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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27도에 눈이 내리고 있다. 아직 최저 기온이라는 영하 40도까지 내려가진 않았지만, 체감 온도는 영하 36도라니 그거나 그거나 뭐 다르겠나 싶다. 아침에 담배를 피우는데 숨이 탁 막혔다. 공기가 얼어 붙어서 공기 중에 공기가 반은 사라진 것만 같았다. 운동을 하고 나서 점심을 먹으러 걸어서 15분 거리의 차이나타운으로 향했다. 바지도 두겹이나 입고 모자도 두개나 쓰고 목도리까지 칭칭 감고 무장을 하고 나섰다. 맨날 가는 길인데도 눈 때문에 길을 잃어 40분이 걸렸다. 다리가 찢어질 것만 같았다. 친구와 도대체 왜 우린 이런 날 나왔을까, 왜 진작 택시를 타지 않았을까, 후회하며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하지만 혈관에 살얼음이라도 언 것처럼 다리는 녹지 않았다. 울고 싶었다. 

친구와 나는 집에서 고기를 거의 먹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추위에 떨고 나선 프로틴이 필요하다며 마구 고기요리를 시켰다. 따뜻하게 먹고는 근처의 중국인 마트를 들러서 장을 봤다. 난 배낭을 멨다고 자만하며 감자와 토마토와 오렌지와 올리브오일과 허니갈릭 소스와 보리쌀을 양껏 샀다. 그 결과 배낭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무거웠다. 나는 영상 30도에서 이런 배낭을 메고 돌아다니는 것보단 영하 30도가 낫다며 합리화했다. 그리곤 그 일화를 떠올렸다. 어느 추운 겨울 날 두 남자가 길을 걷다가 길에 쓰러진 남자를 보았다. 한 남자는 춥다며 그 사람을 무시하곤 제 갈길을 가버렸고, 나머지 남자는 아직도 숨이 붙어 있는 그 사람을 업고 천천히 길을 갔다. 힘도 들고, 서로의 체온 때문에 몸이 덮혀져 목적지까지 추운줄도 모르고 왔다. 하지만 먼저 간 그 사람은 길목에 홀로 얼어죽어 있었다. 난 다정했던 그 사람이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를 그렇게 업고 있는 것만 같았다. 친구에게 이 얘길 했더니 친구는 자기를 좀 업어달라고 했다. 

어깨는 부러질 것 같았고 친구는 안쓰러울 정도로 추워했다. 난 그 정도로 춥진 않았다. 배낭을 업고 있었으니까. 택시를 타고 싶었지만 택시는 보이지도 않았고, 버스는 지척에서 놓쳤다. 오는 길에 엄마가 보고 싶었다. 정신적 지주이자 제공할 수 있었던 모든 안식을 제공해 주었던 전 룸메도 생각났다. 내가 힘들 때마다 별일 없냐고 물어주고, 함께 술 마셔 주고, 라면을 먹다가 울음을 터뜨리던 내 옆에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어주고, 그 사람이 없었으면 당연이 감당해야 했을 고생들이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모르도록 해 주었었다. 생각은 끝없이 물고 이어져 결국에는 눈물이 조금 날 정도로 그 사람에게 고마워져 버렸다. 나와 산지 2달도 안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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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1-01-17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명 태그가 아니였다면 아니 이 분이 알라스카나 시베리아로 가셨나.....싶었을 정도네요. 근데...한국도 제법 추워요. 날씨 뿐만이 아니라 사람 마음까지...

Forgettable. 2011-01-18 16:41   좋아요 0 | URL
근데 시베리아 다음으로 추운 곳이 여기래요.. 전 어쩌다가 이런데로 와서 정착하게 되었는지;;
한국 춥다는 소문이 자자하더군요.

사람 마음까지 춥다니 괜시리 씁쓸하네요. 제 마음도 못지않게 추워요 ㅠㅠ(이게 위로가 될까)

다락방 2011-01-17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어죽지마요, 뽀. ㅠㅠ

Forgettable. 2011-01-18 16:42   좋아요 0 | URL
힝 죽지 않을게요 ㅠㅠㅠㅠㅠㅠㅠㅠ

Joule 2011-01-17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업어달라는 그 친구 좋은 친구네요. 진정한 친구예요.
근데 제목이 그래서 그랬는지 저 동그랗게 휘어진 도로가 저는 포게터블 님의 각막인 줄 알았어요.
포게터블의 각막에 비친 겨울 나무들이라고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했죠.
저번에는 어떤 촛불 사진을 보고 하이드 님 눈동자인 줄 알았는데.
철썩같이, 라는 부사는 정말이지 내가 만든 부사인가 봐요.

2011-01-18 16: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19 14: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11-01-17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춥다고 징징댄 우리가 미안해지네요.

Forgettable. 2011-01-18 16:49   좋아요 0 | URL
엄마도 춥다고 난리시더라구요. 하지만 이곳의 추위는 정말 상.상.초.월.
밖에 10분 이상을 못있겠더라고요;; ㅋㅋㅋ 미안해하지 마시고 그 곳의 따뜻함을 양껏 즐기세요! XO

차좋아 2011-01-17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신기하게 이뻐서 한참 봤어요. 낮인가 보죠? 저 부연 날씨에도 라이트 키고 달리는 차가 한 대 뿐인걸보니 알겠네요.
캐나다에서 의지되는 좋은 친구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다음에는 사서 고생은 마세요ㅎㅎ 눈 길에 위험해요~

Forgettable. 2011-01-18 16:51   좋아요 0 | URL
제 방에서 내려다 보고 찍은 사진이 여러 장이 되는데 어쩐지 이 사진이 가장 좋더라구요. 낮이죠. 밤은 까맣고 낮은 하얘요.

