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책을 읽어보지 못했는데 짧은 강의만 듣고 쓰려니 어렵네요. 좋은 강의 잘 들었습니다. 
당연하게 '있다'고 생각해왔던 것들을 부정하는 일은 쉽지가 않아요.
그래서인지 수업이 끝나고도 자꾸만 생각이 나네요.
다음엔 용기를 내서 질문도 해봐야지.. ^느^ 
 
 


언젠가 도로 위에서 여러대의 세○코(해충방제 전문업체) 차량들이 어디론가 바삐 가고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것들은 마치 화재 현장의 소방차처럼 진지했고, 한시가 급해보였다. 아파트에 바퀴벌레 떼들이 출몰하기라도 한 걸까. 빙그레 웃다가 문득, 차 안에 타고있는 해충방제 요원들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과연 그들 중 어려서부터 벌레잡는 일을 꿈으로 삼았던 사람은 얼마나 될까. 초등학교 재학 시절, 장래 희망을 적어내던 때가 생각났다. 선생님, 변호사, 의사, 대통령, 과학자……. 그땐 몰랐지만 어쩜 그렇게 천편일률적인 꿈을 써내었는지, 문제집처럼 꿈에도 모범 답안이 있을 줄 알았나 보다.

그러나 성인이 되고나서 직접 마주친 현실은 얼마나 다양한가 말이다. 이데아에는 마치 이러한 아이들의 답지같은 장래 희망처럼, 막연하게 보편 타당한 것을 따를 혐의가 있다. 그것은 진리, 실재, 궁극, 불변, 상수 등등 다양한 이름으로 둔갑해 '나를 따르라'고 말한다. 특히나 그것은 직접 모습을 드러내기 보다 ㅡ 실체가 없으니 불가능하다고 본다 ㅡ 언제나 매개체를 통해서 숨바꼭질 놀이를 걸어온다. 이렇듯 매개를 통해 진리(이데아)를 찾을 수 있다고 보는 사고방식을 재현의 논리, 혹은 재현의 사유라고 부른다.

여기에서, 보편적인 것의 미흡함을 선선히 받아들이는 자들은 기꺼이 그 게임에 응할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말한다. 재현의 사유는 '유괴의 사유' 라고. 마치 어린 아이들에게 달콤한 초콜릿이나 사탕을 내밀며 '저기 좋은 거 있다, 따라가자'고 말하는 납치처럼, 재현의 논리 역시 그러한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것은 필연적으로 소수의 문제를 지닌다. 언제나 원본(이데아)에 우위를 두는 그것은, 자신의 논리에 맞지 않으면 가차없이 매장해버리는 흐름을 조성한다. 마치 가설에 어긋나는 범주는 보이지 않게 지워버리는 통계치처럼 말이다. 결국 다수의 그물에 걸리지 않는 소수들은 열등한 인자로 취급받게 되는 문제가 있다. 다시 말해, 그것은 차이와 우열을 혼동하는 오점을 안고 있다.

이러한 논리가 사람들 사이에서 당연하게 받아지면 받아질수록, 세상은 일률적으로 변하게 될 우려가 있다. 어떤 하나의 가치가 권위를 획득하게 되면 자연스레 그 판박이들이 양산되게 마련이다. 예컨대 불안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교사라는 직업이 안전한 이데아로 인식되면서, 많은 청춘들이 고시 공부에 뛰어든 현실 등을 예로 들 수 있을 거다. 그들ㅡ모두는 아니지만ㅡ에게 자신의 흥미나 적성, 가치관 등의 문제는 뒷전으로 보인다. 판박이 양성은 곧 주체 부재의 문제를 낳는다.

