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디두르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1
비톨트 곰브로비치 지음, 윤진 옮김 / 민음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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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집어든 계기는 착각 때문이었다. 작가가 "서양 미술사"를 쓴 곰브리치인줄 알았 거든. 세상에...이렇게 특이한 "곰"자로  시작하는 성을 가진 작가가 둘이나 되는줄 누가 알았겠나?(난 작가 이름을 잘 못  외우는 편이기도 하다)

어쨌거나 미술도 잘 아시는 분이 소설도 쓰셨네? 오지랖도 넓고만...하면서 집어들었다 이 작가가 내가 생각하는 그 작가가 아니라는 것을 안 이후에도,한참을 웃고 난뒤 난 책을 내려 놓을 수 없었다.

이유는 오랜만에 만나는 걸작이었기 때문이다. 왜 이런 책이 별로 알려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줄거리는,희한하다.서른이 된 잘나가는  유조는 어느날 교수 핌코의 방문을 받은 뒤 자신이 다시 10대로 작아져 돌아가는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된다.핌코의 손에 다시 학교로 돌아가 무능하고 멍청한 선생들의 손에 고문(?)을 당하던 그는 청소년기 그대로 기가 꺾여 달아날 엄두도 못내게 된다.거기에 핌코는 그를 영원히 10대에 묶어두기 위해 현대적 여학생이 사는 집으로 그를 데리고 가고 ,이 모든 핌코의 계략을 꿰뚫고 있는 유조지만 ,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현대적인 여학생의 매력에 첫눈에 빠져 그곳에서 발목을 잡히고 마는데...

 
줄거리로 치자면 사실 이것보다 더 황당한 이야기는 없다.결국 현대적인 여성에게 도망친 유조가 이모네 집으로 가지만,그곳에서 머슴에 집착하는 친구와 이모 식구들의 가식적이고 허위적인 태도에 질린 주인공이 그 집의 딸을 납치해 도망간다는 ,초현실적인 꿈처럼 정신 사납고 해괴하며, 피카소의 그림을 연작으로 글로 읽는 듯한 그런 책이라고 상상하면 딱 이다.

그로테스크하며 비약에 비약을 거듭하지만, 돌파구를 모색하는 그 진지함에 있어서는 이것이 단지 말도 안 되는 소설이라는 것을 잊어버리게 만들 정도로 숙연해진다.날조된 세상임에도  현실 속의 세상과 너무나 닮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이 정색하고 딴지거는 초 강력 울트라 말도 안된다는 소설이 왜 걸작이라는 것일까? 바로 그 줄거리 속에 내재된 작가의 통찰력 때문이다.

이 사람처럼 기발하고 기깔나게 그리고 신랄하게, 현실을 풍자하고 조소하는 사람이 1930년대에 그것도 폴란드란 나라에 존재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다. 살만 루시디의 선배 같다.(물론 살만 루시디의 경우처럼 이야기가 풍부하고 화려하진 않다.작가의 인간을 보는 느낌도 다르고...)

이 기막힌 사람은 어떤 것도 그냥 대수롭게 넘어가거나 눈감아 주는게 없다.

우선 학교에 대한 이 작가의 생각을 들어보자.

서른이 넘어 10대가 된 주인공이 다시 돌아간 학교는 자신이 가까스로 떠나온 그곳과 달라진 것이 없다.

인성 교육 운운하며 별 의미도 없는 것을 반복해 가르치며 학생들에게 무안을 주는 교사, 개성적인 생각을 하는 교사는 퇴출되어야 한다고, 최고의 학생을 길러내는 것은 프로그램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그런 선생이라고 익살을 떠는 교장.상대방을 한 없이 작아지게하는 기술로 사회의 제대로된 구성원을 배출한다고 자부하는 위선자 핌코 교수 들의 이야기까지... 읽어가면서 내 학창시절이 전 자동적으로 생각 나면서 그러한 실정이 여전히 유효하단 것에 기분이 묘했다.성숙하다 일컬어지는 자들의 미성숙을 까발리는 작가,  삐딱하게 서서는 힐난하는 표정으로 우리네의 현실과 위선, 내숭을 뒤집어 업는 작가의 날카로운 통찰력은 가히 천재적이었다.본질을 꿰뚫는 날카로운 시각에는 혀를 내둘를 뿐이다.

이상주의과 감상주의에의 맹신을 불신하는 작가.

순진함의 이면에 있는 잔인함과 무책임성을 들먹이는 사람.

