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친구 맞아? - 청소년을 위한 관계의 심리학 창비청소년문고 12
이남석 지음 / 창비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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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킨 실타래를 푸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고르기아스의 매듭을 자른 알렉산터 대왕처럼 단칼에 잘라 버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시간과 정성을 들여 얽힌 실을 한 올 한 올 풀어내는 것이다. 칼로 잘라 버리는 게 쉬워 보이겠지만 다시 돌이킬 마음이 없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점에서 의지력이 약한 사람에게는 아주 어려울 수 있다. 그리고 기존의 실타래를 확 집어 던지고 완전히 새롭게 시작하는 고통을 감내할 용기도 있어야 한다.” - 106

 

관계적 공격relational aggression이란 관계나 우정, 소속감을 훼손하거나 훼손하겠다고 위협하며 남을 공격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공격 대상을 집단으로 따돌리거나 무관심, 침묵으로 일관한다. 악의 있는 소문을 퍼뜨리거나 상처를 주고서 농담이나 장난이었다고 말한다. 말하자면 관계적 공격은 신체적 공격과 달리 매우 심리적이다. 공격받은 사람은 심각한 정신적 상처를 입거나 우울증과 무력감 혹은 자살에 이를 수도 있다. 그러나 가해자는 그것이 관계적 공격이 아니라 피해자 탓으로 돌리기 쉽다. 이는 청소년기의 또래 집단에서 나타나는 심리적 성향이 아니라 어느 조직이나 공동체에서도 벌어지는 일이다. 당신은 관계적 공격자가 아닌가?

 

우정을 말하기 전에 우리는 심리적 관계 양상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피를 나눈 사이라고 일컬어지는 가족은 물론이고 이해관계를 떠나 유년시절에 맺었던 친구 사이, 성장 후에 맺은 각종 친목 모임과 조직에서의 관계, 직장 동료, 동네 이웃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태어나 죽을 때까지 맺는 인간관계는 무한하다. 그러나 일상에서 마음의 안정을 얻고 공감과 위로를 얻을 수 있는 사람의 수는 별로 많지 않다. 아무리 발이 넓은 사람이라도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편안하게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사람은 기껏해야 5~6명을 넘지 않는다고 한다. 이해관계를 떠나 신뢰 관계가 형성되기란 부부의 인연을 맺는 것보다 힘들다. 보이지 않는 갈등과 손익계산에 따라 머릿속에서 두드리는 계산기의 결과에 따라 사람들은 원근을 조절하고 만남과 이별을 반복한다.

 

어쩌면 인간의 모든 관계는 시간이 말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오래 된 관계일수록 신뢰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적어도 일정 시간이 흐르고 나면 타인을 조금 더 파악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첫 눈에 반해버린 이성은 별개의 문제이므로 제외된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우정, 친구, 멘토 등의 이름으로 부를 수 있는 관계나 감정은 단기간에 쉽게 형성되지 않는다.

 

현대사회의 인간관계는 더욱 그러하다. 24시간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시대에 우정은 새롭게 정의되어야 하며 친구의 범위와 한계로 다시 설정해야 한다. 얼굴을 본 적도 없는 사람에게 위로를 받고 매일 마주치는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받아야하는 상황을 한번쯤은 경험하게 된다. 그래서 이남석은 우리 친구 맞아?라고 확인한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쓰인 관계의 심리학이지만 읽다보니 고개를 끄덕이며 감정이입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별로 없다. 불완전하고 미성숙한 나의 문제일수도 있으나 그 잣대로 타인을 평가해 봐도 그리 다르지 않다. 질풍노도의 시기에 친구와 우정은 전부일 수 있다. 이남석은 소설의 형식을 빌려 청소년기의 관계를 톺아본다. 스토리텔링은 흥미를 유발하며 읽는 재미를 준다. 설흔의 우정 지속의 법칙이 우정의 의미와 방법론에 방점을 두었다면 이남석은 자아와 타자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뻔한 이야기로 우정의 의미를 살피고 타인에 대한 배려를 설교하는 게 아니라 자아 정체성을 바탕으로 주체적인 관계 양상을 주문한다. 친밀한 관계를 맺는 일은 평생 살아가면서 우리가 풀어야할 숙제다. 하지만 그 모든 관계를 긍정적이고 낙관적으로 헤쳐 나가라고 할 수만은 없다. 친구와 이별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후 버림받았다고 울부짖는 사람이 겪는 감정의 착각을 정확하게 짚어주는 대목이 이채롭다.

