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사전]에서
‘노가리 푼다’ ‘노가리 깐다’란 은어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던 기억이 난다.
노가리는 명태새끼를 가리키는 말인데, 명태는 한꺼번에 많은 알을 까기 때문에
이말 저말 실속 없이 말을 많이 늘어놓는 것을
노가리 푼다, 노가리 깐다고 하게 되었다고.

[재미나는 우리말 도사리]를 보니
명태새끼를 노가리라고도 하지만,
농사지을 때 씨를 여기저기 흩어서 뿌리는 것도 노가리라 하고,
이른 봄에 일찍 심는 밭벼도 노가리라 한다.
이른 봄에 일찍 심는 밭벼를 왜 노가리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씨를 흩어서 뿌리는 것을 노가리라 하는 것은
‘한꺼번에 많이 푼다’는 의미에서 명태새끼의 경우와 통하는 바가 있다.

자연히 명을 다하지 못하고 중간에 천적에게 먹히는 경우가 많은 동물일수록
새끼를 많이 낳을 것이다. 많이 낳아놔야 그중 일부라도 살아남아서
종을 이어갈 테니까. 한꺼번에 수십 만 개씩 알을 낳는다는
명태도 아마 그런 까닭일 테지.
밭작물의 씨앗을 뿌리는 걸 가리키는 노가리는
아마 원말이 노갈이이겠지만(농사짓는 것을 ‘갈이하다’라고 하므로),
어쨌거나 채소나 과일도 사람에게 먹히다 보니
씨앗을 많이 만들어내고, 그 많은 씨앗 중에는 싹이 안 나는 것도 있다.

그러고 보면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어느 출판사에서는
작가들을 싹쓸이하고 기획자들을 경쟁시켜
온갖 책을 쏟아놓고, 그중 독자 반응이 좋은 놈만 밀어준다는데,
그 출판사의 판매 방식도 노가리일세.
다만 명태나 채소는 약한 존재라서 양으로 승부하는데,
그 출판사는 강자가 그러니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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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리꼬 2006-01-04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인이 일본의 어느 술집에서 안주를 시키는데 한자로 '명태子'라고 써있는 걸 보고 노가리이겠거니 하고 시켰는데, 글쎄 노가리가 아니라 다른 것이 나왔답니다.. 그게 뭘까요? (댓글에도 후속편이 있음!)

아영엄마 2006-01-04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서림님의 문제답은 멸치?? 가 아닐까..^^; 그런데 그 출판사가 어디래요? @@

하늘바람 2006-01-04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궁금 어디래요?

숨은아이 2006-01-04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왜 모든 영역에 진출했다 하면 돈으로 싹쓸이하는 회사 있잖아요. 거기 계열사니 하는 짓이 똑같죠. ㅎㅎ
서림님/으음, 따우님의 알탕에 힌트 얻어서... 고지(명태의 이리)?
아영엄마님/그러니까 거기가 바로 거기여요. ^^
하늘바람님/알아차리셨나요? ^^

숨은아이 2006-01-04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요즘은 외국계 회사가 되어서 그 이름을 안 써요.

숨은아이 2006-01-04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이렇게 남의 회사 비방해도 되는 걸까요. ㅎㅎㅎ

깍두기 2006-01-04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노가리 까는 그 회사가 매우 궁금함^^

숨은아이 2006-01-04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오호, 고마워요. 역시 알이었군요. ^^
깍두기님/따우님 댓글을 찬찬히 보시면 짐작하실 거여요. ^^ (몰라 몰라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하면 어쩌지.)

엔리꼬 2006-01-05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까먹고 안들어왔습니다.. 아무튼 명란젓이 나왔다고 하네요.. 그 출판사 저는 알아요.. ㄹㄷㅎㅇㅅ ㅈㅇ 이죠?

