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문학여행 답사기
안영선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문학여행 답사기, 문학여행이라~ 왠지 나에겐 낯설기만 하지만 대리만족에 대한 기대감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이다.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란 책의 감동과 여운이 되살아나기도 하면서 시이외의 다른 문학작품들도 여럿 있어 색다른 맛이 나는 책이다. 저자는 문학교육의 지침서를 표방하고 있었다. 책을 훓어보면서 살짝 당혹스러움이 이해가 가는 점이다. 책의 첫인상도 살짝 참고서의 진한 내음이 물씬 풍기기도 하였다. 책을 읽으면서 참고서 향으로 인해 학창시절의 아련한 그리움이 밀려들기도 한다. 이런 책을 통해 좀더 문학에 가까이 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며 괜시리.

 

크게 네개의 마당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 마당은 지사와 선비의 정신을 찾았던 심훈(당진), 이병기(익산), 이육사(안동), 송강정철(담양), 조지훈(영양)의 작가, 둘째 마당은 자연 속 이상향을 찾았던 신석정(부안), 윤선도(해남), 이효석(평창), 허균과 허난설헌(강릉), 홍명희(괴산), 셋째 마당은 풍자의 미학을 찾아서의 김삿갓(영월), 김유정(춘천), 신동엽(부여), 채만식(군산), 한용운(홍성)  마지막 넷째 마당은 순수와 서정을 찾았던 김영랑(강진), 박용철(광주), 서정주(고창), 이무영(음성), 정지용(옥천) 작가로 구성되며, 토지의 산실인 박경리(원주)를 답사한 내용이다. 4개 마당별 분류는 작가, 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기본 틀이었다.

 

각각의 작가별로 세 개의 구성으로 짜여져 있다.

가장 먼저 교과서에 수록된 대표적인 작품과 작가의 이력을 소개하며, 작품에 대한 해설을 곁들이고 있다. 솔직히 시인들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사전지식을 가지고 나름대로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의) 기억을 더듬으면 읽어가는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책은 소설, 시, 가사, 시조 등의 장르별 대표적인 작가와 작품을 중심으로 하고 있기에 아직 읽어보지 못한 작품, 그리고 너무도 낯설기만 한 작가(이병기, 임꺽정만 알고 있을 뿐 최근에야 비로소 '바다의 기별(김훈)'을 통해 살짝 알게된 작가 홍명희, 박용철)도 있었다. 새롭게 작품에 대한 이해와 작가에 대해 알 수 있었던 부분이다. 물론 문학 여행 답사기를 통해 작가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고 또한 그 고향에 또다른 풍경들, 또다른 문화유적지를 세세하게 구석구석 소개하고 있었다. 이 책은 매우 친절한 책이다. 혹 문학이란 말이 없다면 다른 여행 안내서의 또다른 진화형태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 책은 문학여행이다. 문학속 장소를 따라 여행하는 재미, 그리고 작품을 더 이해하고 더욱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이 책이 더욱 소중하고 저자의 수고에 감사할 뿐이다.

 

이 책을 통해 새로이 알게 된 사실 또한 많았다. 그 중에서 몇 개 적어본다.

이병기에 대하여, 나 전혀 모르겠다. 했다. 하지만 '별'이란 시조를 통해 절로 동요가 생각나는 것이 참으로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또한 한용운의 '나룻배와 행인'의 시비를 보면서 군대 홍보물같이 딱딱하다는 생각에 한용운과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졌는데 저자는 더한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있었다. 또한 김영랑의 여러 시비가 모두 '모란이 피기까지는'라는 사실은 놀라울 뿐이다.

 

물론 나는 참고서가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내 발품 파는 수고를 덜고자 하는 작은 욕심으로 이 책을 읽었을 뿐이다. 작은 시비 하나 있다고 내 손수 찾아나설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이 책이 참으로 고맙기만 하다. 새로이 작가, 작품에 대해 접하고 또한 답사, 기행문을 통한 대리만족을 충실하게 얻을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2008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이어서 더욱더! 저자를 따라 옛기억, 옛추억의 장소를 찾아다니다보니, 오히려 나의 고향, 어린 시절의 추억들이 잔잔하게 내 가슴을 울리다는 것이다. 사라진 것에 대한 아쉬움, 그리움이 책 속에 녹아 있기에, 문득 사라지고 잊혀진 시절에 대한 기억의 편린들을 하나하나 끼어 맞춰보았다. 그리움이 물씬~

 책을 읽으면서 '생가 복원'이 그렇게 중요한가? 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책을 덮으면서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이 책은 아무래도 나보다는 내년에 중학생이 되는 사촌동생이 더 필요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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