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문학여행 답사기
안영선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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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여행 답사기, 문학여행이라~ 왠지 나에겐 낯설기만 하지만 대리만족에 대한 기대감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이다.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란 책의 감동과 여운이 되살아나기도 하면서 시이외의 다른 문학작품들도 여럿 있어 색다른 맛이 나는 책이다. 저자는 문학교육의 지침서를 표방하고 있었다. 책을 훓어보면서 살짝 당혹스러움이 이해가 가는 점이다. 책의 첫인상도 살짝 참고서의 진한 내음이 물씬 풍기기도 하였다. 책을 읽으면서 참고서 향으로 인해 학창시절의 아련한 그리움이 밀려들기도 한다. 이런 책을 통해 좀더 문학에 가까이 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며 괜시리.

 

크게 네개의 마당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 마당은 지사와 선비의 정신을 찾았던 심훈(당진), 이병기(익산), 이육사(안동), 송강정철(담양), 조지훈(영양)의 작가, 둘째 마당은 자연 속 이상향을 찾았던 신석정(부안), 윤선도(해남), 이효석(평창), 허균과 허난설헌(강릉), 홍명희(괴산), 셋째 마당은 풍자의 미학을 찾아서의 김삿갓(영월), 김유정(춘천), 신동엽(부여), 채만식(군산), 한용운(홍성)  마지막 넷째 마당은 순수와 서정을 찾았던 김영랑(강진), 박용철(광주), 서정주(고창), 이무영(음성), 정지용(옥천) 작가로 구성되며, 토지의 산실인 박경리(원주)를 답사한 내용이다. 4개 마당별 분류는 작가, 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기본 틀이었다.

 

각각의 작가별로 세 개의 구성으로 짜여져 있다.

가장 먼저 교과서에 수록된 대표적인 작품과 작가의 이력을 소개하며, 작품에 대한 해설을 곁들이고 있다. 솔직히 시인들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사전지식을 가지고 나름대로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의) 기억을 더듬으면 읽어가는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책은 소설, 시, 가사, 시조 등의 장르별 대표적인 작가와 작품을 중심으로 하고 있기에 아직 읽어보지 못한 작품, 그리고 너무도 낯설기만 한 작가(이병기, 임꺽정만 알고 있을 뿐 최근에야 비로소 '바다의 기별(김훈)'을 통해 살짝 알게된 작가 홍명희, 박용철)도 있었다. 새롭게 작품에 대한 이해와 작가에 대해 알 수 있었던 부분이다. 물론 문학 여행 답사기를 통해 작가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고 또한 그 고향에 또다른 풍경들, 또다른 문화유적지를 세세하게 구석구석 소개하고 있었다. 이 책은 매우 친절한 책이다. 혹 문학이란 말이 없다면 다른 여행 안내서의 또다른 진화형태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 책은 문학여행이다. 문학속 장소를 따라 여행하는 재미, 그리고 작품을 더 이해하고 더욱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이 책이 더욱 소중하고 저자의 수고에 감사할 뿐이다.

 

이 책을 통해 새로이 알게 된 사실 또한 많았다. 그 중에서 몇 개 적어본다.

이병기에 대하여, 나 전혀 모르겠다. 했다. 하지만 '별'이란 시조를 통해 절로 동요가 생각나는 것이 참으로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또한 한용운의 '나룻배와 행인'의 시비를 보면서 군대 홍보물같이 딱딱하다는 생각에 한용운과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졌는데 저자는 더한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있었다. 또한 김영랑의 여러 시비가 모두 '모란이 피기까지는'라는 사실은 놀라울 뿐이다.

 

물론 나는 참고서가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내 발품 파는 수고를 덜고자 하는 작은 욕심으로 이 책을 읽었을 뿐이다. 작은 시비 하나 있다고 내 손수 찾아나설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이 책이 참으로 고맙기만 하다. 새로이 작가, 작품에 대해 접하고 또한 답사, 기행문을 통한 대리만족을 충실하게 얻을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2008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이어서 더욱더! 저자를 따라 옛기억, 옛추억의 장소를 찾아다니다보니, 오히려 나의 고향, 어린 시절의 추억들이 잔잔하게 내 가슴을 울리다는 것이다. 사라진 것에 대한 아쉬움, 그리움이 책 속에 녹아 있기에, 문득 사라지고 잊혀진 시절에 대한 기억의 편린들을 하나하나 끼어 맞춰보았다. 그리움이 물씬~

 책을 읽으면서 '생가 복원'이 그렇게 중요한가? 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책을 덮으면서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이 책은 아무래도 나보다는 내년에 중학생이 되는 사촌동생이 더 필요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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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미래가 온다 - 세계의 지도를 바꾸는
박영숙 지음 / 경향미디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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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사람들을 진전시키는 엔진이다.   

