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줄여서 이상북’)을 운영하는 윤성근 씨는 공식 홈페이지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페이지 관리도 같이한다. 필자는 이 페이지를 정말 좋아한다. 헌책방에 있는 책들을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기 때문이다. 가끔은 좋아요도 눌러주고, 댓글도 남긴다. 2013년 아니면 2014년 초였을 것이다. 주인장이 1994년 베스트셀러를 소개한 옛날 자료를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공개했다. 당시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인기에 맞추어 주인장이 공개한 흥미로운 자료였다. 1994년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의학 소설의 대가 로빈 쿡의 소설(책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다)이 있었다. 필자는 로빈 쿡이라는 이름이 정말 반가웠다. 비록 국내에서 나온 그의 책들을 다 읽어보지 않았지만, 그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있었다. 댓글을 안 남길 수가 없었다. ‘로빈 쿡,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름이에요.’라는 내용으로 댓글을 썼다A라는 이름을 가진 분(실명을 공개할 수 없어서 이니셜를 사용했다)이 필자의 댓글에 답글을 달았다. A님은 로빈 쿡의 근황이 궁금하다고 했다. 그러자 필자는 A님에게 로빈 쿡이 1994년에 사망했다고 알려줬다.

 

 

 

 

 

여기까지만 해도 필자는 정말 로빈 쿡이 1994년에 사망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왠지 잘못 알고 있을 것 같은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로빈 쿡의 사망 사실이 확실한지 알려고 인터넷에 검색했다. 네이버 검색창에 로빈 쿡 사망이라고 입력했더니 정말로 1994년에 로빈 쿡 사망소식을 알리는 신문기사를 발견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는 과거 신문기사 원본까지 찾아볼 수 있는 유용한 데이터베이스 서비스다. 로빈 쿡의 사망 소식을 알린 언론사는 동아일보. 언론사는 로빈 쿡이 1994730일 암으로 사망했다고 83일에 보도했다. 필자는 이 기사 자료를 믿고, 로빈 쿡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했다.

 

그런데 필자는 실수하고 말았다. 기사 내용을 잘 읽어 보면 석연치 않은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로빈 쿡을 영국 출신의 추리 소설가로 소개되었다. 그는 미국에서 태어났다. ‘62년 문단에 등장한 후 암울하고 폭력적인 소설을 주로 써온 쿡의 작품으로는이라는 문구 또한 잘못된 내용이다. 로빈 쿡이 정식으로 데뷔한 연도는 1972이며 첫 작품이 인턴 시절(원제는 ‘Year of the Intern’, 1994년 오늘이라는 출판사에서 이 작품을 번역 출간했다)이다. 그리고 로빈 쿡의 소설들은 폭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이 동아일보 보도기사는 오보로 판명되었다. 로빈 쿡은 1994년에 사망하지 않았으며 지금도 집필 활동을 하는 중이다. 동아일보는 생사람을 한순간에 죽은 사람으로 만든 오보를 실었을까. 로빈 쿡 사망 소식이 실은 지 5일이 지나서야 동아일보는 정정 보도를 실었다. 영국 출신의 추리 소설가를 같은 이름인 미국 출신의 의학 미스터리 전문 작가로 잘못 소개한 것이었다. 이름이 비슷해서 언론사 측은 1994년 당시 국내에 큰 인기를 얻고 있었던 미국의 로빈 쿡으로 착각했다. 좀 더 사실 확인을 하지 못하는 바람에 젊은 시절 모습의 미국 출신 로빈 쿡의 사진까지 신문에 올리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 작은 신문 기사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알라딘도 로빈 쿡이 죽은 걸로 소개하고 있다. 알라딘 북 캘린더에 접속하면 잘못 소개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어떤 인터넷 블로그나 홈페이지에는 로빈 쿡을 2005년에 사망한 것으로 잘못 소개하기도 한다. 2005년에 사망한 쿡은 스코틀랜드 출신의 정치인이다. 본명은 로버트 핀레이슨 쿡.

    

로빈 쿡의 소설이 마지막으로 번역된 것이 2007년 열림원에서 나온 위기(원제는 ‘Critical’). 현재 우리나라에 출간된 쿡의 번역본들은 거의 절판되었다. 쿡의 인기가 갑자기 사라지게 될 줄이야. 내심 허무한 느낌이 든다. 제아무리 유명 작가라도 세월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가 보다. 사실 1990년 초중반에 나온 쿡의 소설들은 이때 당시 떠오르는 의학 기술과 화제의 의학 관련 이슈들을 소재로 한 것이라서 이제는 옛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헌책방에 가면 쿡의 소설들을 많이 볼 수 있다.

 

, 그리고 이 글을 로빈 쿡의 근황을 궁금했던 A님께서 직접 보셨으면 좋겠다. 서평단 활동을 하면 A님이 쓰신 서평을 자주 본다. 지금도 알라딘에서 활발하게 서평을 쓰고 계신다. 필자가 뭣도 모르고 잘못 알려준 점에 깊이 사과할 겸 반성하는 의미에서 이 글을 작성했다.