가족도 없고, 친구도 없는 캐나다에서 만난 인연들이 참 소중해요. 소중한 만큼 가볍기도 하지만 제 노력에 따라 무거워지기도 하겠죠? 아..... 저 다시는 차 없이 차이나 타운 가지 않을겁니다. ㅠㅠ 내일부턴 날씨가 조금 풀린다해서 약간 기대 중이에요!

루체오페르 2011-01-17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은 한 권의 책이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추위마저 끌어안는 모습이 좋습니다.^^

Forgettable. 2011-01-18 16:52   좋아요 0 | URL
제가 워낙에 추운 걸 좋아해서요. 더운 날씨 였다면 이런 차분한 모습 보여드리지 못했을거에요. ㅠㅠ

제 삶이 한 권의 책이 될 정도로 괜찮은 삶이 되도록 요즘 생각도 많이 하고 노력도 많이 하는데요.. 그게 참 힘들어요. 흑흑 ㅠㅠ

비로그인 2011-01-17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쿠야.. ㅠㅠ 잠시 같이 울어 드리겠습니다.

Forgettable. 2011-01-18 16:54   좋아요 0 | URL
아흑 ㅠㅠ 감사합니다. ㅠㅠㅠㅠ

눈 바람을 마주하며 흩날리는 눈이 온 얼굴에 부딪칠 때의 그 쓰라림을 누가 알아줄까요. ㅠㅠ

양철나무꾼 2011-01-18 0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주말에 강원도 스키장엘 다녀왔는데...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추위에 이를 부딪혀가며 덜덜 떨다왔거든요.

“나는 영상 30도에서 이런 배낭을 메고 돌아다니는 것보단 영하 30도가 낫다며 합리화했다.”
전 이말에 동의해요.
옛날에 플로리다 해변에서 얇은 티셔츠에 책이 여러권 든 배낭을 매고 다니던 기억이 떠올라서 말이죠.
어깨가 쓸리고 까지고 장난이 아니었어요~^^

이제 곧 서울 나오신다면서요, 조금만 참고 힘내세요.

Forgettable. 2011-01-18 16:57   좋아요 0 | URL
친구들이 록키로 스키장에 갔다던데... 영하 30도를 넘나드는 그 곳에서 보드 잘 타고 있을지 급 걱정이 되네요. 그나 저나 날 풀리면 저도 오로라도 보러 가고, 천연설 위에서 스키도 타고 해야 할텐데. 갑자기 금전적 문제가.... 님의 스키장 댓글을 보면서 훅 다가오는군요 ㅠㅠㅠㅠ

제가 인도 배낭여행 할 때 그 더운 날씨에 이보다 훨씬 무거운 배낭 메고 다녔었는데;; 사람 할 짓이 못되더라구요. ㅠㅠ 어깨 쓸리는 건 둘째고... 숙소 도착해도 샤워장에서 뜨거운 물로 샤워하는 그 기분 ㅠㅠㅠㅠ 아흑. 그나마 이곳에선 따뜻한 물 나오고 따뜻한 전기장판이 있는 집이 있어서 다행 ㅠㅠㅠㅠㅠ

견딜만해요 .사실은. 좋아요;;; 추운 건 얼마든지 견딜 수 있거든요! ^^

라로 2011-01-18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월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Forgettable. 2011-01-18 16:58   좋아요 0 | URL
저 한국 가봤자 백수라.... 나비님 집에서 몇날 며칠 죽치고 있을지도;;; :p

무스탕 2011-01-18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하 30도에 엄청난 무게의 배낭을 메고 걸으셨다니 흡사 남극대륙 횡단을 떠올렸어요.
여기도 엄청 추워요. 생전 이렇게 추워 봤어야 '어휴, 뽀님은 여기보다 더 추운데 계시네..' 할텐데 이것보다 더 추운것도 이런 추위도 처음이라서 뽀님 계신곳 추위가 와 닿지 않네요.
사진이랑 글로만 엄청난 곳에 계시는구나.. 싶어요. 하여간 육체적 정신적 건강 조심!!

Forgettable. 2011-01-18 17:01   좋아요 0 | URL
앗 또 엄청난 무게의 배낭+남극대륙 횡단 이라고 하니 뭔가 제가 엄청 힘든 상황에 처해있는 것만 같은데!
그 정도는 아니에요. ㅠㅠ
여름엔 금방금방 걸어다닐 정도의 거리거든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무스탕님이 또 춥다 하시니 가족들의 추위가 고대로 전해져 오는 듯한 기분이;;;; 엄마한테 아무리 여기 춥다 해도 한국도 추워죽겠단 말씀밖에 안하시더군요. 한국엔 추위가. 호주와 브라질엔 홍수가. 자연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근데 저 여기서 감기 한 번 안걸린 거 있죠? 너무 신기해요. 앞으로도 조심할게요!! 하지만 정신적 건강은 저도 어떻게 장담할 수가..................

