척 아기자기하게 이어진다. 각자의 성격에 맞게 너부리는 까칠하게, 포로리는 귀여움으로, 보노보노는 푸근함으로 우리의 마음을 열게 한다.

 

큰 제목으로 이어지는 에피소드는 각자 읽어도 좋고, 함께 이어 읽어도 좋다. 어느샌가 잃어버렸지만 옛날에 갖고 있던 물건들을 떠올린다고 하자. 모양이 예쁜 돌 같은 경우 부서지게 되면 조각조각 흩어지고 만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있기 때문에 십 년이 지나도 백 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은 물건으로 남는다. 우리가 추억이라고 부르는 물건이 되는 것이다.

 

 

 

 

나는 걷는 게 좋다. 시간만 있으면 밖으로 나가 걷고 싶고, 좋은 장소를 누군가와 함께 걷는 걸 좋아한다. 여행이라도 가게 되면 편안하게 쉬는 것 보다는 내가 보지 못한 장소를 찾아다니고 싶다. 저녁에 피곤하더라도 욕심을 내게 된다.

 

 

보노보노는 포로리에게 '걷는 건 왜 재미있는 걸까?' 라고 묻는다. 다리를 번갈아 가며 내딛기 때문에? 풍경이 움직이기 때문에? 걷는다는 건 좋아하는 곳에도 갈 수가 있기 때문일까. 너부리에게도 물어보지만 특별한 답을 찾지는 못한다. 특별한 해답이 필요하지도 않다. 걷는 게 재미있는 건 좋아하니까 좋은 거다.

 

 

사람과의 관계도 그렇지 않을까. 누군가와 자꾸 만나고 싶고, 이야기하고 싶은 건 그 사람을 좋아하는 거다. 왜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한참을 생각해야 할지도 모른다. 특별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보노보노처럼 그 사람의 어떤 것이 좋다기 보다는 그저 그 사람이 좋아서 그런거다.

 

 

까칠한 너부리는 자기의 꼬리를 떼어버리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왜 떼어버리고 싶냐는 동물 친구들에게 꼬리 따위 없어도 죽지 않기 때문이란다. 우리집 고양이 같은 경우 꼬리로 말을 한다. 자기의 이름을 부르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외출했다 돌아오면 꼬리로 다리를 휘감아 자신의 냄새를 묻힌다. 우리집 고양이를 생각하며 너부리의 꼬리 역할은 뭘까, 잠깐 해보았었다. 꼬리가 불쌍하다고 했다가 네 몸의 일부이지 않느냐며 달랬다가 떼어낸 꼬리를 동물 친구들이 괴롭히면 화나지 않겠냐며 말리는 보노보노와 포로리를 보며 그저 웃게 된다. 결국 족제비 아저씨를 찾아가 꼬리를 떼려 하지만 장난으로 꼬리를 자르려는 아저씨의 속임수에 모두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도 모른다.

 

홀로 있다는 건 외로움일까. 그러고보면 주변에서 혼자 지내는 사람이 꽤 많다. 각자의 사정에 따라 혼자 지내게 되는데 제일 걱정되는 것이 쓸쓸하지 않을까. 외롭지 않을까다. 우리 사회 전체에 1인 가족이 많아 오죽하면 혼밥, 혼술 등의 언어까지도 나온 상태다. 식당에 가도 혼자서 밥을 먹는 사람에게 편한 탁자와 식탁이 있다. 이용자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혼자서 여행하게 되면 홀로 밥 먹는 게 상당히 눈치 보이는 일이었는데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 되었다. 아빠가 아끼는 물건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보노보노와 친구들의 물건 찾기에서 보노보노가 바다에 홀로 서 있는 장면에서 느낀 감정들이다.   

 

 

책 속에는 감기에 걸린 것 같은 보노보노가 너부리에게 감기 낫는 법을 묻는 장면도 재미있다. 미소베 개미를 먹으라는 둥, 그물풀 뿌리를 먹으라는 말을 듣는다. 가장 웃긴 건 너부리 아빠의 감기 낫는 법이다. 감기를 미워하고 미워하고 몸이 타들어가듯 뜨거워질 때까지 미워하라는데 이런다고 감기가 낫나.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우연찮게 감기가 나았다는 걸 발견하는 보노보노. 역시 감기란 시간이 지나면 낫는다는 거. 그런 말도 있잖은가. 약 먹으면 2주, 그냥 쉬면 15일이면 낫는다고. 많이 쉬고 잘 먹으면 낫는다는 게 정답이다.

 

나와 똑같은 얼굴을 한 사람과 만난다면 어떨까. 자기와 똑같이 생긴 동물들을 찾아 헤매는 보노보노와 포로리, 너부리는 과연 만날 수 있을까. 보면 어떤 기분일까. 마치 거울을 보는 듯 똑같은 모습을 발견하면 반가움이 먼저 들까. 자기와 닮은 동물들을 찾는 과정이 그려진 게 마지막 에피소드였다.

 

느리게 걸으며 걱정이라고는 없는 보노보노와 동물 친구들의 이야기에 빠져 있다보니 어느새 다 읽었다. 삶이란 내가 종종거리며 애달파해도 똑같은 속도로 지나간다. 내 마음의 시차때문에 빠르게 여겨지기도 느리게 여겨지기도 하는 것이다. 보노보노처럼 산다면 걱정거리가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마음은 여유로워지고 걱정 같은 건 하지 않으며  매일매일이 즐거울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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