인격적이고 고매한 척을 해대며 시를 읆어대지만 머리속에 단 한가지 생각뿐인  어른들의 위선(핌코를 보라.)을 친절히 알려주고

머슴들을 고상을 떨어가며 교묘히 착취하고, 자신들과는 차별된 사람들이란 것을 따귀를 때리는 것으로 굳건히 하는 이모네 집을 통해 , 귀족주의의 허울뿐인 허영까지 속 시원히 들여보게 해 주는 까발림의 대가.

그의 글을 현대에도 여전히 들어 들어 맞는다.

읽어내려가면서 어쩜 그렇게도 내가 맞닦뜨리는 현실속의 인간들과 똑같던지, 이것이 황당무계한 엘리스의 모험과 같은 책이란 것이 믿겨지지 않았다.

결국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런 모습이 본래의 모습이고 , 다른 책에 나오는 이상적이고 교훈적이며 감동적인 세상은 어쩜 단지 우리의 꿈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정답은 둘의 복합일 것이다.
 

좋은 책이었다. 통쾌한 책이기도 했고...

보다 지성적이고 어두운 작가 우디 알렌을 보는 듯도 한, 특이한 작가였고 특이한 책이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익살과 해악, 조롱에 정통하고 ,감상적이거나 다른 이들의 견해를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하는 것을 아마도 죄악처럼 피했을 법한 사람의 신랄하고  엄살떠는 소동에 동참하기를 바란다.

어쩌면 웃을 수도 있고 더 잘하면 우리네 세상의 부조리를 뒤집어 볼 수 있는 통찰력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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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 합본 메피스토(Mephisto) 13
더글러스 애덤스 지음, 김선형 외 옮김 / 책세상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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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에 꽂혀 있던 위풍당당한 자태에 나노 세컨드에 필적할만한 순간에 반해 버린 책으로 내게 만약 그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아마 다음의 것들을 들것이다.
1 .은하수
2 .히치 하이커
3. 두껍다.
4. SF 소설인 줄 몰랐다.



그리고 이렇게 황당무계한 소설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것도 몰랐다. 한마디로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하는 말이 딱 내게 적확한 표현이었던 것이다.  읽으면서 얼마나 절절히 나의 무식에 절규했는지...아니,어떻게 이런 재미있는 책이 있는 줄도 몰랐지? 이걸 읽지 못 한채 죽었더라면 얼마나 억울 할 뻔 했드란 말이냐...이라며 호들갑을 떨어댔다. 이 책의 성격을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친절하게 한마디 팁을 드린다면 이 책을 읽다보면 전자동적으로 방정맞아 진다.


 SF 코메디 과학 소설이란,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장르의 책이며, 어쩌다 보니 이 책의 저자인 애덤스가 개척자고 이 책이 그 시발점이란다.

줄거리는 자신의 집이 우회로가 뚫리는 고속도로 상에 있다는 이유로 헐린다는 소식을 접한 아서 텐트가 집 앞에 드러누워 시위를 하는 동안 ,우주상의 고속도로에 생기는 우회로에 지구가 걸리적거리는 관계로 보고인들에 의해  파괴된다는 것을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이동 조사원 포드 프리펙트 또한 알게 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돈 없는 우주 여행객이 우주선을 공짜로 얻어타는 기술을 서술한 책으로 포드는 지구를 취재하다 지나가는 우주선이 없어서 지구에 갇혀 있는 중이었다. 포드는 지구가 파괴되기 직전, 친구인 아서를 데리고 '보고 우주선'에 몰래 히치하이커를 하고. (두꺼운 합본을 읽었더니 이젠 ---미안한 말이지만---줄거리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로 리뷰에 자세히 쓸 줄거리를 기대하신 분이라면 ,기대를 접으시고 직접 읽으시거나 다른 이들의 리뷰를 참조하시기 바란다.) 그들은 우주의 허수아비 대통령이자 자신이 나르시스트라는 것을 자랑스레 여기는 과대 자아를 가진 자포드 비블브락스와 매력적이고 지적인 지구여성 트릴리언이 탈취한 순수 마음호에 합세해 대체로 정신 없고 솔직히 말이 안되며 ,말이 안 된다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고 유쾌한 그런 오딧세이를 시작하게 된다.

그 와중에 그들은 우주를 구하기도 하고 궁극적인 삶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기도 하며, 지구가 쥐들이 주문해 제작 된 맘춤 인공 위성이란 것도 알게 되고, 우주의 끝에 있는 레스토랑에도 가보며, 우울증 환자인 로봇 마빈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하기도 한다. (나머진 각자가 알아서 해결 바람.)

