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자마자 네비를 켜고 출발했죠. 아무리 금요일의 홍대거리라 하더라도 미리 주차할 건물을 찾아놓은 상태였으니까요. 

일곱시쯤에 홍대앞을 지나쳤죠. 음.. 좋아.. 늦지 않겠군. 늦는 거 별로 안좋아하거든요. 

그리고 네비가 가르쳐주는 그 주소를 찾아가면서 일이 꼬여버렸죠. 

연남동에서부터 신석초등학교가 있는 곳까지를 헤매다 정말정말 우울하고 내 자신의 무력감을 온몸으로 느끼며 

집으로 차를 돌린 건 9시. 

결국 주차를 하지 못했고 스터디모임 건물과의 짧은 조우를 마친 후 걍 차를 돌려야했다는. 

어떻게 홍대 근처를 2시간이나 돌면서 주차를 하지 못했는지에 대해선 묻지 마세요. 

자잘한 불운들이 빵부스러기처럼 발에 밟히는 밤이었으니까요. 

어찌되었든, 첫 강의, 설레고 기대한 강의를 그렇게 어이없게 놓치고 나니 우울이 엄습하더군요. 

집에 와, 꽃보다 남자를 4편이나 연속으로 보면서 마음을 좀 달랬습니다. 

어제 그렇게 홍대 구석구석을 휘젓고 다녔으니, 다음주에는 내가 원하는 장소에 가 앉아있을 수 있겠죠. 

그걸 위안삼으며.....ㅜ.ㅜ  일주일을 기다리렵니다. 

알찬 후기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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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0729 2010-01-16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 상심이 크셨겠어요. 녹취록도 주신다고 하니 다음시간에 꼭 USB 가져오세요! 생생한 선생님의 강의 다시 들을 수 있답니다.

불나방 2010-01-18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요일 홍대는 아수라장이죠. 그날 힘드셨겠어요~ 녹취록으로 마음 달래시길.

돌이 2010-01-18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엔 대중교통을....전화위복이라고 아마 더 좋은 일이 생길 겁니다...화이팅!!

붉은루핀 2010-01-19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 감사..^^ 그나마 여러분들이 써올리신 주옥같은 후기를 보며 마음을 달래고 있습니다. 다음주엔 꼭 usb를 가져가야겠어요. 다음주에 뵈어요~^^

알라딘공부방지기 2010-01-19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다 안타까워요. ㅜ_ㅜ
어느덧 화요일. 이번주에는 꼭 함께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froghong 2010-01-21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래서 대중교통으로 갔는데 ...오는 길이 너무 멀고 너무 힘들더군요...그래도 무조건 대중 교통으로갑니다. 금요일의 홍대앞.....상상(?)이 잘 안가서요..너무 복잡하고...혼란스럽고(제가 기성세대라서...ㅠㅠ) 이번주에는 강의 꼭 같이 들어요..재미있답니다..어렵긴 하지만요..USB 꼭 챙기셔서 1강도 받아가시구요..속상했던 기억..훌훌...털어버리기요~~~
 

다들 강의가 재미 있었나봐요  

저도 물론 나름 재미가 있었답니다.  여기에서 나름이라는 말을 쓰는 이유는  

제가 여태까지 생각하지 못했던(알고는 있었지만 생각하기 싫었던 부분이 아닐까도 싶구요) 

부분을, 하지만 언젠가는 집고 넘어가야 할 부분을 선생님이 강의중에 건드리셔서 

제가 질문하면서도 '지나가는 이야기 인데 선생님의 강의가 무척 도전적으로 들렸고~~~~우울하다' 라는 표현도 썼지만 

어제 집에 돌아오는 길에, 또 집에 가서도.....계속 이런 저런 생각으로 인해서....생각의 바다에서 못 벗어나고 있답니다 

일단은 책을 사서 읽어 봐야 할거 같구요(저는 강의록에 대한 이야기가 미리 있을줄 았았는데 

그것이 고지 되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그래서 가면서도 현장에서 강의록을 사는 건가? 

