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은 출판사를 소개합니다 - 혼자 일하지만 행복한 1인 출판사의 하루
최수진 지음 / 세나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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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작의 시작은 가능한 빨라야 좋다." <내 작은 출판사를 소개합니다>를 쓴 세나북스 최수진 대표의 말이다. 저자는 원래 IT기업에 다니는 17년 차 직장인이었다. 월급도 잘 나오고 하는 일에도 큰 불만은 없었지만, 마흔이 넘고 쉰이 넘어서도 계속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더 늦기 전에,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로 밥벌이를 삼고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서른아홉 살에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기 시작해 마흔두 살에 실천으로 옮겼다. 이 책은 바로 그 과정을 담고 있다. 


저자는 인생 이모작의 선택지로 1인 출판을 강력 추천한다. 1인 출판은 혼자서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이 적다. 따로 사무실을 임대하지 않고 집이나 카페에서 일하면 그만큼 비용을 더 줄일 수 있다. 출판과 편집. 유통 등에 필요한 기술이 디지털화되고 간소해지면서 이제는 일반인들도 조금만 공부하면 손쉽게 출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대형 출판사에서 일하는 편집자들도 연차가 쌓이면 회사를 나와서 따로 1인 출판사 또는 작은 출판사를 세우는 추세다. 


문제는 콘텐츠다. 저자는 올해로 6년째 성공적으로 1인 출판사를 운영할 수 있었던 비결로 전문성이 엿보이는 콘텐츠를 든다. 저자는 오랫동안 IT 기업에서 데이터 아키텍처 전문가로 일했으며, 20대 때부터 일본어, 일본 문화에 큰 관심을 가지고 어학연수와 여행 등을 해왔다. 저자는 이러한 경력과 관심사를 바탕으로 일본어, 일본 문화를 전문으로 하는 출판사를 세웠고, 이제까지 스물네 권에 달하는 책을 직접 편집해 출간했다. 스스로 좋아하지 않았다면 결코 해낼 수 없었을 성취다. 


책에는 1인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비롯해 네 권의 책을 쓴 작가로서 알려주는 글쓰기 비결, 1인 출판사의 일상, 인쇄, 유통 과정에서 알아두면 좋을 팁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팁은 "처음부터 완벽한 출판 결과물을 내려고 하지 말자."이다. 저자는 70퍼센트 정도 준비되었다는 판단이 들면 바로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실행하는 과정에서 요령도 생기고 방법도 익히고 앞으로 가야 할 방향도 보이는 법이다. 완벽한 상태에서 책을 내려고 했다면 절대 시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기왕이면 초창기에 다양한 시도를 해보면서 시행착오를 겪는 것이 좋다. 저자는 한 출판사 대표가 쓴 책에서 "초창기에 한 번도 같은 판형의 책을 낸 적이 없다."라는 문장을 읽고 이런 자세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항상 같은 스타일을 추구하는 것도 좋지만, 아직 완성된 스타일이 없을 때 다양한 방식을 시도해보면서 자신의 것을 찾아가는 것도 좋다. 출판도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사장이 더 많이 직접 발품을 팔고 공부를 할수록 비용을 줄이고 매출을 높일 수 있다. 이 밖에도 귀한 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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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야마 시치리의 데뷔작 <안녕 드뷔시>를 읽었다면, 소설 초반에 등장하는 겐타로 할아버지를 기억할 것이다. <안녕 드뷔시 전주곡>은 바로 그 겐타로 할아버지가 주인공인, <안녕 드뷔시>의 스핀 오프 작이다. 나고야에서 알아주는 부자인 겐타로 할아버지가 뇌경색으로 쓰러진 때의 일부터, 이후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빠른 속도로 언어 능력과 신체 능력을 회복하고 본업인 부동산 사업에 복귀하는 과정, <안녕 드뷔시>에서 발생하는 화재 사건 전날까지의 일이 다섯 편의 연작을 통해 펼쳐진다. 