숨은아이 2006-01-05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어머, 저는 쥐.양.말.뱀.인 줄 알았는데요.
서림님/아하, 명태알로 담근 젓이 명란젓이군요! (따우님은 지.역.민.방이래요. 호호호)
 

2005년 1월에 그동안 미루기만 했던 우리말 공부를 시작하자 마음먹고,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사전]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 [돌 위에 새긴 생각]을 하루에 한 장씩 읽기로 새해 목표를 세웠습니다. 중간중간 게으름도 피웠지만 그래도 이웃 여러분의 격려와 성원(^^)을 받으며 목표를 달성했어요. (그새 내용은 다 까먹었지만;;;)

   

그리고 2006년에도 같은 목표를 정하기로 했어요.
올해에 하루에 한 장씩(휴일 빼고) 읽기로 정한 책은,
[재미나는 우리말 도사리]와 [속담사전]입니다.

 
[재미나는 우리말 도사리]는 2784가지 토박이말을 담았다고 해요.
이 책을 읽다 보면 2005년에 읽었던 저 두 사전을 복습하는 효과도 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2004년 10월에 개정판이 나왔지만, 저는 2001년에 나온 구판을 가지고 있습니다.
개정판은 얼마나 달라졌을지 모르겠네요.
일단 구판을 읽고 나중에 서점에서 개정판을 넘겨다보지요 뭐.

[속담사전]은 이기문 편, 일조각 펴냄, 1995년 3월 25일 개정 중판 발행된 책입니다.
이 책을 언제 샀는지 모르겠어요.
판권에 ‘1995년 3월 25일 개정 중판 발행’이라고 나온 걸로 보아
1995년 이후임은 분명합니다.
이 책의 초판은 1962년 민중서관에서 나왔습니다.
엮은이 이기문 선생은 1959년 10월 원고를 출판사에 넘긴다고 머리말에 썼고,
어찌된 일인지 1962년 4월에 이제 책이 나오게 되었다는 말을 머리말에 덧붙였어요.
그리고 1962년 9월 25일 날짜로 초판이 발행되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18년이 흐른 뒤 1980년 7월 엮은이는 개정판 머리말을 썼고,
1980년 10월 25일 날짜로 개정 초판이 발행되었습니다.

처음 책이 나온 지 35년쯤? 그리고 개정 초판이 나온 지도 15년쯤 뒤에
저는 이 책을 산 것입니다.

그런데 1962년 초판의 서문에 이희승 선생은

近年(근년)에 와서 젊은 世代(세대)들이 지닌 俗談(속담)의 知識(지식), 다시 말하여 俗談(속담)의 量(양)은, 유감된 일이지만 퍽 貧弱(빈약)하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라고 썼네요. 원문에는 한자로만 쓰여 있고, 괄호 안의 한글은 제가 적어 넣은 것입니다. 으아, 오래된 책답지요? (그러나 본문과 엮은이의 머리말에서는 한글을 먼저 쓰고 한자를 괄호 안에 넣었습니다. 개정판을 내면서 그렇게 고친 듯합니다. 그런데 일조각 편집부에서는 이희승 선생의 서문에서까지는 한자 표기를 ‘한글(한자)’로 고쳐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걸까요?) 아무튼 지금으로부터 따지면 43년 전인데, 그때에도 이 어른이 보기에 젊은이들의 속담 지식은 형편없었다는군요. 흐음, 요즘 젊은이들의 국어 실력을 보면 뭐라고 할까요?

아무튼 한참 전에 참고서 삼아 사두고 제대로 펴본 적이 없었는데,
이제 이 책을 가지고 속담 공부 좀 할까 합니다.
해방 이후 처음으로 우리 속담을 망라한 사전이라고 하니까요.
말미에는 한자 속담과 성어도 나옵니다.