세상은 하나가 아니다. 셀수 없이 많은 종류의 것들이 서로 부딪히고 충돌하며 살아가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수업이 끝나갈 무렵, 채운 선생님이 하셨던 소요유의 새 '붕'의 이야기는 이러한 재현의 논리에 비추어 봤을 때, 세상을 넓게 보라는 얘기로 이해된다. 하나의 개념으로 옳고 그름을 판별하기 보다는, 자기를 떠나서 다양하게 조망해볼 것. 그리고 다시 돌아와, 뜨겁게 살아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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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 2010-01-18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곤'과 '붕'의 비유처럼 우리도 깨닫게 되면 '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겠지요. 그런 날을 위해 오늘도 수행정진!!

froghong 2010-01-18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괴의 사유.....저 정말 유괴 당하고 살았나 봅니다...다음 시간이 기대 됩니다.

알라딘공부방지기 2010-01-19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들 모두는 소중하니까요. 저도 이제 그만 유괴 당할래요!
 

강의를 듣고 집으로 와서는 가벼운 마음으로 있을 수 없었습니다.  

벌써 저의 세계가 한 번 깨어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돈을 많이 벌어야지, 좋은 집에 살아야지, 좋은 사람을 만나고 부와 명예를 얻으면 더 좋겠지...... 하는 등의 수단적인 가치들은 결코 마음을 채워줄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그 가치들을 완벽히 포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이유를 알지도 못했기 때문입니다. 궁극적인 가치에 대한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목표화도 좋아보이지 않았고요. 

'철학이니 사상이라는 것은 똑똑하고 고매한 사람들만이 누리는 것인데, 그것을 알고나면 남들보다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고 그럼 더 나은 대접을 받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하기싫은 숙제하듯 철학에 관심을 가졌던 저였습니다.  그 숙제가 생각보다 재미있었던 것은 사실이었지만요. 

그런데 재현이 무엇인가하는 지난 금요일의 첫 강의를 듣고나서 갑자기 머리 속에서 탁! 하고 이제서야 플라톤의 이데아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보다 더 열심히 세계를 긍정하기 위해 살아가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안정적으로 매일의 질서에 편입되어 조용히 살아가는 것에 대해 열정이 부족하기는 해도 문제는 없다고 새 부정을 하지 않는 것이 미덕이라고 여기고 사느라 제대로 의문을 가지고 질문을 하는 법도 모르는 제 자신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지요^^; 

저도 투쟁하겠습니다! 나이들어 투쟁가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이 구현되는 세계를 부정하고 또다시 새롭게. 다양한 변화의 과정에 자신을 노출시키면서. 재현의 논리에서 벗어나 진정한 재현, 혹은 '돌이'님의 초재현을 위해서요^^ 

다음주 강의도 잘부탁드립니다~^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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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 2010-01-18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정과 회의가 결코 허무와 비관을 뜻하지 않건만 우리는 "왜?"라거나 "아니요"를 말하면 안 되는 것처럼 너무도 쉽게 체제와 권위에 순응하며 살아가지요. 끊임없는 부정은 삶에 대한 강한 긍정이고, 매일매일 자신을 새롭게 구성하는 노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무언가 이 세상 너머 어딘가에 고정불변하는 보편적 진리가 있고, 우리는 흡사 그것을 구현하거나 추구하는 것이 재현하는 삶의 방식이라면, 이와 반대되는 삶의 양식은 단순히 재현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관습과 타성을 '뛰어넘는다'는 의미에서 초재현이라는 말을 살짝 던져본 겁니다.

froghong 2010-01-18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갑자기 머리속에 탁!하고.... 그렇죠..뭔가 머리를 탁 때리는 뭔가가...휙 지나가는 느낌....그런데..뭔지는 확실히 잡히지 않으니...그래서 전 재가 너무 단순하다는 생각이..앞선답니다. ....

blue0729 2010-01-19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멋지세요^^ 아무리 깨달아도 행동까지 이어지는건 엄청난 고통을 수반하니까요ㅠ '투쟁하겠습니다' 라는 말 너무 와닿고 감동적이에요- 그래도 같이 할 동지들이 있으니^^ 투쟁이 그렇게 힘들지는 않을거라 믿어요.