Hope is engine to move people ahead.(185쪽)

 

어떤 식으로 사회가 변화하고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막연하게 손에 잡히는 것 없이 불안하기만 하다. 흔히 '블확실성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라 하는데, 혼란만 가중될 뿐, 그래서 '새로운 미래가 온다'를 읽어보았다. 솔직히 충격 그 이상이다. 한편으로 공상과학소설을 읽는 것은 아닌가 의구심이 들 정도로 너무도 급진적으로 다가온다. 그렇다고 허무맹랑한 이야기만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책 속에서는 자주 2009년, 2015년을 이야기한다. 2009년! 바로 코 앞이지 않은가? 그런데 나는 너무도 멀고 낯설기만 할 뿐이다. 얼마나 내가 무지하고 세상의 변화에 얼마나 눈을 감고 살아가고 있었는지 자명하게 드러나기에 부끄럽고 당황스러울 뿐이다.

 

7개의 파트로 나누어 새로운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01. 메가트렌드 : 결코 미국이 절대강자가 아닌 사회, 인구비례에 의한 국가경쟁력의 시대, 그리고 다문화사회의 이해, 그리고 이동성강화(호모노마드 - 자크아탈리)으로 미래의 화두를 제시하고 있다. 소제목만으로도 엄청난 충격을 가한다. 

02. 정치, 경제를 중심으로 한 사회 이슈-신사회주의, 지구정부, 스마트 맙스(smart mobs)

03. 평평 교육의 시대 - 인재조건 : 미래형 인간을 제시하고 교육의 변화를 설명한다.

"'놀러갑시다'라고 하면서 학교에 가고, '공부하러 갑시다'하면 집으로 가는 현상이 일어난다."(쿠차 박사)의 말의 인용이 교육의 양태를 이해하는데 너무도 실감났다. 학습공간의 다원화 - 사이버교육, 아바타를 이용한 교육, 적시학습 등등의 교육의 변화상, 평생교육 시대 인재의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04. 직업트랜드를 전망한다. 정말 생소하고 낯선 직업들이 일부 나열하고 있었다. 하지만 솔직히 가장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것일까? 목차를 보면서 가장 기대감을 갖은 부분이기도 하였다. 뜨는 직업, 지는 직업! 왠지 두루뭉술하게 지나갔다는 느낌, 그리고 개인이 알아서 사회의 변화를 잘 파악해야 한다는 식으로 책임전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파트타임, 비정규직의 증가 등등의 오늘날 우리가 처한 사회문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노사간 분쟁, 비정규직 문제들이 더이상 문제가 아닌 당연한 사회가 있었다.

05. 과학기술의 발전에 의한 미래! 디지털 두뇌 프로젝트(두뇌 임플란트-'이터널 션샤인'이란 영화가 생각나는 부분), 가상현실, 로봇친구(사교로봇)

06. 남녀관계의 변화 : '아내가 결혼했다(박현욱)'의 소재가 단순한 흥미거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미혼모, 저출산 문제에 대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 책의 전반부에는 이미 다른 책에서 접한 미래의 모습들이 많았고 솔직히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그래서 혹시 이 책이 너무도 낙관적인 미래상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현실의 문제들을 대충 얼버무리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코리아 신드롬을 통하여, 미혼모(싱글맘, 독립모)에 대한 문제와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좀더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문제를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자 한다.

07. 공상과학영화!

 

바로 내 코앞에 닥친 미래는 너무도 충격 그 자체였다. 과학 기술의 발전에 기초한 미래의 모습, 정말로 충격적이었기에 독하게 준비하고 또한 좀더 적극적으로 변화의 흐름을 예의주시해야 할 과제를 안게되었다. 책을 읽은내내 심하게 채찍질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너무도 숨가쁘게 급변화하는 미래의 모습! 여전히 공상과학소설을 읽은 것은 아닐까? 하며 스스로 위안을 가져보려 하지만, 급물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준비해야 할 일에 대해 작은 충고가 책 속에 있다. 2009년이 다가오고 있다. 뭔가 새롭게 다짐하고 계획하는 새해초, 이 책이 작은 지침이 될 수 있다면, 특히 지금껏 나처럼 눈감고 귀막고 살았던 사람이라면 어디 한 번 이 책을 통해 충격받아보시길~

 

소심한 꼬투리 한 번 잡아보면,

 신문자 -> 신문자(185쪽) 귀여운 오타정도,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 편견에 대하여 싱글맘 더나아가 독립모, 독신모를 제시하는 것은 좋았는데 솔라에너지, 롤 플레이라는 표현은 눈에 살짝 거시기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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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누스의 과학 - 20세기 과학기술의 사회사
김명진 지음 / 사계절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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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누스의 과학!  야누스 - 전쟁과 평화를 상징!, 과학의 양면성을 표현하기에 너무도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전쟁과 평화' 20세기의 과학이 이를 대표한다는 것을 책을 통해 여실히 알 수 있다. 20세기의 과학기술의 발전상과 오늘날 우리가 당면한 여러 문제들의 시사성을 모아 한 곳에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는 책이다.
 