개인적으로 겐타로 할아버지 같은 꼰대+중장년 남성 캐릭터(비슷한 인물로 <오베라는 남자>의 오베가 있다)를 너무 싫어해서 읽는 내내 괴로웠다. 그나마 읽을 만했던 부분은 미사키 요스케가 등장하는 부분인데 기대한 것보다 분량이 너무 적어서 아쉬웠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또 다른 시리즈인 '시즈카 할머니' 시리즈와 설정이 비슷해서 찾아보니 대놓고(?) 겐타로 할아버지가 등장하는 편이 있다(<시즈카 할머니와 휠체어 탐정>). 겐타로 할아버지는 별로이지만 '나카야마 시치리 월드'를 이해하려면 시즈카 할머니 시리즈도 읽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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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야마 시치리의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에 푹 빠져 있는 요즘이다. 시리즈의 첫 작품이자 나카야마 시치리의 데뷔작인 <안녕, 드뷔시>를 시작으로, 이어지는 <잘 자요 라흐마니노프>, <언제까지나 쇼팽>, 일종의 외전이자 프리퀄 격인 단편 연작 <안녕, 드뷔시 전주곡>까지 모두 읽고, 지금은 최신작인 <어디선가 베토벤>을 읽고 있다. 시리즈에 속하는 작품들이 전부 다 재미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클래식과 미스터리 소설의 조합이라는 콘셉트가 신선하고, 시리즈의 중심에 있는 미사키 요스케라는 인물이 워낙 복잡하고 특이해서 새로운 면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언제까지나 쇼팽>은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다. 이야기의 무대는 5년에 한 번씩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리는 쇼팽 콩쿠르다. 폴란드의 유명 음악가 집안 출신인 피아니스트 얀 스테판스는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한 명으로 지목되지만, 정작 얀 자신은 할아버지, 아버지도 이루지 못한 쇼팽 콩쿠르 우승의 꿈을 이뤄야 한다는 부담감에 잔뜩 긴장한 상태다. 콩쿠르 시작에 맞춰 전 세계의 촉망받는 피아니스트들이 바르샤바에 도착하고, 그중에는 일본의 피아니스트 미사키 요스케도 있다. 


그런데 콩쿠르가 시작되기가 무섭게 바르샤바 각지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하고 급기야는 콩쿠르 공연장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해 엄청난 인명 피해를 낸다. 경찰은 이 사건을 콩쿠르 직전에 발생한 대통령 전용기 폭발사고를 일으킨 테러범의 소행이라고 보고, 이를 근거로 테러범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얀은 콩쿠르의 압박과 테러의 공포에 시달리며 심각한 스트레스 증세를 보이는 반면, 얀과 같은 콩쿠르 참가자인 미사키 요스케는 너무나 침착하고 태연한 모습을 보인다. 그런 미사키 요스케에게 얀은 깊은 호기심을 느끼고, 처음에는 우습게 봤던 그의 연주를 제대로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한다.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의 특징 중 하나는 미사키 요스케의 이름이 전면에 부각된 시리즈이지만, 시리즈 각 편의 화자는 미사키 요스케가 아닌 다른 인물이라는 것이다. 또한 각 편의 화자는 미사키 요스케와의 만남을 통해 음악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큰 성장을 하게 된다. <안녕 드뷔시>의 하루카, <잘 자요 라흐마니노프>의 아키라가 그러했듯이, <언제까지나 쇼팽>에서는 화자인 얀 스테판스가 미사키 요스케를 알게 되면서 음악에 대한 가치관이 크게 바뀌고, 개인으로서도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스스로 독립하는 계기를 맞게 된다. 


<언제까지나 쇼팽>은 추리 소설로서의 재미도 대단하다. 경찰은 대통령 전용기 폭발사고와 이번 연쇄 테러 사건에 공통적으로 관련이 있는 사람을 추려내 용의자의 목록을 줄여간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무슨 이유인지 활동명이 '피아니스트'인 테러범이 실제로 쇼팽 콩쿠르에 참가한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퍼지면서 피아니스트들을 보는 눈이 싸늘해지고 피아니스트들 간의 견제와 경쟁도 심해진다. 미사키 요스케와 얀 스테판스를 비롯해 다양한 개성을 지닌 피아니스트들을 보면서 이들 중 누가 범인일지 (혹은 아닐지) 추측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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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소개된 67인의 철학자들 중에 여성은 한나 아렌트, 시몬 드 보부아르, 시몬 베유 세 명뿐이다. 64인의 남성 철학자들이 죄다 훌륭한 인물인가 하면 그렇지 않아 보이는 사례가 왕왕 보인다. 가령 루이 알튀세르라는 프랑스 철학자는 1980년에 자신의 아내를 교살하여 기소되는 사건이 있었는데, 정신착란 상태에서 저지른 범죄임이 증명되어 풀려났다(23쪽). 제러미 벤담은 이런 말을 남겼다. "여성은 오직 결혼을 통해서만 사랑의 즐거움을 비롯해 풍부한 감정을 느끼고 이중의 속박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작은 왕국을 만들 수 있지 않은가." (61쪽) 


에라스무스는 말했다. "프랑스인은 프랑스어로, 영국인은 영어로, 독일인은 독일어로, 인도인은 인도어로 말하듯 자신의 모국어로 복음서를 읊는 것이 왜 나쁘다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는 무학자들과 여자들이 뜻도 모르는 라틴어로 앵무새처럼 시편과 주기도문을 웅얼거리는 모습이 훨씬 더 우스꽝스럽다." (114쪽) 내가 보기에는 인류의 절반인 여성을 남성과 같은 인간으로 보지 않는 자들이 인간, 철학 운운하는 것이 더 우스꽝스럽다.