모모쨩 2011-01-19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9 서재이 달인 님.
안녕하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왜 나는 이 블로그 지금 알려줘서
이런 꺠알같은 재미를 지금 선사하시는 겁니까?!!?
택배하나 보내드리고서야 블로그 주소와 맞교환 하는기분 아세요!?!?
그래도 저는 이제 일등급 VVIP 베프니까 훗.
선배, 엄청 잘살아보여서 다행이네요.
담배와 택시 단어 두개로 엄청 잘 살아보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Forgettable. 2011-01-20 14:04   좋아요 0 | URL
아니 알려준다는 걸 까먹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담배는 뭐.. 많이 안피니까 ㅠㅠㅠ 글고 택시는 타지도 않았음 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택배 왔어요. 감동감동 ㅠㅠㅠㅠㅠㅠ
완전 VVIP로 승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당신의 라섹이 더 부럽습니다. ㅠ

자하(紫霞) 2011-01-23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살고 계시는군요~
예전에 스웨덴 영화 <렛미인>을 보고는 쟈들은 단열재를 뭘 쓰길래 방안에서 속옷만 입고 잔다냐...했는데
캐나다는 어떤가요?

Forgettable. 2011-01-26 14:11   좋아요 0 | URL
방은 따뜻해요. ㅋㅋ 저 일할 땐 반팔입고 스타킹에 반바지만 입고 일하는데, 그래도 덥다능;;
기름나는 동네라 그런지 난방이 아주 빠방합니다. ㅋㅋㅋ

하지만 가끔 저만치 추운 날엔 전기장판 없으면 자기 힘들죠. 는 오바고 전기장판 덕에 좀 따뜻할 뿐 없어도 살만 해요. 춥다 춥다 해도 살만 하니까 사람들이 살고 있겠죠..

2011-02-01 04: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02 18: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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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1-16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이런 영화 보면 사랑이란 걸 진짜 하고 싶어지는...^^

Forgettable. 2011-01-17 11:17   좋아요 0 | URL
으 근데 참 힘들어보여요. 영화 속의 사랑은. 하지만 멋지긴 하죠. 여주 남주가 훈훈하다 보니;;; ㅋㅋㅋ

다락방 2011-01-16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영화의 끝이 영상의 끝과 똑같네요. 나도 이거 몇년전에 극장에서 봤거든요. 그때 영화광고에 이 영화보고 너무 좋아서 국내 뮤지션 누군가(이름이 기억안나요)가 음악도 만들고 그랬다고 했어요. 그런데 나는 막상 보니까 좀..
아이였을 때와 사춘기 였을때-창문으로 밤마다 찾아가는- 까지는 정말 좋았는데 어른이 되고 나서는 좀 지루하더라구요. 영화 되게 안끝나는구나, 하고 지루해했는데 이 영상만 보면 되게 아름다운 영화 같아요. 음악도 아름답고.

마지막, 여자의 눈동자 가득 남자가 담기는 건 정말 좋죠! 물론, 공허한 결말이긴 하지만.

Forgettable. 2011-01-17 11:23   좋아요 0 | URL
네.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가 원. 순환. 이런거인것 같아요. 영화의 시작부분과 끝나는 부분이 똑같아요. 눈동자도 동그랗고.. 그 안에 담긴 사람이 오토가 되며 아나의 삶의 원은 오토로 이루어져 있다는 의미도 있는 것 같고.. 공허하긴 하지만 어찌 보면 완벽한 결말인 것 같기도 해요.

전 이 영화 대사도 너무 좋고 템포도 꽤나 빠르고 해서 같은 시간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어요. 다 보고 나서도 계속 잔상이 남아서 좋았던 대사도 찾아보고 이런 영상도 찾고 그러고 있었죠. ㅋㅋㅋ 음악은 this love라는 노래래요. Craig Armstrong의.
 

   
  마거릿의 말이 그에게서 새 떼처럼 날아갔다. 그 자신이 이렇게 말할 수 있었다면. 그는 세상을 얻었을 것이다. 이 교양을 얻을 수 있다면! 외국 이름을 제대로 발음할 수 있다면! 많은 걸 배워서 여자가 어떤 이야기를 꺼내도 척척 응답하며 대화할 수 있다면! 하지만 그건 너무 오랜 세월이 필요한 일이다. 점심 한 시간, 그리고 저녁나절의 산만한 몇시간을 가지고 어떻게 어릴 적부터 꾸준히 책을 읽어 온 이 유한계급 여자를 따라간단 말인가? 그도 머릿속에 제법 많은 이름이 들어 있고, 어쩌면 모네와 드뷔시의 이름도 들어본 것 같았다. 문제는 그걸 문장으로 엮어낼 수 없다는 것. 그러니까 그것을 <말할>수 없다는 것. 그리고 잃어버린 우산 생각을 떨칠 수 없다는 것이었다.  
  p.56

 

   
 

그들은 행운을 움켜쥐었다. 그들은 모두 위컴 플레이스의 좁고 호사스러운 계단을 올라서 어떤 널따란 방으로 사라졌고, 그가 하루에 열 시간을 독서에 바친다 해도 거기까지 그들을 따라갈 수는 없었다. 아, 이런 식을 줄 모르는 열망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어떤 사람들은 교양을 타고 난다. 그러지 못한 사람들은 그저 자신에게 편한 것을 추구하는 편이 낫다. 인생을 견실히 또 전체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그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p.74

 

[하워즈엔드]를 원서로 읽다가 너무 어려워서 때려치고, 친구가 보내준 번역본을 읽고 있다. 영어로 읽는다고 끼적대던 순간들이 불쌍할 정도로 너무나도 많은 부분들을 놓쳤다는 걸 발견했고, 또 의외로 생각보다 많은 부분을 이해했다는 것도 발견하는 중이다.  