현재 우리들이 사용하고 있는 여러 전자기기들이 군사적 목적을 위해 개발되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이 책은 그 군사적 목적의 양태를 물리, 화학, 지구과학, 천문학, 생물학 등의 여러 자연과학을 망라하여 실례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과학의 발전이 오늘날 사회적, 정치적, 환경적 논쟁들과 결부하여 그 배경을 설명하고 논쟁의 핵심과 현대과학기술과 사회의 역학관계에 따른 일종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현대과학의 특징, 20세기 거대과학의 탄생과 유산 : 현대과학의 전반적인 흐름과 거대과학의 출현과 그에 따른 문제들을 소개하고 있다.

 핵과학의 발전과 원자폭탄의 개발 & 원자력 발전의 기원과 성쇠맨해튼 계획과 관련하여 세계대전 그리고 더 나아가 과학자들에게 '사회적 도덕적 책임'이란 의제를 던져주었던 사건들을 통해 과학의 양면성은 확연히 알 수 있었다. 원자력 발전의 발전 과정 그리고 그 이후의 문제들을 통해 우리나라의 핵발전소 설립 문제와 북한의 핵문제가 갖는 여러 역학관계를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막연하게 '아~ 그렇지' 핵전쟁과 같은 막연한 불안감으로 인해 지나쳤던 진실에 좀더 다가간 느낌이다. 시핑포트 원자력발전소를 통한 사실상의 표준에 대한 내용이 흥미로웠다.

 디지털컴퓨터의 등장과 PC 혁명& 인터넷의 등장과 네트워크 사회의 도래 : 컴퓨터의 발전 과정을 시대상으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컴퓨터 해방 운동가들의 저항 문화에 대한 이야기였다. 또한 인터넷문화, 네트워크 사회의 도래로 인한 여러 문제들은 너무도 익숙해서인지 살짝 언급만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냉전이 잉태한 우주 개발 경쟁 : 냉전의 시대 미소간 우주 개발 경쟁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여기서 주목할 점은 우주왕복선과 국제우주정거장을 실패 사례로 꼽아 설명하는 것이다. 전혀 인식하고 있지 못했던 것이었다.

 합성살충제와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 : '침묵의 봄' 짐작할 수 있었으나, 새로운 진실이었다. 침묵의 봄이 촉발한 DDT문제, 그리고 살충제의 유용성과 그 피해를 소개하고 있다. 예전에 tv에서 보았던 인도의 목화사업(?)과 관련한 이야기-유전자변형식물과 그론 인한 생태계 교란문제 그리고 미국 종자회사의 횡포로 더욱 황폐해진 인도 농민의 모습 등등-가 생생하게 기억되었다.

 오존층 파괴 존쟁, 전지구적 환경문제의 시작& 지구온난화의 길고 굴곡진 역사 : 환경문제에서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지구온난화! 전지구적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발전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환경호르몬이 제기하는 새로운 위협 & 생명공학 혁명과 대중 논쟁 - '도둑맞은미래' 너무도 심각하게 대두되면서도 논란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부분에 대한 정확한 개념 설명과 발전 과정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돋보이는 장이다.

 망원경의 거대화와 천문학의 거대과학화 : 망원경의 거대화 과정의 설명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그리고 과학과 부의 관계를 통해 거대과학의 문제- 첫 장에서도 살짝 언급한 내용이지만 -로 인한 거대과학화이 지닌 딜레마에 대한 소개가 흥미로웠다.

 판구조론 혁명과 냉전 시기의 지구과학 - 제목부터 의아스러웠다. 냉전의 시기와 판구조론!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전혀 생각지 못한 부분이었다. 저자가 다시한번 언급하였듯이 지구과학과 냉전시기에 대한 조명은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지구과학시간에 배웠던 대륙이동설, 그리고 판구조론의 정립과정을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세상의 반, 여성과학자의 좌절과 도전 : 스스로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던 부분이라 심히 부끄러운 생각이 두는 주제였다. 

