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즈 데이비스 - 거친 영혼의 속삭임 현대 예술의 거장
존 스웨드 지음, 김현준 옮김 / 을유문화사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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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쓰기 전 별점을 매기면서 잠깐 고민을 했다. 난 마일즈 데이비스를 잘 모른다. 즉 그의 음악에 대해 아주 깜깜한 문외한이라고 보심 된다. 그래서 이  책을 다 읽긴 했지만 내가 그걸 다 이해했는가 하는 것에는 확신이 없다. 고로 내가 매긴 별점은 전적으로 이 책을 쓴 작가 스웨드의 글솜씨를 평가한 것이라고 보시면 될 것이다. 한 사람의 평전을 이처럼 잘 쓴 것은 처음 보는 것 같다. 거의 불가능한 일을 해낸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으니까.


제목에서 떡 하니 알 수 있듯 군더더기 없는 마일즈 데이비스의 평전이다. 그의 모든 것을 담고 있었다. 음악, 성격, 여성 편력, 가족사, 당대의 다른 예술가들과의 교류, 그에 관한 전설과 오해들, 천재성에 실수들까지...

 

부유한 치과의사의 아들로 태어나 타고난 재능으로 트럼팻 주자가 되어 한시대를 풍미했지만 마약과 끊임없은 여성 편력,술,폭력으로 자신의 삶을 파괴시켜나갔던 사내. 수줍음을 거만함으로 무례를 쿨한 것으로 해석해버린 그에 대한 오해와 지루한 것은 단 한순간도 못참았다던 괴팍함, 그리고 직관대로 음악을 이끌어갔다던 일화들은 천재성과 더불어 그의 면면들을 알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연습 없이 곧바로 녹음에 들어갔다는 사람, 음악은 감정이라 반복해선 그 감정을 되살릴 수 없다고 말했다는 사람, 말끔하고 멋진 옷차림으로 여자들에게 성적 매력을 과시했다는 사람, 어떤 여자건 사로잡을 수 있다고 믿었지만 정작 자신이 얼마나 멋있는 사람인가는 몰랐다던 사람, 그를 특징짓게 하는 냉소와 솔직함, 질투와 집착, 그리고 어느정도는 나르시스트라고 보여지는 그의 극단적인 성격에, 그런 성격에도 불구하고 거부하기 힘들었다는 매력과 천재성, 무엇보다 불쾌한 인간성이나 가십들을 매몰시켜 버릴만큼 위대한 그의 음악들까지...어떻게 그가 자라고 대성했으며, 파괴해가다 말년에 다시 팝의 인기 스타가 되어 생을 마감하게 되었는지의 여정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평전을 다 읽고 나니 그에 대한 어렴풋한 그림이 그려진다.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흑인 음악가로, 그 재능에 더해 시대를 읽어내고 그 흐름을 따라갈만큼 열린 마음을 지닌 사람이었지만, 사생활에서는 가히 개차반이라고 말할 수 있었던 한마디로 자기 멋대로 살았던 사람이라는. 덕분에 그를 경외해 다가간 사람들마저도 조만간 등을 돌리기 일 수인 함께 하기엔 힘든 그런 사람이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정작 이 책을 읽으면서 감탄한 것은 마일즈의 일생이 아니었다. 음악가로써의 그의 일생은 특이하달게 없었기 때문이다. 천부적인 재능에다 그 재능을 말아먹는 마약과 성적편력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때론 자신을 과시하기 위한 행동들이 전설이 되어가는 과정들이나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음악적 가치 때문에 가려지고 미화된 사생활들까지.. 음악적 재능에서 좀 차이가 날 뿐 몰락하는 과정들은 현대 팝스타들과 다를게 없었다.