아님..미리 사야 하는건가? 에대해서 계속 혼자서,반문하고 있었답니다 ..ㅋ) 

다음주까지 이런저런 고민을 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젊음의 거리 홍대근처(대학시설 몇번 와본 이후로는 거의 20년만에 오는 듯 합니다), 

그 곳에서  나자신의 살아온 인생을 성찰하게 된다는 것이 .....어제 집에 가면서 조금은 아이러니라는 

(제가 기성세대인가 봅니다. 사실 어제 집에 가면서도 그 휘황찬란한 네온사인과  

그 추위, 그 늦은 시간에 쏟아져 나오는 젊은 사람들을 보면서 조금은 의아해 했거든요)

 생각도 순간적으로 해봤답니다. 

직장에서 생각밖으로 거리가 멀어서 30분정도 미리 퇴근하는데도 겨우 도착했는데 

춘천에서 오신다는 채운선생님의 말씀에 저의 투덜거림이(?) 쑥 들어 갔습니다. 

열정적인 강의, 해박한 지식의 나열에 그치지 않고 삶에 도전을 주는 강의 ...

잘 들었습니다. 다음주 강의도 많이 기대해 봅니다. 

그러나..어제..이후로 계속 되는 생각들.....'역시 난 단순하구나....' ㅋ 

이 단순함에서 벗어나는 좋은 게기가 될 듯합니다. 

이런 자리를 마련해준 상상 마당과 알라딘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질문은 책 좀 읽어보고 정리 되면 다시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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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0729 2010-01-16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질문하시던 모습 인상깊었습니다^^ 도전적인 것을 당당하게 맞서는 자세. 멋지세요.^^

비의딸 2010-01-17 0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랬어요. 책을 미리 구입해 읽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혹시 따로 준비되었을 수도 있겠단 생각에 무작정 참석했는데... 미리 고지가 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주문을 해 놓고 책을 기다리고 있는데 다음 강의만큼 설레입니다. ^^

pattering 2010-01-17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의를 듣고 나와서 저도 계속 단순한 제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았어요. 생각해보지 않고 주어진 시간을 쓰고 있었구나...하는 생각도 들었고요...이번 강의들은 확실히 삶에 있어서 중요한 계기가 될 것 같은 느낌이예요^^

돌이 2010-01-18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의만큼이나 책도 재미있고 유익하니 우리 모두 열독, 열공하여요.ㅋㅋㅋ 육체적인 나이로 보면 저도 기성세대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정신이 아직 미성숙해서인지 금요일밤의 홍대 밤거리가 뿜어대는 열기가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그 거리를 마냥 헤매는 것도 너무 행복하네요.

froghong 2010-01-18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시켰는데 조금 늦네요...열공 해서 가도록 하겠습니다...

알라딘공부방지기 2010-01-19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알라딘공부방지기의 불찰입니다. ㅜ_ㅜ
저희도 이런 기획은 처음이라 조금... 미흡한 점이 있어요.
조금 더 노력하고 신경써서 발전하는 공부방이 되겠습니다!
 

오늘 채운 선생님 강연 잘 들었습니다. 강연회 후기를 올리는 겸, 그리고 질문과 답변시간에 미처 못 한 질문을 드리는 겸하여 글을 올립니다

저는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재현의 논리에 대한 비판에서 기존의 패러다임과 어긋나는 개개의 사건들을 '변칙'이라고 여기고 무시하다가 이러한 변칙의 축적으로 마침내 과학혁명이 일어나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는 과학의 역사적 발전과정을 연상했습니다. 선생님의 강연 속에서 '기존의 패러다임(재현의 논리)에 안주하지 말고 이에 도전하고 허물어라'는 명령을 들었던 것입니다. 이는 과학자들이 진리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패러다임에 어긋나서 무시되는 변칙들('재현의 사유'에 이끌려 무시되는 실재 현상들)에서 ‘틈’과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라는 메시지를 읽었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사유과정은 시공간의 절대성을 상식으로 여겨온 기존의 패러다임(사유방식)을 허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의 탄생과정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재현'이라는 개념은 제가 이와 유사하다고 느낀 개념인 ‘과학적 패러다임’과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듯합니다.  