 

이보다 한 발 더 나아간 몸문화연구소의 내 친구를 찾습니다는 관계 자체에 집중한다. 연애, 우정, 스마트폰과 SNS, 나와 나의 관계, 가족, 어른과 권위, 연예인 팬덤, 관계중독, 멘토링에 대해 아홉명의 멘토가 나섰다. 인문학적 관점에서 청소년에게 의미있고 깊이있는 대화를 시도한다. 여기서 인문학적 관점이란 우리가 맺는 관계의 근본원인과 사회적 의미를 살펴본다는 뜻이다. 우리가 맺어야하는 관계가 어떠해야 한다는 기준과 사회적 의미는 어떻게 형성된 것인지 살펴보자. 그것은 사람마다 다른 환경적 차이와 주변 사람들로부터 받은 기대, 롤모델로 삼은 사람, 사회적 평가, 직업과 집단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한마디로 정의내릴 수 없는 사회문화적 토대의 다양성이 관계를 만든다.

 

우리는 소통나눔배려의 가치 과잉의 시대를 살고 있다.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래야만 한다는 당위성을 부정하긴 힘들다. 그러나 이제 관계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지 않을까. 페이스북, 트위터, 카톡 등 매일매일 관계를 맺고 정보를 나누는데도 겉도는 느낌을 받았다면 자신의 관계를 돌아보라. 그리고 다시 한 번 겉과 속을 뒤집어 보자.

 

그렇지 않으면 후회할 거야라는 수많은 꼰대들의 외침을 들어야할 지도 모른다. 강신주를 비롯한 18명의 꼰대스럽지 않은 꼰대들이 10대들에게 던지는 후회할 거야는 본인들의 후회를 버무려 놓았다. 사람들이 말하는 스탠다드한(?) 성공의 길이 아니라 진짜(?) 인생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감히 그들에게 후회할 거야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들은 다만 그들보다 아주 조금 먼저인생을 살아본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조금 색다른(?)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은 인생에 대해 할 말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에겐 뻔한 멘토링이 아니라 현실적인 잔소리가 필요하다. 후회하지 않는 인생은 없다. 살아보지 않고 세상을 속단할 수도 없다. 만나보지 않고서는 인간에 대해 판단하기 어렵다. 그래서 인생은 여전히 저지르는 자의 것이라고 믿는다.

 

그 믿음 때문에 비록 인생이 어그러질지라도 말이다. 존 스타인벡의 생쥐와 인간은 미국 대공황 시절의 어둠을 배경으로 친구와 우정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영특함과 미련함, 거대함과 왜소함 등 서로 상반된 모습의 친구 레니와 조지는 가난불안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울한 현실이냐 우정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이분법적 신파가 아니다. 작가가 보여주려고 한 현실보다 우정의 깊이보다 중요한 것은 이해공감이다. 그것은 나의 관점이 아니라 타인의 관점이 우선이다. 내가 옳다, 우정은 이것이다, 이 가치가 우선이다, 이래야 한다, 너는 틀렸다, 는 너의 논리가 나는 제일 무섭다. 우정은 너를 고쳐주겠다는 배려도 아니고 너의 생각에 공감하지만 그래도 그러면 안 된다는 고집도 아니고 나와 같은 목적과 방향으로 걷는 사람들과의 소통도 아니다.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똘레랑스가 우정이다. ‘생쥐와 인간은 친구가 될 수 없다. 우정은 도전과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141207-119~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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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주문할 때 사람들은 타인의 서평이나 신문기사를 얼마나 참고하는지 궁금하다.

