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등산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1
미나토 가나에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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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때 마운틴 걸이었다. 4~5년을 꾸준히 다녔던 것 같다. 지금은 여러가지 사정으로 먼 산은 자주 다니지 않고 가까운 뒷산, 혹은 트레킹 위주로 다니고 있다. 일 년쯤 쉬었을까. 쉬었다 다시 다니기 시작했더니 이렇게 좋은 산을 왜 다니지 않았던 걸까, 후회가 되었다. 새벽에 일어나 도시락을 싸고 집에서 나서기가 힘들지 가면 좋은데, 하는 말들을 했다. 앞으로 자주 다니자고 함께 다닌 친구랑 약속을 했지만 그 약속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아무래도 등산에 관련된 소설을 읽자니 즐겁게 산행했었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친구들과 여러 명이서 함께 어울려 색색의 반찬들로 된 도시락을 챙겨먹고 하하호호 웃었던 기억들이었다. 상쾌한 공기와 친구들간의 관계가 더욱 좋아진 건 덤이었다. 그 친구들과 한라산을 등반하기도 해서 유달리 기억에 남는 친구들이다.

 

나는 이 소설이 그의 유명한 소설 『고백』처럼 여러 인물의 시점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해가는 소설로 보았다. 각자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대신 인물들의 연결 고리와 함께 산이라는 것에 대한 통찰을 만날 수 있다. 사실 등산을 하게 되면 함께 걷는 사람이 있어도 각자의 생각에 빠져 걷게 된다. 과거의 일들, 현재의 상황, 미래에 펼쳐질 생각들이 머릿속에 떠돌아 상황들을 정리하기에 퍽 좋다. 묵묵히 고 있지만 머리속은 무척 번잡하달까.

 

 

 

 

소설 속 인물들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인물들이 속해 있는 장소에 따라 일본의 산과 뉴질랜드의 산을 걷게 되는 여성들을 만나게 되는데 모두들 번잡한 마음들을 가지고 산에 올랐다는 거다. 백화점에서 근무하다가 등산용품 행사할 때 구매하게 된 등산화 때문에라도 첫 등산을 하게 된 여성이 결혼을 앞두고 이해되지 않았던 남자 친구의 행동에 대해 계속 고민하게 되는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함께 산에 오르는 동갑내기 친구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결국엔 함께 힘든 시간을 보낸 사람만 가질 수 있는 우정의 형태를 지니는 것이 등산 후의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 남편에게 이혼 통보를 받은 여성이 언니를 불편해하는 동생과 함께 산행을 하며 자기의 모습을 돌아보는 것.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했던 언니가, '노조미, 너랑 오는 게 좋았어.' 라는 말을 듣게 되는 것. 이런 것들은 함께 산행을 하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다.

 

아주 어릴 때부터 아빠랑 함께 산행했던 마키노는 '야리가타케' 정상을 한번도 오르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과 산행을 하면 맞지 않아 등산을 혼자 다니곤 했었다. 이번에 '야리가타케' 정상을 오르리라 다짐하고 휴가를 내어 산행을 하던 그녀는 등산을 하며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의 즐거움을 깨달았다. 누군가를 이끈다는 게 싫었던 그녀지만 다른 일행과 걸어가며 그때 아버지가 지쳤던 게 아니었을까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던 것이다.

 

 

 

 

 

 

사람은 크든 작든 짐을 지고 있다. 단, 그 짐은 옆에서 보면 내려놓으면 될 것 같지만 그 사람에게는 중요한 것일 수도 있다. 오히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내려놓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모색한다. 그것을 등에 지고 살아가는 방법을. (346페이지) 

 

 

미나토 가나에게 이렇게 따뜻한 소설을 쓸 수도 있다는 것을 발견한 소설이었다. 추리소설만 잘 쓰는 게 아니었다. 등산을 하며 느끼는 여러 감정들, 자신이 갖고 있던 마음 속의 짐들을 벗는 과정을 나타낸 수작이었다. 각자의 시선에서 산을 오르지만, 결국은 타인을 이해하는 과정이 등산을 하는 것임을 말했다.