알라딘공부방지기 2010-01-19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는 유명한 구절은 헤세의 <데미안>이었죠?
나오지 못하면 죽고 말테니까요.
우리도 자신만의 틀, 재현의 논리에서 벗어나려고 투쟁해야겠지요.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생존의 문제일지도. 김훈 선생님의 말처럼 '시급한 당면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다만 인간이 새와 다른 것은, 알에서 나온 후에도 끊임 없이 자신에게 덧씌워진 것들을 깨려고 노력해야 하는 거라는 생각을, 채운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하게 되었습니다. 다음 주에 뵈어요 :)
 

선생님께서 그러셨죠? 

이미 개념을 깬다는 것에 발을 들여놓는다면 더이상 똑같이 살순 없을거라고요(제가 이해한 것은 이랬습니다..) 

아마 제가 그리 될 것 같습니다.  

그동안 눈멀고 귀멀어 못보고 못들었던 것들이 그 짧은시간 강의를 통해서 자꾸 보이고 들리기 시작하니까 말입니다.  

생각해보면 언제부터인가 어렴풋이 느끼긴 했던 것 같습니다.  

이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이건 좀 이상하긴 한데 하면서도 다들 이렇게 하니까 그냥 해야지.. 하며 넘겼던 것들이 사실은 절대진리는 아니라는 것을요.. 하지만 의문을 가지면 안될것 같은 묘한 죄책감에 그냥 억누르며 살았었는데 그럴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아예 부정을 하라 하셔서 아주 용기가 많이 났습니다) 을 느끼는 순간 숨이 확 쉬어졌습니다.  

생각해보면 전 대학졸업전까지는 반골기질이 다분한 사람이었는데(전공도 사회학입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여자다워져야하고, 회사원다워져야하고, 아내다워져야하고, 딸다워져야하고 나이값을 해야하고 등등의 굴레에 점점 갖혀버려 이젠 제 스스로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 수준까지 가게 된 것 같습니다.  주변사람들의 기대와 요구에 맞춰 사느라 저 자신을 제대로 돌보지 못해 착하고 일잘하는 괜찮은 사람이라는 허울좋은 이름에 묶여 허덕대고 있는 제 모습을 명확하게 볼 수 없었습니다. 그저 조금 버겁다는 느낌 정도 였는데... 그렇게 사는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저에게 맞지 않는 방식이라는 것을 무의식중에 느껴서였는지 이렇게 인문학이라는 분야에 관심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들뢰즈나 푸코같은 사람들은 잘 모릅니다. 재현이나 사유라는 말도 사실 평소생활에선 사용할 일이 없고요.(저의 지인이나 회사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다들 제가 어디 아프다고 생각할겁니다. 아마도.. ) 이렇게 문외한인 저 조차도 다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시고 저 자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해주신 선생님꼐 정말 감사드립니다.  수원에서 홍대까지 그것도 붐비는 금요일에 다닌다는 것이 너무 무모한 결정이고 욕심이 아니었나 고민했던 순간들을 다 날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의 들어가기 전 반밖에 못 읽었던 호모아르텍스 오늘 내로 다 읽어치우고 진짜 교재를 붙잡아야겠습니다.  

 다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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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장 2010-01-16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수원에서 홍대까지 강의 들으러 가는데 반갑네요! 공감합니다. 저도 대학 졸업후 점점 맞지도 않는 사회의 틀에 스스로를 맞춰가며 이게 맞는 길인가 고민하고 자주 회의에 빠졌었는데 어제 강의를 듣고 통쾌한 기분까지 들었어요. 앞으로의 시간이 더 기대되네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

koooo 2010-01-18 15:47   좋아요 0 | URL
수원 어디서 다니세요? 전 아주대에서 출발입니다. ^^ 이렇게 제가 하는 이야기 들어주시고 네 말맞다고 해주시는 분들만 계셔도 이렇게 든든한 느낌이 들다니.. 처음부터 이렇게 혼자 배가 불러도 되는건지 은근 겁이 나네요..^^