오히려 감탄했던 것은 그의 일생을 기술하는 저자의 시각이었다. 그는 정말로 음악을 좋아하고 경외해서 이 책을 쓴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단지 가십으로 도배를 해도 충분한 그의 일생을 이처럼 차분히 그의 음악적 성과를 충분히 알리려는 취지가 분명한 톤으로 써내려 갈 수는 없었을테니 말이다. 즉 이 책은 마일즈가 성격 파탄자였다거나 마약중독자였고 섹스 중독자나 어쩌면 에이즈로 죽었을 수도 있다는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쓴 책이 아니다. 그보다는 그가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아름답고 놀라운 음악들을 창조해 냈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쓴 것이다. 어찌나 우아하고, 지성적이며 ,가차없이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쓰려 노력하던지 존경심이 일 정도였다. 그리고 그건 저자의 시대와 음악에 대한 놀라운 이해와 통찰력, 그 모든것을 분석하고 정리해낸 그의 지식과, 마일즈에 대한 애정이 아니었다면 아마 불가능했을 것이다.

마일즈의 비문에는 이런 말이 써있다고 한다. (내가 죽으면) 천국행과 지옥행을 결정하는 배심원들이 구성되겠지.내가 살면서 이룬 업적과 저지른 실수들을 저울질 하면서 말이야. 하지만 왠지 난 그들이 이렇게 얘기를 할 것 같아.

"글쎄,트럼펫을 저렇게 연주할 줄 아는건 저 놈 밖엔 없으니 그냥 천국에 들여보내자."...

 

 장담컨대 이 책은 마일즈의 천국행을 증명하는 티켓이다.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기 전에, 그가 위대했던 것은 음악때문이지 전설때문이 아님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그의 천재성에 대해 듣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무엇보다 그를 더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쓰여진 것이었으니까. 본인조차도 천국행을 장담할 정도로 탁월했던 그의 트럼펫 소리와 그 소리를 만들기 위해 그가 분투했던 것들을 잊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담아서 말이다. 결국 이 책은 마일즈 데이비스의 성공인 동시에 저자 존 스웨드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누구도 타인의 인생을 이렇게 멋들어지게 재현해내긴 힘들 것이며, 더군다나 저자는 너무도 매력적으로 마일즈의 공과를 그려냈으니 말이다.

"그냥 내버려 둬, 신경 쓰지 말고 듣기나 하라고, 이제 알겠나? 나는 그렇게 좋은 놈이 못 된다네."
그래, 바로 이것이 마일스 데이비스가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어하는 말일 것이다. 그가 어떻게 살았든지간에 그가 우리에게 들려주려 한 것은 그의 음악이었다는 것을... 비록 우리가 그의 음악을 들으면서 그의 재능에 탄복한 나머지, 더불어 그의 음악에 도도히 흐르는 그의 영혼 이 궁금해 참을 수 없을 때라도, 그래서 그를 더 잘 알고 싶어진다 하더라도, 그는 말할 것이다.

 

알겠나? 그건 다 쓸데없는 짓이라니까. 그러니 난 신경쓰지 말고 듣기나 하게. 그게 내가 가진 전부니까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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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슬립 레이먼드 챈들러 선집 1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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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먼드 챈들러는 전혀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아니다.그래서 이 책이 번역되어 나온 지 오래됬음에도 전혀 읽을 생각을 안하고 있었다.하드 보일드인지, 추리 소설인지,별관심 없었다.
그러다  뉴욕 타임스지에서 이 책이 20세기에 나온 영문 소설중 상위 100위안에 들었다는 것을 보곤 호기심에 집어 들었다.

 줄거리는 필립 말로라는 사립 탑정이 사건을 의뢰 받기위해 스턴우드의 집을 찾아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마치 영화의 한장면을 보는 것처러 음산하고 기괴한 분위기를 팍팍 풍기는 거대한 저택 안에서 필립은 죽어가고 있지만 정신은 살아있는 장군과 정신 사나운 그의 두 딸을 만난다.
단순히 협박범을 찾아달라는 의뢰라고 생각했으나 ,그는 장군이 어쩌다 나온 말인 것처럼 흘렸던 큰 사위 러스티 리건의 실종사건에 대해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다는 것을 곧 알아챈다.
실종 사건은 뒤로 하고 실마리를 찾아 움직이던 그는 가는곳 마다 시체를 만나게 되는 상황에 처하고, 꼬이고 꼬인 그 사건 뒤에 배경처럼 러스티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과연 러스티는 어디에 있는 것이며, 이 사람들이 전전 긍긍하며 서로를 협박하고 죽이며 감추려 하는 것은 무엇인가?
장군의 큰딸 리건 부인이 자신의 남편의 실종에 대해 아버지 장군이 관심을 갖는것을 그토록 우려하는 것은 왜 일까?