마지막으로 21세기의 과학기술-과학의 상업화와 새로운 위험 : 높이 평가하는 바이다. 기존에 두루뭉술하게 생각되었던 오늘의 과학의 모습을 면밀히 살필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과학의 상업화에 따른 연구 부정행위(research misconduct), 대형 기술사고의 발생으로 촉발된 기술위험에 대한 담론- 정상사고, 탈정상과학 그리고 과학기술의 민주화-기술시민권, 숙의적 시민참여제도, 과학상점, 참여설계 등의 새로운 개념들을 제시하면서. 미래 과학기술에 대해 우리가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이유를 확고히 할 수 있도록 돕는 장이었다.

 

과학을 공부하면서 이렇게 여러분야의 자연과학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과학사는 처음으로 접해보았다. 더 나아가 단순한 과학사가 아니다. 과학의 전반을 아우르며, 과학기술의 발전과정, 그 배경과 정치, 사회, 경제 환경과의 관계를 분명하게 보여줌으로써, 좀더 쉽고 재밌게 과학기술의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부제, '20세기 과학기술의 사회사'에 아주 충실하면서도 여러 삽화와 사진들을 통해 단순한 서술을 탈피하여 지루할 틈 없이 술술 읽히는 책이다. 교양으로 읽기에 너무도 유용한 과학사이며, 사회전반의 여러 문제들을 쉽게 이해하고 접근하도록 돕는 안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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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기별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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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김훈 작가의 에세이다. 김훈의 책이다. 솔직히 더 할말 없다. 김훈의 글이기에 기대되고 역시 기대이상이라는 것! 나를 결코 실망시키지도 않고 오히려 더욱 앞으로를 기대하게 만들 뿐이었다.

모른다. 왜 김훈의 글에 빠지고 있는지~ 알 수 없이 그렇게 그의 글의 빠져버렸다.

느리고 말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듯한 그의 문체, 그 속에서 나는 뭔지 설명할 수 없는 여러 감정을 느낀다. 그런데 그 느낌이 너무도 좋기만 하다.

 

바다의 기별, 총 3개의 구성으로 나뉜다. I. 바다의 기별, II 기다려라, 우리가 간다. III. 말과 사물 

그리고 바다의 기별, 광야를 달리는 말, 무사한 나날들, 생명의 개별성, 칠장사 기행, 글과 몸과 해금, 시간의 무늬 / 기다려라, 우리가 간다., 1975년 2월 15일의 박경리, 고향과 타향, 무너져가는 것에서 빚어지는 새로운 것,/ 회상, 말과 사물 이렇게 나뉜다.

 

아버지를 이야기하는 광야을 달리는 말, 한식날 아버지 성묘가서, 슬픔이 어느 덧 풍화되고 풍화되어 그렇게 살아나는 사람들이 살아간다는 그의 말이 어쩜 이리도(아~ 뭐라 표현해야 할지 나는 모른다).

죽음에 대한 이야기, 소설 '임꺽정(홍명희)', 시 풍'경 뒤의 풍경(최하림)' 그리고 그림, 화가 오치균의 이야기 등등 여러 분야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너무도 진솔하고 담백하게 써내려가고 있다.

또한 기다려라, 우리가 간다.- 그 누가 이처럼 소방관에 대한 아낌없는 찬사를 쏟아부었을까? 싶다. 그렇게 무슨 이야기일까? 제목은 참으로 씩씩하고 재미가 느껴지는데, 그 재미 그 이상의 무엇을 생각하게 한다. "그 현장은 지옥 속에서 펼쳐지는 찬란한 아름다움이었다.(79쪽), "...... 그 대원들은 이 사회의 기초를 버티어 주는 안전판이고, 인간에 대한 사랑과 신뢰를 실천하는 보상들이다......"(82쪽)

김지하가 출감되는 75년 2월 15일 영화 12도의 추위속, 갓태어난 손자를 업고 사위를 먼 발치서 기다리던 박경리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울면서 "아기가 추웠겠네요"(94쪽) 라는 아내의 말에 나 역시 눈물이 왈칵(휴~) 쏟아지기도 하였다.

 

하나의 이야기 모두가 주옥같고 강한 호소력으로 나를 울게하고 웃게한다. 또한 정신이 번쩍들 정도의 에린 말들, 지금껏 내가 경험해왔던 모든 감정들을 이 책을 통해 다 느껴보는 것은 아닐까?