돌이 2010-01-18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흔히들 사회에 '잘' 적응하고 사는 사람을 '어른스럽다'고 평가하죠. 다들 그렇게 살기 위해 아등바등 노력하면서도, 정작 그게 행복이라는 확신을 갖지 못하는 걸 보면 우리는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재현의 몸짓을 타고 나는 게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채운 선생님은 물론이고, 앞으로 강의를 맡아주실 선생님들의 면면을 보면 기대와 흥분이 저를 사로잡습니다.

koooo 2010-01-18 15:45   좋아요 0 | URL
네.. 우리는 누구나 태어날때부터 재현의 몸짓을 타고났다는 말.. 정말 공감합니다. 사실 제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는 저의 이런 생각이 '반대를 위한 반대'정도로 밖에는 안보이는가봅니다. 그냥 까탈이고 배부른 투정이라는 핀잔만 잔뜩 듣고 살았었는데.. 강의를 듣고 한번. 님들의 글을 보고 또 한번. 정말 용기 많이 얻습니다. 감사합니다. ^^

froghong 2010-01-18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수원에서 오시다니.....화이팅입니다... 인문학에 관심이 많고 또 그것으로인해서 기뻐하는 사람들이 많답니다. 우리 서로 격려하며 함께 공부해 보도록 하죠..저도 저의 단순함이 이 강좌를 마칠때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속에 빠져 있습니다.

알라딘공부방지기 2010-01-19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부를 더 하다보면 언젠간 채운 선생님처럼, '아프냐'고 보는 주위의 시선에 지지 않고 주위 사람들에게까지 공부의 내용을 전파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나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바뀌고 모두가 바뀌는 그런 공부. 행복한 공부. 사실 이 공부방도 그런 기획의... 일종의 첫발이었다고... 나름 자평. (물론 부족하지만요ㅜㅜ)

결론은, 열공? :)
 

가족여행 중이였어요. 인문학스터디를 함께 할 수 있다는 메일을 받은 것은...   헉~!! 소리나게 기뻤던 것도 잠시, 여행중이라 당황스러웠지만 날짜 계산을 해보니 다행스럽게도 돌아오는 날 저녁이더군요. 뭐 멀리 여행을 갔던 것은 아니었구요..  그렇지만 어쨌든, 첫강의가 있는날을 여행계획에 잡았다는 것은 솔직히 말하면 내가 스터디에 함께 할 수 있으리란 기대를 접고 있었다는 거죠. 함께 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기회가 나에게 오겠나... 하는 의심을 버리지 않은 거죠. 

사실은 올 겨울, 가족여행으로 인도여행을 계획했었는데 아이가 다른 스케줄이 있어서 길게 여행을 갈 수가 없게 되었어요. 아마도 인문학스터디를 함께 하게 될 나의 운명이었나 봅니다. ㅎㅎㅎㅎ 채운 선생님 말씀대로 매일매일이 '사건'일 수 밖에 없는 좌충우돌 저입니다.  

어쨌든 인도여행을 다음기회로 미루고 아쉬운대로 2박3일을 여행기간으로 잡고, 아이가 좋아라하는 KTX를 타고 내가 좋아라하는 부산엘 갔었어요. 몇차례 다녀온 부산이라 특별날 것도 없는 여행이었는데 의외로 자갈치 시장을 처음 가본 아이가 미친듯이 좋아라 하더라구요. 그리고 무엇보다 저한테는 보수동 헌책방 거리를 다녀왔다는 것이 무척 만족스러운 여행이었습니다.  

헐레벌떡 KTX에서 내리자마자 툴툴거리는 남편과 아이와 작별인사를 하고 홍대거리로 달렸습니다. 조금은 기가 죽었던 것도 같아요. 최근에 홍대거리를 밟아본 일이 없었거든요. 달라도 너무 달라진 거리와 무엇인가 생각거리가 많아뵈는 사람들의 뒤통수를 보며 조금은 많이 기가 죽은게 확실해요. 그러나 강의가 시작되고 저 자신이 강의에 매우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무척이나 행복했습니다. '행복하다'라는 느낌말고 다른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지 지금도 잘 모르겠네요. 