머리말에 엮은이는 “편자가 처음부터 알은 체하고 주관해 온 일이기는 하나 이 사전 편찬은 줄곧 가처(家妻)의 헌신적인 노고에 의하여 이루어졌다. 이 책에 그의 이름이 붙지 않은 것은 동양적인 관습의 소치로나 돌려야 할는지 모르겠다.”고 썼네요. 흥, 그러면 아내의 이름을 책에 써주기라도 할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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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6-01-01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렇게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우리말에 대해 정확히 아는것...참 중요한 일입니다. 저도 올해계획을 조금 수정해야 겠습니다. 호호호
숨은아이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마늘빵 2006-01-01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세요. 전 너무 게으른가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숨은아이 2006-01-01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미처 몰랐던 재미있는 말이 참 많아요. ^^ 세실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숨은아이 2006-01-01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그새 아프락사스님이... ^^ 아프락사스님 바쁘신 거 다 알아요 뭐. 다시 한 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하이드 2006-01-01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 2005년부터의 계획이셨군요. 눈팅만 하고 다녔지만, 정말 재미있고 유익한 페이퍼였습니다. ^^ 2006년에도 쭉- 이어지네요. 성원담아 추천 꾹-

깍두기 2006-01-01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아이님이 열심히 공부하시는 덕에 나는 그냥 저절로.....묻어서.....^^;;;

바람돌이 2006-01-02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한 계획이네요. 이렇게 한가지 책을 매일 매일 조금씩 보는것도 좋은 방법인듯.... 저는 숨은아이님께 묻어가지요. 하루에 한번씩 숨은아이님의 페이퍼를 보는걸로다가... ^^;;

mong 2006-01-02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아이님 공부하시는데
왜 제가 흐뭇하고 기쁜거죠? ;;;
새해복 담아 추천 누르고 갑니다~

숨은아이 2006-01-02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번에도 성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시는군요!
하이드님도 보셨다니 기운이 나요. 깍두기님, 바람돌이님, 매일 페이퍼를 올리진 못하겠지만 애써보겠슴미다! 사실 페이퍼를 써야 배운 게 정리된다는... ^^a 몽님, 뭐 사실 책을 꾸준히 보는 것뿐 집중해서 공부하는 것도 아닌데... (부끄부끄) 추천에 복까지 담아주시다니! ^_________________^

로드무비 2006-01-02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냥 님의 페이퍼로 공부할 공산이 큰 듯.ㅎㅎ
그리고 <섬데이> 등 만화 잘 전해받았어요.
딱 한 장 남았다는 노옹의 엽서 그림도 너무 마음에 들었고요.
그걸 저에게 보내주시니 감격입니다.
숨은아이님, 새해에도 우리말 공부 등의 모습으로 모범이 돼 주실 거죠?^^

하늘바람 2006-01-02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 아이님 대단해요

숨은아이 2006-01-02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잘 도착했군요. 그, 근데 모범이라니, 제가 무슨... ㅎㅎ
새벽별님/새벽별님이 해주시는 한마디는 참 든든하다니깐요. ^^
하늘바람님/에고 부끄럽습니다.

stella.K 2006-01-04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런 책들 붙들고 공부 좀 해야할텐데...늘 마음에만 있지 도무지 자신이 없어져요. 숨은 아이님 공부하시거 갈켜 주세요. 학습 중 가장 확실한 학습은 배운 것을 가르쳐 주는 거라잖아요. 님 덕에 저도 한 수 배우죠.^^

숨은아이 2006-01-05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가르친다기보다... 여기 꾸준히 페이퍼를 올릴게요. ^^
 

이른바 정숙하지 못한 여자를 가리키는 “화냥년”이란 말은
환향녀(還鄕女)에서 왔다고들 한다.
전에 내가 듣기로도 고려 시대 원나라에 공녀로 끌려갔다가 돌아온 여자를
환향녀라 했던 데서 나온 말이라고 했고,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사전]에서는 고려 시대가 아니라
조선 시대 병자호란 때 청나라에 끌려갔던 여자를 가리키던 말이라고 한다.
고등학교 때인가 이런 말을 들었을 때,
만약 여성이 약하고 순결해야 하는 존재라면
남자들은 그 여성들을 지킬 의무가 있지 않은가,
지켜주지도 못했으면서 피해자인 여성에게 “정숙하지 못하다”고 손가락질하는가,
자신들이 지켜주지 못한 걸 부끄러워해야 하지 않나 분하게 여겼다.
그 뒤 생각이 바뀌어,
여성은 약하고 순결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도,
그래서 남성이 여성을 지킬 의무가 없더라도,
지배층의 권력다툼 때문에 전쟁이 나면
무엇보다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성폭력이 극에 달하므로,
성폭력 피해를 예방하거나 피해자를 보호하지는 못할망정
집단적으로 배척하는 것은 야비하기 그지없는 일이라고 믿게 되었다.