 

한 걸음씩 발걸음을 내딛으며 내면의 우리와 마주한다. 평소 느끼지 못했던 내면 속의 나, 미처 바라보지 못했던 주변 사람들을 느끼는 과정이기도 하다. 문득 산길을 걷고 싶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준비하고 나가는 과정은 힘들지만, 산 속에서 느끼는 여러 감정들과 마주하고 싶어졌다. 푸른 하늘, 맑은 공기와 더불어 나 혼자 걸어도 보이지 않는 누군가와 함께 걷는 걸음이라는 것을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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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2 15: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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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탕에서 생긴 일 비채×마스다 미리 컬렉션 1
마스다 미리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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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이 엄마랑 함께 다녔던 동네 목욕탕이다. 그곳에 가면 동네 사람들을 다 만날 수 있었는데, 나 같은 경우는 아직 학생이어서 잘 알지는 못했다. 부끄러워서 모른척 하기도 했고. 목욕탕에 갔을 때 제일 곤란한 것이 아는 언니들을 만나는 거였는데,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인것 같다. 눈이 안좋아 목욕탕 안에 들어갈 때는 안경을 벗고 가는터라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언니들이 꼭 아는 척 한단 말이다. 몰래 숨으려고 했는데. 뭐 조그만 동네 목욕탕이라서 숨을 데도 없었지만.

 

지금은 집집마다 욕실이 있어 목욕탕을 자주 다니지는 않는다. 최근에는 친구와 함께 가가까운 담양으로 온천욕 하러 일년에 몇 번 다니기는 한데, 이만큼 나이가 들어도 목욕탕에 가는 일은 늘 부끄럽다.

 

그동안 이웃분들의 리뷰에서 마스다 미리의 글은 보았지만 정작 내가 읽은 일은 없었다. 궁금하긴 했으나 기회가 닿지 않았다고 할까. 무엇이든지 어떤 계기가 필요한 것 같다. 좋은 작가를 만나는 일도, 좋은 책을 만나는 일도. 일러스트레이터 마스다 미리의 책을 읽고 나니 왜 그렇게 마스다 미리의 글을 좋아하는지 알겠다. 스스럼없고 어쩐지 다정다감하다.

 

 

 

집에 목욕탕이 없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엄마와 동생과 함께 목욕탕에 다녔던 이야기들을 재미있고도 실감나게 풀어냈다. 어른들이 말씀하셨던 물이 적당하다는 온도와 아이들이 느끼는 온도가 달랐던 점이라던가, 목욕탕에서의 습관 같은 것을 말하는데 정말 너무 웃겨서 혼자서 킬킬 거렸다. 들어오자마자 항문을 열심히 씻고 나서는 샅을 열심히 씻는 모습을 보며, 그렇게 열심히 씻는 이유는 오늘 분명 똥을 눴을 거라며 불편해 했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다른 점일 수도 있겠으나, 남탕과 여탕이 나눠져 있는 건 이해하겠는데 카운터가 한 공간에 있고 벗은 아줌마들이 카운터의 청년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는 말에 기겁했다. 이런 게 가능했나 싶은 것이다. 우리나라는 남탕과 여탕의 공간이 아예 분리되어 있잖은가. 아니면 1층과 2층으로 나눠져 있거나.

 

나이 먹은 아줌마들이 벗은 몸으로 카운터 청년 혹은 아저씨와 이야기하던 걸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 이게 문화의 차이인가 싶었다. 더 놀란 건 여탕에 카운터 아저씨가 들어와 무언가 일을 하고 있었다는 것도 놀라웠다.

 

 

 

 

저자는 어른들의 '등 밀어주기'에 대해서도 말했는데, 목욕탕에서 혼자 밀고 있는 사람들은 옆 사람과 등 밀어주기를 한다. 일명 품앗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피부가 약해서 일명 이태리 타올로 세게 밀면 빨갛에 울긋불긋 올라 온다. 특히 엄마가 밀어주었을 때 그렇게 된 건데, 내가 엄마를 밀어주면 양에 안차는지 '더 세게'를 몇 번이나 강조한다. 그래서 누가 밀어달라고 하기 전에 쓱 밀고 나가버리는데 친구들과 밀어도 마찬가지다. 내가 밀면 더 세게 하라는 말을 듣는다. 난 살살 밀라고 말하고.