'지금까지의 나를 부정하고, 나를 벗어나 나와 세상을 조망해 볼 것'..... '부정은 일생동안 계속될 것'... 어제 강의를 제 방식으로 재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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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 2010-01-18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일상과 타성을 깨부수셨으니 '행복한' 재현의 세계가 기다릴 겁니다. 앞으로도 계속 행복하셔요.

비의딸 2010-01-20 00:18   좋아요 0 | URL
네.. 인문학 공부는 이제야 시작하지만 제 모토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아니라, 행복하게 살자거든요.. 힛!

알라딘공부방지기 2010-01-19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부산 좋아해요. 한때 부산에서 살기도 했는데, 보수동 헌책방 거리를 알게 된 것은 나중의 일이라 직접 가보지는 못했어요. (아... 지금 당장 가고 싶어지네요)

마지막에 요약해주신 강의 내용을 들으며 저는, 거장들은 생각했어요.
이를테면 유명 소설가나 작곡가.

흔히 비평가들은 어떤 예술가의 후기 작품에 대해 '매너리즘', '자기복제' 등의 비판을 하잖아요. 결국 지금까지 내가 만들어 온 '나'에 갇혀 버린 것인데, 그걸 깨는 것이 진정한 거장이겠지요. 하지만 그 분들은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지금껏 자기가 쌓아올려 성취한 것을 깨고 나아가는 건 쉽지 않을테니까요.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만족도 하지 못한 채 그저 투덜댈 뿐이면서도 꼭 쥔 주먹은 놓지 않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사실 새로운 걸 잡으려면 일단 주먹을 펴야 할텐데요!

비의딸 2010-01-20 00:17   좋아요 0 | URL
저는 이제 손가락을 하나씩 펴보려해요. 주먹을 단번에 펼치지 못하는 건 약간의 두려움 내지는 설레임..때문일꺼에요. 금요일밤이 무척 기다려져요.. ^^
 


경어체 쓰지 못한점 정말 죄송합니다ㅠ 조금더 격식있게 써보고 싶어서요~   

죄송합니다^^  

 

2010. 1. 15. 첫 시간
1. 재현이란 무엇인가

               -채운 선생님

 천신만고 끝에 인문학스터디 1기에 참여하게 된지라, 강의를 듣기 전 완벽히 준비를 해야겠다는 열정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교제로 지정된 ‘개념어총서’도 못 읽어보는 불상사가 벌어진 것이다. 첫 강의시작 전. ‘재현’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한데 과연 강의를 잘 이해하고 전부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에서부터 높은 경쟁률을 뚫고 1기가 되었는데 그 값어치를 내가 해낼 수 있을까하는 걱정들이 머릿속을 맴돌며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그러나 강의가 끝난 지금, ‘책 주문하기’를 후다닥닥 누를 수밖에 없었다. 강의는 그 자체로 완전무결한 감동적인 연설이었고, 적어도 나 하나의 인생관을 뒤흔들어 놓기 충분했기 때문이다. 물론 나와 같은 느낌을 받은 분들이 대다수일 것이라 확언할 수 있다. 이 깨우침이 날아가기 전에 나름 강의를 정리해놓기로 한다.  