예전에 TV 채널 돌리다가 가쉽걸 어떤 에피에서 예쁘장한 어떤 여자애가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면서 뉴욕출신이냐고 묻는 남자에게 자기 프렌치에 액센트가 있지는 않을텐데 어떻게 알았냐고 묻는 장면을 봤다. 그 장면에서 그 부잣집 딸래미가 어렸을 때부터 받을 수 있었던 교육이 너무 부러워서 로또 당첨되면 뭐하고 싶냐는 질문에 언어나 악기같은거 배우고 싶은거 다 배울거라고 대답했다.  

[하워즈엔드]의 초입부에 잠시 등장한 레너드의 마음은 나의 마음과 무척 흡사하다. '어떤 사람들은 교양을 타고 난다. 그러지 못한 사람들은 그저 자신에게 편한 것을 추구하는 편이 낫다.' 어렸을 때부터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다룬 친구의 집에 놀러가면 무척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말하자면 이름도 알 수 없는 브라질의 인디 밴드부터 에릭 사티까지 모든 장르의 음악이 공짜로 주어진다. 나는 그만한 음악을 찾을 열정도, 기억할 기억력도, 수집할 음반도, 없기에 그저 그처럼 나 편한대로 들리는 음악 듣고, 보이는 영상 보면서 그냥저냥 산다. 

원래는 이렇게 자조적인 페이퍼를 쓸 작정이 아니었는데, 오늘따라 어쩐지 이 사람 이야기가 마음에 와 닿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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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1-01-10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대학에 오고 나서 세상에 그렇게 다양한 교양이 있다는 사실에 헉하고 놀랐답니다.
그건... 제 계급에선 가질수가 없어요..
제가 그래서 풍물이나 하고 우리소리를 들은건지도 몰라요.
그런데 얄밉게도 이런것도 그런놈들은 잽싸게 배우더라는...

Forgettable. 2011-01-10 12:33   좋아요 0 | URL
그쵸? 전 포스터의 소설들을 읽으면서 새삼스럽게 그런 계급에 대한 동경심이 자리 잡았어요.
풍물이나 우리소리도 요즘 돈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전 정말 거문고 배우고 싶은데 비싸더군요. ㅠㅠ

기웃 2011-01-10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하워즈 엔드를 작년 여름쯤에 읽은 기억이 나네요. 마가릿이 누군가한테 '애정은 주고 받을 때 서로 권리가 생긴다고 아주 중요한 말이니까 어딘가에 적어 두라고' 했던 말이 왠지 기억에 남아 있어요. 읽는 내내 하워즈엔드-집 자체가 배경이자 주인공인 느낌이 들더군요.

단조로운 서술 방식에 굉장히 오래 붙잡고 읽었었지요. 그렇지만 다 읽고나니, 포스터만의 묘한 매력이 있더군요. 그래서 포스터의 다른 책도 찾아 결국 몇 권 읽어보게 되었지요. 마르케스처럼 이야기의 무궁무진한 확대가 아닌 해변가에 쭉 뻗은 도로를 달리며 창 밖의 얼핏 바라보는 아름다운 풍경에 미소짓는 느낌이랄까..ㅎㅎㅎ 그래서 고즈넉한 포스터만의 시간이 좋더군요.

Forgettable. 2011-01-10 12:44   좋아요 0 | URL
얼마 안되셨군요. 전 포스터 소설 무지 좋아해요. 지금 세권째 보고 있어요. 이야기도 재밌지만 사람에 대한 묘사들이 재밌고 공감도 많이 되고 그래요. 어떤거 읽으셨어요? 전 [전망 좋은 방]이랑 [모리스] 읽고 지금 [하워즈 엔드] 읽고 있는데,, 초반부만 2번째 읽고 있어서 더 진도가 안나가는듯;;; 하지만 책 읽다보면 밑줄 긋고 싶은 부분이 한두군데가 아니에요. 아 정말 어찌 이리 정확한지..

그나저나 요즘도 가끔 오시는군요. :) 기웃님 댓글 받을려면 종종 책 얘기 써야겠어요. 근데 요즘 정말 책 많이 못읽어서 ㅠㅠ

기웃 2011-01-11 21:19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모리스]는 읽지 못했지만 [전망 좋은 방]은 읽었지요. 동생,비브목사,에머슨이 호수인가?에서 장난치는 장면이 개인적으로 겪었던 비슷한 경험이 떠올라 읽으면서 깔깔대며 보았었죠.ㅎㅎㅎ

따로 블로그나 알라딘 서재를 하지 않아 유동닉으로 글을 남겼었는데, 잊지 않고 기억하시는군요.^^.