 소설 속에 나오는 말처럼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게 서술된 이 책은 숨 돌릴 새 없이 사건에서 사건으로 넘어가며 ,사건을 꿰뚫는 탐정 말로의 통찰력으로 지루하지 않게 읽을수 있는 책이었다.
특이한 개성의 탐정 말로 역시 코난 도일에 버금가는 매력적인 인물이었고, 등장 인물들의 면면이 자연스럽고 개연적으로 그려져 마치 좋은 영화를 읽은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러니 이 책이 영화로 만들어 졌으며, 대본을 만들 때 사장이 원작에서 각본을 뽑기만 하라고 주문했다는것이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다.

추리 소설을 안 좋아하는 나에게도 그럭 저럭 재밌었으니,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매니아 였다면 별 다섯개를 주려 할만한 소설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난 후에도 여전히 난 첸들러의 팬이 되지 못했으니 그는 내 취향이 아닌게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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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심리학 - 내 마음은 상처받지 않는다 마인드 북스 2
카트린 방세 지음, 이세진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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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가 이 제목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제목만 보고 내용을 짐작했다면 안 읽었을 것이다.

읽어 가면서 ...욕망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것인지 알수가 없었다.

그보다는 내면을 찾아가는 심리학 정도?라고 보면 좋을 것이다.

 

살아가면서 우린 모든것을 그것의 외면을 보고 판단하기 쉽다.

행복해 보이는 사람은 행복하고, 바랄것이 없는 것같아 보이는 사람은 부러워하며...

이 책은 그 외면의 거짓에 속지 말고 자신의 진정한 본 모습을 찾아가라고 조언해주는 책이다.

유행처럼 외면을 꾸미며 ,~~~척 하며 산다는 것이 결국은 자신을 해치는 길이며 , 아무리 자신이 강하고 중뿔나다며 자신 한다해도 내면과 외면의 불일치와 균열에서 자신을 영원히 보호할 수 는 없다고 설명해 주면서.

 

"타자와의 관계에서 모든 태도는 지나침이 없을 때에, 혹은 정도를 쉽게 넘어서기쉬운 두 가지 경향 사이에서 미묘한 균형을 잡아야만 적절한 것이 될 수 있다.  자신을 방어하는 법은 반드시 알아야 하지만 ,지나치게 방어적인 자세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타인에게 마음을 열어야 하지만 ,타인이 마음대로 부려먹을 수 있는존재가 되어서는 안된다. 남에게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만 너무 주기만 해서도 안 되고 ,남에게 요구할 줄도 알되 너무 요구만 하는 사람이 되어서도 안 된다.

나와 타자 사아의 이러한 균형은 대단히 찾기 힘든 것이지만, 결국 나 자신의 내면이 균형을 획득한 결과일 뿐이다.마찬가지로, 항상 외부적인 구조에만 기대고자 하는 욕구는 결국 그 사람의 내면에 어떤 구조도 존재하지 않음을 나타낸다.균형 없은 과잉이나 질병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남들에게서만 나를 안심시켜줄 요소를 기대하지 말고 그 요소를 자신 안에서 발견해야 한다.또한 나의 인간관계가 균형을 이루기를 기대하기전에 먼저 자기 자신의 내적 균형을 찾기 위한 방법들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힘들다고 하는것이 어쩌면 타자와 나와의 균형을 유지하는 법을 아는 것일 것이다. 우린 갈등이 생길때 남을 비난하거나 우리 자신의 탓하기 쉬운데.그럴때마다 그 균형을 찾는다는 것이 얼마나 지난한 것인가 깨닫게 된다. 그 균형을 찾는 법이 바로 자신의 내적 균형을 찾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탁월한 지적!  저자는 사람들 사이에서 익사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사람들은 한번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차분히 생각해 보라고 한다.