 

1. 재현이란 무엇인가  

  최근 개봉한 영화 ‘아바타’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나듯이 우리는 ‘이상향’을 꿈꾸며 산다. 모든 존재들이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것이 무엇이 잘못 됐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해야 한다. 인간의 존재방식을 돌아보건대, 인간의 역사에서 이상적인 세계는 과거에도 없었고 또한 미래에도 절대 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그리는 이상향에 가까운 찬란한 문화 부흥의 시대였던 ‘르네상스’와 ‘영,정조시대’는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 반박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시대를 문화 부흥의 시대라고 규정지을 수 있는 증거들을 보면, 그 시대를 완벽히 지배했던 것이 아니라 다양한 성향들 가운데 하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르네상스 시대에 배고파서 굶어죽은 거지가 단 한명도 없었을 것이라 아무도 단언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이것이 우리가 가진 재현의 특성이다. 아무런 의미도 인과도 없는 세상을 마치 그런 것 마냥 자신의 잣대로 세상을 판단하는 것. 이것이 재현이다. 

 

2. 재현의 세계에 사는 우리 

 우리의 생존방식은 ‘개념’의 재현이다. 개념이 무엇인가 하면 세상만물에 대한 자신만의 ‘정의’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장면을 보고 ‘정말 비인간적이다’라고 말했다면 그 사람은 ‘비인간적’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어느 정도까지를 인간적이라고 부르고 비인간적이라고 부를지 스스로 정했다는 말이다. 이렇게 개인은 개인만의 개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단어에도 세상 사람의 숫자만큼의 다다른 개념이 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그래서 위의 같은 장면을 보고도 어떤 사람은 ‘왜 괜찮은데?’라는 판단을 하게 될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정의한 ‘개념’을 끊임없이 재현하며 산다. 자신의 개념에 따라 상황을 파악하고, 가치판단을 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그래서 역사학자 푸코는 ‘모든 사람들은 투명한 어항 속에 갇혀 있다.’라고 말했다.  

 

3. 재현의 커다란 함정  

  우리는 우리가 가진 개념을 ‘진리’로 믿기 때문에 큰 오류를 범할 위험을 가진다. 꼭 진리로 믿어야지 라고 결심해서 믿는다는 것이 아니라, 의식하는 메커니즘이 이미 그렇게 작동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말이다. 예를 들어, 모든 지배계층은 ‘국민’을 위해 정치를 한다. 심지어, 이명박 정부의 회의에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단어가 ‘국민을 위해서’ 라는 말이란다. 그런데, 정작 국민은 그런 것을 원한 적이 없다. 지배계층은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국민’의 개념에 맞추어서 국민들을 위한 정치를 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그래서 진리일 수는 없으나 진심일 수는 있다고 한다.) 지배계층은 끝없이 진정한 유토피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번번하게 실패한다. 과학자는 단 하나의 진리를 발견하기 위해 탐구하지만 후학들에 의해 그 진리는 깨지게 된다. ‘재현’이 어쩔 수없는 우리의 생존 방식이라서 발생하는 문제점은 바로 이 ‘진리를 추구한다.’는 점이다. 사랑을 하는 사람은 곧잘 생각한다. 애인과 매번 싸우고, 오해로 점철된 힘든 사랑을 하지만, 이상적인 사랑은 어딘가에는 있을 것 이라고. 이상적인 사랑, 즉 개념의 진리가 존재한다는 믿음. 이것이 우리를 현실에 살지 못하게 하는 주범이다. 재현이라는 단어로 설명하면, 나만의 개념으로 만들어진 이상향을 계속 재현하면서 진짜가 아닌 ‘가상현실’속에 사는 것이다. 진리를 찾기 위해 우리는 세계의 진정한 모습인 ‘변화, 사건’을 무시한다. 그대로 즐길 줄을 모른다는 말이다. 나만의 이상향을 추구하기위해 현실을 희생한다. 괴로워도 참고, 힘들어도 그냥 한다. 하지만, 정말 안타깝게도 ‘진리는 없다.’ 세상은 계속 변화하는 흐름 속에 존재할 뿐이다. 