 

 

 

 

※ 알립니다 : 이 글이 작성되고 난 다음 날에 '7월 30일 로빈 쿡 사망'이라는 정보가 삭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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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콜린 2015-07-28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재미있는 일화네요^^ 저도 로빈쿡 소설 재미있게 읽었었습니다^^ 돌연변이 바이러스 등(한 세편읽었던듯) 저도 돌아가신줄 알았는데 살아계시다니! 혹 도서관에 책있나 함 찾아봐야겠네요

cyrus 2015-07-29 18:31   좋아요 0 | URL
로빈 쿡의 책 대부분은 도서관 보존서고 같은 곳에 있을 겁니다. 출간연도가 오래된 책은 보존서고에 보관되거든요. ^^

라스콜린 2015-07-29 23:47   좋아요 0 | URL
찾아보니 꽤 많네요 ㅎ 한 열편정도 되는듯요. 열림원 요즘은 쥘베른전집 미는듯요 ㅎ

sojung 2015-07-28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빈쿡이 원래 소설가가 꿈이었는데.. 의사가 된 분이고.. 콜롬비아 의대라는 명문의대에서.. 안과학이라는 인기과를 하신 분이에요 (머리가 완전 좋으신 분이죠..이분 책에 브레인이라는 책도 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원래 초창기 책들이 SF적이고 외계바이러스 침공..여자친구랑 도망치고.. 뭐 이런 내용이었는데.. 의사로서의 경력을 쌓으면서.. 조금씩 내용이 변화하는 것도 같고..좀더 의학적이고 사회적인 쪽으로 변화했다고나 할까요?
이분 책을 읽어보면.. 진짜.. 전형적인 아주 차가운 의사 느낌이 납니다. (약간 소시오패스경향도 있어요..) 어찌보면..여성을 무시..(그니깐..여성의 정신보다 육체를 선호하는 분위기)하고 남성 우월적인 면도 있는 거 같아요..
제가 이분 소설 4-5권인가 읽고 쓴.. 저의 짤막한 생각이에요...

cyrus 2015-07-29 18:33   좋아요 0 | URL
아자님은 로빈 쿡에 대해서 잘 아시네요. 저는 저자의 명성만 들어봤을 뿐이지 책 한 권 읽어보지 않았습니다. 가끔 헌책방이나 알라딘 중고매장에서 쿡의 소설을 발견하면 살까 말까 고민합니다. 읽어보고 싶긴 합니다. ^^

오후즈음 2015-07-28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로빈쿡 이름입니다. 이렇게 죽은걸로 알았던 그는 살아났네요.ㅋ 잼있는 에피소드입니다요.

cyrus 2015-07-29 18:34   좋아요 0 | URL
오래전부터 정말 궁금했었는데, 인터넷 검색을 더 해보니까 명확한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

느긋느긋 2015-07-28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이상북 페북 자주 들여다보곤 하는데
cyrys 님도 그러신다니 왠지 더 반갑네요 ㅎㅎㅎ
전 로빈쿡 소설을 10대때 즐겨 읽었었는데
그런 저도 돌아가신줄 알고 있었어요!!
이제는 더이상 작품활동을 안 하시는걸까요, 아니면 국내 들여오지를 않는 걸까요,
그래도 오랫만에 작가 이름 들으니 무척 반갑네요 ㅎㅎㅎ

cyrus 2015-07-29 18:38   좋아요 0 | URL
위키백과의 ‘로빈 쿡’ 항목을 보니까 역시 생존 작가로 소개하고 있더군요. 그리고 올해에도 소설 한 권을 출간했어요. 제목은 ‘Host’입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국내에 쿡의 신간 소식을 듣지 못할 것 같습니다. 열림원 출판사가 로빈 쿡 소설 출간 계획을 아예 접은 듯 합니다.

라스콜린 2015-07-29 23:48   좋아요 0 | URL
열림원은 요즘은 쥘베른 전집을 내느라 바쁜가봐요 ㅎ

초딩 2015-07-29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저도 신나게 읽었는데 혹여 새 책이라도 출간되면 좋겠네요~

cyrus 2015-07-29 18:40   좋아요 0 | URL
생각보다 쿡의 소설을 읽었거나 좋아하는 분들이 계시는군요. 만약에 신작이 국내에 번역된다면 독자의 관심을 많이 받을 수 있을 겁니다. ^^

stella.K 2015-07-30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사람 앞으로도 오래 살겠구만. ㅎㅎ

cyrus 2015-07-30 20:41   좋아요 0 | URL
쿡이 올해 나이가 칠순 넘었는데 지금도 소설을 쓰는 것을 보면 오래 살겠어요. ^^

2015-07-30 18: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30 2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5-08-01 0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문의 위력이 대단합니다.
산 사람도 죽이는....ㅎ

cyrus 2015-08-01 20:11   좋아요 0 | URL
정정 보도를 했는데도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로빈 쿡이 죽었다는 내용이 상당히 많습니다.

하양물감 2015-08-08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0년대 초 중반 서점에서는 로빈쿡의 소설이 나오는 족족 베스트셀러였던 기억이 있어요.

cyrus 2015-08-10 22:17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땐 지금의 일본소설 인기 못지않게 미국소설 인기도 대단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