늦었지만,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즐거운 일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


Forgettable. 2011-01-12 12:38   좋아요 0 | URL
와.. 비슷한 경험이라니 완전 궁금한데요!!!! ㅋㅋㅋㅋㅋ 저도 그 장면 기억하고 있어요. 비브 목사 캐릭터가 참 특이하기도 하고 ㅋㅋ

그럼 기억하죠. 다른 글도 아니고 마르케스 관련 글에 댓글(그것도 길게!) 남기셨는데.. ㅎㅎㅎ 오시면 인사도 주시고 그러세요~ ㅎㅎㅎ

새해군요. 벌써. 이제 올해면 한국 가네요. 이렇게 얼마 안남았다니 믿어지지가 않아요. ㅠㅠ

루체오페르 2011-01-10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겟님이 그러시다는건 아니죠?ㅎㅎ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Forgettable. 2011-01-10 12:45   좋아요 0 | URL
맞아요. 하하 전 딱 저 젊은이가 속해 있는 계급입니다. ㅠㅠ

루체오페르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인사가 늦었네요 :)

치니 2011-01-10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으윽, 저도 공감 되네요. 하지만 뭐, 듣고 싶은 거 막 듣고 내키면 찾아보고, 이런 세상살이도 나름 재밌다고 우겨봅시다.

Forgettable. 2011-01-10 12:50   좋아요 0 | URL
그쵸? 저도 공감하면서 읽었어요.

그냥 이렇게 살아도 얻어 듣고 얻어 보는게 많아서 그나마 살만한 것 같아요. 너무 부러워할 것 없는 인생도 어쩌면 지루할지도요.

라로 2011-01-11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잇,,,,,저는 이런 글을 올리는 포게터블님이 좋다고요!!!!!!!!!!!그나저나 우리 너무 오랫많이잖아욧!!!!!!!!!!!!!!ㅠㅠ올해 한국에 오시나요?????????????????????암튼 새해 복은 많이 받을 수 있는 만큼 많이,,,,그러니까 이빠이 받으세요~~~~~~~~~~~~~.

Forgettable. 2011-01-12 12:39   좋아요 0 | URL
아 제가 진짜 ㅋㅋㅋㅋㅋ 열심히 책 읽고 글 남겨야겠다고 나비님 댓글보며 다짐해봅니다. ㅋㅋㅋㅋ
제가 여기서 워낙 서재질을 안해서 ㅠㅠㅠㅠ 저 봄되면 한국 가요!!!!! 그럼 우리도 볼 수 있겠죠? 나비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하시는 일 다 잘되시길 바라요. ^^

라로 2011-01-12 23:00   좋아요 0 | URL
저 이 댓글 달때 혼자 아사히 드라이 맥주 2L마시다가 1L는 변기에 버리고,,,,암튼 그래서 그랬는지 지금 보니까 오타가 있어요~!!!!ㅎㅎㅎㅎㅎ뭐 취중 댓글이 아니어도 오타 수두룩이지만,,,괜히 우리도 볼 수 있다는 댓글을 보고~~~~~꼬옥 만납시다!!!우리의 만남이 비록 이모와 조카의 만남 스럽겠더라도 말이에요,,,ㅋㅎㅎㅎㅎㅎ

Forgettable. 2011-01-13 14:45   좋아요 0 | URL
도대체.. 1L는 왜버리십니까. ㅠㅠㅠㅠ 하하 2L 정도면 하루 저녁에 금세 먹을 양인데, 아깝네요. 여기와서 술만 는 것 같아요. 지금도 혼자 보드카에 오렌지 쥬스 타마시고 있네요. 홀짝홀짝

안그래도 여기서 만난 어린 친구가 저보고 이모라고 해서 ㅠㅠㅠㅠ 제가 그 때마다 상처 아닌 상처를 받았었는데.. 그래서 전 나비님께 절대 이모라고 하지 않을거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

Joule 2011-01-11 0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ome are born cultured; the rest had better go in for whatever comes easy. To see life steadily and to see it whole was not for the likes of him.

줄모 양의 이런 성실함, 쫌 감동적이다, 그죠?


근데, others가 아니라 the rest라는 게 좀 서글프네요. (속으로는 격하게 공감하지만.)

Forgettable. 2011-01-12 12:42   좋아요 0 | URL
어찌나 감동적이던지 이 댓글 보고 ㅋㅋㅋㅋㅋㅋㅋ 저 쥴님 꿈꿨어요;;;;;;;;;;;;;;;;;;;;
제가 쥴님 집에 놀러가는 꿈. 하하하하 꿈속에서의 쥴님은 아름답고(고현정의 느낌이랄까) 무서웠어요. 왜 무섭지?? 하여간에 제가 좀 쫄아 있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부분은 제가 원서로도 읽은 부분이라 기억이 나요. 근데 하워즈 엔드 원서로도 갖고 계신거에요? 전 빌려봤는데. ^^ 참 영어로는 간단한데 한국어로는 복잡한 것 같기도 하고.. 슬퍼도 the rest라 더 좋은 것 같아요. 냉혹하긴 하지만 현실이잖아요.

2011-01-11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릴 땐 잘 몰랐는데 요즘엔 이런 교양의 부족을 많이 실감하고 있어요.
어른들이 인생에서 후회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젊어서 공부 좀 할 걸' 이라는데,
단지 입신양명을 위한 공부 외에도 교양 공부도 그 공부에 속하지 않을까 싶네요.