과학자들, 특히 물리학자들은 모든 물질현상을 하나의 보편 법칙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꿈이 있습니다. 이는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유일신을 믿는 종교인이나 플라톤과 같은 철학자처럼 자연현상에 보편타당한 절대적인 진리, 즉 모든 물리적 현상을 설명해주는 유일한 물리법칙이 존재함을 전제하고 그것을 찾는 것을 그들의 진리추구 행위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선생님께서는 '푸코'의 예를 들어, ‘보편적 진리는 없다’는 것에 공감한다고 하셨고, 단지 진리를 구성하는 방법에 대한 투쟁만이 있을 뿐이며 '진리를 찾아가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하셨습니다.   

이러한 선생님의 ‘진리의 존재 자체에 대한 부정’은 과학자로서 추구하는 진리와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저는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재현의 논리 부정’을 과학자의 진리추구 활동에 적용시켜 이해하려고 합니다. 제가 생각해본 그 적용 방식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이들 중 선생님께서 전하고자 하는 바와 일치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받고 싶습니다.  

첫 번째, ‘재현의 논리 부정’ 속에는 ‘진리의 존재 자체에 대한 부정’을 포함하므로 ‘절대적인 과학적 패러다임의 존재’를 비롯한 보편타당한 자연 법칙의 존재, 즉 자연현상 모두를 꿰뚫어 지배하는 ‘유일한 물리법칙의 존재(물리학자들의 꿈)’를 부정한다.   

두 번째, ‘물리학자들의 꿈’은 인정하지만 ‘절대적인 과학적 패러다임의 존재’는 부정한다.  

세 번째, 자연현상과 이에 대한 해석과는 별개로 ‘인문학적인 차원에서의 사유방식’에만 국한된다.   

선생님의 강연 덕분에 재현(representation)이라는 개념어를 통해 보편적 진리의 존재 그 자체와 그것을 추구하는 것 자체에 대하여 새로운 시각으로 조망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이러한 시간은 정말인지 흔치 않는 귀한 기회인 것 같습니다. 이는 요즘 흔히 회자되는 ‘통섭’의 좋은 본보기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여담이지만, 선생님 강연 끝나고 집에 오는 길에 빙판에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었는데요, 엉덩이가 좀 아프긴 했지만 선생님 강연덕분에 엉덩방아까지도 즐거웠답니다. 그럼 다음 강연에서 또 뵙겠습니다. 그때까지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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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0729 2010-01-16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후기 박진감넘치게 잘 보았습니다. 저도 답이 궁금하네요!

돌이 2010-01-18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상상마당 후문에 위치한 계단 끝 빙판에서 넘어지신 분 아니신지요? 뒤에서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앞에 계신 다른 여자분께서 재빠르게 도와주셔서 저는 미처 손을 쓰지 못했지만 '큰 아픔'이 없으시기를 진심으로 빌었습니다.^^ 이런 인문학적 논의가 재미있는 것은 다양한 시각과 의견들이 게진될 수 있기 때문일 겁니다. 저는 '보편적인 진리나 불변하는 존재 같은 건 없다. 다만 내가 끊임없이 구성하는 진리만이 존재할 뿐이다. 더욱이 그 구성도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점에서 채운 선생님의 강의 시간 내내 '부정의 변증법'을 떠올렸습니다.

koooo 2010-01-18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싶었는데 그때 뒤에서 잡아줬던 사람이 저였답니다.^^ 괜찮으신 것 같아 다행이예요. 많이 어린분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역시 사람은 아는 만큼 보고 들을 수 있다고 그저 감상문 수준으로밖에 글을 남길 수 없었던 제가 살짝 부끄러워지네요. 님의 글도 두번이나 읽어야 했답니다. 하지만 저도 열심히 공부해서 좀 더 많이 이해하고 좀 더 많이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되겠다 자극도 받았습니다. 이런 느낌. 정말 오랫만이네요...