 

일본 사람들이 목욕을 좋아하는 건 알았는데, 이렇게까지 좋아하는 건 몰랐다. 저자가 도쿄에서도 목욕탕에 다녔던 일화들을 말하고 있었다. 아직도 공중 목욕탕이 많이 있을까 싶다. 이 책이 나온 게 2006년 정도 되니 지금은 많이 사라졌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지 못했는데, 일본의 목욕탕 같은 경우 어린 아기와 함께 오는 엄마들을 위해 아기 침대가 놓여져 있었다고 한다. 오사카 같은 경우는 아기 침대가 더 많았었는데 도쿄에 오니 거의 없었다고 했다.  

 

 

 

아이들이 엄마와 어딜 가게되면 마실 것을 원하는데 우리나라도 이와 다르지 않다. 목욕탕에 갔을 때 아이가 뭘 사달라고 하면 음료수나 우유등을 사주는데 우리에겐 바나나 우유가 그런 게 아닐까. 아이들은 탄산 음료를 좋아하겠지만, 엄마는 건강에 좋지 않다며 과일이 들어간 음료를 사준다. 근데 어차피 과일맛 탄산 음료도 똑같다는 사실. 한 병을 사서 엄마와 딸 둘이 한 모금씩 나눠 먹는 풍경들이 그림으로도 그려져 있다.  

 

 

 

마스다 미리의 동네 목욕탕의 추억들을 읽는데 오래된 기억들이 떠오른다. 아마 저자가 엄마와 다녔던 기억들을 말해서 일지도 모른다. 엄마와 목욕했던 장면들이 마치 영화처럼 펼쳐지는데 울컥해진다. 다시는 엄마랑 목욕할 수도 없겠다는 사실때문일 것이다. 뒤늦은 후회지만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는데 그 때는 왜 함께 하지 못했을까. 나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걸까. 

 

 

엄마에 대한 추억과 뜨거운 온천물이 그리워졌다. 한두 달 전에 가본 온천에서 노천탕에 들어가 있는데 눈발이 가볍게 흩날리고 있어 더욱 좋았던 기억들을 떠올리게 했다. 저자의 말처럼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어 날씨가 추울 때 더욱 생각나는 것이 목욕탕이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면 심신의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다. 일본에 갔을 때 호텔방 온천욕 말고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온천욕을 한번도 하지 못했는데 다음에 가면 기필코 해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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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1 10: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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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 이제는 콘텐츠다 - ‘장사의 神’ 김유진의
김유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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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엔 점심시간이 시작되는 12시부터 번호표를 빼고 기다리는 식당이 있다. 추어탕을 하는 집인데, 이 식당의 특성은 만약 3~4명의 손님이 왔을 때 그 테이블용 밥을 직접 압력밥솥에 해서 김이 풀풀나는 밥을 퍼 주고, 눌은 밥은 누룽지를 만들어 준다는 점이다. 물론 추어탕 국물은 시골에서 엄마들이 해준 것처럼 진한 맛이다. 그 식당은 늘 문전성시를 이룬다. 지나갈 때마다 식당 바깥에서 줄을 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발견한다. 나의 견해를 밝히자면, 국물은 무척 진하지만 나랑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말만 건넬 뿐이다.

 

추어탕을 하는 그 집은 사람들이 어떤 맛을 원하는지 제대로 깨우치고 그걸 담아낸 집이다. 물론 그 식당 사장님이 처가의 추어탕 노하우를 배워왔다는 걸 알고 있다. 어떻게 하면 추어탕이 맛있게 하는지, 사람들이 어떤 것을 좋아할지 제대로 짚었다는 게 답이다.

