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야마 시치리의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에 푹 빠져 있는 요즘이다. 시리즈의 첫 작품이자 나카야마 시치리의 데뷔작인 <안녕, 드뷔시>를 시작으로, 이어지는 <잘 자요 라흐마니노프>, <언제까지나 쇼팽>, 일종의 외전이자 프리퀄 격인 단편 연작 <안녕, 드뷔시 전주곡>까지 모두 읽고, 지금은 최신작인 <어디선가 베토벤>을 읽고 있다. 시리즈에 속하는 작품들이 전부 다 재미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클래식과 미스터리 소설의 조합이라는 콘셉트가 신선하고, 시리즈의 중심에 있는 미사키 요스케라는 인물이 워낙 복잡하고 특이해서 새로운 면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언제까지나 쇼팽>은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다. 이야기의 무대는 5년에 한 번씩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리는 쇼팽 콩쿠르다. 폴란드의 유명 음악가 집안 출신인 피아니스트 얀 스테판스는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한 명으로 지목되지만, 정작 얀 자신은 할아버지, 아버지도 이루지 못한 쇼팽 콩쿠르 우승의 꿈을 이뤄야 한다는 부담감에 잔뜩 긴장한 상태다. 콩쿠르 시작에 맞춰 전 세계의 촉망받는 피아니스트들이 바르샤바에 도착하고, 그중에는 일본의 피아니스트 미사키 요스케도 있다. 


그런데 콩쿠르가 시작되기가 무섭게 바르샤바 각지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하고 급기야는 콩쿠르 공연장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해 엄청난 인명 피해를 낸다. 경찰은 이 사건을 콩쿠르 직전에 발생한 대통령 전용기 폭발사고를 일으킨 테러범의 소행이라고 보고, 이를 근거로 테러범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얀은 콩쿠르의 압박과 테러의 공포에 시달리며 심각한 스트레스 증세를 보이는 반면, 얀과 같은 콩쿠르 참가자인 미사키 요스케는 너무나 침착하고 태연한 모습을 보인다. 그런 미사키 요스케에게 얀은 깊은 호기심을 느끼고, 처음에는 우습게 봤던 그의 연주를 제대로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한다.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의 특징 중 하나는 미사키 요스케의 이름이 전면에 부각된 시리즈이지만, 시리즈 각 편의 화자는 미사키 요스케가 아닌 다른 인물이라는 것이다. 또한 각 편의 화자는 미사키 요스케와의 만남을 통해 음악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큰 성장을 하게 된다. <안녕 드뷔시>의 하루카, <잘 자요 라흐마니노프>의 아키라가 그러했듯이, <언제까지나 쇼팽>에서는 화자인 얀 스테판스가 미사키 요스케를 알게 되면서 음악에 대한 가치관이 크게 바뀌고, 개인으로서도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스스로 독립하는 계기를 맞게 된다. 


<언제까지나 쇼팽>은 추리 소설로서의 재미도 대단하다. 경찰은 대통령 전용기 폭발사고와 이번 연쇄 테러 사건에 공통적으로 관련이 있는 사람을 추려내 용의자의 목록을 줄여간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무슨 이유인지 활동명이 '피아니스트'인 테러범이 실제로 쇼팽 콩쿠르에 참가한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퍼지면서 피아니스트들을 보는 눈이 싸늘해지고 피아니스트들 간의 견제와 경쟁도 심해진다. 미사키 요스케와 얀 스테판스를 비롯해 다양한 개성을 지닌 피아니스트들을 보면서 이들 중 누가 범인일지 (혹은 아닐지) 추측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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