그런데 국립국어원에서 21세기 세종계획의 일환으로 연구, 배포한
“2003 한민족 언어 정보화” CD에 국어 어휘의 역사 프로그램이 있어
이 말을 검색해 보았더니, 화냥년은 환향녀가 아니라 “화낭”에서 나온 말이란다.


품사  명사
현대 뜻풀이  화냥년
관련 한자어  화낭(花娘)

종합 설명
중국에서는 송대 <남촌철경록(南村綴耕錄)> 권14에 “창부왈화낭(娼婦曰花娘).”이라 하여 기녀를 ‘화낭(花娘)’이라 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예문은 <초각박안경기(初刻拍案驚奇)>와 <금병매(金甁梅)>에도 나오는데 예문은 다음과 같다.
“正寅又想道: ‘這花娘吃不得這一棍子.’” <初刻 31>
“這花娘遂羞訕滿面而回.” <金甁 12>

‘화낭(花娘)’이 창녀의 뜻이었음을 지봉(芝峰)은 이미 알고 있었고, 조수삼(趙秀三)의 <송남잡식(松南雜識)>에도 그러한 내용이 실려 있다. 우리나라에서 ‘화냥’이 처음 나타난 것은 조선시대 17세기 역학서 <박통사언해(朴通事諺解)>(1677)에서였다. 여기서는 중국어 ‘양한養漢’을 ‘화냥년’으로 풀었다. 이는 ‘화낭(花娘)’을 중국어 발음을 차용하여 ‘화냥(hu󰐀ni󰐁ng)’으로 읽은 것이다. 참고로 ‘양한’이란 여자가 남자와 눈이 맞아 혼외정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18세기 역학서에는 ‘관가인(慣嫁人)’ ‘양한적(養漢的)’ 등을 ‘화냥이’로 옮겼으며 19세기에는 우리말 한자어로 읽은 듯 ‘화낭’ 또는 ‘화랑’ 등으로 읽고 있다. 특히 중국 통속소설 <홍루몽> 번역본에는 ‘우령(優伶)’을 ‘화랑’으로 옮겼다.


민간 어원은 때로 그럴듯하지만, 정확하지는 않다.
그러나 민간 어원을 보면,
그 시대에 그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상식이나 가치관을 짐작할 수 있다.
화냥년이 환향녀에서 왔다는 풀이가 널리 받아들여졌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상식에 비추어 가히 그럼 직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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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5-12-30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정보 감사해요

물만두 2005-12-30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조선인 2005-12-30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오, 그렇군요.

세실 2005-12-30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성으로써 참 듣기 거북한 말이죠.......어원이 이렇게 생긴 거군요...

숨은아이 2005-12-30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쓸만한가요? ^^
만두 언니, 조선인님, 드디어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사전]도 다 읽었습니다. 만세~!
세실님, 요즘엔 잘 쓰지 않으니 다행이에요. 그죠?

플레져 2005-12-30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이제라도 알게되서 다행이어요.
고마워요, 숨은아이님!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세요! ^^

숨은아이 2005-12-30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도 새해 복 많이 많이 많이 받으세요!

진주 2005-12-30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사전-을 다 읽고 우리에게 소개해주신 숨은아이님 만세~~~~
환향녀는 아무래도 발음이 좀 억지스런 면이 있었는데 화냥은 자연스럽군요...으음...화냥이 맞는 걸까요?

숨은아이 2005-12-30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그런데 다 읽었어도 돌아서면 잊어버린다는... ㅠ.ㅠ

숨은아이 2006-01-03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음...?

숨은아이 2006-01-04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생각나는 대로 풀어보시면...?)