악기도 잘 다루고, 외국어도 세계 시민 수준으로 하고, 와인도 감별할 줄 알고, 요리도 잘 하고,
말도 탈 줄 알았으면 좋겠고, 성경이나 세계사 지식도 풍부했으면 좋겠는데...
현실은 당장 배워야 하는 것도 다음 날 다 까먹어서 또 외우고 외우고...
아 돌이 되고 싶네요 ㅠ

Forgettable. 2011-01-12 12:45   좋아요 0 | URL
그쵸?? 전 뭐 하나라도 깊게 파는 사람이기라도 했으면 좋겠어요. 적어도 나 뭐는 할 줄 안다. 이러게요.
그래도 코님은 카메라나 만년필 이런거도 잘 아시잖아요. 남들보다도 훨씬 많이 ㅠㅠㅠㅠㅠㅠ
전 정말................. 이도 저도 아닌 그냥 겉핧기만 하다가 끝나는 것 같아서;; 항상 열등감에 찌들어 있네요.

오늘 안그래도 승마할 줄 알았음 좋겠다, 생각했는데. ㅋㅋㅋㅋㅋ 그나마 좋아하는 사진도 여기저기 비교해 보면 아무것도 아닌거라 ㅠㅠ 더 우울해졌어요 ㅠㅠㅠㅠ 저도 같이 돌이 되고 싶네요. ㅠㅠ

카스피 2011-01-11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세상살이가 참 공평하진 않은것 같아요.그나저나 늦었지만 새해 복많이 받으셔요^^

Forgettable. 2011-01-12 12:47   좋아요 0 | URL
그래서 자기 편한 걸 추구하면서 살라고 했나봐요.

으 제가 먼저 인사드리러 갔어야 했는데 어째 인터넷 하는 것도 귀찮아하는지 요즘은 ㅠㅠ 카스피님 올 한해 댓글 감사해요 ㅋㅋ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한 한 해 되시길 바랍니다!!

다락방 2011-01-12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가시노 게이고 [악의] 재밌어요?
지금보니 반값이라 살까 말까 생각중이거든요. ㅎㅎ

Forgettable. 2011-01-12 13:20   좋아요 0 | URL
네. 재밌어요. 하지만 교고쿠도의 감동은 아니에요.
그냥 반값이라면 사서 보고 누구에게 선물해도 괜춘할듯??

그나저나 [이유]는 뭥미.................................................................. 주택 이야기에 너무 깜놀해서 책 읽다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1-01-12 14:03   좋아요 0 | URL
[유리망치] 다 읽었는데 머리 터지는 줄 알았어요. 아 밀실살인이 뭐 그렇게 머리 터지게 어휴. 유리망치도 나한테는 이유 랑 같네요. 아 진짜 이런 공간적 설명 같은것 좀 책에 안나왔으면 좋겠어요. 머리 터져 진짜. 아놔.

Forgettable. 2011-01-12 14:22   좋아요 0 | URL
전 사실 그 부분 대충 읽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그 트릭 간당간당하게 이해했다능 ㅋㅋㅋㅋㅋ
 

술: 샴페인 1병, 레드와인 2병, 화이트와인 2병, 딸기와인 1병, 럼 1병, 보드카 1병.   

요리: 시금치와 새우를 넣은 알리오올리오, 떡볶이, 잡채, 닭도리탕, 간장소스 새우볶음밥, 오뎅탕, 쌈장소스(?) 새우베이컨볶음밥, 치킨커리크림스파게티, 라면, 베트남쌀국수

영화: 생활의 발견, 오스틴파워, 이블데드1, 만덜레이,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  

책: 얼굴- 요코하마 히데오  

게임: 젠가, 훌라, 원카드, 도둑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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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0-12-28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부럽!

Forgettable. 2010-12-29 10:32   좋아요 0 | URL
비연님!! 오래간만이에요. ^^ 아 정말 잘 놀았어요. ㅋㅋ

다락방 2010-12-28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활의 발견은 그 김상경 나오는거? 아, 나는 그걸 비디오방에서 봤던 너저분한 추억이 있어요.. ( '')

Forgettable. 2010-12-29 10:33   좋아요 0 | URL
친구와 김상경의 육덕진 몸매를 보면서..... 좋은건지 싫은건지 잘 몰라했어요. ㅋㅋㅋㅋ 육덕육덕 김상경. 아아.. +_+

무스탕 2010-12-28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에 쐬주가 빠졌고 게임에 고스톱이 빠졌어요~~
=3=3=3=3

Forgettable. 2010-12-29 10:33   좋아요 0 | URL
멤버 3명중에 2명이 고스톱을 잘 못쳐서;;;
그리고 소주는 마지막날 마셨습니다. 하하하하

피비 2010-12-28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휴가는 오일인데 술은 여덟병
바람직해요
그냥 열병채우시지~~

Forgettable. 2010-12-29 10:34   좋아요 0 | URL
열병 채웠어요. 마지막날 호가든 6병과 소주 2병으로 마무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오늘 하루종일 잤네요. 아우

2010-12-28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영화을 보고 책을 읽는다는 것에서 상상되는 뭔가 따뜻한 느낌의 여유도 부럽고,
술과 음식도 부럽고, 무엇보다 게임과 그것을 같이 할 누군가가 있다는 게 가장 부럽네요 ㅠ
소는 계절듣고 여친만나고, 탱탱볼은 집에 가 버렸고,
그래서 가끔 다트를 하려 해도 혼자서 자기 자신과 싸워야 하는 처지가 참 우울하네요;;

Forgettable. 2010-12-29 10:36   좋아요 0 | URL
그냥 집에 틀어박혀서 밥먹고 술먹고 영화보고 수다떨고 하다보니까 시간 참 빨리가네요. 이 갑작스러운 휴가를 어찌 보내지, 뭐하며 보내지 막 고민했었는데 시간 보내기가 참 쉬웠어요.

