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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키
요헨 구치.막심 레오 지음, 전은경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1월
평점 :
반려동물을 키우며 동물들을 더 사랑하게 된 거 같다. 털 알레르기가 있다며 동물 키우는 걸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가 아이 때문에 가족이 되면서 동물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사람 곁으로 다가와 체온을 나누어주며 애정 어린 손길을 기대하는 작은 동물은 작은 삶에 큰 의미가 된다. 어딘가로 여행을 떠날 때 비어있는 기간 동안 가족들을 기다릴 반려동물을 생각하며 눈물짓고, 돌아오면 어디 다녀왔느냐며 냄새를 맡고 따라다니며 소리를 내는 작은 동물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고 배기랴.
한쪽 귀가 반 이상 떨어져 나간 프랭키는 사람 말을 할 줄 아는 고양이다. 쓰레기 더미를 거쳐 버려진 집에 도착해보니 창문 안으로 웬 남자가 보였다. 남자는 천정에 매달아 놓은 끈을 목에 걸고 의자 위에 있었다. 프랭키를 발견한 남자는 소리를 지르는 듯 입을 벌렸다. 남자는 문을 열고 뛰쳐나와 놀라 도망가려는 프랭키에게 쥐처럼 생긴 것을 던졌다. 깨어나 보니 버려진 집안이었고, 남자는 죽은 고양이가 있다며 동물병원에 전화를 걸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리하르트 골드. 사고로 아내와 아이를 잃고 사는 즐거움을 잃어버린 남자다. 실의에 빠져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찰나 프랭키를 발견한 것이다. 사람 말을 할 줄 아는 프랭키를 보고 놀란다. 너무도 푹신한 침대가 있는 버려진 집에서 나가기를 거부하는 프랭키는 골드가 자기를 받아주기를 바란다. 화장실과 먹을 것이 필요하다며 골드의 코를 누르며 깨운다. 술을 마시고 침대에 쓰러져있는 그를 가만 놔두지 않는다. 점차 삶의 작은 의미를 찾아가는 골드. 침대에서는 온기를 나눠주며 슬픔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는 건 작은 동물 프랭키였다.
수고양이 프랭키의 시선으로 인간을 탐구하는 소설이다. 그가 거쳐온 사람들, 그들에게 살아갈 힘을 주었지만 때로는 버림받기도 했다. 다른 동물에게 공격을 받아 귀 한쪽의 반이 잘리기도 했다. 한눈에 반한 고양이를 위해 할리우드에 가야겠다며 골드를 일으키고 수의사 안나 코마로바와도 편한 관계를 유지한다. 고양이가 바라본 인간의 신체 묘사는 재미있다. 중간에 달걀 모양의 몸체, 발이 붙은 긴 다리 네 개, 아주 큰 머리가 매달려 있는 모양새다. 인간을 목소리와 냄새로 구별하는 고양이는 자기에게 호의적인 인간일지 그렇지 않을지 금방 판별하는 것 같다.
고양이는 낯선 인간이 찾아오면 옷장 깊숙한 곳, 혹은 침대보 속에 숨어 냄새가 완전히 빠진 후에야 슬금슬금 나오는 낯가림이 심한 동물이기도 하다. 물론 그렇지 않은 고양이도 있다.
“네가 하필이면 나를 만나서 안타깝다. 더 나은 사람을 만날 자격이 있는데.”
그것도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나는 더 나은 사람을 원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바로 이게 문제다. 더 나은 걸 원하지 않는다는 것. (230페이지)
반려동물을 돌보며 인간은 너그러워질 줄 알고, 외로움을 덜 느끼게 된다. 화장실을 청소하고 사료와 깨끗한 물을 챙기고 쓰다듬어주는 일은 퍽 분주하다. 인간의 손길을 좋아하는 반려동물 때문에 귀가 시간도 늦출 수 없다. 심심할 새가 없으니 외로움을 느낄 시간이 부족한 까닭이다.
지금 상실의 고통을 느끼고 있는가. 동물을 키워보시라. 인간과 동물이 나누는 교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 아닌 동물과도 우정을 나눌 수 있다는 사실, 서로 의지하다 보면 삶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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