 

이 책은 어찌보면 성숙해 지는것, 진정한 어른이 된다는것에 대해 말하고 있는 책이다.

과거의 상처나 어린 시절의 고통을 이해하고 자신의 내면의 힘으로 떨치고 일어나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라고 말하고 있다.

즉 진정한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라고, 자신이 겪었던 인생의 모든 부정적인 요소들을 떨쳐내고 자신의 직관, 내면의 목소리를 들으며 살아가는것이야 말로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법임을 강조한다.

심리학이라고 하지만 쉽게 읽히는 장점이 있는 이 책은 사례와 사람들의 목소리가 틈틈히 끼여들어 좀 산만한 느낌을 준다.하지만 자신의 경우나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를 대비해 읽어나가다 보면 저자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 지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20대의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이 책을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나이에는 주로 외면의 것에 집착하며 내면을 보려하지도, 볼 수도 없는 그런 시기니까.

그런의미에서 난 이 책이 30을 넘은 어른을 위해 알맞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어른이 된다는것이 자신의 생각과는 전혀 다르더라 하는 모든 어른들이 읽으면 도움이 될 것 같다. 겉치장이 남보기 화려해도 내 마음은 불안하고 비참하더라 ...하는 사람이나

자신의 내면이나 직관을 무시하며 살아온 것이 습관이 된 사람들, 나이가 들면서 이상하게 자꾸 아픈데 왜 그런지 모르겠더라 하시는 분들...(꼭 이러니까 약장사 같네...)

 마음의 고통을  숨길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사람들 역시 한번 꼭 읽어보시라...자신의 전략이 그렇게 영리한 것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곁에 둔 사람들에겐 그 사람을 이해할 수있는 통찰력을 줄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이 책이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은 의문으로 남는다.

왜냐면 자신의 내면과 맞닥뜨리는 것이야 말로 사람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이 책을 읽고 옳은 말이라고 공감을 하는 사람이 있다해도 그것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용감하고 지성적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지 않겠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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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레오 쿠키를 먹는 사람들
리처드 프레스턴 지음, 박병철 옮김 / 영림카디널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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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밤 하늘을 올려다보며 우주의 신비에 대해 궁금함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그 궁금증을 의문에서 끝내지 않고 자신의 평생의 업으로 삼는 아주 소수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태양계, 소행성, 은하, 그리고 이 책의 주요 테마인 퀘이사를 쫒아 날씨가 좋은 깨끗한 밤이면 팔로마 산 천문대의 거대한 망원경 헤일을 바라보며 사는 사람들의 흥미진진하고 매력적인 보고서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가 방영되던때 꼬마였던 나는 그가 설명하는 우주 이야기에 매료되었었다. 물론 거의 이해하는 것은 없었지만,그래도 우주는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사람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었다.그땐 이 세상에서 가장 지적이고 우아하고 근사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천문학자 같아 보였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흐른뒤...오레오 쿠키를 먹으며 춥고 깜깜한 천문대에서 일을 한다는 천문학자들은 내 상상속의 과학자 상과는 거리가 몇광년만큼이나 있었다.

그러나 단 한가지 얼추 맞은 것은 ...그 과학자들이 재미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팔로마 산 천문대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망원경 헤일, 그 헤일을 제작하는 과정의 우여곡절과 그리고 우주의 신비를 풀어가는 현재의 이론들을 설명하고 있다.