절친에게 애인이 생겼다는 건 참.. 씁쓸하고 우울한 일이군요. 탱탱볼님께서 군대에 가시면 그 허전함은 배가 되려나;; 젠가는 제가 친구에게 준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는데 완전 재밌더군요. ㅋㅋㅋ

Joule 2010-12-28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짜증 나는 페이퍼에는 절대 댓글을 달지 않는다는 게 제 주의예요. 암, 그렇고 말고요. 당연한 거 아니겠어요. 뭐 별로 새삼스럽지도 않은 일인걸. 쳇...

그런데 어깨 축 늘어뜨리고 걸어가는 저 여자, 어디서 많이 본......

Forgettable. 2010-12-29 10:41   좋아요 0 | URL
하하 쥴님.. ^^
추가로 어제는 인도 커리를 해먹었다능; 저 여기 살면서 요리 실력만 엄청나게 늘고 있어요. ㅋㅋ 제가 나중에 해드릴게요. 너무 저렴하고 쉬운 자취생 요리이긴 하지만요ㅠㅠㅠ

4박 5일 내내 똑같은 사람들과 붙어서 함께 노는 시간은 어떻게 보면 부러울 일이기도 하겠지만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피곤한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마지막날에 했어요.

Joule 2011-01-06 15:26   좋아요 0 | URL
2011년부터는 친구 많은 거 주변에 사람 많은 거 눈곱만치도 안 부러워하기로 했어요. 사실 벌써부터 그렇게 되어 가고 있긴 해요. 그래서 말인데 제가 부러워 한 건 술병의 갯수였어요.(.. )( '')

Forgettable. 2011-01-08 14:29   좋아요 0 | URL
저도 주변에 사람 없어용..
저 다음날엔 맥주 6병에 소주 2병 추가됐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돈 탕진 몸 탕진 뭐 그런 홀리데이..

순오기 2010-12-30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님, 잘 지내고 있군요~~ 먹고 마시고 놀고... 삼박자가 딱 맞아요.^^
한해 마무리 잘 하시고 행복한 새해 맞이하시길...

Forgettable. 2011-01-03 13:11   좋아요 0 | URL
너무 놀아서 지금 살이.. 장난 아니게 불어났어요. ㅠㅠ ㅋㅋㅋㅋㅋ
순오기님도 즐거운 일만 가득한 한 해가 되시길 바래요. ^^
 

 

 

 

 

 

 

 

 

*
영화를 보다 보면 뭐하냐는 말에 박해일이 '방닦아' 라고 대답하는 장면이 나온다. A님의 댓글에서 본 적이 있는 장면이라 아, 이거였구나 했던거 말고도 방닦는 남자는 어쩐지 당황스럽게 다가왔다. 구질구질해보이기도 하고 쿨해보이기도 하고, 깨끗한 남자인가 싶기도 하면서 능력없어보이기도 하는, 이상하게도 묘한 이미지다. 방 닦는 남자와 함께 살고 싶긴 하지만 연애는 하고 싶지 않은 남자라고 하면 내가 너무 속물인가. 

내가 기억하는 박해일의 정사씬은 예쁜게 없다. 조급하고, 몸서리쳐질만큼 현실적이거나, 말도 안될만큼 찌질하거나. (예외로 [모던 보이]에서의 김혜수와의 키스씬은 좋았던 걸로 기억한다.) 섹스에 대해 별다른 환상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 정사씬 전까지는 친동생인줄 알았던 하숙집 딸과의 섹스는 그야말로.. 뭐라 말할 수가 없다. 친동생인줄로만 알아서 더 놀라기도 했지만, 털실이 가득찬 방바닥에서 이불도 안깔고 옷도 다 입고 엉덩이만 까고 다급하게 끝내기 위해 하는 것처럼 보이는 그 섹스는 불쾌한 충격이었다.

하얗고 고운 얼굴로 어찌 저런 역할만 맡아서 할까 싶지만 독특한 매력이 있는 배우다. [질투는 나의 힘]에서의 앳된 박해일이 정말로 사랑했던 건 누구였을까.   

**
영화를 같이 보던 친구에게 '저런 남자랑 왜자?' 라고 했더니 '왜요, 저런 남자 여자들이 좋아하지 않나요?'라고 친구가 대답해서 고개를 저었는데, 영화가 진행될수록 나 역시도 문성근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더라. 편집장이라는 사람이 애교섞인 목소리로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로 하자.'라고 엥엥거리는데, 혀를 차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계속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되는 사람이다. 일이 잘 안풀리면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다가도 다정할 땐 참 오글거리면서도 예뻐해줄 수밖에 없는 남자.  

문성근이라는 배우에 대해서 단 한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가 나온 영화를 본 적도 없었고, 어렸을 때 [그것이 알고싶다]를 보며 그냥 딱딱한 이미지만 갖고 있었는데, 노래방에서 배종옥에게 조금만 더 있다 가라며 칭얼대는 모습은 그야말로 대발견이었다. '참 싫다..' 싶으면서도 '이런 남자에게도 이런 면이???????' 라며 놀라기도 했으니까. 영화를 볼 때마다 찾게 되는 나와 가장 비슷한 캐릭터, 지향하는 캐릭터라면 나는 문성근을 꼽겠다. 