저자가 말했듯이 이 책은 마음먹고 일관성과 과학성을 유지하자며 써내려간 책이 전혀 아니다. 그냥 아이디어가 있어 되는대로 지껄여 봤는데 그것이 히트를 치는 바람에 이야기를 계속해서 만들어 (어떤 때는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가야만 했는데, 다행이라면 이 책의 유일한 일관성이 "황당"인 관계로, 어디로 뻗어나갈지 도무지 모르는 상황하에서도 실마리를 잃지 않고 쭉 이어나갈 수 있었던 것이 확실해 보이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작가 자신도 이렇게 이야기가 풀려나가는 것에 다른 사람만큼이나 놀랬다고 하는 말을 난 철저한 진실이라고 믿는다. 사실 읽다보면 자연히 믿게 된다. 제정신이 박힌 사람이 작정하고 이런 글을 쓰겠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오로지 가능한 조합이라곤 재능이 있다고 자신하던 게으른 작가가 시간과 공간에 매여 어쩔 수 없이 글을 써야만 하는 상황에 처한 나머지,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비이성적이라는 일관성을 올곧게 줄기차게 유지하는 글을 어쩔 수 없이 쓸 수 밖에 없었다는 당위성이 없다면 말이다. 다행이라면 그런 희귀한 압박상황에서 나온 것 치고는 동소고금을 통해 다시 보기 힘든 유일무일한 걸작이 탄생했다는 것이며, 이 책의 작가 애덤스의 재능을 제대로 빛내준 책이라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단지 이 책이 전적으로 황당무계하기만 한 소설이라고 보면 이 책의 일면만을 말한 것이 될 것이다. 읽어가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느끼게 되겠지만, 이 책은 우리네 사는 모습에 대한 신랄하고 기발하며 재치있는 풍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누가 이것을 우주에 관한 책이라고 하겠는가. 이토록 지구의 정치, 경제, 전쟁 상황과 닮아 있는데.현실을 비웃으며 불합리를 꼬집는 수준에서 보자면 애덤스는 노벨 풍자상 수상 감이었다.

그의 통찰력도 이 책의 품격을 높여주지만,  건들거리고,유들거리는 유머감각은 가히 신의 경지가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게다가 이 책은 황당무계(단어가 달리는 관계로 이 말을 부득이 반복하게 됨을 양해바람.)의 초절정이자 결정판이라는 장점 외에도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전혀 걱정이나 우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흥분, 공포를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매력 또한 있던 책이었다. 지구가 파괴되거나, 우주를 전멸하려는 음모가 성공하거나, 우주속으로 내 쫓기거나, 살인 로봇과 마주칠 때에도 그냥 아무 생각없이 읽기만 하면 된다는 특이성을 가졌으니 안 그렇겠는가. 심지어는 우주의 모든 것에 대한 통찰을 얻게 되는 그런 순간에도 머리 아플것이 전혀 없었다! 그저 우리 독자가 해야 하는 일이라곤 책장을 읽어내려가면서 망막에 글자를 담고,  그 망막에 때려진 글자들을 몇 초동안 머리가 해독하는 동안 멍청하게 있다가, 잠시의 시차를 두고 , 아, 그렇구나! 라면서 머리를 주억거리면 된다는 것이다.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두뇌를 회전시킬 필요가 없었다. 그냥 머리가 글자를 해독하는 즉시 깨달음이 오고 미소가 피어나며 박장대소하며 웃게 되니 말이다. 이 전 과정을 통해 독자가 해야할 유일한 의지적인 일이라면곤 책장을 가끔 넘겨줘야 하는 일 뿐이니 얼마나 간편하던지...



하! 마치 태어나서 처음 TV를 본 사람이 TV를 보는 것처럼 이 책을 봤다.재밌고 유쾌했으며,기발한 인간의 상상력에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할 수 밖에는 없었다.나의 표현력으로는 이 책이 얼마나 특별한지 다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한번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물론,이 책이 합본이란 것을 생각하면 뒤로 갈수록 작가의 글발이 떨어진다는 것은 숨길 수 없다.마지막 "대체로 무해함"에 이르면 솔직히 그 부분은 안 나와도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그러니 두꺼운 책이 부담스러우시다면 단권이라도 보시라고 ,특히 1권은 반드시 읽어보시라고 강력히 추천하는 바이다. 그리고 내가 애용하는 단어인 '울트라'라는 말을 애덤스도 자주 쓰는 것을 보고 아주 기분이 좋았다는 말도 꼭 넣고 싶다.이렇게 글을 잘 쓰는 애덤스와 내가 공통적으로 남용하는 단어가 같다는 사실에 어깨가 으쓱거려지며 ,역시 우리의 정신 세계는 닮았다는 증거라고 여겨져 대단히 만족스러워했었다는 점을 꼬옥 밝히고 싶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오도방정을 마구 떨고 싶어진다. 품격있게 방정떨어보는 기회를  놓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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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소파
제니퍼 와이너 지음, 장원희 옮김 / 신영미디어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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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한 여자의 복수전이자 가족 화해기&개인 성장기.