책장을 쭉 넘기다가 존 스튜어트 밀의 장에서 손이 멈췄다. 내가 알던 존 스튜어트 밀이 맞나. 이제까지 나는 존 스튜어트 밀 하면 <자유론>을 쓴 영국의 공리주의자로만 알았는데, 이 책에 적힌 소개글에 따르면 그는 여성 참정권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노예 제도의 철폐에도 앞장섰다고 한다. 그를 다시 보게 된다.


사회적 자연적 조건들은 한결같이 여성이 남성의 권력에 맞서 집단으로 대항하는 것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든다. 여성의 처지는 종속 상태에 놓인 다른 계급의 하인들과는 전혀 다른데, 주인을 떠받드는 일은 물론이고 그보다 많은 것을 요구받기 때문이다. 여성의 복종만으로 만족할 줄 모르는 남성은 여성이 자신의 감정에 소유권을 행사하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는다. (실로 짐승 같은 자들을 제외한) 모든 남성은 같이 사는 여성이 노예로서 복종하길 원할 뿐만 아니라 자신을 만족시키는 사랑스러운 오달리스크가 되어주길 바란다. 따라서 남성은 여성의 영혼을 비천하게 하는 동시에 그녀의 육체를 아름답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그 무엇도 마다하지 않는다. - <여성의 종속> (199쪽)


영국인들은 여왕의 존재에 의문을 느끼지 않는데 이는 이미 그러한 상황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영국인들은 여성이 군인이 되거나 의회의 의원 혹은 장관이 되는 것은 자연에 반하는 일이라 믿는다.


(자식을 예외로 하면) 여성은 법원에서 불의의 희생자임이 밝혀져도 또다시 부당한 폭력을 행사한 죄인에게 인계되는 유일한 사람이다. 그래서 여성 대부분은 매우 오랫동안 끔찍한 학대를 당해왔으면서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법에 호소하지 못한다. (201쪽)




버트런드 러셀도 새롭다. 영국을 대표하는 보수주의자로만 알았는데, 여성에 대한 인식은 현대인들보다 훨씬 진보적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 고쳤으면 좋겠다. "그 대가는 아이들이 치르게 되는 것이다. "가 아니라 "그 대가는 여자들이 치르게 되는 것이다."로.


남성들은 여성들이 비이성적인 공포에 사로잡히는 것이 매력 있는 일이라 생각해왔다. 그들에게는 이 점이 아무런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서도 여성들의 보호자를 자처할 기회가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남성들의 자식들은 어머니로부터 두려움을 이어받는다. 이는 분명 자신의 아버지가 여성을 경시하기로 마음먹음으로써 초래된 결과인데, 그 대가는 아이들이 치르게 되는 것이다. - <러셀의 교육론> (227쪽)




탈레스에 관해서는 전부터 재미있는 일화를 많이 들었는데 오늘 새로운 일화를 추가한다. 언젠가 써먹어야지.


어머니가 장가를 가라며 탈레스를 다그치자 그는 아직 너무 이르다고 둘러댔다고 한다.

몇 년이 흐른 뒤 더욱 다급해진 어머니가 한층 줄기차게 몰아세우자 그는 이제 너무 늦었다고 대답했다. (2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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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군감 4
오다 세리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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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4권이다. 고문서를 번역하는 일을 도맡아 했던 '노움' 일족의 일원으로서, 어려서부터 도서관 같은 곳에서 갇혀 지냈던 페이가 일족을 몰살 당하고 유일한 생존자로서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래(?) 살 줄 몰랐다. 나라면 가진 것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으니 생존을 포기하지 않았을까 싶은...


어렵게 전투를 마치고 무사히 엘프 마을을 떠나게 된 페이 일행은 삼국 회담에 참여하는 라르스와 합류하기 위해 남쪽의 대국, 크세르크세스로 간다. 몰살당한 노움 일족의 일원이지만 제국군 병사들을 쓰러뜨린 공을 인정받아 가까스로 크세르크세스에 입성하는 페이. 회담 분위기가 싸늘해질 때마다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묘안을 내놓지만, 페이가 노움이라는 사실을 못마땅해 하는 사람들은 번번이 페이의 의견을 무시한다. 


한편 동국과 서국, 남국이 한데 모여 회담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제국은 군대를 보내 전쟁을 선포한다. 그러자 페이는 일본의 유명한 군사(軍師)인 야마모토 칸스케가 타케다 신겐 군(軍)을 승리로 이끄는 데 사용한 '딱따구리 전법'을 사용해 성을 방어하고 제국군을 물리치자고 제안한다. 과연 페이는 자신을 좋지 않게 보는 사람들 앞에서 우수한 능력을 선보여 인정받을 수 있을까. 다음 이야기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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