blue0729 2010-01-18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학에 조금 관심이 있는 사람으로서-저의 지식이 부끄러우니 이정도로ㅠ;;- 님의 글을 계속 곱씹어 보게되었습니다. 과학적 진리로 판명된 것들은 100% 확실한 것이 아닌, 확률적으로 다수인 근거들을 바탕으로 한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매우 심각한 고민상태에 빠졌거든요. 그래도 절대적 진실이라고 여겨지는 패러다임 혹은 이론이 후대 과학자에 의해 깨지기 전까지는 그를 참으로 보고, 실증과학*기술*산업과 같은 분야에 적용하는게 일반적이지 않습니까. 재현의 논리로 보면 과학적 성과는 과연 진리로써 인정될 수 있는 것인가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진리인가 아닌가를 꼭 따져야 하는 이유는 과학적 진실이 인간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예로 최근 감정을 주관하는 신경전달물질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어서 우울증 치료제로 프로작이 난발되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만약 후에 이 과학이 잘못된 지식으로 판명이된다면 프로작을 복용한 사람들에게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지 아무도 모르는 것입니다. 사회 자체가 하나의 생체실험실이 되겠군요. 그래서 과학은 진실의 판명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해야하는 분야입니다. 휴// 풀리지않는 숙제네요ㅠ 그래서 이 문제는 정말 한번 쯤 생각해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알라딘공부방지기 2010-01-19 15:13   좋아요 0 | URL
그렇죠. 그것이 패러다임이지만... 지적해주신 문제 또한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현실 같아요.

이를테면 예전엔 의사들이 손을 씻어야 한다는 사실 자체를 아예 몰랐다고 해요. 강의 내용 중에도 있었던 가요? (벌써 가물가물;) 세균 등 미생물의 존재 자체가 '가설'로 소수의 사람에게만 인정되던 시절에는, 산부인과에서 영아 사망율이 엄청 났다고 해요. 의사들이 손을 씻어야 한다는 사실 조차 몰랐으니까요. 그래서 그걸 주장했던 의사는 괴짜로 몰렸다고... (고미숙 선생님의 <이 영화를 보라>에 잠깐 나오는 얘기)

비근한 예로는 예전에는 사람들이 '락스'를 비상약으로 먹었다고도 하고. 콜라가 처음에는 두통약으로 개발되었다고도 하고. 프레온 가스 등은 그 부작용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상용화 되어 널리 쓰였던 것이기도 하고, 수많은 예가 있을텐데 기억이 안나네요. 뭔가 아! 하는 예가 있는데 분명...

그렇기 때문에 '과학적 진리'라고 주장하는 것은 인간의 오만일 수도 있겠지요. 프로작의 후유증은 얼마든지 가능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모두들 좀 더 생각해봐야 겠지요... 대한민국 국민 전부를 인문학 공부방에 초대해야 할까요.. 음;;

blue0729 2010-01-19 19:01   좋아요 0 | URL
ㅎㅎㅎ특히 모여서 과학공부랑 인문학 공부 같이해야한다니깐여 ㅎㅎㅎ

알라딘공부방지기 2010-01-19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어요! 말씀하신 물리학자들의 꿈, 궁극이론(Ultimate Thoery, Theory of Everything)에 대한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물론 뒤에서 다른 분들을 훔쳐 보고, 필기를 하느라(정리해서 올려야 할텐데 말이죠!) 잠깐 생각하고 말았지만.

궁극이론은 너무나 매력적이지만, 물리학계 내부에서도 많은 비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결코 증명해낼 수 없다는 것이지요. ("초끈이론이 갖고 있는 문제의 근원은 이론 자체가 대칭원리에 기초를 두지 않으면서 군표현론으로 서술되지 않는다는데 있다" - <초끈이론의 진실> / 승산) 그럼에도 천문학적인 돈이 흘러 들어가고 있는 분야이고... 심지어는 종교에 가깝다고 평하는 이들도 있죠. 결국 '진리' 탐구의 현대적 버전이라는 비판.