혹은 유명 서평가와 북로거(파워블로거)의 글이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알라딘에 책을 주문하러 가면 구매하지 않은 사람들의 서평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특히 신간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왜냐하면 빌렸을 리 없고 서평용 도서를 받았거나 관계자이거나 친인척이거나.

그리고 내용은 객관적이지 않고 주례를 세울 확률이 높다.

공짜로 책 받고 악평을 썼다가 먹게 될 욕의 양과 받게 될 불이익에 대한 발빠른 손익계산으로 머리가 복잡해질 것이다.

특히 각 인터넷 서점, 각 포털의 우수, 파워블로거들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같은 책의 서평이 올라온다면,

십중팔구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이다. 서평을 참고할 필요가 없는 광고다.

회당 10만원, 주당 1~2회 서평 제의를 하는 사이트부터 다양한 제안을 하는 프로모션 업체까지.

그 분들은 몇명이 혹은 누가 제안에 응하고 있으며 얼마나 수익을 올리고 있는지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기도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차피 운영하는 블로근데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문제는 공개여부다.

그리고 그 서평과 책 구매여부의 상관관계다. 순수한 매니아와 책벌레를 찾는 일은 그래서 더욱 어렵다.

대형출판사가 아닌 경우 몇몇 인터넷 서점 메인을 점령해야 하는 어려움, 광고홍보비의 부담 등 여러가지 이유로

블로그 마케팅을 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작가가 직접 쪽지를 보내 책을 보낼테니 주소를 알려달라는 일까지 벌어진다.

숨어있는 좋은 책을 찾아읽고 함께 나누고 광고에 휩쓸리지 않고 옥석을 가리고 내 몸에 맞는 옷을 고르듯 내게 필요한 좋은 책을

골라 책 표지를 넘기기까지는 많은 수고로움을 이겨내야 하고 깊은 안목도 필요하다.

어디 책 뿐일까마는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

그리고 갈수록 어렵기만 하다.

책 한 권 주문하기도 험난하고 숨어있는 책을 보물찾기는 더욱 어렵고 어느덧 책이 떨어지면

늦은 겨울 밤 담뱃갑이 빈 취객처럼 마음이 급하다. 미리 목록을 준비하고 계획을 세우고 책을 살펴두지 않으면

즉흥적으로 주문하게 되는 책이 끼어들고 광고에 속거나 본전을 헤아리게 된다. 어쩔 수 없는 게으름의 대가!

미리 준비하고 계획세워가며 계통과 주제를 생각하고 분류해 놓은 빈 구멍을 메우지 않더라도 조금 다른 방식으로

책을 읽고 쓸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다가온다. 호흡을 가다듬고 준비운동을 하고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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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각자는 자신의 경험과 기억 전체가 한 단위를 형성하며, 그 단위가 다른 어떤 사람의 단위와도 다르다는 명백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그 단위를 라 부른다. 과연 그 는 무엇일까? - 148

 

과학은 진술한다’. 과학의 유일한 목표는 대상에 대해 옳고 적절하게 진술하는 것뿐이다. 과학자가 강요하는 것은 오직 두 가지, 진실과 성실뿐이다. - 194

 

물질세계는 자아, 즉 정신을 배제함으로써만, 제거함으로써만 구성될 수 있었다. 정신은 물질세계의 일부가 아니다. 그러므로 정신이 물질세계에 작용을 가할 수도 없고 물질세계의 어느 부분이 정신에 작용을 가할 수도 없다. - 196

 

세계는 내게 단 한 번 주어진다. 존재하는 세계가 주어지고, 또 지각되는 세계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주관과 객관은 단지 하나이다. 물리학이 이룩한 최근의 성과로 주관과 객관 사이의 장벽이 무너졌다는 말은 옳지 않다. 애초부터 그 장벽은 존재하지 않았다. - 208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생각이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만들 뿐이다.” 자연적인 사건은 그 자체로 좋지도 나쁘지도 않으며 아름답지도 추하지도 않다. 가치는 찾아볼 수 없으며 특히 의미와 목적을 찾아볼 수 없다. 자연은 목적에 따라 행동하지 않는다. - 226