헤일을 혹시나 망가뜨릴까봐 조심성이 습관처럼 배었다는 야간 관측 보조원 후안,

천체 이론가이지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가장 저렴한 방법으로 뚝딱 뚝딱 만들어 낸다는 천재 교수 짐 군, 날씨가 굳다가도 이자가 나타나기만 하면 갠다는 당대 최고의 천문학자 마르텐 슈나이더, 천문학자가 되겠다고 선언하자 농부셨던 아버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셨을 만큼 농사엔 소질이 없었다던 돈 슈나이더, 그리고 소행성을 찾는것에 온 열정을 다 바치는 슈메이커 부부...

그들의 이야기는 너무도 매혹적이고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그들이 하고 있는 일이 보기보다 형편없이 무질서하고 두서없으며, 종잡을 수 없이 미래를 예측하기 힘들고, 망원경을 고치는 것부터 개량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주먹 구구 식으로 해나가다 못해 가끔은 무엇이 작동을 하지 않을 때 우리가 티비가 안 나올때 때리는 것처럼 기계를 때려서 작동시킨다는 원시성까지.전혀 의외의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이런 혼란과 무질서 속에서도 거대한 우주의 신비를 풀기위해 머리를 모으는 광경은 부러움 그 자체였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필요없는 것은 집어 던진 채 한 방향으로 매진하는 과학자 다운 모습,천재들의 이유있는 무질서와 집중이 멋있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또 하나 배운 것이 있다면 퀘이사에 대한 정보였다.

가장 먼 천체라고 추정되는 것으로 우주의 등대라고 불릴만큼 엄청난 밝기를 보이는 것으로 우주의 시초의 단서를 제공할 것라는 추측하에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는...

우주의 매혹적인 면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이론이었다.

 

우주...읽어내려가다 보면 정말 아득해지는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였다.

이 광활한 우주, 팽창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폭발해 사라질거라는...

도무지 그렇다면 이 우주를 ,그 수 많은 은하와 퀘이사를 건느리고 있는 공간은 무엇일까?

이 모든 것이 폭발한다면 그 다음엔 남는것이 있을까?

지구 이외엔 다른 고등생물이나 최소한 살아있는 생물체가 생존할 다른 별은 없을까?

단지 우리 지구만이 홀로 유일하게 살아있는 생물체로 우글거린다는 생각만으로도 웬지 쓸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외계인이 있다해도 그 얼마나 큰 혼란인가?

이 모든 것을 이 작은 머리로 상상하는 것은 정말로 아뜩해지는 섬뜩함을 느끼는 경험이기도 했다.

너무 커다란 것은 그리고 무한의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들, 인간의 머리로 (천재가 아닌) 이 지구 이 외의 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벅차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고로..난.이 책을 너무도 재밌게 읽었지만 아마 재빠르게 잊어버릴 것이다.

매력적인 과학자들의 이야기는 남아 있겠지만 ,그 괴짜들의 못 말리는 기벽들은 잊기 힘들겠지만 ...난 하늘을 바라볼때 그저 소박하고 싶은 사람일 뿐이다.

달을 보고 소원을 빌고 별을 보며 죽은 사람의 영혼을 생각하며 별똥별이 떨어지는 것을 볼 때마다 환호성을 지르는 그런 사람 말이다.

 

참, 이 책에서 오레오 쿠키에 대한 언급은 딱 두번 나오는데 상품명이 나온것은 그나마 딱 한번이다...이 책이 잘 팔린다면 오레오 쿠키 회사에서 팔로마 천문대에 영구적으로 쿠키를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별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에게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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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알랭 드 보통 지음, 지주형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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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작가중 프루스트를 제일 좋아한다.

이유를 대라면 '사랑스럽기 때문에..."라고 말하겠지만, 워낙 오래 전 부터 박힌 생각이라 왜 그를 사랑스럽다고 느끼는 지는 나도 명쾌히 설명할 수 없다.그런데,아이러니 하게도 내가 프루스트에 대해 알게 된것은 이 책의 서평을 통해서였다.이 책이 처음 출간 되었을 때 타임지에 서평이 실렸었는데, 거기엔 이 책의 저자인 보통의 사진과 프루스트에 대한 일화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그것을 읽고 난뒤  난 그만 웃고 말았다. "와우, 이 사람, 대단한데"(여기서 이 사람은 프루스트를 가리킴)