 

장사의 신이라 불리는 김유진의 『장사는 전략이다』의 다음 이야기라고 해야겠다. 전략을 앞세운 장사에 대해서 논했다면 이 책은 장사에서 가장 중요한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에 대해 말한다. 가게의 특성을 알리는데 있어 짧은 문장 보다는 긴 문장이 더 효과적이며,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가게로 들어와서 구매에까지 이르게 되는가를 말한다.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면 커피 전문점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 있는 상태고, 최근에 관심이 가는 가게는 브런치 카페다. 간단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브런치와 음료를 마실 수 있는 곳인데, 필수적으로 필요한 게 그 곳의 분위기가 아닐까 싶다. 분위기가 먼저고 맛은 두 번째라는 것. 아마 남자들은 여자들의 요구에 의해 방문하는 것인지 남성들보다 여성들의 수가 많은 건 그 때문인 것 같다.

 

그곳의 식당 메뉴를 보면 저자의 말처럼 음식 이름이 상세하게 적혀져 있다. 예를 들면 쇠고기와 어떤 소스와 열대 과일 등을 곁들인 스테이크 라든지, 과일과 리코타 치즈가 들어 있는 샐러드 식이다. 어떤 재료가 들어갔는지 자세히 알 수 있고 그에 따른 맛을 예감하게 만든다.

 

저자는 음식을 만드는 데 있어 맛보다 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맛은 그냥 미味가 아닌 향미香味'라고 말이다. 우리가 맛있다고 느끼는 건 대부분 후각이 판단한다고 말이다.  

 

 

 

위의 사진을 보라. 세탁소에서 옷을 맡기고 찾아갈 때 씌워주는 1회용 비닐과 철 지난 옷을 보관할 때 쓰는 비닐 커버다. 사진상으로 보았을 때 집안에 있는 비닐 커버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 사진이 찍힌 장소는 식당이다.  물론 삼겹살을 파는 식당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삼겹살을 먹고나면 외투나 머리카락에 삼겹살 냄새가 밴다. 그래서 삼겹살을 먹으러 갈 때는 냄새가 배지 않게 외투를 둥글게 말아서 놓는 경우가 있는데, 이 집은 삼겹살을 먹으러 오는 손님들에게 이걸 제공하는 것이다. 보기만 해도 깔끔하지 않는가. 손님들이 마음놓고 삼겹살을 먹는 게 당연하게 여겨진다.

 

물론 이 건은 저자가 직접 삼겹살 집에 가서 옷 보관할 때의 문제점을 보고 하나의 팁을 주었다. 이러한 세세한 점까지 업주들에게 조언을 해주니 장사하는 사람들이 신이라 불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에서 인기있는 커피 판매점이 스타벅스다. 진한 커피를 좋아해 스타벅스 커피를 좋아하지만 아쉽게도 우리 동네엔 아직 없어 제대로 그 맛을 즐기지 못하고 있다. 스타벅스가 우리나라에서 히트 친 이유가 아주 작은 거에 관심을 기울였던 게 아닌가 싶다. 회원 제도를 도입해 텀블러를 가져온 사람에게는 음료에서 300원을 할인해 주거나 별 쿠폰을 줘 다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또한 벚꽃피는 봄이면 계절에 맞는 굿즈를 판매해 사람들의 호기심과 구매욕구를 일으킨다는 점일 것이다.

 

이러한 스타벅스를 긴장하게 하는 업체가 생겼으니 커피계의 애플, 블루보틀이다. 이곳은 핸드드립을 내세웠다. 나 또한 핸드드립을 해주는 곳이라면 꼭 한 번 찾아가 마셔보곤 하는데, 이 곳은 고객이 매장에 들어선 순간부터 커피를 건네주고 마무리 할 때까지 등을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 것이 블루보틀의 특색이다. 우리나라에 직영점을 내는 곳이 생긴다고 하니 그 파급력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우린 음식을 통해 추억을 먹는다. 그런데 생활환경이 바뀌다 보니 생선을 굽는 게 만만치 않아졌다. 두 번만 구웠다가는 반상회에서 요주의 인물이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다들 눈치 보며 먹거나 아예 집밥에서 제외시켜버린다. (196페이지)

 

 

저는 이 문장을 통해 집에서 해먹기 어려운 음식을 파는 집들이 불황에 강하다고 표현한다. 나 같은 경우는 아직 집에서 생선을 굽지만, 한 겨울에 생선을 구울라치면 냄새때문에 몹시 곤란하긴 하다. 이런 사람들을 의식해 주변에 생선을 구워주는 집이 생겼는데 굉장히 인기라고 한다. 친구도 퇴근하면서 구워갔는데 꽤 먹을만 하다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