박해일의 여자들은 물론, 질투어린 마음에 미워하는 마음만 갖고 다가온 박해일도 유혹할 정도의 치명적인 매력이라면 어떤 사람인걸까. 대체.

***
능력도 있고, 매력도 있는데, 이 여자. 삶에 의욕이 없다. 항상 졸리거나 술에 취해있거나 해서 눈이 반쯤은 풀려있다. 자기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잘 알면서도 귀찮아서 자기랑 자고 싶어하는 남자랑 자버리고, 자길 좋아하는 남자 잡지도 못하고, 그냥 흘러가는대로, 될대로 되란 식이다. 강아지 제왕절개 수술할 때, 손으로 잡아야 느낌이 제대로 온다며 장갑도 끼지 않는 성격이 살아가는 태도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그저 편한대로. 

다 귀찮다는 표정으로 모텔에서 옷을 훌러덩 벗어 던져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나중에 이렇게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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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le 2010-12-23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문성근은 사람이 쫌...

2010-12-23 14: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Joule 2010-12-28 19:30   좋아요 0 | URL
나 뽀빠이 먹다가 뿜을 뻔. 으음... 어쩜 좋아.

다락방 2010-12-23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는 안봤는데 [옥희의 영화]에서의 문성근 캐릭터와 이 영화의 문성근 캐릭터가 좀 비슷한것 같은데요?

그리고 이 영화에서의 박해일이 강혜정하고 같이 나왔던 그 영화속의 박해일과 또 비슷한 것 같아요. 그 영화에서는 둘다 교사인데, 박해일이 강혜정을 엄청 쫓아다니거든요. 한번만 자자고. 그런데 강혜정이 계속 싫다고 해요. 그러다가 한번은 연수를 갔나, 암튼 어떤 방에 둘이 들어가게 됐는데, 그때 박해일이 강혜정을 눕히고 강제로 막 할라고 하면서 강혜정이 싫다고 하니까 '넣기만 할게, 넣기만 할게' 이러거든요. (으윽- 쓰면서 좀 끔찍하다)
그 캐릭터가 퍼뜩 생각나요. 으윽.

Forgettable. 2010-12-24 14:43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옥희의 영화]는 조만간에 보게 될 것 같아요. 여기저기서 얘길 많이 들어서...

그 영화 ㅋㅋㅋㅋㅋㅋ 애인이랑 봤었는데, 전 괜찮았는데 애인이 막 저한테 짜증냈던거 같아요. 괜히 이런거 봤다고;;;; 그래서 저까지 괜히 기분 나빠져갖고 다들 영화 좋았다고 하는데 혼자 뚱해있었네요. ㅋㅋ 암튼 박해일은 특이해요. [살인의 추억]에서도 그렇고.. 맡은 역할만 보고 보면 진짜 좋아할 수가 없는 ㅋ 그만큼 연기를 잘하는거겠죠?

무스탕 2010-12-23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성근 그러면 전 '꽃잎' 영화가 생각나요. 거기서 가수 이정현이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나오는데 데려다 집에서 같이 사는 그런게 있어요. 씻기고 입히고 먹이고.. 그 툭툭 던지는 말투랑 별 의미 없다는듯 쳐다보는 눈길이랑 참 종잡기 어려운 배우에요. 그는
저 영화 보고 싶었는데 못 본 영화에요. 담에 기회 닿으면 봐야지..

Forgettable. 2010-12-24 14:46   좋아요 0 | URL
그 영화 제가 어렸을 때 야하다고(?) 뭔가 그랬던 영화 같은데. 참 어릴 땐 그런게 뭐가 그리 중요했는지. ㅎㅎㅎㅎ 제가 기억하는 한에서 문성근을 제대로 본 영화는 이 영화가 처음이에요.

그냥 제가 느끼고 해석한 캐릭터얘기만 줄줄 써놓은 페이퍼인데도 의외로 영화 안보신 분들의 댓글이 달려있어서 반갑네요. 이 영화 참 독특한 거 같아요. 저도 얘긴 많이 들었었는데 우연히 보게 됐어요. 실망안하실듯^^

2010-12-24 1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4 14: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10-12-24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딱 한 씬만 기억이 나는데,
배종옥이 집에 박해일 데리고 갔나 그랬을 때, 물 없냐고 하니까 없다면서 그냥 귤 먹으라고 했던 거. 대동감했거든요. ㅋㅋ

Forgettable. 2010-12-28 09:56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그장면 보면서 푸~하고 웃었었어요. ㅋㅋㅋ
시간이 지나면 어떤 장면이 기억에 남을까 궁금해지네요.

pb 2010-12-26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전 이 영화 엄청 좋아함ㅋㅋㅋ
보면서 박해일이 문성근 너무 선망하는게 불쌍했지만...질투=애정

봄날은 간다의 유지태가 행복의 황정민이 되어가는 중간과정 같았어요. 물론 허진호3부작과는 상관없는 영화이지만.


Forgettable. 2010-12-28 09:58   좋아요 0 | URL
저도 진짜 좋았어요. 박해일과 그의 옛여자와 배종옥과 문성근의 4각구도가 인상적이더군요. 예전에 봤던 [워터 드롭스 온 버닝락]이라는 영화에서의 관계와 좀 비슷하기도 하고.. 재밌었어요.

저도 며칠전에 봄날은 간다 봤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아 유지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