김훈은 늘 그렁그렁 눈물이 맺히면서 입꼬리는 자연스레 올라게 환하게 미소짓게 만든다. 누가 볼까 무서운 얼굴을 만들어버려 곤혹스럽지만 가슴 훈훈하게 나를 감싸안아주는 따스함이 있어 나는 늘 좋다. 시간이 지나고 또 그의 새 글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또 기대한다. 내 곁에 머무는 몇권의 그의 책과 함께하며, 또 하나의 '바다의 기별'과 더불어 기다리는 시간을 견뎔 낼 것이다.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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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천주의자의 딸 - 유도라 웰티의 소설
유도라 웰티 지음, 왕은철 옮김 / 토파즈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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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라 웰티라는 여작가의 첫 한글 번역 소설이다. 작가에 대한 호기심과 신뢰는 작가의 이력이 말해준다. 이 소설의 매력은 우리나라에 첫 소개되는 소설이 1973년에 쓰여진 책이라는 것이다. (물론  69년으로 더 앞서기도 한다) 2008년, 거의 30년의 세월을 뛰어넘으면서 번역되기까지 어떤 호소력을 지녔을까 하는 궁금증과 함께 왠지 모를 기대감을 갖게 하는 책이다. '낙천주의자의 딸' 낙천주의? 책을 읽으면서 낙천주의라는 말이 맴돌았다. 

 

로렐은 40대중반의 여자로 과부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 매켈바 판사(71세)와 그의 젊은 부인 페이(로렐보 한두살 오히려 어리단다)가 주요인물이다. 그리고 로렐의 어머니 베키- 베키에 대해서는 궁금증을 유발하는 많은 요소들이 있다.-와 의사 코트랜드 이외의 이웃사람들이 있다.

시카고에서 갑자기 아버지를 만나러 뉴올리언스로 돌아온다. 그리고 아버지의 눈수술,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장례식, 그리고 로렐의 회상으로 크게 3개의 구도를 갖고 있다. 낙천주의자의 딸은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죽음 자체는 아니지만 죽어가는 과정과 그리고 그로인한 헤어짐 그리고 그들을 기억하는 남겨진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솔직히 제목, 표지등을 통해 나는 쾌할하고 밝은 소설을 기대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책은 죽음, 남겨진 자들의 이야기다. 우리의 풍습과는 색다른 장례문화를 기억하며, 그리고 1970년대의 미국을 상상하면서 로렐의 입장이 되어 책을 읽게된다. 그리고 매켈바 판사, 베키를 기억하는 이웃사람들, 그리고 불청객같은 사람들, 죽음을 하나로 사람들이 모이고 많은 이야기가 오간다. 그리고 그들을 기억하고 추억한다.

 

무겁기만 한 죽음을 주제로 한 소설, 하지만 너무도 섬세하고 차분하게 차곡차곡 이별을 맞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죽음을 구체적으로 생각하며 살지 않지만 이 소설을 통해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던 날의 어릴 적 풍경, 죽음이 무언지 모르고 막연한 슬픔에 잠겼을 뿐 할아버지를 기억하고 추억하기에는 남겨진 기억이 없었다(오히려 그것이 이제는 가슴아프다. 사진속에 할아버지와 내가 있는데 나는 할아버지를 추억하지 못한다.) 로렐, 남편도 이미 죽었고 어머니도 10년전에 이미 그리고 아버지마저 돌아가셨다. 혼자 남겨진 로렐, 남은 이웃들이 그의 아버지, 어머니를 추억하며, 공유할 수 있겠지만 왠지 로렐, 측은하고 슬프기만 하다. 그녀의 슬픔이 너무도 냉담하게, 오히려 슬픔이 없는 듯 그려지고 있는 것이 오히려 절절한 슬픔으로 다가올 뿐이다.

 

"로렐은 기억이 봄처럼 돌아온다고 생각했다. 기억은 봄과 같은 성격을 지녔다. 어떤 때는 꽃을 피워내는 건 늙은 나무였다."(164쪽)

"기억은 소유가 아니라 자유로워진 손 안에, 용서받고 자유로워진 손 안에, 비어 있지만 꿈들에 의해 복구되는 방식으로 다시 채워질 수 있는 가슴 안에 살았다."(251쪽)

 

겨울비 내리는 날의 장례식처럼 그렇게 천천히, 무거운 소설의 분위기 속에서도 추억, 기억이란 것이 있어 조금의 위안을 받으며, 그렇게 미래를 향해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숙명을 이야기하고 있다. 죽음! 글쎄, 이 책을 통해 하나의 짐을 내려놓은 느낌이다. 책을 덮으면서 자연스럽게.

 

그리고 조금후에 한 영화가 떠올랐다. 자세한 기억은 가물거리지만 이 책의 소소한 분위기, 메시지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우리영화 그런데 제목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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