 

내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의 음식점의 풍경을 사진을 곁들여 소개하고 있어서 메모해놨다. 지나가며 설명만 들었던 곳인데 그 맛이 궁금해졌다. 장사가 잘 되는 곳은 분명 이유가 있다. 주말 이른 점심을 먹으러 친구와 함께 갔던 식당은 고기 맛은 좋았으나 식당의 집기가 꽤 오래 되고 불편한 감이 없잖았으나 식당으로 이어진 온실 때문에 무척 기분이 좋아 다음에 가족과 함께 오고싶은 생각이 들었었다. 이처럼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게 필요하다. 음식의 맛도 중요하지만 어떤 재료를 사용했는지 그 집의 분위기에 따라서 다시 오고 싶은 곳이 되기도 한다는 거다.

 

결국 어떤 콘텐츠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장사가 잘 되기도 하고 망하게 된다는 것을 말한 책이었다. 장사를 하고 계신 분들 혹은 계획하고 계신 분들이 보면 더욱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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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깜짝할 사이 서른셋
하유지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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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서른셋이었던 때가 언제던가. 생각해 보면 까마득하다. 회사 생활과 첫 아이 육아를 도저히 병행할 수 없어 직장을 그만둔 때였나. 둘째 아이를 막 낳고 두 아이 때문에 내 생활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던, 그야말로 지쳐있었던 시기다. 서른셋이라는 내 나이가 없었던 때였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얼마나 젊고 좋은 시기인데, 그 시절을 우리는 정신없이 보내고 있는 듯 하다. 그래서 이 소설 속 서른셋의 오영오가 달리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이모가 말하는 서른셋의 영오는 힘들면 직장을 그만두어도 되는 정말 좋은 시기가 아닌가 싶은 것이다. 

 

학습지 출판사의 국어과 편집자. 새해가 되어도 참고서를 편집하느라 밤 새우는 건 기본. 피로에 절어있다. 폐암 투병을 하던 어머니가 죽은 후 아버지를 일곱 번 정도 밖에 만나지 않았다. 서로 데면데면했던 아버지가 죽은 후 그가 남긴 것이라곤 수첩 하나와 전기밥통 뿐이었다. 아버지의 수첩 속에는 '영오에게'라는 말고 세 사람의 이름과 연락처가 적혀 있을 뿐이었다. 홍강주, 문옥봉, 명보라. 이 세 사람의 연락처를 휴대폰에 입력하고, 아버지가 경비원으로 근무했던 새별중학교 수학 교사인 홍강주를 만나 나머지 두 사람을 찾기로 했다.

 

소설의 화자는 영오와 영오의 출판사로 전화를 걸어 국어 문제와 다른 일상적인 것들을 물어오는 중학생 미지다. 영오와 미지가 번갈아 가며 소설을 진행하는 식인데, 영오와 통화하는 미지를 보면 미지가 영오보다 어쩌면 한 수 위인 것만 같다. 미지는 고등학교를 안가겠다고 버티고, 치킨계의 여왕인 엄마로부터 집에서 쫓겨났다. 물론 직장에서 잘린 아버지와 함께다. 재개발되기를 바라 아직 팔지 않은 개나리 아파트 702호에서 아빠와 함께 기거하게 된다. 우연히 옆집 고양이 버찌가 발코니 틈새로 건너오게 되며 옆집 할아버지 두출의 심부름을 하게 된다.

 

여기에서 유념해야 할 것은 소설 속 인물들이 모두 상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어머니의 죽음을 아버지가 피는 담배라고 우겼던 영오, 형의 죽음을 함께하지 못했던 홍강주,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는 미지 등. 누군가에게 자세히 말하지 않았으나 언젠가는 드러내야 하는 아픔이었다.