진리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다기 보단, 진리라는 것을 인간이 잡아낼 수 있다는 생각을 부정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과학 실험에서도 여러 변수는 물론 관찰자의 관찰행위 자체가 이미... 뭐라고 해야 하나. 100% 객관적일 수는 없다는 거죠. 결국 과학이라는 것도 인간의 '해석행위'이니까요. 절대적일 수 없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 절대적인 '진리'를 말한다면 그것은 거짓이거나 어떤 이데올로기이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 전 그렇게 정리했어요. (다음 시간에 한번 물어봐주세요~ 저도 선생님의 답변이 궁금한데요)

마지막으로 노자님 말씀을... "도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도가 아닙니다." (응?)
 

"지금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사랑'의 개념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 사랑이 아무리 막장이라 해도"

강좌를 들으면 어떤 식으로 후기를 작성하는 것이 좋을까 온종일 고민했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한 줄 요약으로 '썰'을 풀면 좋겠다는 생각을 불현듯 하게 되었다. 앞으로도 강좌가 있는 날에는 그날그날의 내용을 집약적으로 보여주거나, 아니면 마음을 울리거나, 그도 아니면 최소한 뒤통수를 후려치는 듯한 감동을 줄 수 있는 한 줄 말로 뒷이야기를 푸는 방법을 이어가려고 한다. 

오늘 강좌도 어렵게 생각하면 한없이 어렵게 느껴지지만, 간단하게 생각하면 위에 적은 딱 한 줄도 모든 상황을 정리할 수 있을 거다. 위의 문장과 관련해서 생각해보자. 우리는 흔히 사랑이라고 하면 즉각 '플라토닉 러브'라고 하는 말도 안 되는 관념적인 사랑의 개념을 상정한다. 이건 뭐 너무도 비현실적이어서 뭐라고 딱히 설명하기도 힘들지만, 굳이 예를 들자면 때묻지 않은 선남선녀가 만나 손만 잡고도 얼굴을 붉히는, 19금적인 요소가 완전히 배제된 청소년 드라마의 지고지순한 사랑 정도가 되시겠다. 우리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현실에서 우리가 하고 있는 사랑은 완벽하지 못하고, 그런 사랑을 가능하게 하는 완벽한 사랑이 따로 있다는 이원적인 사고, 혹은 재현적인 사고 방식이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게 다 플라토닉 러브를 주창한 플라톤 선생님의 영향이 되시겠다. 이 양반은 이데아라는 완벽한 세계를 있다고 하면서, 우리가 사는 현실은 기껏해야 그 세계를 모방한 하급한 것이라 했으니 더이상 말해 뭐하겠는가?

그렇다면 이런 재현적 사고방식을 뛰어넘는 비재현적인 삶의 방식은 어떤 걸까? 불륜, 패륜, 막장을 연출하며 지지고 볶아도 현실의 진흙탕에서 뒹굴며 살아숨쉬는 인간으로서 사랑을 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사랑이라는 개념을 생생하게 현실에서 실천하고 있는 것이고, 또 그 행위에서 사랑의 개념을 스스로 만드는 것. 바로 이게 비재현적인 삶의 방식이라는 거다. 

혹시 사랑이라는 개념으로 재현을 설명하다보니 강좌보다 후기가 더 어려워진 건 아닐까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하네.(--;;) 그래도 오늘 후기는 시간도 많이 늦고, 글도 길어졌으니 여기서 접어야겠다. 다른 분들께서 첫 강좌에 대한 설렘이나 각오, 수업의 분위기 등을 생생하고 박진감 넘치게 기술하실 테니 그때 또 기회가 되면 슬쩍 끼어들어서 내용으로 토론하면 되겠지요. 후기 첫 글(1빠입니다^^)이라는 뿌듯함으로 만족하면서, 이만 물러갑니다. 