 

4. 지배담론이 재현을 통해 구성 될 수밖에 없는 이유  

  재현은 1. 재인식 2. 상식(양식)이라는 논리를 가진다. 먼저, 재인식은 인식의 주체와 인식의 대상을 불변한 것으로 보고, 같은 방식으로 인식을 반복하는 것을 말한다. 나도 변하지 않고 너도 변하지 않으니 판단을 달리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그래서 이런 불평들을 한다. 하루하루가 지겨워, 오늘도 어제와 별다를 거 없어, 비슷비슷해 등등. 그러나 매우 놀랍게도(?) 인식의 주체인 ‘나’도 매일매일이 다르며 인식의 대상인 ‘세계’는 말할 것도 없이 계속계속 변화한다. 그렇게 따지면 우리는 개념을 항상 수정해야 할 것인데, 우리는 지적으로 게으른 동물이므로 그냥 내버려둔다. 그러니 오류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는 쉽게 자신만의 고정관념에 빠져 그 세계에서만 살게 되거나, 자신이 쌓아 올린 것이 무너질까봐 전전긍긍하며 살게 된다. 전부, 변화를 인정하지 않는데서 발생한다. 내가 가진 것(가진 것이 있기는 한가!)들이 시간이 흐르면 또 변한다는 사실. 사실 내 삶이 재인식의 연속이었다는 사실 말이다!
 두 번째로 상식(양식)의 논리이다. 개인들이 재현에 한번 쯤 의심을 품지 못하고 습에 젖어 살아가는 막강한 파워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는 보편적인 것이 진리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다수가 전부를 대표한다는 말이다. 재현의 기준이 되는 개념은 이렇게 ‘상식’선에서 결정된다. 너도 나도 저 사람도 믿으니 절대적인 진리가 아니냐는 논리인 것이다. 분명 최다수는 경향을 말해주지만 그것을 진리로 볼 것이냐는 또 다른 문제이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관용을 베풀기 위해서는, 혹은 내 개념이 틀렸다는 것을 나중에 인정하기 위해서는 개념을 경향으로서만 인정하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5. 재현의 세계에서 탈주하기!  

 그렇다면 어떻게 재현의 세계에서 탈주 할 수 있는가. 재현은 인간이 가진 어쩔 수없는 특성인데 어떻게 그를 벗어난단 말인가. 우리는 스스로를 감시하는 철학자가 되어야한다. 철학자는 어떠한 개념과 현상에 ‘왜 그런데?’라고 비판을 하는 사람이다. 스스로 믿고 추구하는 것에 맹목적이 되지 않도록, 나 자신을 먼 거리에서 조망하며 ‘그게 정말로 맞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는 자세. 이것만이 재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다. 당연히 지금까지 자신이 쌓아온 것을 부수는 작업이므로 허무함과 괴로움을 동반한다. 그렇게 부술 거면, 지금까지 이룬 것들을 부정할 것이라면 왜하느냐! 라고 비관하고 비난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끊임없이 만들고 부수고, 만들고 부수는 과정 자체가 삶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좌절, 외로움, 분노, 절망 등 온갖 고통을 당하겠지만 반면에 행복, 뿌듯함, 감사, 즐거움, 짜릿함 등의 온갖 달콤함도 맛볼 수 있다. 그 모든 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자체를 즐기는 자세. 그 가운데 열정을 잃지 않는 모습. 이것이 재현을 벗어나 분명한 나로 사는 길일 것이다. 

 

6. 청중과 선생님의 질의&응답    

 (1) 강의를 들으며 내내 마음이 불편했던 것이 나의 ’가치관’을 부정한다는 도전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개념과 가치관의 차이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 매우 비슷하게 느껴져서 혼동이 있었을 수도 있겠다. 개념은 무의식적으로 우리가 그냥 하는 행위의 메커니즘이고 가치관은 스스로 가지고 있는 의지적 판단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바람직한 가치관을 가지는 것은 재현을 탈피하는 것과는 상관없는 말이다. 바람직한 가치관은 꼭 필요하다.