 

오영오. 난 너라는 문제집을 서른세 해째 풀고 있어. 넌 정말 개떡 같은 책이야. 문제는 많은데 답이 없어. 삶의 길목마다, 삶의 고비마다, 지뢰처럼 포진한 질문이 당장 답하라며 날 다그쳐. (40페이지)

 

 

누군가의 죽음은 늘 상처와 고통을 남긴다. 그 죽음이 가족일 경우와 타인일 경우도 마찬가지다. 죽음에 대한 이유를 찾게 되고, 누군가의 책임을 묻고 싶다. 아마 죽음에 대한 회피를 하는지도 모른다. 엄마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아버지에게 지우고, 형의 죽음을 함께하지 못했다는 괴로움을 안고 있고, 어떤 아이의 죽음에 대한 고통으로 갑자기 쓰러지는 등의 모습을 보이는 것 모두 고통스러워하는 우리 뒷편의 모습이었다.

 

상처를 가진 자들이 모여 함께 그 상처를 어루만지고 상처에 가까이 다가가 비로소 마음의 짐을 더는 과정이라고 해야 할까. 죽음을 내포하고 있음에도 소설이 슬프지 않고 오히려 따스하다. 사람과 사람이 모여 이처럼 하나처럼 움직일 수도 있구나 싶다. 나이를 떠나 친구가 되고 처음에 다하지 못했던 진심을 전한다.

 

 

 

 

사람을 안다는 건 참 어려워. 그렇지? 이해한다는 건 더 어렵고. 그 사람이 나든 남이든 말이야. (193페이지)

 

아무리 친한 사이라고 해도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한다. 연락을 하지 않으면 그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혹은 부모님이 죽었다는지 하는 것을 모른다는 말이다. SNS상에서 수많은 사람들에게는 할 수 있는 말들을 정작 가까운 사람에게는 못하듯 말이다.

 

서로에게 아무것도 아니듯 다가갔다가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이런 소설이 좋다. 그래서 소설을 읽는지도 모른다.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우리가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배운다.

 

벽을 뛰어넘은 우정이라고 해두죠. 나이의 벽, 사고방식의 벽, 살아온 역사의 벽, 집과 집 사이의 벽, 등등. (290페이지)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여기지만, 정작 주변 사람들에게 벽을 세우고 있지는 않은지 뒤돌아 볼 일이다. 모르는 사람들과는 친해질 수 있지만 가까이에서 나를 들여다보는 것은 싫은. 그렇지만 나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은 가까운 곳, 즉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 때문에 힘을 내고 함께 이야기하며 즐거움을 얻는다. 그걸 잊지 말자.

 

덧. 이 책을 모집할 때 작가, 표지, 제목, 분야도 보이지 않는 그야말로 블라인드 서평단 모집이었다. 최근에 챙겨 본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에서 나왔던 방식. 내가 좋아하는 분야가 아니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 아닌 걱정을 했는데 소설 만으로도 안도했던. 정작 책을 읽고난 뒤에는 무척 감동한 소설이기도 하다는 걸 밝히고 싶다.

 

난 너라는 문제집을 서른세 해째 풀고 있어. 넌 정말 개떡 같은 책이야. 문제는 많은데 답이 없어. 삶의 길목마다, 삶의 고비마다, 지뢰처럼 포진한 질문이 당장 답하라며 날 다그쳐. (40페이지)


사람을 안다는 건 참 어려워. 그렇지? 이해한다는 건 더 어렵고. 그 사람이 나든 남이든 말이야. (193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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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8 16: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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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 탄두리
에르네스트 판 데르 크바스트 지음, 지명숙 옮김 / 비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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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이기호 작가의 작품을 좋아한다. 가족의 이야기를 소설로 쓴 게 특히 좋다. 작가의 아이들이 내 주변에 있을 것만 같아 찾아보고 싶을 정도로 따스한 이야기를 쓰기 때문이다. 가족의 이야기를 쓴다는 건 작가로서 큰 부담일 것 같다. 숨기고 싶거나 굳이 들어내고 싶지 않은 일들까지 나타내야 제대로 된 소설이 되기에 곤란함에 처하지 않을까 종종 생각하곤 한다. 나 같으면 드러내고 싶지 않은 일들은 말하지 않는다. 이 나이가 되도록 체면이 중요한 것일까.