* 뱀다리 하나-'재현'의 반대개념으로 '비재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신 것 같은데 수업내용과 연관해서 생각해보면 초재현적이라는 개념은 어떨지 강사 선생님을 비롯해 여러분들께 묻고 싶습니다.([장자]의 <소요유>에 나오는 곤과 붕의 질적 변환을 생각함다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듭니다.) 물론 재현이라는 게 들뢰즈나 다른 현대철학자들이 사용한 개념이고, 반대개념으로 비재현을 사용한 것 같은데, 내가 정말 재현적 삶의 방식을 뛰어넘으려 한다면 이런 문제제기를 할 수 있겠죠?

* 뱀다리 둘-이번 강좌뿐 아니라 앞으로 진행될 여러 강좌의 내용을 훑어보니 들뢰즈의 기운이 강하게 느껴지더군요. 들뢰즈에 대해선 아는 게 전혀 없어서 채운 선생님의 책 얼른 읽고,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을 구해서 차근차근 읽어봐야겠네요. 들뢰즈 엄청 어렵다던데 혹시 읽다가 미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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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0729 2010-01-16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자랑스러운 첫빠 후기 잘 보았습니다. 저랑 느끼신게 많이 비슷하시네요. 물론 다르겠지만요ㅎㅎ 후기는 박진감넘치고 재미있게 쓰는게 제일인가요?ㅠ 저도 그럼 후기를 잘못썼군요ㅎㅎㅎ 그래도 강의내용이 박진감 넘치니 다른말이 뭐 필요있겠어요/ 저도 들뢰즈 공부를 '니체와 철학' 으로 시작했다가 피를 봤더랬죠.. ㄷㄷㄷ 정말 '토'나오게 어렵더라구요ㅎㅎㅎ

pattering 2010-01-18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재현이라...오오...그렇네요. 저는 마음에 쏙 와닿네요. ^^

알라딘공부방지기 2010-01-19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연한 이야기지만) 말씀해주신 플라토닉한 러브를 대중매체가 어떻게 확대재생산 하고 있는지, 그렇게 판매되는 플라토닉한 러브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무의식 중에 내면화하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겠어요.

아무래도 수유너머에서 공부하시는 선생님이라 말씀하신대로 들뢰즈 분위기가 나는 듯 합니다. 별로 아는 게 없는 알라딘 공부방 지기도 열공! ㅜ_ㅜ
 

<민주주의란 무엇인가>의 강사 고병권 선생님 소개입니다. 본 자료는 도서출판 그린비에서 제공합니다.

*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는 아직 책으로는 만나보실 수 없습니다. 2010년 내 출간 예정
 



1971 년 전남 담양에서 태어났다. 광주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녔고,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했다. 같은 대학 사회학과 대학원에서 ‘니체’에 관한 논문으로 석사 학위를, ‘화폐’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연구공간 수유+너머]의 추장+ 이다.

그 동안 <니체, 천 개의 눈 천 개의 길>(2001),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2003), <화폐 마법의 사중주>(2005), <고추장 책으로 세상을 말하다>(2007) 등을 썼다. 동료들과 함께 지은 책으로는 <코뮨주의 선언>(2007)이 있고, 맑스의 박사학위 논문인 <데모크리토스와 에피쿠로스 자연철학의 차이>를 우리말로 옮겼다.


+ 추장이란?

고병권은 연구공간 수유+너머에서 '고추장'으로 불린다. "고(高)씨이고, 연구실 직책이 '추장'(酋長)"이기 때문이다. 고추장은 '대표'(代表, representive)라는 말을 싫어한다. 누가 누군가를 대표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대표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더 자세한 내용은 『고추장, 책으로 세상을 말하다』머리말 참조) 그리고 '고추장'이라는 명칭이 자신을 부르는 사람들을 한번이라도 더 웃게 만들기 때문에 고병권은 그 이름을 좋아한다. 인디언과 같이 모두와 함께하지만 그들의 의견을 대신하지 않는 존재. 그것이 바로 '추장'이다. 따라서 추장은 결코 '대표'하는 자가 아니라, '함께'라는 활동을 표현하는 자이다.