 

이런 이론화 과정은 우리가 사실들을 질서 있는 패턴으로 기억하는 데는 매우 유용하지만, 실제 관찰과 그로부터 나온 이론 사이의 구분을 은폐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실제 관찰은 항상 감각이기 때문에 우리는 쉽게 이론이 감각을 설명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당연한 얘기지만 이론은 감각을 전혀 설명하지 않는다. - 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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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생은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법이다. 지루한 일상과 수많은 시행착오, 어리석은 욕망과 부주의한 선택……인생은 단지 구십 분의 플롯을 멋지게 꾸미는 일이 아니라 곳곳에 널려 있는 함정을 피해 평생 동안 도망다녀야 하는 일이리라. 애초부터 불가능했던 해피엔딩을 꿈꾸면서 말이다. - 천명관, <고령화가족>, 45쪽

'행복한 가정은 모두 똑같지만 불행한 가정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불행하다'고 말한 사람이 톨스토이였던가. - 천명관, <고령화가족>, 128쪽

유년의 기억 중에서 어떤 것은 당시엔 너무 어려 그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고 단지 기억 속에만 묻어두었다가 오랜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된 연후에야 비로소 그 의미를 깨닫게 되는 경우가 있다. - 천명관, <고령화가족>, 136쪽

자존심이 없는 사람은 위험하다. 자존심이 없으면 자신의 이익에 따라 무슨 짓이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위험한 건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사람이다. 그것은 그가 마음속에 비수같은 분노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은 자존심을 건드리면 안 되는 법이다. - 천명관, <고령화가족>, 222쪽

헌신적으로 나를 보살피는 캐서린을 지켜보며 나는 한 인간의 삶은 오로지 이타적인 행동 속에서만 완성되어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를 돌보고 자신을 희생하며 상대를 위해 무언가를 내어주는 삶......거기에 비추어보면 나의 삶은 얼마나 이기적이고 불완전한 삶이었던지. - 천명관, <고령화가족>, 263쪽

그들은 아무것도 창조하지 못했다. 짐은 새로운 법은 아름답지만 옛날 법을 따르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인생을 희롱했다가 실패했다. - 프랑수아 트뤼포, <쥘과 짐>

나는 언제나 목표가 앞에 있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 이외의 모든 것은 다 과정이고 임시라고 여겼고 나의 진짜 삶은 언제나 미래에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 결과 나에게 남은 것은 부서진 희망의 흔적뿐이었다. - 천명관, <고령화가족>, 2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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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만 말하고자 하는 작가는 필연적으로 진보적일 수밖에 없으며, 기득권을 향유하는 보수 세력과는 갈등하고 맞설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바로 소설의 비판정신이며 휴머니즘의 실현이기도 합니다. - P. 36

‘열정은 능력이다’ - P. 96

‘충고란 그동안 있어왔던 우정에 대한 배신’이라는 것을. 결국 당신 인생의 주인은 당신이고, 당신 운명의 주인도 당신입니다. - P. 125

‘이성적 분노와 논리적 증오’ - P. 195

숨이 막힌다고요? 예, 이 세상의 모든 노동은 치열한 것을 요구할 뿐 감상적 기분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노동에서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느냐, 못 느끼느냐로 행 ․ 불행이 갈립니다. 저는 그 숨 막히는 노동의 세월을 ‘글감옥’이라고 표현했고, 그 노동을 하고 있을 때 가장 행복을 느끼는 것이었습니다. 어찌 그럴 수 있느냐고 묻지 마십시오. 그러니까 ‘작가’라는 직업으로 평생을 살아온 것 아니겠습니까. - P. 249

현대인들에게 책을 읽힌다는 것은 리모컨과 싸워 이겨야 하는 것이라고 저는 인식했습니다. - P. 252

참된 지식인의 삶은 고달프나 그 의미와 보람은 하늘의 넓이입니다. - P. 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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