숨은아이 2006-01-04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오늘 소주 한 병으로 머리를 푸시기 바람... ㅎㅎㅎ)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에는
오쟁이 지다란 말을 “남편이 있는 여자가 다른 사내와 간통하다”라고 풀이했지만,
사실 오쟁이를 졌다는 말은 다른 사내를 만난 여자가 아니라
그 여자의 남편이 처한 상황을 가리키는 말이다.

오쟁이(를) 지다「관용」 자기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간통하다. ¶나 같으면 다른 놈이 내 계집의 손목만 한번 건드려도 그놈을 당장에 물고를 내고 말텐데, 글쎄 그런 못난이가 어디 있어. 꼭 오쟁이 지기 안성맞춤이라.≪이광수, 흙≫ § (표준국어대사전)

그러니까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의 풀이는
미묘하게 틀렸다고 할 수 있다.
오쟁이는 “짚으로 엮어 만든 작은 섬”을 가리키는데,

 ☜ 오쟁이

왜 바람 피우는 아내를 둔 남자를 가리켜 오쟁이를 졌다고 하게 됐을까?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에서는
무슨 곡절이 있겠지만 그 내막을 알 수 없으니 안타깝다고 했다.
그런데 그 내막을 전혀 알 수 없을까?
혹시 신화 속에 그 실마리가 있는 게 아닐까?
“궁산 선비와 명월 각시” 신화를 보면, 명월 각시는 궁산 선비와 결혼했는데,
명월 각시의 미모를 탐낸 배 선비가 궁산 선비에게 내기를 걸었다.
그런데 그만 궁산 선비는 내기에 졌고, 배 선비는 명월 각시를 자기 집으로 데려갔다.
명월 각시는 배 선비의 집에 가서 말도 않고 웃지도 않았다.
배 선비가 왜 말을 않느냐고 물으니,
명월 각시는 거지 잔치를 사흘 동안 열어주면 말을 하겠다고 한다.
궁산 선비는 거지가 되어 이 잔치에 왔는데,
첫날은 아래쪽 귀퉁이 자리에 앉았더니 위쪽부터 상이 차려져서
마지막 한 상이 모자라 음식을 얻어먹지 못했다.
둘째 날은 위쪽 끝자리에 앉았더니 아래쪽부터 상이 차려져서
또 마지막 한 상이 모자라 못 먹었다.
셋째 날은 가운데 자리에 앉았는데, 이번에는 양편 끝부터 상이 차려져서
또 한 상이 모자라 먹지를 못했다.
명월각시는 사흘 동안 상을 받지 못한 거지에게 따로 상을 차려주라고 했고,
이에 궁산 선비는 잘 먹고 남은 것은 오쟁이에 넣어 가려고 했다.
이때 명월 각시는 구슬 옷을 내던지며
“이 옷의 깃을 잡아 깃고대를 들추어 입을 수 있으면 거지라도 내 낭군이다.”고 말했다.
그런데 아무도 구슬 옷을 입지 못했고, 궁산 선비만 입을 수 있었다.
궁산 선비가 이 옷을 입으니 하늘 높이 떴다가 내려왔다.
배 선비도 나서서 이 옷을 입어보았으나, 배 선비는 입을 줄만 알았지
벗을 줄을 몰라 그만 하늘에서 내려오지 못했다.
그래서 명월 각시와 궁산 선비는 다시 같이 살게 되었고,
죽은 뒤 일월신이 되었다.
([이승과 저승을 잇는 한국 신화]에서 보고 내용을 축약해 쓴 것입니다.)


 ☜  [이승과 저승을 잇는 한국 신화]는 이 책이어요. (자명한 산책님 고맙습니다. ^^)

이 이야기대로라면 궁산 선비가 오쟁이를 지고 거지 잔치에 간 셈이 된다.
이 이야기에서 비롯해서 “아내를 빼앗긴 남자”가 오쟁이를 졌다고 하게 된 건 아닐까?
이것은 아무런 근거 없는, 그냥 내 추측일 뿐이다.