(2) 많은 ‘자기개발서’들은 선생님의 강의에 의하면 재현적 삶을 되풀이 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이상향인 ‘꿈과 비전’이 없으면 삶의 방향성을 잃게 되는 것 아닌가?
-> 우리는 꿈, 비전이라는 말을 잘못 정의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영화감독이 되는 것이 꿈이야. 라고 비전을 정했다면, 연극 영화과에 진학해서 우수한 성적을 받고 충무로에 가서 영화를 찍고 그 영화가 크게 성공해야지 꿈을 이루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단지, 코스를 밟아서 사람들의 인정을 받는 것이지 비전이나 꿈이 아니다. 비전이나 꿈은 ‘우주에서 우리가 어디쯤의 위치를 차지할 것인지’ 그 자리를 정하는 것이다. 나와 같은 경우는 ‘내가 받은 도움을 지적 활동을 통해 만인들에게 모두 봉헌하는 것’ 이것이 나의 비전이고, 보시다시피 지금도 그 비전을 계속 이루고 있다.

 여기까지가 내가 채운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이해한 내용이다. ‘개념어총서 재현이란 무엇인가’의 내용을 그대로 요약해놓은 글 밖에 되지 않을 듯하지만, 나 나름대로 정리했다는데서 만족감을 느낀다. (나중에 부정되더라도 지금 즐기려는 것?ㅎㅎ) 강의가 끝난 후 정말 기립박수를 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호모 쿵푸스’를 읽고 난 뒤, 앎의 코뮌을 형성해 지(知)를 추구하며 살고 있지만 그래도 풀리지 않는 갑갑증이 있었던 것이다. 오늘 그 실체를 낱낱이 파악했고 철학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던 아주 즐거운 시간이었다. 벌써 다음시간이 기대된다.  

 

 ps. 공부방 여러분들과 즐거운 소통 할 수 있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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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tering 2010-01-17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각하는 바람에 앞부분 강의를 못 들어 안타까웠는데... 와우! 훌륭한 정리 고맙습니다~^^

froghong 2010-01-18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정리를 너무 잘 하신다....이거 프린터 해서 강의록 만들어도 되겠어요
질문 1번의 추가 사항...에 대한 채운 샘의 답변 ==> 지금까지의 사고나 생각을 바꾸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자기의 사고나 살아온 것을....더 확실하게 이야기 하면 부정해보자는 것이다. 더 도전적인 말이다. 재현의 사유를 넘어서는 작업이 있지 않으면(곤과 붕의 예를 들면서).....그 삶이라는게 정말 단순하지 않겠는가? 재현의 사유를 넘어가는 방법은 다음주 강의에 제시 될 것이다.

blue0729 2010-01-19 00:15   좋아요 0 | URL
아 감사합니다^^ㅎㅎ 빠뜨린 부분//

붉은루핀 2010-01-19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득이 참석치 못했는데 정말 감사합니다. 다른 분들의 후기를 읽으며 그날의 강의를 상상해 봅니다. 이런 조각맞추기도 꽤 재미나네요. 물론 윗분과 같이 그 현장을 잘 재현(ㅎㅎ)해 주시는 분들 덕분에 말이죠..^^

알라딘공부방지기 2010-01-19 16:03   좋아요 0 | URL
이번 주에는 꼭 오세요! ㅜ_ㅜ

알라딘공부방지기 2010-01-19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인문학공부방지기도 나름대로 강연 정리를 올리겠다고 열심히 필기했는데
blue0729 님의 정리를 보니, 괜히 저까지 할 필요 없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좋은 정리 고맙습니다. :)

blue0729 2010-01-19 19:04   좋아요 0 | URL
ㅎㅎㅎ^^;;;제가 공부방지기님의 기쁨을 빼앗은건가요? 다음부터는 자중할게요 ㅎㅎㅎ

froghong 2010-01-21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예요 ..다음에도 강의 꼭 정리해서 올려주세요..너무 도움이 많이 되거든요...알았죠..꼭 입니다

blue0729 2010-01-21 23:12   좋아요 0 | URL
ㅎㅎ 꼭 그럴게요>.<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