그 일화는 바로 이것이었다.
만일 지구가 3일후에 멸망한다면 어떻게 되겠냐는 질문에 ,프루스트는 이 세상은 더할나위없이 완벽하게 행복한 곳이 될 것이라로 대답했다고 한다. 모두들 시간에 구애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테니까...바람 피우고 싶은 사람은 그럴 것이고 사과 나무의 향기를 맡고 싶은 사람은 또 그럴 것이며...그 누구도 남이 어찌 볼까 전전 긍긍하지 않은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 테니 이 어찌 행복한 나날이지 않겠냐는 프루스트의 말씀!

기사를 오려낸뒤 가끔 기분이 울적해질때마다 들여다보면서도 ,보통의 책이 대단할 것이란 생각을 안한 나는 보통의 책을 사 읽을 생각은 전혀 안하고 있었다.
대신 프르스트에 빠져 버렸지만서도...

 그리곤 보통에 대해선 철저히 잊어 버렸고,더우기 유명하다고는 생각해 본적도 없었다.

난 그를 그저 프르스트를 팔아 유명해진 사람으로 생각했었을 뿐이었다.

그러다,우연히 보통의 책을 너무도 읽을 것이 없던 어느날 집어 들어 보고서는 경악을 해 버렸다.뭐야? 이 작가는?어떻게 나이도 어린것이 내가 평생을 고민하고 몸소 겪은 뒤 간신히 얻은 생각들을 겨우 20대에 써내려갔단 말이냐.면서 그를 다시 보게 된 것이다.

아하!오래전 내게 프루스트를 알려 주었던 그 사람이 바로 보통이란 것이 매치가 된 것이다.

그러니,이 책이 나오자 마자 서점으로 달려간 내 심정을 ,그 벅찬 마음을 그 누가 알겠는가?

눈썹이 휘날리게 날아갔었더랬다.그렇게 반겨서 읽은 책이건만... 프루스트에 관한한 2%부족한 듯 느껴진다.이 책은 제목이 암시하는 바와 같이( "어떻게 프루스트가 당신의 삶을 바꾸어 놓을 수 있나?") 프루스트를 이해함으로써 당신의 삶을 보다 행복한 것으로 하라는 지침서다.

고로 프르스트에 대해 조목 조목 모든것을 파헤쳐서 그의 모습을 대강 그려볼 수 있었다.

많은 부분들이 내가 생각하던 바로 그 사랑스런 푸르스트의 모습과 일치했다.

그러나 어떤 부분은 그가 오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곳도 있었다.그 동안 나도 푸르스트에 대해 어느정도 연구를 했고, 그의 책도 읽었기에 나 역시 그가 어떤 모습의 사람일 지에 대해 감이 잡혀 있는 상태었기 때문에 보통의 의견에 마냥 동조하게 되진 않았다.
그러나 보통이나 나나 푸르스트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에는 같고(하긴 누가 그를 거부 할 수 있으리요.그를 알게 된다면 말이다.) 난 푸르스트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한 없이 약하다.

그래서,약간의 오해는 하잘것 없는 사소한 의견 차이로 간주 ,봐주기로 했다.

 푸르스트는 특별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의 특별함에 대해서 보통은 그를 다시 보게 해준다. 그러니 읽어보시라고 권한다.

왜 사람들이 그렇게도 프루스트에 대해 많은 말을 하는지 ,왜 그가 특별한 사내인지 직접 보고 느껴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그는 그 누구와도 닮지 않았었다.그러니, 평생을 천식으로 고생하며 골골대며 살았지만 그 누구보다 통찰력이 깊었던 사람의 면면을 들여다 보시라고.

그런 천재는 흔치 않으며 그런 사람의 글이나 말은 늘 우리 같은 둔재에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말을 해 주고 싶다.

하지만 이 책은 프루스트의 모든 면을 알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니, 푸르스트에 대한 입문서 정도로 받아들여 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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