이제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의 마지막 단원도
얼마 남지 않았다. 마지막 단원의 주제는  ‘혼인과 성 풍속’이다.
이 부분을 보다 보면, 혼인과 성 풍속에 관한 우리말은
주로 이성애 남성 중심으로 생겨났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옛글이나 문학 작품에서 보면 이해할 수 있게 알아둘 필요는 있겠지만
굳이 살려 쓰고 싶지는 않은 말이 꽤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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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5-12-21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어디서 읽었는지 기억을 못 하지만...
제가 아는 오쟁이를 진다의 유래는...
옛날 순진한 남편과 색기 넘치는 아내가 있었는데, 아내가 옆집 남자와 바람이 났다.
그런데 순진남편, 전혀 눈치 못 챔.
이에 아내랑 옆집 남자가 순진남을 놀려먹으려고 작정.
순진남과 아내가 방문을 열고 밥을 먹고 있을 때 옆집남 오쟁이 지고 놀러감.
"아니, 대낮부터 왠 해괴망측한 짓인고? 대낮에 문 열어놓고 관계를 하냐?"
순진남, 말도 안 되는 소리 마라고 일축.
그런데 옆집남 매일같이 밥 먹을 때 지나다니면서 대낮부터 해괴하다고 놀림.
순진남이 계속 펄쩍 뛰자 옆집남, 원인을 밝혀보자며 역할 바꿀 것을 제안.
옆집남이 매고 있던 오쟁이를 대신 매고 순진남 사립문밖에서 보니
정말로 옆집남과 아내가 관계하고 있는 광경이 보임.
멍청하게 속은 순진남 덕분에 '오쟁이 지다'라는 유래가 생겼다 함.

숨은아이 2005-12-21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그런 이야기도 있군요.

숨은아이 2005-12-21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그렇다면 그 말의 실제 유래라기보다는, 마치 전설처럼, 어떤 일의 유래를 설명하기 위해 나중에 만들어진 설화일 가능성이 커 보이는데요.

숨은아이 2005-12-22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재밌게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보는 건데, 어렵기는요. ^^

2005-12-22 1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숨은아이 2005-12-22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앗, 이렇게 송구할 데가... 그 책 아직 안 샀습니다. *ㅂ*

숨은아이 2005-12-22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구두님/으음, 무슨 웃음이실까...

숨은아이 2005-12-22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그러셨군요.

2005-12-22 2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숨은아이 2005-12-22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페미니즘의 도전으로 할게요. 고맙습니다. <(__)>

내가없는 이 안 2005-12-23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굳이 살려 쓰고 싶지 않은 말이 꽤 된다, 는 말이 전 왜 이렇게 재밌죠? ^^

숨은아이 2005-12-26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안님/^^ 이안님도 이 책 갖고 계시니 뒤쪽을 보면 저랑 같은 생각 하실걸요?

2005-12-26 2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숨은아이 2005-12-26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39에 속삭이신 님/도착했군요. 워낙 늦게 보내서 언제 갈까 걱정했어요. 우리 내년엔 같이 이뻐져요. 하하하!

진주 2005-12-30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재미있네요^^ 오쟁이지다란 말도 재미있고, 숨은아이님과 조선인님의 이야기 듣는 것도 재미있어요^^

숨은아이 2005-12-30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들어주셔서 고마워요. ^^
 

부리
[부ː-]
「명」『민』 한 집안의 조상의 혼령이나 그 집에서 대대로 모시는 귀신을 무당이 이르는 말.
(표준국어대사전)

그러니까 집안의 조상신이나 수호신을 부리라고 하는구나. 호오.
단, 새나 병의 주둥이를 뜻하는 “부리”의 ‘부’는 짧게 발음하고,
수호 신령을 뜻하는 “부리”를 말할 때는 ‘부-’ 하고 좀 길게 발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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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녀 2005-12-15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의 분신 부리님은 부리 님일까나 부:리 님일까나...^^

물만두 2005-12-15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부리님이 신이란 말씀??? 오호~

숨은아이 2005-12-15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글쎄요~

balmas 2005-12-16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
재미있는 정보네요.

숨은아이 2005-12-16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으로 부리님을 잘 모셔야 동티가 안 나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