 

자타 공인 &본인 자인 뚱뚱한 여자인 캐니 샤피로는 (기자)어느날 3개월전에 헤어진 남자친구 브루스가 잡지에 "뚱녀를 사랑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가?"--사실 원제는 너무 야해서 삭제함--라는 글을 쓴것을 알고는 대경 실색한다.그 글에서 부루스는 헤어진 애인이 자신보다 몸무게가 더 나갔다는 것에 실망했었으며 ,그녀에게 아무리 이쁘다고 사랑한다고 말해줘도 그 뚱녀는 자신의 열등감과 비하감에 빠져 자신의 말을 진지하게 듣지 않았다면서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지 모른다고 엄살을 떨어대는 것을 ---그것도 만천하에--보고는 그를 죽여버릴까 심각하게 생각하다 ...살을 빼기로 작정한다....

그러나 ...문제는 살을 빼는 것이 어렵다는 것도 있지만 그녀가 아직도 부르스를 못잊고 있었다는 것도 문제여서, 그녀는 자신의 어린 시절의 상처에 --아버지가 자신을 버렸다는--소금을 쳐가면서 사람들의 충고도 무시하고 부르스를 다시 찾기 위해 노력한다.그러니 인생이 꼬이는 것은 당연지사...

브루스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말에 짠해서 장례식에 간 그녀는 어찌 어찌하다 임신을 하게 되고 , 아이를 어찌 키울까나 고민하는 동안에, 인터뷰를 하러 갔다 친구가 된 영화배우 맥신의 주선으로 자신의 시나리오를 팔게 되어 한시름을 놓는다.

하지만 그녀의 영원한 숙제 ,아이들을 버리다시피하고 떠나간 아버지와 대면한 뒤 ,브루스와 그의 애인을 맞닦뜨린 그녀는 유산을 하게 되고,자신이 해 왔던 그 모든 고민들이 8개월짜리 조산아가 죽음과 사투를 벌이는 것을 보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녀의 이 모든 여정에 함께 따라다니던 그녀의 한숨이자 신념인,뚱뚱한 여자를 사랑할 만한 사람은 결국 나타나지 않을 것이며, 중년의 나이에 레즈비언이 된 자신의 엄마와 그 파트너를 캐니는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들이 여전히 그녀의 몫으로 남아 있는데...

 

유쾌하고 유머스러우며 솔직하고 재치 만점인 그런 로맨스 류 의 책이다.

작가가 프린스턴대를 나온 재원이라더니 글도 맛깔나고 도를 넘지 않으며 군더더기 없고 재밌다. 뚱뚱한 여자의 비애감도 실감나고 사실적이며, 뚱뚱하다는 것에서 열등감에서 벗어나는 것이 단지 살을 빼는 것으로 해결하려 할 것이 아니라 자신 안의 성숙으로 이겨내야 한다는 메시지도 교훈적이다.

단지...이렇게 모든것이 달콤하게 마무리지어질 수 있나? 하는 싱거움은 남는다.

하지만 여성들이 잘 읽는 로맨스류의 책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아주 잘 쓴 글이고,읽는데 전혀 부담이 없는 글이란 것을 인정하는 바이다.

재밌다, ...날카롭고 신선하며 갓 뽑아낸 오렌지 쥬스처럼 톡 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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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기회 - 더글러스 애덤스의 멸종 위기 생물 탐사
더글라스 아담스 외 지음, 최용준 옮김 / 해나무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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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코메디 작가인 더글라스 애덤스가 세계의 멸종 위기의 동물을 직접 찾아가 본  것을  쓴 여행기다.

애덤스가 썼으니 재밌는건 옵션이 아닐터...하며 집어 들었는데 진짜였다.