저자의 글



<연구공간 수유+너머>의 추장으로 동료들 사이에서 '고추장'으로 불린다. 지난 십여 년 동안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세미나와 강의를 하고, 밥을 먹고 아이를 키우는 일까지, 말 그대로 <연구공간 수유+너머>에서 살아왔다. 연구자 대중으로서 평생 공부하며 살 수 있다는 것, 그것을 가능케 해준 세상의 모든 동료들에게 감사하고 있다. 특히 지난 3년 동안 '길 위에서' 내게 귀중한 물음을 던져 준 분들, 삶에 대한 철학과 정치, 앎의 가치를 저 깊은 곳에서 되묻게 해준 분들께 감사하고 있다. 이제 그 물음들을 차분하게 되새김질해 보려고 한다. 행동이 사유한 만큼이나 사유가 행동할 때가 아닌가 싶다. 

그동안 홀수 해마다 혼자 이름의 책을 내놓았는데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게 됐다. 그 동안 『니체, 천 개의 눈 천 개의 길』(2001),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2003), 『화폐 마법의 사중주』(2005), 『고추장 책으로 세상을 말하다』(2007) 등을 썼다. 동료들과 함께 지은 책으로는 『코뮨주의 선언』(2007)이 있고, 맑스의 박사학위 논문인 『데모크리토스와 에피쿠로스 자연철학의 차이』를 우리말로 옮겼다.

(고병권,『추방과 탈주』, 책날개 중에서)


화학과를 졸업하고 사회학과 대학원에 진학했을 때, 석사논문을 니체에 관해 썼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아니 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내 논문의 주제를 묻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웬 화폐?" 놀랄 만한 변신을 본 것처럼 신기해하는 사람부터 공부의 깊이 없음을 걱정하는 사람까지 모두 그렇게 물었다.

하지만 나는 여기저기 풀을 뜯으러 다니는 초식동물이 아니다. 내가 화학에서 사회학으로, 사회학에서 철학으로, 철학에서 경제학으로 떠도는 것처럼 보인 것은 연구자의 주제나 소속을 특정하게 나누고 있는 학문분과 체제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내가 '나'로부터 떠난 적은 한번도 없었다. 아니 나는 항상 '나'인 채로만 나를 떠날 수 있었다. 내가 맞닥뜨린 문제들, 내가 던지고서만 풀수 있던 그 문제들이 어디에 속하는지는 처음부터 관심사가 아니었다. 굳이 답한다면 그것들은 내게 속하고, 내가 존재하는 세계에 속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제도의 선분들을 따라 자기 욕망의 일관성을 끊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아니 왜?"

나는 여전히 욕망의 사회화학을 하고 있으며, 비철학자로서 니체·스피노자·맑스의 철학에 관심이 있고, 경제학보다 먼저 신학의 대상인 화폐를 이해하고 싶다. 무엇보다도 나는 꼭 필요한 재료를 위해 먼 곳으로의 여행을 마다 않는 요리사이고 싶다. 그 요리의 이름이 무엇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지금으로서는 혁명이나 코뮨주의를 개념적으로 사유하는 일에 몰두하려 한다. 그리고 최근의 운동 속에서 그것들의 작동을 살펴보려 한다.

(고병권,『화폐, 마법의 사중주』, 책날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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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 고병권이 쓴 '민주주의'
    from 그린비출판사 2011-05-25 14:50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무엇인가’를 묻는 책들이 태풍처럼 출판계를 흔들어놓고 있다.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바람이 채 가라앉기 전에, 뒤를 이어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 바람이 불고 있다. 이제 여기에 다시 고병권의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바람을 추가해야 한다. 그러나 고병권이 몰고 올 바람은 일시적으로 불고 지나갈 바람이 아니라, 끊임없이 반복해서 되돌아올 바람이다. 그것은 한국의 정치·사상 지형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파열을 내는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