 

인도 봄베이에서 태어나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자란 작가 에른스트 환 데르 크봐스트의 자전적 소설이 그렇다. 이기호 작가처럼 작가의 실명을 드러내 억척스러운 어머니의 이야기를 하는데 너무 재미있다. 우리 어머니들의  억척스러운 모습을 직접 보는 것 같아 절로 미소짓게 만든다. 오히려 우리 엄마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는다. 책 표지의 소개처럼 특기는 물건값 깎기, 취미는 남편 닦달하기, 희망은 우리 아들 멀쩡해지기. 극성맞고 애들프고 요절복통 웃기는 이야기다.

 

어머니는 궁색하기 짝이 없는 인도의 가정에서 열한 번째 입으로 태어났다. 인도에서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다가 직업을 새로 구해 네덜란드로 오게 되었다. 여행가방 두 개를 들고 말이다. 여행가방 안에는 귀걸이, 목걸이, 팔찌 등의 물건이 실려 있었다. 어머니가 집을 구할 때 남편과 세 아들들은 가만히 앉아 있고 고개만 끄덕거리게 되는데 이 모든 게 어머니의 지시하에 일어나는 일들이었다. 집 한 채 값을 인도에서라면 몇 채라도 사겠다며 사정없이 깎아버린다. 물론 탄두리처럼 불같은 성격의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불같은 성격의 엄마에게 아빠는 순한 양처럼 군다. 집을 구할 때도, 세입자를 내쫓을 때도 그의 귓가에 조심하라는 말만 남길 뿐이다. 병리학 의사인 아버지가 화장실에서 논문이라도 보고 있으면 델리의 생쥐보다도 돈을 못 벌어온다며 아버지를 닦달하고 논문을 찢어버리기까지 한다. 또한 시체 냄새가 난다며 식탁에서 겨드랑이를 딱 붙이고 있으라고 한 어머니다.

 

 

 

그럼에도 지적 장애인인 큰 형을 낫게 하려고 국경을 넘어 프랑스에 까지 가서 성수를 구해온다. 여기에서 장애들에게 무료로 탑승할 수 있는 장애인 통행증을 사용하겠다며 우기는 장면 또한 압권이다. 우리 같아도 어딘가로 숨어버리고 싶을 것 같다. 그렇지만 아들들과 아버지는 그런 엄마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 같다.

 

어머니의 소원이 큰 아들 아쉬르바트가 정상인이 되는 것이다. 또한 둘째 아들이 무슬림 여자를 데리고 오고, 경제학 공부를 하고 있는 에른스트가 공부를 포기하고 작가가 되겠다고 했을 때 어머니는 낙담을 했다. 작가 에른스트가 어머니 이야기를 쓰려고 했을 때 고민 끝에 한 말은 '다 네 마음대로 지어내고 꾸며대고 바꿔도 상관없어. 어떻게 쓰든 다 괜찮아. 하지만 꼭 한 가지, 내가 희망을 포기했다고는 절대로 쓰면 안 돼.' 였다.

 

나는 어머니의 외침을 다시 한 번 더 듣고 싶을 따름이다. "잘디! 잘디!" 잔디밭 위로 튀어오르는 그녀의 목소리. 그녀의 열정 그리고 환희에 넘치는 행복감. (166페이지)

 

극성스러운 어머니 이야기를 했지만 그럼에도 따스하게 읽혀지는 건 비단 나 뿐만 아닐 것이다.  탄두리 화덕처럼 불 같은 성격의 어머니를 극성맞게 그렸음에도 작가와 가족들이 느끼는 따스함과 감동이 있었다. 역시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에른스트의 2세 아이 이야기가 나오는데, 어쩐지 계속 이어질 것만 같다.

 

에른스트 환 데르 크봐스트의 이기호식 가족 소설이 계속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 특별할 것 없는 가족사, 예를들면 평생 직업을 가지지 않은 삼촌과 어머니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성격을 가진 이모들의 이야기에 감동하게 된다. 다음에는 아버지에 대한 소설을 써볼까 생각중이라는 저자의 말에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본다. 어머니에게는 아무 말 못하고 다른 사람들의 귓가에 속삭일 뿐인 아버지의 속엣말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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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8 16: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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