이 사람은 도무지 뭘 갖다 줘도 환상적인 이야기로 탈바꿈을 시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슬슬 들기 시작한다.

 

이들의 여정은 우연히 잡지사의 부탁으로 마다가스카르에 갔던 것에서 출발한다.

여우 원숭이를 처음 본 애덤스에게 마크(동물학자)는 세계 전역에 멸종해가는 동물들이 넘쳐난다는 현실을 말해주고, 이에 애덤스가 시간을 내어 그들을 둘러보기로 한다.

그들이 둘러 본 동물  명단은 다음과 같다. 코모도 왕도마뱀(인도네시아),북부 흰코뿔소(자이르), 마운틴 고릴라(자이르),카카포(뉴질랜드),양쯔강 민물 돌고래(중국),에코 앵무새,로드리게스과일먹이박쥐(모리셔스)등등...

가는 길은 험난하고, 비행기면 비행기, 트럭이면 트럭...교통수단은 거의 폐고물 수준이고, 만나는 사람마다 우호적이지도 않으며,그 먼길을 달려 갔다해도 멸종 위기의 동물이 환영인사를 하며  나와 반길리도 만무하지만(민물 돌고래의 경우는 만나지도 못함) ...그럼에도 애덤스는 그 동물을 볼 수 있었다는것에 너무도 감격한다.

직접 보니 하나같이 경외스럽고 아름다우며 고귀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래서 그는 염려한다.

인간의 무지와 탐욕으로 그 아름다운 것들이 영영 사라질까봐...

그리고 그 멸종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하는 사람에게 경각심을 울린다.

이 지구는 우리만의 것이 아니며, 그들이 사라진다면 그 만큼 지구의 다양성과 풍부함, 색깔을 잃어버릴 것이라고 ,이젠 그런 우를 더이상 범하지 말자고 말한다.

 

재밌다.  물론 멸종 위기의 동물을 찾아다닌 것은 맞지만, 이것이 첫번째로는 여행기이고 두번째로는 애덤스가 썼다는 것 때문에 심각하거나 복잡하거나 ,혹은 두뇌를 아무리 아무리 굴렸음에도 이해가 안되더라 하는 그런 문장은 하나도 없다.

거기다 출연 동물들도 깜찍하거나 ,앙징맞거나, 매혹적이거나, 신비하다.

이런 책을 사랑하지 않기는 사실 힘들 것이라 본다.완벽하게 사랑스런 책이다.

단지...이런 알찬 내용을 담은 책 표지가 전혀 안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책은 사람들이 딱 보았을때 재밌어 보이도록 멋지고 근사한 표지를 만들어 주었어야 했다. 표지가 너무 특징 없고 ,글자도 딱 교과서 처럼 보여 , 난 재미 없으니 제발 다른 곳에 신경 써달라며 애원 하는 듯해 보인다.

 

마다가스카르(만화영화)에서 'MOVE IT!" (확실한 제목은 모름) 이라면서 신나게 춤을 추던 동물이 여우 원숭이고, 왜 그 만화제목이 마다가스카르였을까 하는 것에 의문이 풀렸다.

그곳은 섬이라 고립되어서 다른 대륙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하고 특별한 종들이 많다고 한다.말하자면 동물의 낙원인 셈이다.

또 아마존의 민물 돌고래에 관한(분홍 돌고래) 책을 읽은 후라 ,중국의 돌고래 이야기에도 귀가 솔깃했다.두 민물 돌고래에 대한 전설이 양쪽 대륙에서 비슷하단 것도 흥미로운 사실이었고...인간이 만들어내는 상상력은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비슷하단 것이 켐벨의 이론을 다시 확인하는 듯했다. 그 아름답고 매력적인 돌고래가 중국인의 식탁에서 귀빈 접대용으로 사라진다니 안타깝다.먹기엔 너무 이쁘던데...이젠 희귀하기 까지 하다는데 숫자를 좀 늘린 뒤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렵고 고문하는듯한 그런 멸종 동물학 보고서가 아니니 안심하고 읽으시길 바란다.

멸종 동물에게 커다란 도움을 줄 수는 없을 지라도 , 그들에 대한 정보와 경각심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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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를 날다
베릴 마크햄 지음, 이혜정 옮김 / 서해문집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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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아프리카 같은 여자가 쓴 자서전 (본인은 자서전이 아니라고 주장했다함.)이다.

아프리카에 대한 모든 상상력과 지식, 휘향찬란함,아프리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연상되는 모든 것들이 응축되어 있는 듯한 여인의 매혹적인 글이었다.

인간 종에게 가끔 놀라게 되는 것은 뛰어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날때이다.그런데 이 여자는 바로 그렇다.

그녀는 어린 시절 케냐의 아버지 농장에서 다른 마사이 족들과 어울려 놀다, 17살때 아버지가 파산하자 생존을 위해 조련사가 되고...비행기가 날아다니는 것을 보곤 조종사가 되어 아프리카 상공을 휘휘 날아다니다...몇개의 신기록도 세우고 유명해졌지만 결코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았던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그녀의 어린 시절의 에피소드들이나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재밌고 감동적이며 애처롭기도 하고 믿음직 스럽다.

하지만 그 재미난 이야기를 뒤로 하고 내가 놀라는 것은 이 여인의 강인함과 용기, 그리고 독립심과 하고자 하는 것은 당연히 해내고야 마는 성격이었다.

아마 평생을 두고 여성 해방을 주장해온 사람들은 이 여인 앞에서 할 말을 잃지 않을까 싶다.

그 모든 굴레가 존재해 우리 여성이 무엇인가를 하고자 해도 할 수 없었다고 불평을 해대며 새된 소리를 질러대던 사람들이 무색하게도 그녀는 그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했고 ,그 일을 하지 말아야 하는 굴레나 편견이 있다는 생각을 하지도 않았으며, 여자라고 해서 봐달라거나 편하고자 하거나 몸을 사리거나 핑계를 대지 않았다.

그저 다른 사람이 하는 만큼 해댔고, 상호 존중과 상호 배려의 미덕의 가치를 통찰력있게 파악했으며, 사람이나 동물이나 그 가치를 알아보고 아낄 줄 아는 인간이었다.

같은 여자로써 사실 딱 주눅 들기 좋은 사람이다.나는 모험담을 읽기 좋아하지만 한번도 내가 실행을 해보겠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어 사실 얼마만큼 원하면 다른 세상을 알아보려 모험을 떠날 수 있을까 궁금증도 일었었다.

그리고 제랄드 더렐의 책을 읽으면서 "그는 남자니까..."라고 생각했다.

이 여인의 책을 읽기 전엔 말이다.

동물과 고독과 나는 것과 인간의 장점들을 사랑한 여자의 글을 읽어내려 가자니 ,주눅도 들지만 ,기분이 우쭐해지는 기분이었다.거기다 이 여잔 얼마나 균형이 잡힌 시각을 가졌는지 자신의 성과를 대단한 것으로 치부하거나 어려워서 죽는 줄 알았다고 엄살을 떨거나 자화자찬하는 식의 발언은 하지 않는다.그녀는 자신이 그렇게 말 했을 때 우스워 보일것이라는 것을 알 정도로 영리한 것이다!

그저 다른 모든 사람들도 그렇게 살지 않느냐는 듯, 대단 할 것이 없다는 투로 이야기 한다. 단지 재미난 것을 들려 줄께...하는 식으로 말이다.

거기다 이 여잔 글도 잘 쓴다! 와우, 정말 뛰어나다는 말은 이 여자에겐 턱도 없이 부족한 말이다.

 

단지 이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껄끄러웠던 부분은 코끼리 사냥에 관한 것과 그리고 번역이 조금 매끄럽게 되지 못한 부분들이 눈에 띄인다는 것이었다.(그와 그녀를 헷갈린다거나 하는 것들.아마 번역하느라 지쳐서 다시는 쳐다보고 싶지도 않았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듦.)

그것을 제외하면 헤밍웨이가 엄살을 떨어가며 ...자신들보다 더 낫다고 하는  말을 사실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코끼리에 관한 것이었는데, 비행기로 다니면서 코끼리에 대한 정보를(위치와 수컷이 있는 가의 여부등) 사파리에게 전해주던 일을 해주던 그녀는 코끼리가 아주 영리하고 '생각이'많은 그런 동물이었다고 말한다.

비행기를 다시 마주치게 되는 일이 있으면 잔꾀를 써서 상아가 큰 수컷을 암컷들이 둥글게 둘러싸거나 멍청한 척 하면서 수컷들을 내빼게 하거나 했다는것.

그녀의 균형감각은 동물에 대한 것에도 여전해서 그녀는 감상적으로 접근하지도, 그러나 말 못하는 짐승이라해서 무시하지도 않았으며, 진지하게 사람들 대하듯 이해 하는 것도 보기 좋았다.무릇, 살아있는 것을 무시하는 사람만큼 거북살스러운 것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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